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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1/19 16:56:51
Name 글장
Subject 노래방에서..

후배 녀석이 열고 있는 사무실에 놀러갔는데

노래방에 가는 길이라더군요.

후배 사무실 식구들과 함께 노래방에 갔습니다.

노래방은 제가 젤 싫어하는 곳입니다.

노래부르는 곳이니까요--;

노래는 듣는 것으로 알고 있는제가 노래를 직접,

그것도 서로 코가 닿을 듯 붙어 있는 공간에서 노래한다는 건

차라리 공포입니다.

그래서 어느 자리 회식이건 노래방은 묘하게 피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쉽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후배 녀석이 노리고 있는 여인네가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 후배 녀석과 라이벌이 있고 그 여인네는 후배녀석보다는 라이벌쪽을

염두에 두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런 상태니 노래방에 가도 즤들끼리 신경전이 펼쳐지겠죠.

그래서 아마 별 그런저런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두루두루 친한 절 가운데에 앉히게 된 배경같습니다.

자기들끼리의 어색함을 덜기위해 껴있는 저의 존재..참 한가해보였습니다.--;

문제는 노래방.

군식구인 저를 위해 노래를 자기들이 선곡해주는 배려를 잊지 않더군요.

그 노래 선곡은 그 여인네가 주로 했는데

선곡한 곡을 보고 서글픔이 밀려왔습니다.

꽃을 든 남자

여인네  이 노래 좋아하시죠?

글장  --; 잘 모르는데여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여인네  이 노래는요?
글장    그게 뭐....알죠--;

사실 삼십대라고 다 트롯트를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정말.

귀까지 늙지는 않지 않습니까?

아닙니까--;

여인네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서 그들의 사랑다툼에 껴서

남자는 항구 여자의 배를 부르고 있는 저.

그곳엔 저말고도 여인네들이 세명 더 있었습니다.

나중에 서로 친한 사람들을 서로 부른 거 같은데..

여자들과 수를 맞추기 위해 남자도 두엇 더 늘었습니다.

어디 불경인지는 모르는데 여자들이 남자를 혹하기 위해

취하는 태도가 한 서른 몇가지 소개된 게 있습니다.

그 중 기억 나는 몇가지가 있어요.

뻔히 듣고도 안들리는체 사내 입가까이에 귀 들이대기.

몸을 살랑살랑 흔들며 걷다가 이유도 없이 홱 뒤돌아보기..

괜시리 입술 삐죽거리기..

눈을 쌍그랗게 치켜 올려뜨기..

먼 곳을 쳐다보며 턱고이고 한숨 쉬기..

이런 방법을 실제로 여자들이 쓰는지

또 그방법에 남자들이 혹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니

남녀의 몸짓이나 눈빛은 불경에서의 묘사와 다를게 없더군요--;


그 강렬한 오버의 몸짓들..저게 정녕 내가 알던 후배던가..--;

모두 혼인 적령기라 그런지  또래들이 모이니

참 치열하게 전개되더군요.

그들을 지켜보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절 보는게 재미없나봅니다.

유혹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거 그것도 과히 즐겁진 않다군요--;

그 후에도 전 트롯트 4곡을 더 불러야했습니다.

어떤 여자분이 템버린까지 손에 들려주는 바람에

템버린까지 흔들었습니다.

가사를 보고 불러야할 정도로 낯선 곡이었지만

그들은 제 애창곡이라고 여기는 듯 했습니다.

흐미 슬퍼..


제가 아는 분중에 서른 여덟먹은 노총각이 있어요.

모 방송사 피디인데 할 줄 아는 건 술마시는 거하고 스타밖에없습니다.--;

자기 입으로 한 말이니 괜한 인신 공격은 아닙니다.

이 분이 대학도 명문대를 나오고 인물도 괜찮아요.

그래서 여자를 꽤 많이 사귀어봤다고..

늘  추억담만 읊는 분입니다.

이분 일년 후배인 서른 일곱살짜리가 최근에 결혼을 했습니다.

둘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다가 하나가 그것도 후배가 먼저 결혼하니

그 분은 절망감에 빠진 듯했어요.

"시파 이젠 끝이야.."

그날 그는 피시방에 가서 리니지와 스타를 밤새 즐겼다고 합니다.--;

이분과 스타를 하면 정말 부끄럽기 그지 없어요.

그분 자신이 맥핵을 쓰는 건 아니지만 오분에 한번씩

피시방이 떠나가도록 소릴 질러댑니다.

시바 다 맵핵이야!

무탈이 떠도 맵핵이고 저글링이 빨리 와도 ..오로지 맵핵입니다.--;

왜 맵핵인지는 모릅니다. 그저 감히 우리 본진에 쳐들어왔으니 맵입니다.

학생들이 힐끔대도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학생들도 이내 고개 돌립니다.

아저씨들이란..이렇게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이분이 사랑을 많이 해봤다고 하는건 인생에서 도움이 되는 쪽이 아니라

그 반대로 작용하는 거 같아요.

이 여자는 그때 그 여자보다 못한데..

뭐 주로 이런 식입니다.

암튼 이분이 나 어린 처자를 찍어놓고 공을 들인 적이 있는데

친해지려고 스타를 가르켜 주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말도안되는 저글링 러시에도 당해주고

다크템플러가 오면 컴셋도 자기 스스로 뽀개고..

그녀가 지루해하지 않게 때되면

마린 둘 씩만 짝지어서 케논에 박아주고..

별별 호의를 다 베풀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그녀 자신을 끝없이 구박하며 야박하게 스타 승수를 챙기던 후배가 채갔다고 하네요.

그분은 어떻게 한번도 져준적도 없는 놈한테 가냐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그 순간 바보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세상에 누가 스타 이기게 해준다고 시집간답니까--?

한가지더 재밌는 건 그분은 여자와 사랑에 빠질 때 그 순간이 가장 즐겁고

나머지는 괴로운 일이기 때문에 사랑도  더는 안한답니다.--;

여자들이 보내는 은밀한 유혹의 눈길과 자태가 그립다나요...

하긴 누가 서른 여덟 먹은 노총각한테 유혹의 눈길을 자주 보내겠습니까?

술값 독촉하는 술집 아가씨들과 어머니의 타박 전화가 주종을 이루죠--;

아무튼 그걸 못잊어서 결혼을 못하고 있다니..그분도 이상하긴 합니다만..

서른 넘고 보니

문득문득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점점 이상한게 되간다는 느낌은 듭니다.--;

여자도 삼십 넘어가면 요상한 생각만 든다는데 남자도 뭐..예외는 아닌가봅니다.

아직은 청년의 문화를 그대로 즐기고 있는데

보는 사람은 속절없이 아저씨를 강요하는군요.

아저씨가 나쁜 건 아니지만 아줌마와 친구아닙니까?--;

제 동창중에 아줌마가 되버린 녀석들의 푸념이 생생하게 들립니다.

'버스보다 빠른 아줌마'란 광고 카피를 쓴 넘을 죽이고 싶답니다--;

사실 제 주위를 돌아보면 나이 값 못하는 사람 천지입니다.

저 역시 이날입때껏 나이값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v

피터팬 증후군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마음은 어리거든요.--;

사람은 여간해선 포기를 모르는 거 같아요. 그저 지칠 뿐이지..

지치고 지치면 그게 늙는거구나..싶을 때가 있습니다.

안지친 사람들은 여전히 청년으로 불러줄만하다는..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불러줘야하지 않을까요..

네 물론 강요입니다--;

요 며칠 좀 열을 낸 토론이 있어서 미안한 마음을 딴글로 돌려보려고

신변잡기 잡문 하나 올렸습니다.

글장인 말싸움꾼이야..란 인식을 종식시키고자...


피지알은 제 눈팅의 보고입니다. 늘 좋은 글 읽고 느끼고 갑니다.

항즐이님 대학원 진학 축하드립니다.

호미님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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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1/19 17:06
수정 아이콘
하하 재밌는 글이었습니다 언제나 글장님의 좋은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랍니다 ^^ 좋은 하루 되시구요 앞으로 이런 가벼운 류의 글도 종종 보고 싶어질거 같네요
02/11/19 17:08
수정 아이콘
재밌는 글이네요 언제나 글장님에 좋은글을 읽엇는데 ^^ 오늘도역시 저의 기대(?)를 저버리시지 않으시네요.. 참난감하셧겟어요 ~_~
항즐이
02/11/19 17:57
수정 아이콘
축하 감사요. ^^ 저도 대학원 끝나고 나면 "아저씨"가 되어 있을테니 각오하고 더 젊게 살라는 뜻의 좋은 글로 받아들일께요 ^^
(음, 근데 전 노래방과 트로트를 무척 좋아합니다. +0+)
Dark당 따까치로
02/11/19 18:09
수정 아이콘
스타관련 게시판을 이리저리 다녀본게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가는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왔다리 갔다리 하다보니.. 자주 대하게 되는 낮익은 아뒤들이 있고.. 더러는 겜 구경을 가서, 혹은
무슨 오프 모임에서 직접 뵙게 되기도 합니다..

몇몇 분... 자주 대하는 아뒤... 정말 함 직접 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하고 뵌적이 없는 분들이
있는데.. 글장님도 정말 절 궁굼하게 만드는거 같습니다.. 짐작하기에 연배도 저랑 비슷하거나
조금 아래실꺼 같고... 성별도 같을꺼 같고... 확실친 않지만 결혼여부도 저랑 같을꺼 같구...

ㅎㅣㅎㅣ~~ 언제 겜 구경 가시면 알려 주세요.. 혹시 압니까.. 제가 맛있는 거라도 들고갈지.. ^^;;
02/11/19 18:19
수정 아이콘
확실히 요즘 노래 모르니 노래방 가면 좀 어색하더군요.
남들은 뒷편부터 보는데 중간부터 봐야 하는...^^
좋은 하루 되세요^^
베베베
02/11/19 18:20
수정 아이콘
전 어제 노래방에서 애국가와 한국을 빛낸 100인의 위인들 을 불렀다는......-0-;
불가리
02/11/19 18:52
수정 아이콘
저도 서른 여섯의 노총각입니다만, 얼굴이 어리게 보이는 거 하나 가지고 지금까지 개기고 있습니다. 제가 원래 철이 없어서 젊은 애들 노는 문화를 좋아도 하지만, 아저씨란 소리가 듣기 싫어서 가요프로 꼭 보고, 신곡 열심히 듣고, 노래방가서(일주일에 한번은) 신곡 불러대고... 그래서 나이 어린 애들과 노래방 가도 압도하지요 ^^ 그러다보니 이 나이 먹도록 노총각으로 남아있게 되었나 봅니다. 주책이죠... 그냥 공감가는 재밌는 글이어서 끄적여 봤습니다.
02/11/19 19:00
수정 아이콘
저는 조관우와 조용필형님(??)의 노래를 좋아하는데....
흘러간 노래에 속하긴 하는 것 같군요 - -;;
근데 실은 벌써 10여년 전부터.... 최신곡 보다는... 이런 뽕짝류의
노래가 더 친숙했던걸... 보면... 저는 당시부터.. 애늙은이였던것... 허거덕 = =;;
맨날 함께 가는 하수 매트랩입니다.......
그리고 참고로... 예전에 미팅나가서 뽕짝 부르면 실은 인기 폭발이었는데.....(_ _);;
02/11/19 19:45
수정 아이콘
아저씨는 나이로 되는 것이 아니라구요.. ㅠ0ㅠ
나이로 따지면 저도 진작에 아저씨 대열에 들었을 것이나.. ^^
언젠가 학교앞 분식골목(부산대 정문에서 바로 나와 오른쪽..)에서 국수를 먹고 있었답니다.
자기과 선배와 걸어가고 있는 혀 (약간) 짧은 여자후배(언제가의 그 스컬지의 주인공..)가 자기 선배에게 묻습니다.
저 오빠 몇 살로 보여요..??
그 선배.. "많이 되었으면 스물 여섯..?? 다섯..?? "
"으하하.. 둘 다 밥 안 먹었지??? 일루 와서 밥 먹어.. 아님.. 피자 사줄까? (맛이 간 kid ^_______^)
음.. 음.. 음.. .음.............
어째거나.. 나이가 아저씨를 만드는건 아니라아아아아아아아구요.. (__) kid 올림..
Dark당 따까치로
02/11/19 20:32
수정 아이콘
힛~ kid님 나이 어린거 제가 다 알고 있는데... 몰 그러세요.. ^^;;
저보다 허얼씬 어리시믄서... 아직 한참 좋을 때 잖아요.. -_-...
저도 아직은 노땅 아니람다.. ^ㅠ^
02/11/20 11:45
수정 아이콘
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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