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웹에 갈까 말까 .. 많이 망설였습니다. 뒤늦게 옷을 차려입고, 도착하니 지훈
이는 이미 무대에 앉아 있더라구요. 너무 바뀌어버린 메가웹에 벙벙해서 이리저리
발걸음이 망설이는 중에 인규를 발견했습니다. 게임콜 끝나고 허겁지겁 오는 얼굴
에 땀이 범벅이더군요.
분장실에서 진남이의 "왜왔어?" 한마디에 긴장은 풀린 다음이었지만, 인규를 보니
그래도 훨씬 익숙해지더군요. 오~ 맨!오랜만이야~" 란 오버성 멘트가 반가운 녀석.
GO팀 감독 규남이형과 셋이서 경기를 봤습니다. 지훈이 녀석. 기가막히더군요.
전 비프로스트에서 테란 대 저그 경기중에서 인규가 경보와 한 경기에서의 인규 테
란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안정적이고 꼼꼼하면서도 기동력을 끌어올리는 부지
런한 스타일과 생산력. 그게 2002년의 바이오닉의 화두이기도 하죠. 단순한 힘싸움
의 경기가 힘든 맵이니 만큼.
인규는 내일 재훈이와 온겜넷 pd한분과 피닉스파크로 보드 타러 간다고 신이 나있
더군요. ^^ 지훈이를 인터뷰 하던 분과의 짤막한 인터뷰에서도 "보드타고 나서 다
시 봄이 오면 잘할거에요"라고 활짝 웃어버립니다.
지훈이는 그렇게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아, 실수 너무 많이 했어"하고 예의 그 삭
막한(!) 표정을 지어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야~ 너 엄청 멋
지게 나왔으니 걱정마라, 실수한 장면은 커녕 슈퍼컨트롤만 계속 나오던걸" 했더니
그제서야 웃습니다. 퍼펙트 테란은.. 사실 자기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거만함이 바
탕인 녀석이니까요.
학승이는 어제도 황제님의 슈퍼 컨트럴에 지고, 오늘도 아쉬운 경기를 놓쳤습니다.
상심하는 학승이에게 별다른 위로를 해보지도 못했네요.
두번째 경기, 진수가 화면을 들여다보기가 무섭게, 벙커링이 들어옵니다. 변은종님
, 창훈이, 상익이, 경보 등과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다함께 보는데, 경기가 정신없
다는 둥의 이야기들이 지나가면서 진수의 씁쓸한 한마디가 지나가네요. "장진남이
자기는 온겜넷 첫판이니까 분명히 해처리 두번정도 뿌개지면서 겜하게 될거라고 그
러던데 크크" 그래요, 분명 그 형제는 상대를 보면서 안타까워도 결코 슬픈 표정이
나 우는 소리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게 더 가슴 아플때도 있네요.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5시 지역, 더군다나 가로에 배치된 포지션 등이 진남이에게
는 온겜넷의 악연을 이어가고 말았습니다. IS 사장님과 Soul팀 감독님도 장진남 선
수의 거듭된 악운을 안타까워 하시더군요. 다른 동료게이머들은.. 물론이구요.
자신이 지명한 선수에게 패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더군다나 배틀크
루저까지 등장한 경기.. "장진남 오늘 또 잠 못자겠네" 진수의 말이 예사롭지가 않
습니다.
괜히 오랜만에 만나 반갑다고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운재에게 왜 게임을 질질 끌었
냐고 질책합니다. 운재는 정색하며 "절대 일부러 그런거 아니에요. 원래 벙커링 후
에 안전하게 나가면서 배틀 뽑는 빌드 구상해서 나온거라구요. 그런데 레이스랑 드
랍쉽 컨트롤이 엉망이 되면서 혼자 말려버렸어요." 라고 열심히 이야기 하더군요.
"어.. 그래.. 그래도 마메가 럴커에 한꺼번에 죽는 상황은 좀 그랬다 야. 그리고 1
드랍쉽만 가다가 본진에서 죽은것도 그렇구. 2드랍쉽 뽑아서 한번에 끝냈으면 보기
좋잖아"라고 슬쩍 양보합니다. 운재는 그렇긴 했는데 하면서 헤헤 웃으면서 지인
들과 게임을 보러 갔습니다. 너무 순해서 걱정인 녀석에게 괜히 심한 말했나 싶었
지만, 운재 표정이 밝아 고마웠습니다.
김현진 선수와 용호의 경기, 용호가 인규를 이기던 게임을 생각하며 우세를 과감히
점쳤고, 그만큼의 타이밍이 충분히 있었는데, 두 선수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
던 게임이었습니다.
"예"(날카로움)라는 말이 어울리는 용호에 어울리지 않게 무딘 반응을 보였던 많은
컨트롤들, 꼼꼼하지 못했던 병력 배치 등이 저를 무척 안타깝게 했습니다.
또한, 메카닉을 하는 듯한 엄청난 생산력으로 빛났던 김현진 선수의 장점이 비출때
마다 꺼져있던 배럭에 바래버려, IS사장님도 "왜 저러지, 저런일이 절대 없었는데
.. "하며 허허 웃기만 하시더군요. 그만큼 두 선수, 첫 경기에서 정신을 잃어버린
모양입니다.
하지만, 진 선수와 이긴 선수의 표정은 다를 수 밖에 없는일, 용호는 어쩔줄을 모
릅니다. 자신의 게임에 대한 불만.. 아니, 스스로에 대한 불만으로 어쩔줄을 모르
는 용호를 보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네요. 같은 팀 선수들은 어떤지 모르겠지
만.
드디어 마지막 게임, 지난 시즌 우승자인 영웅은 온게임넷에서도 불안한 출발을 하
게 되네요. 경기 끝난 후, 재균님의 표정은 "내 자식들 끼리 싸우는데 누가 이기는
게 좋은게 어딨어?"라는 말 그대로였습니다.
모든 게임이 끝나고, 어물쩡한 자리에서 게임을 보던 저는 메가웹을 나섭니다. 지훈이의 경기가 끝나고 몰려들던 인터뷰들과 카메라들을 보며 흐뭇했던 온게임넷, 화려한 조명과 불빛들 만큼 편안한 자리가 없어 맘이 불편했던, '저 잘보고 갑니다 '인사를 드릴만한 곳이 없어 아쉽던 온게임넷은 여전했습니다.
성상훈님에게 언젠가 주말즈음, 사람 적을때 한번 놀러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주말에 간다고 했더니 성제가 자기는 없다고 지금 오라고 그러는 군요. ^^
오랜만에 발을 들이밀고 들어갑니다.
나를 웃게 하는 사람들을 만나지만, 저는 이제 저를 웃지 못하게 하는 그들과 함께하는 공간에서 글을 씁니다. 내가 웃게하고 싶은 이곳을 위해서요.
고마운 사람들에게 행복을 기원합니다. "게임계" 안에 있는 모든 분들, 행복하세요. 게이머들과 팬들과 감독님들, 사장님들, pd님들, staff분들 모두 모두.
pgr에서 드리는 오랜만의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