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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2/11/16 03:24:51 |
Name |
항즐이 |
Subject |
오랜만에 - 하나 |
오랜만에 "게임계"라는 공간에 발을 밀어넣었습니다.
정확히는, 아파테이아 누나의 홈페이지인 "스토리" 오프 행사 이후로는, "게임계"
라는 곳에 유/무형으로 관련되어 있던 "항즐이"라는 인간을 깨끗이 지웠었습니다.
그냥, 그러고 싶었습니다. 너무 손해를 많이 봤거든요.
대학원 발표가 잠정적으로는 합격으로 결정났습니다. 정식 발표는 아니지만요. 그
리고는 한번 움직여 보았습니다. 시내에 갈일이 모처럼 생겼기 때문이기도 했지요.
SKYLIFE의 모니터요원으로 합격했기에,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러 가야 했습니다. 재
택 아르바이트로서 참 흥미있는 일이라서 지원했는데, 운이 좋았네요. 담당 채널은
음악과 게임입니다. 게임을 떠난다.. 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또 그렇게 되고 보
니 웃음이 나더군요.
종로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러 가는길, 시끄러운 차들 속에서 차가운 입김을 내
는 존재는 "항즐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아닌데도, "게임"이라는 두 글자가 이미 나
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 것 같은 구속감.
고층 빌딩의 고속 엘리베이터 속에서 밀어치는 생각은 pgr대회을 위해서 한빛소프
트에 지원받으러 갔을때의 엘리베이터였습니다. 울컥하고 쓴웃음이 솟아 오른 건
그 회사와, 그 엘리베이터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한빛도, 스카이라이프도.
오리엔테이션은 화기애애하게 끝나고, 명동에 가서 1년을 미뤄 두었던 citibank의
계좌 해지를 하고 거리를 나섰습니다.
1년이라.. 여행을 가려고 만들었던 외환출금용 계좌를 생각하니, 그 여행 뒤 제가
운영진이 되었던 일이 생각나네요. 여행 중에도 겜방에 들려 온게임넷의 vod를
gamax.co.kr에서 보던 제가 기억납니다. 외국인들이 신기해 했던.
드렌도 누나를 만나려고 했습니다. 따뜻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그
안으로 발을 들이밀기 위해서. 무언가 이야기들을 좀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운이 닿지 않았네요. 바쁘시더라구요.
명동에서 혼자 밥을 먹으며 시간을 맞춰보니 여의도에 가도 너무 이르겠더군요. 가
방에 인규에게 받은 마우스를 챙겨오긴 했지만 주위에 게임방들은 왠지 비싸고 어
색해만 보여서 교보문고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제가 아직 "항즐이"가 아니던 시절, 제 여자친구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시절
의 거리들이 여전히 저를 반기더군요. 교보문고에는 "항즐이"가 처음 가는 거였구
요. 항즐이는 언제나 반디스 앤 루니스에 갈 수 밖에 없었거든요.
진태님이 읽었으면 좋겠다 싶을 게르만 신화를 한 권 샀습니다. 저도 꽤 오랫동안
북구 신화를 읽어왔는데, 꽤 크고 내용이 충실한 종류가 새로 나왔더라구요.
새로 사 입은 샤무트 더플은 옆가방을 메기 꽤 어렵다는 걸 알았습니다. 더플을 생
전 처음 입어보는 거라서 무척 불편하더군요. 이제 헐렁하기만한 옷을 입기에는 조
금 어색한 공간-대학원-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그래도 부담스러운건 당연한 일일
겁니다.
겜비씨 스튜디오에 들어서서 방문증을 챙겨들고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준호형, 승
원이형이 반갑.. 지 않게 맞아주시더군요. 그동안 뭐했냐는 말에 간단히 대학원 준
비를 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말을, 그날 열번도 넘게 해야 할 줄은 몰랐거든요.
KPGA pd인 남훈이 형, 워크pd 재혁이 형, 카메라 감독님들, 학승이, 윤열이, 진남
이, 현준이 ..
겜비씨는 스튜디오 안의 무대와 관객석 위치가 바뀌어 있었고, 최상용님과 성상훈
님이 계셨습니다. MONETA배 직장인 대회를 진행할때 뵙긴 했지만 아직 친하진 않았
으니까요.
게임을 보면서 진남이의 분위기 추임새에 취하고 있다보니 많이 익숙해 지더군요.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 보아도, 밝은 사람은. 현준이의 만담은 참 같은
79년생이라는 사실이 좀 난감해 졌지만 -_-;; 썰렁한 것도 나름대로의 카리스마죠.
익숙함이 밀려오면서 오히려 일부러 더 수다를 열심히 떨었습니다. 어색함을 밀어
내는 일이었겠죠. 조정웅 감독님께 마우스를 졸라보기도 하고, 이재균 감독님과 쿵
쿵따를 하기도 하고. 그런데 재균님의 "pgr 썰렁해졌어요"라는 말에는 마땅히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접속조차 하지 않았었기 때문이겠죠.
pgr에 손해보았던 기분을 떨치고 싶어 마냥 바깥으로 돌았습니다. 여전히 첫화면은
pgr로 되어있는데도.
아직도 맘은 무겁습니다. 같은 일이 반복될 거라는 걸 알기에. 그런데도. 한 발을
밀어넣어 봅니다.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들로.
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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