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11/12 17:28:32 |
Name |
김종경 |
Subject |
[펌!!]여러분은 이런 사랑 받고 계십니까? |
"내일 우리 회사 생일이야.
점심 식사 되게 잘 나올테니까 와서 점심 먹고 가."
나는 내심 귀찮았다.
아무리 반찬이 잘 나온다 해도 나와는 별 관계도 없는 곳에 가서
넉살 좋게 배식을 받아 먹고 휘리릭~ 입 닦고 나갈 수는 없다.
"...뭐하러 구질구질하게 밥 한 끼 먹자고 거기까지 가... 난 됐어."
"진짜 식단 잘 나올거라니까. 혼자 대충 먹지 말고 와서 먹고 가."
"싫다니까. 쪽팔려."
"그럼 나랑 만나서 같이 식당 들어가자."
그렇게 싫다고 했는데도 다음 날 점심때가 되자
기어코 전화까지 하며 오라고 성화다.
시킨대로 엘리베이터 앞에 가서 머쓱함을 참으며 서 있자
곧 달려와 나를 잡아끌었다.
"여기로 들어가서 식판 들고 젓가락하고 숟가락 챙겨."
밥을 조금 퍼 담고 줄에 끼어 조금씩 나가며 반찬을 받았다.
과연 평소에는 쉽게 볼 수 없는 메뉴들이다.
후식이라고 주는 사과까지 하나 받아
그녀가 먼저 잡아 놓은 자리에 가 앉았다.
"어?"
"왜?"
"젓가락이 조금 휘었어."
"그렇네."
그녀가 자신의 젓가락과 바꾸자는 것을 간신히 말리고 마주 앉아 밥을 먹었다.
밥을 먹다 냅킨을 집으며 사과를 떨어뜨리자
그녀가 얼른 주워 자신의 것과 바꾸어 놓는다.
나는 다시 사과를 바꾸었다.
"괜찮아."
그녀가 또 사과를 바꿔 놓는다.
"괜찮기는. 떨어지면 맛 없잖아."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결국 내가 멀쩡한 사과를 받았다.
"여기, 은행."
내가 갈비에 양념으로 든 은행을 집어먹는 것을 보자
재빨리 수저를 놀려 자신의 식판에서 은행을 골라 덜어준다.
"됐어."
"고기는 왜 안 먹어?"
"그냥..."
나는 자리가 불편했다.
확실히 식사는 맛있다.
하지만 내가 밥 한 끼 먹자고 앉아 있을 곳은 아니다.
빨리 먹고 나가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그녀는 내 식판의 갈비에서 뼈를 발라내어 밥 위에 얹어 주었다.
"먹어."
"아기도 아니고... 괜찮다니까."
내가 밥 위에 갈비를 얹어 먹는 것을 보고서야 자신의 밥을 허겁지겁 먹는다.
"배불러."
내가 수저를 내려놓자 그녀는 가방에서 뭔가 비닐에 싼 것을 꺼냈다.
"그럼 이거 먹어."
'배 부르다니까는...'
생각만 하며 손에 쥐어주는 것을 보니 재료를 푸짐하게 넣은 떡이다.
"아까 여기 오기 전에 얻었거든. 되게 맛있더라. 먹어 봐."
"으, 응..."
대답만 하고 떡은 가방에 넣었다.
그녀가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리며 사과를 먹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먹는 사과다.
그녀가 식사를 끝내고 내 식판까지 정리하는 동안
나도 갈 준비를 했다.
"용돈 없지?"
갑자기 묻는 말에는 약간 당황하고 말았다.
"으, 응. 아직은 쓸 만큼 있어. 안 줘도 돼."
내 말에 지갑을 열었다 닫는 동작에서 빠듯함이 전해져 온다.
"그럼 갈께."
"응. 집에 일찍 들어오고. 갔다 와."
나는 그녀가 직원들의 물결에 휩쓸려
다시 일터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배웅했다.
아아...
어머니...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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