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하다 보니 과제 때문에 3일 동안 밤을 새게 되었습니다.
즐거운 일(스타? ㅡㅡa) 을 하면서라면 모를까, 힘들고 어렵고 자꾸만 한계에 부딪치는 일을, 그것도 똑같은 일을 몇 번씩 반복 하면서 밤을 새우려니.. 몸도 마음도 자꾸만 지치고, 잠이 쏟아지더군요.
그래서 그 3일간, 늘 옆에는 pgr을 켜 놓았었습니다.
잠이 올 때마다 잠깐씩 게시판을 훑어보고, 뭔가 생각하게 하는 글에는 댓글도 달아 보고, 몇 페이지 앞으로 넘어가서 일훈님 글도 다시 읽어보고... 그렇게 하면서 잠깐 쉬고 다시 일하는 식이었죠.
... 밤 깊고, 졸음 쏟아질수록 그 시간 간격은 짧아지고...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프리 비비에스에 올라온 글의 제목 옆에 달린 댓글 숫자를 다 외우게 되어서, 세 페이지 정도는 그냥 눈으로 훑어보면서 어느 글에 댓글이 새로 올라왔는지 보고 글을 읽게 되는... 그런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ㅡㅡ;
(요 며칠 동안 혹시 ijett는 잠을 안 자는 게 아닌가, 싶으셨던 분이 계시다면... 이 정도라면 설명이 될는지요. ^^;)
그러다 겨우 푹 자고 일어난 오늘. 익스플로러를 끄고, 컴퓨터는 그냥 두고, 청소나 할까 하고 빗자루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일어서면서 아무것도 안 떠 있는 윈도우즈 화면을 보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익스플로러를 띄우고 pgr 링크를 누르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ㅡㅡ;;;
낯익은 pgr 초기화면이 눈 앞에 나타났을 때,
정신이 번쩍 들면서,
이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리 며칠 밤을 새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더라도 그렇지, 방금 청소하려고 익스플로러 끄고 일어나 놓고 그 사이를 못 참아서 다시 pgr을 띄우다니.
중독, 이라는 말이 순간 뇌리를 스쳤습니다. ㅡㅡ;
어쨌든 이미 띄워 놓은 pgr 초기화면... 이상하게 이 곳 주인장님의
아주 오래된 공지 글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하루에도 여남은 번씩 봐 오던 제목인데, 이상했습니다.
문제의 글 제목은...
"pgr21.com 이용안내 및 삭제규정".
.
.
.
쭉 읽어 내려가다가, 내가 왜 이 구절을 못 봤지, 하면서 뒤통수를 한 대 세개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략)....
명문화된(?) 삭제규정을 제시하기 전에
"pgr21.com 이용안내" 혹은
"pgr21.com을 찾아오는 사람에게 드리는 건의사항" 같은 걸 먼저 말해야 겠습니다.
(아래 10대는 10대+20대초반 통칭입니다..)
1.
10대들은 스타때문에 쓰는 총시간을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
....(후략)
<아래 10대는 10대+20대초반 통칭입니다>
....
다른 사람들보고 읽어보라고 그렇게 야단하던 공지글에서,
제가 알아채지 못한 구절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은... 정말 참담하더군요. ㅠㅠ
'음... 그래봤자 10대들에게 하는 이야기겠지^^
그럼그럼... 중고등학생들은 아직 공부해야지~ ^^
이 부분은 난 해당 안되니까 앞으로 고고~ '
.... 저는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참고로 전 스무살입니다.)
일단 대상에 저 자신이 들어가고 나니까, 늘 읽던 공지글인데도 다르게 읽히더군요.
스타의 중독성과는 별도로 pgr21도 나름대로의 중독성이 있습니다... 는 구절.
글 쓰는 순간부터 인생이 말리게 될지도 모릅니다....는 구절.
마치 지금 제 자신의 모습을 훤히 내다보면서 말씀하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순간 섬뜩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리 pgr21이 소중한 공간이라 해도,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그래서 한 가지,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일주일 간,
pgr을 비롯한 모든 스타관련 사이트 안 들어오기. ㅡㅡ;
글 안 쓰기나 댓글 안 달기가 아니라, 아예 안 들어오기 말입니다.
그 기간이 일주일이라니, 너무 소심한 거 아니냐 싶으시겠지만, 그 정도도 해낼 수 있을지 사실 의문입니다. 거기다 이번 주 토요일 온게임넷 결승전을 생각하면... 지금도 이거 괜한 일 벌이는 것 아닌가 후회가 들 만큼...
그래도, 해 보겠습니다.
pgr과 게임을 좀더 성숙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게 될 때까지, 잠시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일주일간... pgr에서 보냈던 많은 시간들을, pgr이 제게 소중했던 만큼이나 다른 용도로도 가치있게 쓸 수 있을지, 한번 시험해 보려고 합니다.
혼자 결심하고 실천해도 될 이런 글을 굳이 많은 분들이 보시는 자게에 올려놓는 것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해낼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ㅠㅠ
아... 이제 이 글을 마지막으로 일주일 동안 pgr을 못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군요. 끝을 맺기가 힘듭니다.
지금까지는 글을 쓰면서, 이 글에 다른 분들이 어떤 댓글을 달아주실까....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글을 쓰고, 댓글들 보는 재미로 계속 들어오고 그랬었는데
이 글은, 혹시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저는 일주일 후에나 그 댓글을 볼 수 있게 되겠군요. ^^;
참... 묘한 기분입니다. 정말.
앞으로 일주일 동안 memobox 접속멤버 리스트에서 혹시 ijett를 보신다면,
가차없이 유혹을 이기지 못한 저를 꾸짖어 주시길. ㅠㅠ
물론 로그인 안 한 상태에서 볼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서 운영자님께 제 IP를 일주일간 차단ㅡㅡ;해 달라고 부탁드릴까 하다가, 그것까지는 좀 오버인 같아서 결국 그만두었습니다.
그나저나 앞으로 일주일간, 잘 될는지, 걱정 반 의심 반이네요. ㅠㅠ
아~~~ 그럼 pgr 분들, 안녕히 계세요.
일주일 후에 뵙겠습니다!!! (- -) (_ _)
p.s.
이렇게 write 버튼 누르기가 힘들 줄이야.
이런 기분 정말 처음이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