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저그처럼

아끼지 말 일이다.

성큰 한 개 짓는 미네랄을 아까워 해서는

앞마당 해처리 하나 지킬 수 없는 저그처럼

이리 저리 재지 말고, 조금은 바보스러운 양

아끼지 말고 내 가진 것을 덜어낼 일이다.



사랑한다면 저그처럼

있는 그 자리에서 자라갈 일이다.

해처리를 키워서 레어를 만들고

레어를 꾸며서 하이브를 만드는 저그처럼,

혹은 라바가 뮤탈이 되고 다시 가디언이 되고

라바가 히드라가 되고 다시 럴커가 되는 저그처럼

처음 뿌리를 내리고 선 그 모습에서 하루에 한뼘씩, 두뼘씩 자라

결국은 내 그늘 아래 그를 품을 수 있을만큼

커다랗고 풍성한 나무로 자라갈 일이다.



사랑한다면 저그처럼

나를 내던져 무언가를 지을 줄 알 일이다.

미네랄을 캐다가, 가스를 캐다가

스포닝 풀이 되어 저글링을 만들고

스파이어가 되어 뮤탈리스크를 만들어내는 드론처럼

주어진 자원으로 묵묵히 일만 하는 SCV가 아니라

손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고 건물을 워프시킨 채

말 없이 돌아서는 프로브가 아니라

개체로서의 생명을 포기하고 종족을 위한 건물이 되는 드론처럼

때로는 내 모든 것을 내던져 무언가를 마련해 볼 일이다.

사랑한다면, 저그처럼.


-Apatheia, the Stable Spir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