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만나고 헤어져 돌아설 때

3초만 더 그 사람의 뒷모습을 더 바라봐 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멀어지던 그가 문득 뒤를 돌아볼 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줄 수 있게끔.

3초...

그 짧은 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작은 시간을 투자해 내게서 멀어지는 사람에게

아련한 흐뭇함을 줄 수 있다는 것도...

꽤나 멋진 일이 아니겠습니까.



경기가 끝나면

3초만 더 화면에 시선을 고정해 주세요.

3초만 더 늦게 자리를 떠 주세요.

3초만 더 늦게 관심을 돌려 주세요.

승자의 상기된 얼굴 뒤에 가려진

패자의 씁쓸한 눈빛이 눈에 들어올 겁니다.

그들을 동정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들을 연민하라는 말도 아닙니다.

그저, 방금 사람들의 환호속에 끝난 그 게임이

승자 혼자서 한 것이 아니라는

참으로 단순한 사실을 기억해 주실 것을 부탁드릴 뿐입니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고 결과로 승부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선수들의 이야기일 뿐

팬들까지 '프로'가 될 필요가, 굳이 있겠습니까.

박수치는 데 세금 무는 것도 아니고

격려하는 데 딴지 거는 사람이 있을 리도 없습니다.

3초만 더, 승자가 떠나버린 화면을 바라봐 주세요.

그 3초의 시간동안

그 게임은 한 사람의 승자와 한 사람의 패자를 양산한 '승부'에서

세 사람의 승자를 낳은 '게임'으로 바뀔 것입니다.

한 사람은 이미 이긴 사람

또 한 사람은 다음에 이길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결과를 최후까지 지켜본 우리까지도.


-Apatheia, the Stable Spirit.


PS. 이재훈님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