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3/25 11:02:42 |
Name |
어기야디여차 |
Subject |
To Be Pro |
저에게 친구 녀석이 하나 있습니다.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까지 같이 나온 친구라 절친한 사이입니다.
고등학교 때 스타를 할 때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친구 집에는 오리지날이 깔려 있었고, 친구는 오리지날 밖에
못 했죠.
근데 저는 브루드워를 해서 다크를 뽑을 줄 알았습니다.
친구 녀석은 테란....
2:2로 하는데 제가 다크 2마리를 일찍 뽑아서 한 마리씩 보내니까
게임 끝나더군요.
오리지날 밖에 못하는 애한테 브루드워 유닛을 뽑았다고 투덜거리며
스타에 집중하기 시작한 친구 입니다.
대학진학에 고민을 할 시기에 그 친구는 마침내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매일매일의 연습. 하루 40~50게임을 해내고 불규칙한 생활을 해가며
어느 날 갑자기 초췌해진 모습을 보면서 친구 녀석이
"차라리 노가다는 몸이 피곤하니까 괜찮은데 이건 아주 스트레스
때문에 못하겠다" 라는 말을 하면 못내 가슴이 쓰렸습니다.
주장원전을 두드려 보고, 게임아이 스코어를 올리기도 하고,
웨스트, 아시아 서버 나모모채널에 들어가서 고수들과 게임을 하기도
하고, 그야말로 스타에 관한 생각들, 스타가 친구의 하루입니다.
고3때 공부를 접고 "공부는 내 적성이 아닌가봐"라고 하던 그 녀석이
하루종일 스타에 관한 전략을 세우는데 A4용지를 빽빽하게
몇장씩 써댑니다.
얼마전에는 그런일이 있었습니다.
프로게이머와 게임을 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운좋게도
제가 거기에 당첨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친구는 당첨이 되질 않더군요.
물론 저도 하고는 싶었습니다. 아주 잠깐 생각을 해보고...
그때 아마 제 머리속에 그 녀석이 A4용지 한가득 스타에 관한 전략을
세우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친구에게 당첨된 기회를 주었습니다.
무척이나 좋아했었습니다. 그리고 행사 당일날.
전날에 새벽6시까지 게임을 했다고는 했지만 일찍일어났더군요.
지하철안에서 "나 프로(게이머)이겨서 프로될거야"
하면서 웃더군요.
친구가 프토유저라서, 게다가 프토대 프토전에 자신이 있어서
기욤선수와의 게임을 생각하고 프토대 프토전만 생각하고 왔다는데
기욤선수랑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습니다.
메가웹스테이션에 도착해서 좀 기다리니까 선수들이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이벤트가 시작되니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친구 녀석의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상대는 생각해오던 기욤선수가 아닌 랜덤을 선택한 베르트랑 선수...
긴장이 안 된다고 말하던 그 녀석은 그 날따라 일꾼을 자꾸 두 마리씩
클릭하더군요. 베르트랑 선수는 랜덤저그.
9드론을 막았지만 6시 삼용이 멀티 지역에 숨어있던 저글링.
질럿이 잠깐 앞으로 나오는 타이밍을 틈타 본진으로 난입합니다.
친구 녀석은 그냥 12시 저그 본진으로 러쉬를 가고 추가 병력으로
저글링을 막을 생각입니다. 그러나 저글링의 컨트롤. 일꾼을 많이
잃은 상태로 어찌어찌 막아내고 러쉬갔던 질럿은 성큰과 저글링에
막힙니다. 뒤 이은 러커. 이어지는 GG.
악수를 하고 내려와서 처음 던지는 말.
"나 아까 손 떠는거 봤어?"
메가웹스테이션은 그런 장소인가 봅니다.
떨지 않고서 침착하게 게임을 풀어나가기에는 너무 벅찬 장소인가
봅니다.
한참 전의 일이었지만, 그 때도 PGR게시판에서 자판을 두드리다
말았지만, 이제 군입대를 얼마 남지 않은 친구를 생각하면서
힘내라는 말과 함께 이 글을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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