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2/28 14:10:26 |
Name |
아휘 |
Subject |
'지구에서 온 편지'를 읽고 |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이곳의 글을 읽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아파님의 글을 '문턱' 너머로 얼핏 설핏 읽어오던 사람이기도 하지요.
아파님(앞에 이름만 따서 부르니까 아파가 되어버리네요, 그러고보니. 아파....)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삶의 자잘한 문양들이 묻어나는 글을 좋아하는 저의 취향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한껏 크고 거창한 단어를 휘갈기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황을 통해 잔잔한 이야기를 엮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거든요.
(무슨 합평이나 심사평에나 어울리는 말을 하고 있네요. =.=;)
썰이 길었습니다.
어쨌든 저는 '문턱'을 넘어 감히
'타인에게 말걸기'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네요, 지금.
어떤 말을 하려 했을까.
아, 그래요. 님의 글을 읽고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이라는 싯귀가 떠올랐다는.
살다보면 말도 안 되는, 이해할 수 없는, 얽히고 설킨 매듭을 도저히 풀 수 없는 상황이 생기는 듯해요.
어떤 인간관계를 접어야 하거나, 연(緣)을 끊어야 할 땐 더 더욱.
그래서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 같은 역설적인 싯귀가 가슴 깊게 새겨지는 것인지도.
결별 뒤에 택시에서 트로트가 나올 때 더 슬플 수도 있는 것처럼.
아파님의 글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모습이 떠올랐어요.
웨잇포인트가 안 먹어 정찰 보냈던 SCV가 아무 것도 없는 본진에서
우두커니 서있는 모습 말이죠.
SCV 시야만큼의 공간 외에는 어둠 뿐인...
때로는 딱 그만큼의 외로움이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는 듯합니다.
아직 바람은 차가와도 볕은 꽤 봄냄새가 나는 듯한데
이곳저곳 게시판에서 결별에 관한 글을 자주 읽게 되네요.
봄기운이 무르익을 때 "날씨 더럽게 좋네, 젠장"을 외치게 될지라도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만 아파하시라고
정말이지 감히 전해드리고 싶네요.
아.... 게시판에 처음 글을 남기는데
스타와는 전혀 상관없는 글을 올려버렸네요.
힛, 혹시 아파님 빠Dol이(불량단어라네요-.-; 네티즌선진문화앞당기는피지알이십일닷컴)라구 욕하긴 없기에요!~
쓰진 않았어두 매일 같이 이곳에 와서
여러 님들의 좋은 글들을 읽으며 바쁜 일상에서 천천히 사는 법을 배우곤 한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앞으로 이곳 게시판에 저도
가끔, 아주 가끔씩
문자를 새겨 넣을 수 있을 건지.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남기며 글을 맺을까 합니다.
--아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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