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6/06/24 02:47:05
Name 시퐁
Subject 테란의 여섯번째 왕자. 테란의 트렌드는 돌고 돈다.
어마어마한 물량을 뽑아내는 선수들이 있다. 이윤열이 그렇고 최연성이 그렇고 서지훈이 그렇다. 대규모의 공격 병력을 모조리 소진시키고 다시 본진을 보면 진출했던 병력 이상의 병력들을 쌓아놓는다. 투신처럼 병력 자체에 굉장한 강력함을 부여해서 상대의 유닛이 모일 틈을 주지 않는 극도의 공격성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저그들은 물량이 뛰어난 테란들을 상대하기 위해 더 많은 병력을, 더 빨리 회전시키지 않으면 안되었다. 부자 저그가 유행했고 울트라나 디파일러의 모습이 자주 등장했다. 상위 테크의 유닛을 활용하게 되면서 저그들은 성장했다. 단지 물량만 뛰어나다면 그들을 쉽게 이길 수 없다.

조용호는 그런 후반 도모형의 대표주자였다. 그의 등장 이후 사람들은 '목동 저그'의 강력함을 알았다. 그러한 스타일이 너무나도 강렬하여 사람들은 '저그의 또 하나의 트렌드'라고 일컬었다. 조용호의 등장이 놀라웠던 시기는 조진락으로 대표되던 시기였다. 후반 물량의 조용호, 가난한 운영으로 초반부터 몰아쳐 승리를 잡아내는 홍진호, 이곳 저곳에서 난전을 유도하여 테란의 집중된 병력의 강력함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박경락. 지금 난립하는 저그의 영웅들은 대부분 조진락의 스타일들을 발전시키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저그의 시대를 이루어낸 것이라고 보면 된다.

물량을 바탕으로 운영하고 그 운영을 통해 저그를 압도하는 테란들이 많다보니 많은 저그들이 그들을 상대하는 방식만을 찾는데 골몰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테란이 운영과 물량만을 위주로 플레이하지는 않는다. 임요환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임요환은 최연성이나 서지훈, 이윤열에 비해 물량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적은 갯수의 배럭스를 돌렸다. 하지만 그는 저그전의 강자다. 모든 저그들이 그를 어려워하고 꺼려한다. 왜냐하면 적은 배럭스에서 나온 적은 양의 유닛이 해내는 것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한동욱도 그렇다. 그는 확장을 다른 선수보다 빨리 하지 않는다. 배럭스가 일곱개 여덟개 지어지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그는 소수의 유닛으로 이루어내는 것이 너무 많다. 그는 신기의 컨트롤로 테란의 진출을 저지하거나 병력을 줄여주기 위한 럴커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다. 초반 견제를 할 수 없는 저그는 후반을 도모하기 불안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저그들은 당황한다. '이 타이밍은 테란의 병력을 줄여줄 수 있는 타이밍이야', '지금 본진을 급습하면 테란의 병력들은 돌아오기 마련이지', '럴커를 세워두는 것만으로도 테란은 진출을 하지 못해' 이런 모든 공식들을 싸그리 무시해버리니 저그들은 안전하게 해처리를 늘릴수 없다. 생각대로 되었다면 병력을 뽑지 않아도,드론을 늘려도,확장을 시도해도 되는 시간에 병력을 뽑는 선택을 하거나 방어타워를 짓는데 자원을 허비해야 한다. 주도권은 항상 테란에게 있고 저그는 이끌려 다닐수밖에 없다. 무난하게 후반 가서 이겨왔던 저그들에겐 분통 터지는 일이다.

조용호 선수와 같은 타입은 한동욱 선수와 같은 스타일이 상극일 수 있다. 조용호는 손이 빠른 선수다. 초반 흔들기를 효율적으로 하면서 후반을 도모한다. 저글링이라도 상대 본진에 들어가면 상대 테란은 저글링을 쫓아다니느라 보내는 시간이 상당히 길다. 저글링을 그런 식으로 운용하면서도 자신은 착실히 테크를 밟고 확장을 늘린다. 하지만 한동욱은 조용호의 초반 흔들기 병력을 너무나도 손쉽게, 그리고 빠르게 제압한다. 조용호 선수는 울며 겨자먹기로 병력을 뽑거나 위험한 확장을 가져가야 한다.

한동욱의 우승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운영과 물량 중심의 테란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컨트롤을 통해 극대화된 전투력을 가진 그의 등장은 저그에게 또 다른 해법을 요구한다. 이제 저그들은 기존의 '테란을 상대로 한 연습'을 논하기 어렵다. '어떤 테란을 상대하기 위한 연습'을 해야 한다. 흔들기도 통하지 않고 럴커는 손쉽게 녹아버리니 다수의 압도적인 물량을 통한 병력의 우위를 보여야 하는데 거기까지 가기 전에 테란에게 공격받는다. 한동욱을 상대하는 저그는 또 다른 방식의 운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임요환의 시대에는 많은 테란들이 컨트롤을 중시했다. 그들을 막아냈던 것이 홍진호의 끊임없는 공격이었다. 이윤열과 서지훈의 시대에는 박경락이나 조용호처럼 난전을 잘하거나 후반을 도모하는 저그들이 득세했다. 최연성의 시대에는 박성준처럼 극도의 전투력을 갖지 않은 이상 후반까지 끌고 가 압도적인 운영과 고급 유닛의 활용을 극대화시킨 마재윤과 같은 스타일의 저그가 강력하다. 이제 다시 한동욱이 자신만의 컨트롤과 운영으로 저그를 압살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물론 그 자신이 보여주어야 할 것은 아직 많다.

테란이 저그를 끌어내고 저그는 테란의 트렌드를 다시 돌게 한다. 테란과 저그, 그들의 돌고 도는 숙명이 있으니 스타리그가 너무나도 즐겁다.
* 천마도사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6-2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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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Killer
06/06/24 02:56
수정 아이콘
정말 즐겁습니다!
클레오빡돌아
06/06/24 02:58
수정 아이콘
그래서 난 프로토스가 좋다... 강민이 좋다... (????????????? 응?) -_-a
06/06/24 02:58
수정 아이콘
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 시즌의 가장 멋진 매치업이라면 한동욱 선수 대 홍진호 선수를 꼽고 싶습니다. 인터뷰 때 조용호 선수가 이병민, 변길섭 선수와 연습을 했다고 하던데 두 선수는 한동욱 선수와는 또 스타일이 다르죠. 조용호 선수도 준비를 많이 해왔다는 게 느껴지긴 했었지만 한동욱 선수의 컨트롤과 운영에 막혀버린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4강 경기와는 별개로 전 오늘 결승전도 재미있었습니다. 각기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조용호 선수는 오늘 한동욱이란 산을 만났고 그 산이 거대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조용호 선수 잘했습니다. 그런데 한동욱 선수가 오늘은 그 위에 있었다고 여겨지네요.

p.s.
사실 한동욱 선수처럼 극적인 우승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재경기, 와일드카드전, 팀킬, 4강에 3저그 1테란. 경기수가 이번 시즌 어떤 선수보다 많았고, 점점 더 성장하더니 급기야 결승전까지 장악해 버리네요. 친구가 아주 예전부터 한동욱 선수를 천재라고 했는데 오늘 인정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서지훈, 이윤열 선수에 이어 한동욱 선수가 오늘 제가 생각하는 천재 반열에 올랐습니다.
모십사
06/06/24 03:08
수정 아이콘
오늘 저는 백두대간 경기를 가장 인상깊게 봤는데 초반 세개의 스캔으로 뒷 언덕 럴커 저글링 섬멸과 저그 본진 병력 피해를 준것, 그리고 11시 멀티 시도에 언덕 럴커와 멀티 럴커 도합 5마리를 잡아내며 멀티를 민것...
전율이었습니다.
뭐 많은 분들이 백두대간 경기를 한동욱의 압승으로 생각하시던데 제가 보기엔 한동욱이 아니었음 조용호 선수가 낙승했을 거 같습니다.
글루미선데이
06/06/24 03:11
수정 아이콘
어 진짜 글 멋지네요 추천 한번 누르고

진짜 주도권 말씀 동감100%입니다
저그가 뭐를 하겠다 마음먹고 있는데 컨트롤로 그걸 뒤엉키게 하니까 계속 끌려다니게 됩니다
드랍쉽이 이리날고 저리날고 저글링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각개분위기
거기다가 은근슬쩍 그러면서 탱크 적당히 갖춘 메인병력도 움직이고-_-
아마추어인생
06/06/24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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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컨트롤로 운영을 제압해버리는 스타일은 강민의 수비형 토스 스타일만큼이나 완벽함을 요하기 때문에 흉내내기 위험한 플레이라고 생각하네요.
과연 앞으로 테란선수들 저그전의 해법으로 그런 류의 바람이 불지는 두고봐야겠습니다.
한동욱 선수 같은 테란이 몇명 더 생긴다는 생각만 해도 덜덜덜하군요.
06/06/24 03:33
수정 아이콘
온게임넷에서도 한동욱 선수를 포스트 임요환이라 칭하지만 약간 다르더군요. 임요환 선수는 항상 전략적인 카드(일종의 심리전이나 수싸움이랄까. 임요환 선수의 굉장한 장점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를 넌지시 비치면서 당황하는 상대방을 향해 소수유닛간의 접전을 유도하고 또 그때마다 승기를 가져가는 스타일이라면 한동욱 선수는 소수유닛간의 교전에서 극강의 컨트롤을 이뤄내면서 그 자체를 전략의 한 카드로 사용해버리는...후아 진짜 마린 메딕이 군기가 바짝바짝 든게 이 선수야말로 감히 마이크로 컨트롤계의 지존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아케미
06/06/24 05:02
수정 아이콘
트렌드는 돌고 돈다…… 한동욱 선수가 처음 나왔을 때 제2의 임요환이라는 말을 달고 다녔는데 말이죠. 다시 컨트롤의 시대 도래? ^^
그나저나 글 정말 멋있습니다!
팬이야
06/06/24 06:00
수정 아이콘
컨트롤만큼은 제2의 임요환 보다는 제1의 한동욱이라고 불려야 될것 같습니다.. 완전 컨트롤 후덜덜.
06/06/24 07:25
수정 아이콘
예 완전 공감합니다. 오늘 같은 컨트롤이면 요즘 잘나가는 운영형 저그들은 암울할 듯...
체념토스
06/06/24 07:34
수정 아이콘
저는 한동욱 선수.. 그림자속에,.,.
박명수 선수가 보입니다.... 그또한 저그중 최고 컨트롤 유저이기에..

개인적으로 지금의 한동욱선수는........ 박명수 선수와 연습하면서 저렇게 된것이 아닐까는 생각을 합니다.

사기는 또다른 사기를 낳는다.
사라만다
06/06/24 10:02
수정 아이콘
여섯번째 왕자이기에 앞에 5왕자가 나올줄 알았는데 4왕자만 언급되어있군요 ㅜ.ㅜ
막시민리프크
06/06/24 10:42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면..요즘 다 컨트롤 지향 유닛이 많아진듯하네요
오즈의맙소사
06/06/25 00:04
수정 아이콘
트렌드는 돌고 돈다 공감합니다만은
그 트렌드의 강력한 기간이 테란은 엄청 길고 저그는 마니 짧네요.ㅠㅠ
v퍽풍v
06/06/27 12:44
수정 아이콘
와.. 대부분 공감입니다~ 이제 한동욱 선수가 얼마나 더 잘나가는 모습을 보여줄지가 흥미거리네요. 보통 이제까지 , 자기 시대를 갖은 테란들은 적어도 2번정도의 우승 아니면 그 정도치의 포스를 보여줬는데.. 아직 박명수같은 새로운느낌의 저그들과의 싸움이 완성된게 아니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경락마사지
06/06/28 03:18
수정 아이콘
5왕자는 누구죠?..휴가나와서 잘 모르겠네요.
CJ-처음이란
06/06/28 10:41
수정 아이콘
이병민선수아닐까요--..여기서도 묻히는건가요흐.. 맞나 저조차도 헷갈리네요
06/06/28 11:47
수정 아이콘
테란의 우승자는 여섯명이 있습니다. 임요환 선수, 변길섭 선수, 이윤열 선수, 서지훈 선수, 최연성 선수,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동욱 선수입니다.
한지니
06/06/28 17:44
수정 아이콘
정말 컨트롤은 최고입니다ㅡㅡb 하지만 제가 볼때는 컨트롤에 묻히긴하지만 한동욱 선수의 후반 운영은 상당히 좋아보였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의 드랍쉽... 적절한 멀티견제... 이런점들이 받쳐주기때문에 그의 컨트롤이 빛이 나는듯 싶네요
가람휘
06/06/29 17:48
수정 아이콘
아.... 조용히 아주 조용히.....변길섭선수..
아르바는버럭
06/06/29 20:14
수정 아이콘
요새는 임요환 선수보다 한동욱 선수가 임요환 같습니다.
EpikHigh-Kebee
06/06/29 21:17
수정 아이콘
스타리그가 너무나도 즐겁다... 정말 즐겁습니다. 이런말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06/06/30 02:2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돌고 돈다, 이 맛에 스타리그 못 떠납니다.^^
Den_Zang
06/07/04 11:48
수정 아이콘
압도적이어서 더 즐거운 결승전 ~ ㅡ_ㅡ~ 테란빠는 아이좋아~ *-_-* ~
한동욱 선수는 Vs 저그전에 있어선 임요환 선수와 더불어 최강 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테란 이죠 ~ 언제였던가요 MBC 서바이버 리그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투신 박성준 선수와 루나 대접전은 정말 후덜덜 이었습니다.. 그 당시 박성준 선수의 Vs 테란전 능력을 감안했을때 한동욱 선수의 저그전은 그때부터 벌써 완성형 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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