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리그1이 처음 출범했을 무렵에는 필자는 워3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 무렵이 고3이라는 참 압박스러운 그런 기간이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수능이 끝나고, MW.com의 과거 읽을거리들을 읽기 시작을 했다.
지금도 이름이 있는 선수들, 루팡나엘이라 불린 구영롱 선수, 내 기억이 맞다면, 구름나엘이라 불린 정동국 선수(물론, 뒤에는 엘리전의 달인이라는 별칭이 더 많이 알려지고, 실제로 그런 재능을 보여주었지만.), 당시에는 정말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실력자임에는 틀림없는 이재박 선수.(쓰고 보니, 다 나엘이네.....쩝.) 등등 해서 굉장히 흥미가 있었다고 해야할까. 당시 언데드의 희망봉인 오정기, 최원일 선수의 이름도 정말 눈에 띄었고, 실제로 오정기 선수의 비쩍 마른 모습이나, 최원일 선수의 패기 넘치는 모습이 인상에 계속 남는다.
뭐, 당시에 인상에 남는 선수가 또 하나 있었다.
두건을 쓴 모습에, 설명도 굉장히 파격이라면, 파격으로 다가온....
사파나엘의 거장, 이수혁. 지금의 이야기는 그를 위한 이야기이다.
불행히도, 그의 경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필자가 워3 세계에 빠질 무렵에는 엠겜의 VOD는 다 과거의 추억으로 사라졌다.
운 좋게, 이중헌 선수와 이형주 선수의 경기는 재방으로 해 줄 때, 살짝 보기는 했고,
CTB1 결승의 그 전설적인 역전도 보았지만, 그걸로 끝이다.
구울로 아바타를 때려잡았다는, 오정기 선수를 말할 때 항상 언급이 되는 바로 그 경기도 보려고 마음을 먹을 때는, 이미 전설만 되어 떠돌고 있는 것이 상황이었으니, 이수혁 선수가 자신의 방송리그 경력 가운데 상당수를 장식한 MBC게임에서의 모습은 거의 찾기가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지금 현 시점에서 그의 경기를 VOD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없다.
온게임넷은 예전 VOD가 다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의 온게임넷 성적은 정말 별로다.
추승호 선수와의 한빛소프트배 온게임넷 2차리그 16강 세 경기.
유승연 선수와의 슈마배 온게임넷 프로리그 1R 경기.
그게 다다.
추승호 선수와의 경기에서 한 판 이긴 것을 빼면, 다 졌다.
그의 매력을 볼 수 있는 경기는 지금 불행히도, 그 수단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필자의 워3에 관한 지식이 부족해, 당시 그가 사파나엘의 거장으로 불렸던 시절의 그 수단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다만, 사파라는 용어에서 분명, 기존의 체제와는 다른 어떤 것임을 알 수는 있다.
워3도 확팩과 이전 오리지널이 다르고, 패치에 따라 또 달라지는 것이기에,
그 당시의 체제와 지금의 체제가 같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하튼 당시 기사에는 건물, 드라이어드, 키메라등 특이한 조합을 사용한다고 그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당대의 정석인 선데몬과 같은 체제를 자주 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인 모양이다.
(사실, 이런 것은 직접 VOD를 보고,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가 능력을 보였던 엠겜의 VOD가 없으니..... 쩝.)
필자의 견해로는 정파가 어디 있고, 사파가 또 어디 있는지, 그러니까 그 것을 구분하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어찌 되었건 그의 경기 스타일이 정석을 벗어나는 그런 유형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개성이 있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그의 첫 출전은 겜비씨 2차리그의 출전이다.
당시 전 대회 3위를 차지한 박외식 선수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며, 그는 화려하게 등장을 했다. pgr에 올라온 장재혁 PD의 글을 보면, 선키퍼와 드라이어드의 운용이 뛰어난 배일에 가려진 선수로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그를 일컬어, 사파나엘의 거장이라고 표현하는 것일까.
『 데몬헌터와 2개의 에인션트 오브 워에서 생산되는 헌트리스와 전진 문웰을 바탕으로 한 파워 푸쉬. 그러나 이수혁 선수의 카드는 방송 경기 사상 최초로 등장한 선 프리스티스 오브 더 문. 그리고 빠른 멀티. 프리스티스 오브 더 문의 게릴라로 시간을 버는 동안 박외식 선수의 강력하며 숨막히는 푸쉬를 영웅 2기와 단 2개의 강력한 유닛 '에인션트 오브 워'만으로 차단. 박외식 선수의 푸쉬가 막히기 시작한 시점에서 생산되는 다수의 드루이드 오브 더 탈론. 그리고 사파 나엘의 거장 이수혁 선수의 정석 나엘의 거장 박외식 선수로의 카운터 어택의 시작. 에인션트 오브 워를 동반한 탈론의 러쉬, 그리고 멀티 지역에서 생산된 키메라. 완벽하게 준비되고 짜여진 이수혁 선수의 '사파식' 전략과 빌드오더에 정석과 파워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그동안 언더그라운에서 웅크려 있던 또다른 나이트 엘프의 거대한 흐름이 유입되는 역사적 순간. 사파 나엘의 거장, 브레인 오브 나엘 이수혁 선수의 자신감 가득한, 새로운 시대를 향한 나이트 엘프 또다른 거장의 여유로운 승리. from 장재혁』
여하튼, 첫 경기의 데뷔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음 경기에서 이 대회 최대의 파란 중의 하나였던 임준영 선수의 운영에 말리며, 패한다. 장재혁 해설의 글에 따르면, 셰퍼의 활용에 실패하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였다고 나와있는데....(이것도 사파의 흔적이라면, 흔적인 것인가....)
패자조, 그는 박외식과의 리턴에서 대 혈전끝에 승리한다.
키메라를 의식한 박외식의 온리 아처 전술을 상대로 워(당시 워는 그냥 건물이 아닌, 공격 병기였으니....)와 키메라의 조합, 프문의 스타폴을 활용하며 승리를 거두었다. 그의 이른바 사파적인 전술은 여기서 다시금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는 다음 경기, 오창정과의 경기에서 1경기를 내주고, 2,3경기를 잡으며 승리한다. 오창정의 자멸이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의 나엘이 위력을 발휘한 것이기도 한다. 그의 항해는 그의 승자조 잔류를 막은 임준영에게 다시 3:1로 패하며,(1경기를 잡고 내리 세 판을 패배.) 멈추게 된다. 이렇게 리그를 마치며 그는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그 다음이 조금 시간이 걸렸던 것이 사실이지만....
CTB1 ReX의 일원으로 그는 2승 2패를 기록한다.
뭐, Saint와의 경기에서 2승 1패로 클랜의 3:2 승리를 이끄는 역할을 했지만...
WeRRa와의 PO에서 임효진의 러시를 저지하지 못하며, 결국 임효진의 역올킬을 허용하게 되었으니, 그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CTB 경기에 참가한 그런 상황이 되었다.
CTB에서 아주 많이 나온 것도 아니었고, ReX의 일원이 다소 분산되어 있었던 점도 있었기에, 여기서는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 이 무렵에 온게임넷 2차리그에도 예선을 통과하지만, 뭐.... 1:2로 추승호에게 패하며 탈락. 그게 온게임넷 개인리그와 그와의 유일한 인연이라고 보면 맞다.
프라임리그1
오랜 공백을 깬 개인리그.
그 상황에서 그는 예선을 통과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래서 초유의 재예선으로 이어진(일부 경기에서 맵이 조작되어 쓰여진 것으로 알고 있다.) 상황에서 그는 처음 1차에서도 통과를 했고, 두 번째에서도 무난히 통과를 한다. 당시, 군대를 앞두고 마지막 불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소개가 나왔는데....
(참고로 1차 예선에서는 김동문 선수를, 두 번째는 김병수 선수를 눌렀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입대는 꽤 미루어지게 된다.)
첫 경기, 당시 샤닥체제를 선보이고, 샤닥의 황제라 불린 박남규 선수에게 패했다.
두 번째, 거만 휴먼, 올킬 청부업자 차순재를 제압하며, 상황을 반전시켰다.
하지만.... 당대 제 1의 나엘 임효진의 벽을 결국 넘지 못했다.
프라임리그1의 마지막이 되었고, CTB1 PO에서 임효진에게 지며, 팀의 진출 실패가 나오게 된 그 상황이 다시 재연이 되었다.
(경기 양상에 대한 글이 없는 것은 VOD를 보지 못해서라는 점을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그는 사실상 자신의 게이머로서의 경력을 마치게 되었다.
(GO 소속으로 프로리그에 출전한 것, hello apM WEG에서 Plus의 코치겸 선수로 엔트리에 등록된 경우도 있지만, 사파나엘의 거장, 이수혁이 일세를 풍미하고 이름을 날린 것은 PL1이 마지막이라고 보는게 맞는거 같다.)
사파나엘.
정파건 사파건, 경기를 이기는 것은 자신의 결단력, 힘이 아닐까.
그 힘을 보여준 선수, 여전히 그 독특함과 스타일리스트적인 면이 아직도 기억하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기억이라는 것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 생각에 잠기게 하는 힘을 만든다. 그의 독특함, 당대의 정석을 파괴한 그 역량과 힘. 그것이 그를 기억하게 하는 이유는 아니었을지, 그가 쓴 두건이라는 것도, 그의 파괴적인 모습에 비하면, 오히려 작고 적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파격의 미. 그리고 이를 통한 또 다른 승리의 미.
비록 아주 경기의 성과는 높았던 선수는 아니었을지라도, 그는 기억할 가치가 있는 선수다.
Asuka라는 이름. 이수혁이라는 그 이름.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ps. 다음 편은 황연택 선수, 그 다음은 전지윤 선수를 쓸 까 하는데... 괜찮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