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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6/27 18:50:28
Name zeros
Subject Mr.Waiting - 5
지은이는 나와 이어폰을 나눠 낀 채 잠들어 있었다. 나는 버스 앞 쪽에 설치된 TV를 보고 싶었지만,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 날 스키장으로부터 돌아오는 셔틀버스 안에서 지은이는 잠결에 내 손등을 건드리는 손가락의 온기로, 숨소리로 다시 나를 일깨웠다.
그 날 이후, 그녀는 내 생활의 중심이 되어갔다. 전화기 속 메세지 함은 점점 그녀의 메세지들로 가득 찼고 스케줄러엔 그녀와의 약속들로 가득했다. 그 때 우린 무슨 할 말들이 그토록 많았던 걸까. 한 여름의 후텁한 바람에도 시리던 왼쪽 명치께의 구멍은 남음 없이 막혀갔다. 그녀가 없을 때 난 채움을 갈망했고, 그녀가 함께 할 때 갈망은 해소되었다. 설명은 할 수도, 할 필요도 없었다. 꿈같은 현실을 이성적으로 바라보기엔 내가 너무 행복했으니까.
딱 나의 행복감 만큼의 빠르기로 흘러간 듯한 시간은 겨우 찾아온 나의 행복의 시간을 억지로 접어버렸다. 나의 입대를 이틀 남긴 날, 그녀를 비롯한 3명의 친구와 술을 마시던 나는 먼저 들어간 그녀에게 고민 끝에 전화를 걸었다. 술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에게 내 마음을 또 다시 보여 준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여보세요..?"
"응"
"잘 들어갔니?"
"응. 좀 전에 들어왔어."
"그래."
"응."
"..."

입 밖으로 토해버리고 싶은 말들이 막힌 가슴과 부딪혀 형용하기 힘든 고통을 만들어냈다.

"음.. 있잖아."

난 술을 마셨고, 어느정도는 취해 있는 게 맞았다. 그러나 그녀와 통화하는 시간동안 머리는 점점 차가워졌고 그 한두달 남짓한 재회의 시간동안 느꼈던 것의 거의 모든 것을 그녀에게 말할 수 있었다. 핸드폰은 나의 마음을 안다는 듯이 하고픈 말이 거의 다 전달되었을 무렵 배터리의 방전을 알리며 전원이 꺼졌다. 그 날 새벽, 핸드폰을 충전할 생각 따윈 잊은 채 난 취해갔다.



벌써 며칠 째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모든 연락이 두절되는 훈련소의 한 달 가량 되는 시간 속에 난 소중함의 의미를 배울 수가 있었다. 왜 우정의 무대에서 그들이 어머니를 그토록 외치는 지도.

"준오형, 여자친구랑 통화했어요?"
"아아.. 너는?"
"씨발 그 년이 전화하지 말래요. 형 혹시 담배있어요?"
"아니, 없는데.."
"네, 그럼 저 먼저 올라가요."

지은이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나를 발견한 동기들은 나 대신 그녀를 나의 애인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녀와의 긴 이야기를 들려주긴 번거로운 일이었고, 굳이 부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훈련소를 수료한 뒤, 의경으로 입대를 한 나는 경찰학교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다. 훈련소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전화사용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조금 가벼워 졌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아닌 안내 메세지가 들릴 때마다 난 얼어붙는 듯 했다. 조금씩 전화를 거는 것 마저 두려워 지기 시작했다. 그녀와 단절 된 현실 속에 난 어쩔 수 없이 제멋대로 그녀를 상상해버리고 그것을 믿어버리고 있었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녀라면 이런 식으로 나와의 인연의 줄을 끊지는 않을 거란 믿음. 그것만이 그 현실의 불순물이었다.
지은이와의 입대 후 첫 연락은 중대 전입을 받고도 3주 정도 지난 후였다.
나의 첫 휴가 날짜를 전해들은 날.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알리기 위해 들어갔던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였다. 그 동안의 연락 두절 때문이었는지 그녀의 목소리를 듣길 간절히 바라면서도 그럴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 그 딜레마 속에서, 바뀌지 않은 컬러링을 깨고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여, 여보세요?”
“으응.”

마치 그저께도 통화한 듯이 아무런 동요 없는 그녀의 목소리에 언젠가 이야기 하게 되면 하려 했던 원망과 투정의 말들은 사라져 버렸다. 내 목소린 그녀를 따라 밝아져 가고 있었다. 이 아이는 도대체 무슨 힘으로 날 이렇게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는걸까.

“나, 다음 주 수요일에 나가.”
“아 정말? 나 그 날 시험 끝나는 날인데. 타이밍 완전 좋은데?”
“아 진짜? 잘됐네.”

서먹함이나 어색함 따윈 없었다.

“나 그날 시험이 3시 정도에 끝나. 근데 어디 가려구?”
“음. 내가 사실 가고 싶은 곳이 있었어.”
“그래? 어디?”

난 왠지 모를 쑥스러움에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

“음… 그… 놋대월드…”
“뭐?”

그녀는 나의 대답이 예상외였는지 소리내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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꼽사리
10/07/05 22:05
수정 아이콘
저..저도 .. // 잘봤습니다..
제티마로
10/07/06 01:40
수정 아이콘
아무리봐도 실화같은데 말이죠~ 잘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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