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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6/17 18:54:53
Name i_terran
Subject [소설] 불멸의 게이머 22화 - 허무를 말하지 않은 자
[소설] 불멸의 게이머 22




22  허무를 말하지 않은 자




병원으로 옮겼지만 마르두크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건호는 아직도 마르두크의 손을 잡고 있었다.
건호가 도저히 마르두크가 죽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표정을 보이자. 의사가 말해주었다.

“마력을 과도하게 사용한 거야.”

건호는 의사를 올려다보았다.
건호는 의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의사는 건호의 표정을 보고 설명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원래대로면 마력사용이 한참 전에 끝나야 하는데
스스로 그 제한을 없애는 불법시술을 받고나서 생명력이 완전히 망가지도록 계속해서 마력을 썼어.
여기서 인간은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돼. 그런데 이 친구는 그렇게 했어.”

건호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대체 왜 그랬던 거죠?”

그러나 의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마르두크의 얼굴을 흰 천으로 덮었다.
건호는 믿을 수 없었다. 건호는 아직까지 온기가 따듯한 마르두크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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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온기가 빠져나가고 차가운 손이 되었다. 이제 그것은 마르두크의 손이 아니라 시체의 손이었다.
식었다.
건호는 계속해서 그 손을 잡고 있었는데 마르두크의 손은 건호의 손 안에서 시체의 손으로 식어버린 것이다.
이제 건호의 손까지 얼어붙게 만들 정도로 차가워졌다. 그러자 의사가 와서 말했다.

“그만 가게나. 지옥에서 이렇게 곱게 죽은 건 오히려 다행이야.”

아나이스는 건호의 어깨를 끌어 당겼다. 그러자 건호는 일어섰고 자신이 잡고 있던 것을 놓았다.
마르두크의 손이라고 불렸던 그것은 물건처럼 ‘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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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가운데에도 건호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울지도 않았고 슬퍼하지도 않았다.
아나이스도 역시 아무 말도 없었고 건호의 그 행동에 동참했다. 둘은 집에 돌아왔지만,
서로 벽을 나눠 기대고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먼저 말을 꺼낸 건 아나이스였다.

“화장을 부탁했어. 시간이 지나서 찾으러 가야 할 거야. 우린 마르두크의 유족이니까.
당연한 얘기지만 그 녀석 아무런 연고도 없었던 것 같아. 우리 말고는...”

가까스로 아나이스는 건호에게 말을 건넸지만 건호는 듣고 있지 않았다.
아나이스는 건호가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건호는 나직하게 말했다.

“마르두크가 나한테 준 핸드폰... 안 켜져.”

아나이스는 건호의 곁으로 다가가 그 핸드폰을 살펴보았다.
일회용 폰이기 때문에 배터리 재충전의 한계가 일찍 와버린 것 같았다.
꺼진 핸드폰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건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말했다.

“이렇게 끝나버린 거야”
“......”
“갑자기”

건호는 그제야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마르두크가 준 핸드폰 위로 눈물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왜 슬프지 않지? 왜 눈물이 안나...? 왜 난 울지 않는 걸까...? ...
친구가 죽었는데... 아무 말도 못하고... 죽었다고 하는데... 왜 난 눈물이 안나...”

건호는 흐느끼면서 말했다.

“하나도 슬프지 않아... 전혀... 대체.... 왜 이러는 거야.”

건호는 고개를 숙였다. 이제 건호는 어깨까지 들썩거리며 울고 있었다.
아나이스는 건호의 어깨를 잡아 죽었다. 아나이스가 건호에게 말했다.

“너 지금 울고 있어.”

건호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지금 우는 건... 슬퍼서가 아니야. 믿을 수가 없어서야....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

건호는 이미 대성통곡하듯이 완전히 울며 말했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아무것도 남지 않아...... 이렇게 이렇게.... 그냥 거짓말처럼 죽을 수 있는 거야?”

아나이스는 건호의 어깨를 잡고 건호를 꽈악 안았다.
아나이스의 안에서 건호는 계속해서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그러나 아나이스는 울고 있지 않았다.

----

달은 카르마의 근처에 걸려 있었다.

건호는 잠들어 있었다.
아나이스는 잠깐 옥상으로 나왔다. 아나이스에게 바람이 차갑게 느껴졌다. 아나이스는 허공을 대고 말했다.

“바보야. 사람이 죽는 게 허무하지 않다고... 누가 그런 말을 했어?”

아나이스는 누군가에게 말하듯이 얘기했지만 그 말을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아나이스는 고개를 숙였다.

----

다음날 아침.
아나이스는 건호가 아직도 마르두크가 준 핸드폰을 잡고 정신이 나가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자 아나이스는 건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했다.

“일회용 폰이라서 배터리가 끝났을 거야. 내가 맡겨서 수리해 줄게.
그러면 다시 쓸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맡겨줘.”

라면서 아나이스는 건호에게서 마르두크의 폰을 온건히 받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건호는 계속해서 표정도 바꾸지 않고 시선도 바꾸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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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며칠이 지났고 마르두크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아무 일 없듯이 평안하게 돌아갔다.

“그랬군.”

소식을 들은 아마트라는 이처럼 간단하게 마르두크의 죽음을 정리했다.
그리고 아마트라는 덧붙였다.

“마르두크가 죽은 건 의사말대로 그냥 과도한 마력 사용 때문일 거다.
여기선 그런 경우가 가끔 있다. 히로스의 스킬인 <기억소거>와는 관련이 없다.
그러니 건호 너는 히로스와 경기할 때 그 점은 걱정하지 말아라.
지금은 히로스를 이기는 게 시급하니까. 연습상대도 구해야 할 거고...”

아마트라는 마르두크의 죽음엔 아무런 가치도 두지 않고 있었고 다가오는 건호의 경기를 걱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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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3회 헬게이트 토너먼트

4강 더블엘리미네이션 시리즈
제 1경기 마혼 vs 엑스투스 5전3선승

마르두크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건호는 아나이스 아마트라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
아나이스도 건호가 괜히 집에 있다가 더 우울해진다고 생각해
건호가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설득했고 건호도 그것에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사실 건호가 저항을 하지 않은 건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건호야 음료수 뭐 먹을래?”
“......”
“건호야...”
“......”

건호는 마치 정신이 나간 듯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어떤 일에도 부정하거나 긍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

건호가 경기에 전혀 집중하고 있지 않았지만 4강시리즈 1경기 마혼과 엑스투스의 경기는 시작되었다.
건호도 경기결과에 당연히 관심을 안 가졌고
이곳에 온 사람들도 당연히 마혼이 엑스투스를 이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역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경기는 그들의 무관심을 부정하듯이 예상과 다르게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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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et 엑스투스가 초반 아주 매끄럽게 더블커맨드를 시도했고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던 것이다.
엑스투스가 1배럭 더블을 성공하고 나서도 배럭과 팩토리를 무난하게 늘려가는 순간까지 마혼의 공격은 없었다.

“마혼 선수 더블커맨드한 엑스투스 상대로 아무 견제도 안하고 있습니다. 그냥 놔두는 것일까요?”
“이건 글세요.... ”

인과관계도 없이 갑자기 일어난 변화를 논리적으로 인지하는 것은 어렵다.
그런 일이 너무나 드물기 때문이다. 그 드문 일이 지금 일어났다.

“뮤탈리스크로 그래도 한번 찔러보는 마혼...... 아.... 그런데..”
“음... 뮤탈리스크가 때리기도 전에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좀 이상하군요.”
“엑스투스 선수는 거침없이 멀티 늘려갑니다.”

이제는 해설자들은 분명히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전의 논리대로 인과 관계가 발견되지 않아도 계속해서 이변이 일어나면
이제부터는 역으로 새로운 논리를 잡아가며 인과관계를 찾기 시작한다.
그 이변의 정체를 파악하기엔 생각하기엔 아직도 단서와 인과관계가 부족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런 인식도 너무나 늦었다.

“....540...880...0... 712....0....0... 687...0...”

아마트라는 엑스투스의 능력치 측정의 수치가 정상적이지 않음을 인지했다.
수치가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일반 관객들도 분명히 변화를 인지할 수 있는 거대한 흐름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저그의 모든 유닛을 모았습니다. 궁극의 무적 조합... 강력합니다.”
“자 무적진용 테란의 모든 멀티를 하나하나 다 쓸어버리면서 역전을 하나요?”
“아닙니다.”
“......”
“......”
“무적진용 전진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 타이밍부터 시류의 변화에 빨리 적응하지 못한 해설자들에게 응징이 일어나듯 엑스투스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엑스투스 선수의 엄청난 물량... 퍼붓고 있습니다.”

이미 5군데 멀티를 가져간 엑스투스는 그 모든 지역에서 배력과 팩토리를 짓고
사방에서 물량을 폭발시키며 무적진용을 완성한 마혼의 주병력에 공세를 가하고 있었다.

“죽어도 죽어도... 계속해서 보냅니다. 무적진용 서서히 뒤로 후퇴... ”
“사방에서 해일처럼 밀려오는 물량.... 쉬질 않습니다....”
“이건 마치 일부러 물량을 보여주려는 듯이...”

변화의 양상이나 속도는 사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의 인지 능력과 관계없이 일어난다.
보는이가 그것을 인정하건 인정하지 않건 변화는 일어나고 그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도저히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거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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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들이 변화를 인지하는 순간 경기는 끝났다.

“엑스투스 선수 갑자기 강력한 경기력으로 마혼 선수에게 마지막 GG 받아냅니다.”
“도데체 어덯게 된 일인지 알 수 없군요.”
“계속해서 똑같은 빌드오더 그러나 막을 수 없습니다.”
“대단합니다...”

아마트라도 놀랐다. 이제 능력치 측정기의 수치는 신경쓰지 않고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마트라는 말했다.

“뭔가 있어. 조사를 해야겠군... 건호 넌 어떻게 생각해?”
“......”

아마트라는 건호의 대답을 원하고 혼잣말하듯이 물었지만 건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표정의 변화 없이 경기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그러나 아마트라의 다급한 질문에도 건호는 반응을 하고 있지 않았다. 아나이스가 툭치며 건호에게 말했다.

“건호야!”
“아...”

건호는 그제야 대꾸했다. 그러나 스스로 무엇에 대꾸하는 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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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3회 헬게이트 토너먼트

4강 더블엘리미네이션 시리즈
제 1경기 마혼 vs 엑스투스

엑스투스 3:0 승리
엑스투스 승자전 진출.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고 모두가 놀란 경기결과였다.
그러나 승자인 엑스투스는 언제나처럼 ‘운이 좋았다’고 말할 뿐이었다.
엑스투스의 게임 능력치엔 변화가 없었고 스킬도 여전히 +1인 상태로 바뀐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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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사실에도 건호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
아마트라는 그것이 걱정스러웠다. 경기장 밖에서 아마트라는 심각한 얼굴이라고 상대가 알아 볼 수 있도록 건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시선을 돌려서 아나이스에게 말했다.

“이봐, 아나이스 건호를 잘 부탁해.” ”알았어.“

아마트라는 다시 한번 건호에게 뭔가 말하려 했지만. 건호의 표정을 보고 스스로 포기하고 그냥 돌아섰다.
아마트라가 사라지자 아나이스는 건호에게 말했다.

“건호야.”
“......”

사실 아나이스로서도 건호의 정신을 찾아줄 무슨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건호는 그냥 계속해서 그 상태였다. 아나이스는 건호의 손을 잡아끌면서 말했다.

“건호야. 가자.”
“잠깐”

의외의 말에 아나이스는 놀랐다. 그런데 그건 건호가 한 말이 아니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시게.”

건호와 아나이스 사이에 누군가가 끼어들어서 말하고 있었다.
아나이스가 고개를 돌려보니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과 건장한 덩치가 건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나이스는 알 리 없었지만, 그는 바로 말콤 박사와 그의 부하 덩치였다.

“내 이름은 말콤박사. 건호 선수의 팬이오. 우연히 건호 선수와 만난 적이 있는 구면인데...”
“아.... 네 그러세요?”

아니이스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도 그랬지만 부정할만한 근거도 없었다.
건호가 그 사람을 모른다고 말해야 판단을 할 수 있겠으나

“......”

그러나 건호는 변화가 없었다. 그래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말콤 박사는 건호의 옆으로 와서 건호에게 말을 걸었다.

“......”
“뭔지 모르지만 임건호 선수 굉장히 고민이 많군.”
“......”
“슬퍼하지 말라고. 네가 죽어서 이곳에 왔을 때도 누군가 슬퍼했을 거야... 지금 네가 슬퍼하는 것처럼.”

그 말을 듣고 건호는 고개를 서서히 돌렸다. 말콤 박사는 말을 이었다.

“그 표정으로는 너를 응원하는 사람을 슬퍼하게 하니까, 이제 그만 슬퍼해”

아나이스는 건호가 처음으로 무슨 말에 반응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리고 왠지 말콤 박사가 생각보다 건호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나이스는 뭔가 물어보려 했지만.

“그럼 이만.”

라고 짧게 인사하며 말콤 박사는 부하처럼 보이는 덩치와 함께 사라졌다.

“뭐야 저 사람들...”

일단 아나이스는 자신도 아마트라도 하지 못했던 건호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이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또 하나 아나이스는 말콤박사가 악마인지 인간인지 잘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아나이스 이제 마력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그런 것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아나이스는 살짝 빈정이 상했지만 건호가 바뀌고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건호야 가자.”

건호의 손을 잡아끌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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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두크의 부재로 인해서 별달리 연습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아나이스는 건호를 일찍 재웠다.
지금은 연습도 중요하지만 건호의 컨디션 조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건호가 잠에 든 것을 확인하자 아나이스는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아나이스가 달빛과 도시의 불빛이 섞인 옥상으로 나오자 소리가 들렸다.

“건호는 어떤가?”

라데온이 어느새 나타나 아나이스와 얘기하고 있었다. 아나이스는 말했다.

“괜찮아질 거예요. 아마.”

아나이스는 자신 없이 얘기했고 라데온도 크게 신용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다음 말을 이어갔다.

“테러조직의 선수가 누군지는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런가요?”
“그런데 그 녀석들이 하는 일이 모두 합법적이라 막을 수가 없다. 역테러를 하기도 힘들다.”
“그렇군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녀석들의 우승을 막는 건데... 할 수 있는 건 건호밖에 없다.”

아나이스는 속으로 이를 깨물었다.. 거기엔 책임감과 중압감 등이 묻어났다. 라데온은 말을 이어갔다.

“히로스를 이기면 건호가 그들을 저지할 수 있을 거다.”
“건호가 히로스를 이길 수 있나요?”
“고비가 될 거다. 히로스는 고집이 센 녀석이라서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그러니 각별히 건호를 부탁한다.”

아나이스는 납득하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라데온을 보고 말했다.

“저기... 라데온님...”
“뭔가...?”

아나이스는 라데온에게 말을 건네려 했다. 하지만 실제론 시원스럽게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라데온은 아나이스에게 한 걸음 다가와 아나이스의 턱선을 가볍게 훑었다.

“불안해하고 있군. 이젠 마력이 사라져서 완전히 인간이 되었으니...”

라데온은 자신의 손을 다시 자신의 몸으로 거둬들이고 말했다.

“걱정마라. 잘 될 거다.”

그러나 라데온의 그 말은 확신에 찬 어조라기 보다는 상대를 진정시키기 위한 말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말하고 라데온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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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3회 헬게이트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

4강 더블엘리미네이션 시리즈
2경기 임건호 vs 히로스 5전3선승

지난 4강전 1경기에서 엑스투스의 예상 못한 승리는 사람들을 설레게 했던 것 같다.
오늘 4강 2경기에서는 아주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입장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쨌든 퓨어휴먼인 건호와 전대회 우승자이자 3연속 우승자인 히로스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건호의 뛰어난 경기력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히로스의 스킬이 만나 어떤 경기를 만들어낼 지 사람들은 궁금해 하고 있었다.

아나이스도 이런 분위기를 느끼자 스스로 흥분을 했다.
지금 비록 건호의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지만 어떻게 해서든 건호의 기를 북돋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나이스는 경기를 준비하는 건호에게 하이톤으로 물었다.

“건호야!?”

건호는 아나이스를 돌아보았다. 아나이스로서는 놀라웠다. 건호가 이제 타인의 말에 반응하고 있었다.
그러자 아나이스는 용기를 내서 건호에게 물었다.

“건호야. 오늘 작전은 뭐야?”

아나이스는 건호의 상태가 궁금했다.
아나이스는 건호가 어떤 표정과 어떤 눈빛을 지닐 때 게임을 했을 때 이기는지 알고 있었다.
건호가 언제나 보여주었던 차분함을 다시 보여주길 지금 아나이스는 기대하고 있었다.
그라고 건호는 그 기대에 부응하듯 차분한 표정으로 그 말에 대답했다.

“우선 1set는 동향 파악. 충분히 시간을 끌면서 상대 스킬의 정체를 우선적으로 파헤친다. 일단 그거야.”

건호는 말했다. 아나이스는 놀라웠다. 건호가 다시 정신을 차린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것으로는 아직 아나이스는 안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나이스는 사실 물어보면 매우 불편해질 수도 있지만 궁금해서 견딜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질문을 했다.

“괜찮아. 너?”
“......”

건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 후 그 말에 대답으로 대체 될 수 있는 말을 했다.  

“괜찮진 않아. 하지만. 나를 위해서 연습해준 마르두크를 위해서 지지 않을 거야.”

건호는 아나이스를 안심시키기 위해 확고하게 말하고 있었다.
아나이스에게도 건호의 그 의도가 분명히 전달되었으므로 자신의 생각도 전했다.

“믿을게...”

아나이스의 말에 건호는 담담히 웃으며 손을 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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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진이 경기 시작 직전의 멘트를 날리고 있었다.

“자 퓨어휴먼으로서 스킬은 전무한 상태로도 4강에 오른 임건호 선수. 그동안 오직 순수한 게임 능력치와 전략으로만 승리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상대는 만만치 않습니다. 히로스 선수의 스킬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히로스 선수의 <기억소거>는 경기 직후 게임의 내용을 모두 기억에서 삭제해 버리는데
그래서 선수들은 히로스 선수의 능력이 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시 히로스 선수 강력합니다. 스킬은 유니크 +3. <기억소거>를 제외하고 나머지 2가지 스킬은 전혀 알 수가 없군요.”

“임건호 선수로서는 과연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을까요?”

“오늘 히로스 선수는 맵에 따라서 저그도 병행해서 플레이합니다. 첫set 저그 선택했습니다.”

“자 임건호 선수는 그에 맞춰서 첫set 테란을 선택했군요.”

"자 경기 시작합니다.“

5...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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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건호 7시 테란 히로스 1시 저그
맵은 신백두대간, 경기가 시작되었고 건호는 게임이 시작하자 우선 최우선적으로 중요한 일을 했다.

‘나 자신의 상태를 체크한다.’

각성제를 복용했지만 그것으로 안심할 수 없었다.
건호는 일단 자신의 상태에 문제가 없는지 체크해보았다.
히로스의 스킬은 어떤 형식으로든 상대 경기력을 저하시킨다.
그 원인을 찾기 위한 것이다. 그 일꾼나누기 완벽.
부대지정을 이리저리 바꾸며 정신을 잃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서 SCV로 조금 빠른 정찰을 보냈다.
첫세트 충분히 맞춰가며 상대가 어떤 스킬을 사용하는지 꼼꼼히 파악하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
그리고 상대의 빌드오더를 파악했다.

‘빠른 스포닝은 아니다. 2번째 해처리. 그런데...’

12드론 더블이 아니라 트윈해처리를 했다. 건호는 이상했다.
테란 상대로 왜 12드론 앞마당이 아니라 트윈인가? 그 저의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히로스가 곧 가스를 빨리 채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스포닝풀을 지으면서 앞마당 해처리.

‘이런 말도 안되는 빌드오더를’

건호는 아직 자신의 판단이 멀쩡하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과거 히로스의 빌드오더를 살펴보았다.
분명히 히로스의 오늘 빌드오더는 특히 더 이상했다.
너무 이상해서 상대가 돈을 얼마나 남기면서 플레이하는지도 짐작이 가지 않을 만큼 이상했다.

‘난 일단 일반적으로’

건호는 마린을 최대한 줄이고 앞마당에 더블커맨드를 시도했다.
그리고 앞마당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진 라바에서 무엇이 나오는지 철저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상대 라바에선 이후에 드론만 왕창왕창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건호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자신의 앞마당에 다른 색깔이 보이고 곧 붉은 어택메세지가 떴다.

‘공격받고 있어.’

건호는 재빨리 스페이스바를 눌러 화면을 돌렸다. 자신의 앞마당 앞에서 2마린이 드론 2마리와 싸우고 있었다.

‘으아아악’

건호가 마린을 빼서 컨트롤을 하려는 순간 마린은 2마리가 모두 죽어버렸다.  

‘뭐?’

건호는 어이가 없었다. 설마 드론으로 공격을 해올 것이라고 생각도 못해서 놀랐지만
그것보다 드론 2마리가 마린을 모두 잡아버린 것이다.
아무리 미니맵을 늦게 보고, 마린 컨트롤이 늦었다고 해도 드론 2마리에 마린 2마리가 갑자기 죽어버린 것.
그런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 드론2마리는 앞마당 SCV도 2마리를 더 잡고서야 죽었다.

‘뭔가 이상하다. 이건 드론이... ’

건호는 거기서부터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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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시야가 돌아왔다.
건호는 자신 앞에 있는 화면이 보였다. 건호는 자신의 동체시력으로 놓치지 않았다. 아주 순간적인 화면이었다.

Quit game
End mission

건호는 지금 게임에서 빠져 나온 것이었다.

“뭐야....”

건호는 지금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파악이 되지 않았다.
건호의 앞에는 황망한 게임 대기 화면이 그를 맞이하고 있을 뿐이었다.
주위가 시끄러웠다. 부스의 방음시스템이 방금 꺼졌다. 그리고 중계진의 소리가 건호에게도 들려왔다.

“과연 히로스 선수!!! 대단합니다.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겁니까?”
“게임 시간 17분!! 히로스 선수 저그의 모든 유닛을 한 번씩 보여준 것 같습니다.”
“임건호 선수마저 이렇게 되다니... 이건 분명히 충격입니다!!”

건호는 아직도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된 것인가? 중계진은 1경기 정리 멘트를 날리고 부스의 문이 열렸다. 아나이스였다.

“건호야.... 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뭐한 거야?!!”

건호는 아나이스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아나이스는 무척 화가 나고 동시에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건호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아나이스는 계속해서 말했다.

“건호야 너 게임 포기한 거야? 왜 그래?!! 열심히 한다고 했잖아... 왜 왜!! 그랬어...”

건호는 불안해졌다. 건호는 그리고 잠깐 동안 사고를 정리했다.
그리고 건호는 기억해냈다. 마르두크가 히로스에게 처음 패배했을 때 했던 말. 그리고 건호는 그 말을 그대로 해야 했다.

“기억이 안나.”

아나이스는 건호를 다그치다가 말고 마치 귀신에 질린 사람과 같은 표정을 했다.
건호는 그런 아나이스에게 계속해서 말했다.

“게임은 끝난 거야? 대체 어떻게?”
“건호야... 정말 기억이 안나?”
“스타트화면 그리고.... 게임에서 나오는 화면만...”

건호는 스스로 자신도 마르두크와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것만 기억해냈다.
건호는 거기에서 일종의 섬뜩함을 느꼈지만 도리가 없었다.
건호는 지금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무것도 기억하고 있지 못했다.
아나이스는 속에서부터 차오르는 울분을 삼키며 냉정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건호에게 말했다.

“건호야... 초반부터 저글링과 러커와 뮤탈에 휘둘렸고 너.... 커맨드 센터 모두 퀸에게 5번 감염을 당했어...
그리고 인페스티드 테란으로 계속해서 공격당하면서... 결국 엘리미네이션 당해서 졌어...”

건호는 섬뜩해졌다. 건호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리고 건호는 또다시 마르두크가 했던 말을 해야만 했다.

“믿을 수 없어.”



--------

23화 예고

히로스에게 1set를 먼저 내주고 패배한 건호.
지금까지의 적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스킬을 구사하는 히로스.

과연 건호가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설마. 혹시. 이 생각 없는 작자는 자신이 기억을 상실해서
자신이 뭘 쓰려고 했는지 까먹은 건 아닐까?




-------

이 세상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는 무엇일까?
작자는 학창시절 시험을 보다가 그런 문제를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도 절대로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다.
단언할 수 있다.
대체 어떤 문제일까
딱 1초만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그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문제의 내용이 전혀 보이지 않는 주관식 문제다.

문제의 출제자가 누군지 알 수 없고  
정답을 풀어낸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과연 이런 문제를 만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6-29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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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르나스리
09/06/29 02:40
수정 아이콘
첫 댓글이군요!! 잘봤습니다^^ 그런데 아무리봐도 히로스의 스킬은 발동조건을 모르겠습니다^^;
i_terran
09/06/29 02:43
수정 아이콘
사미르나스리님// 새벽에 첫플이라니 감사합니다.
09/06/29 05:39
수정 아이콘
마르두크는 연습하다가 무리해서 죽은건가요 ㅡ_ㅡ?
꼽사리
09/06/29 07:22
수정 아이콘
히로스는 <기억소거>말고도 ...2가지가 더있다...그걸 다쓴다면 이길수가없습니다 이 모든건 작가의 허세와 허풍입니다 저는 그런게 생각합니다 ㅡ_ㅡ 3가지스킬의 공통점이 없는이상 건호는 절대 이길수없을듯싶습니다.
꼽사리
09/06/29 07:25
수정 아이콘
그러나 조만간 히로스의 <기억소거>를 쓰기위한 조건 힌트가 곧 나올것같군요
후니저그
09/06/29 08:23
수정 아이콘
결국 마르두크는 죽은건가요? ㅜㅠ 매번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 ^
오현철
09/06/29 12:00
수정 아이콘
마르두크 ㅠ 잘보고있습니다.
건호는 패자전으로 떨어질것같군요 흠;;
09/06/29 13:05
수정 아이콘
더블엘리미네이션이니
이번엔 떨어져서 패자조에서 올라 올 것 같습니다.
이거참.. 비밀이 궁금하네요
포포리
09/06/29 14:06
수정 아이콘
아아.. 재밌게 보고갑니다. 기억소거라..

마린과 드론의 전투에서 드론이 승리한것으로 봤을때 히로스의 나머지 스킬중에
유닛이 일정시간동안 강해지는 스킬이 있을것 같네요. 그게 아니면 비슷한게 있을듯 음..
아 모르겠어요..ㅠ.ㅠ 빨리 다음화만 기다릴수밖에.
09/06/29 14:53
수정 아이콘
사실 드론은 저글링이었고,
트윈으로 보았던 해처리는 12 앞마당이었고,
이렇게 보이게 하는 그런 스킬이 아니었을까 추측은 하지만.
모르겠네요.

마르두크가 죽으면서 건넨 마지막 메세지가 실마리가 되려나요.
역시 재밌어집니다!

다음화 기다릴게요 ^^
09/06/29 18:02
수정 아이콘
히로스의 첫경기 6초 gg...

상대는 미러이미지의 볼데카...

어쩌면..초반 6초동안 아무 컨트롤을 하지 않을경우 건호가 이길 수 있는게 아닐까요??-_-;;
실루엣게임
09/06/29 22:28
수정 아이콘
일단 세가지 스킬중 하나는 비주얼체인지 아닐까요? 상식적으로 드론에게 마린이 죽을리는 없으니..
유닛강화보다는 예선에 잠깐 나온 비주얼체인지..로 보입니다.
그러면 말이 될듯 (..)
실루엣게임
09/06/29 22:31
수정 아이콘
아 그리고 21편에서의 예상은 1차전부터 박살나네요. ...웬지 히로스보다는 사실 엑스투스 선수가 테러범일지도..?!
불멸의저그
09/06/30 02:59
수정 아이콘
우화~~ 말 됩니다. 히로스의 스킬 파헤법이 초반에 아무 콘트롤을 하지 않기, 뭐 그런것이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아직 보여주지 않은 스킬까지 2개 더 있는 히로스를 과연 어떻게 이길지..
친구의 죽음후에 임건호 모습이 다소 무기력해 보이지만, 이것은 불가항력적인 이별, 즉 죽음을 경험한 분들은 십분 동감하실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우리 모두에게는 이런 이별이, 이런 순간이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옵니다. 어찌보면 인생은 잔인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사실 이런 잔인한 인생을 잊기 위해, 항상 다른 것에 몰두, 중독, 마취 되는지도 모릅니다. 하여간 임건호 파이팅입니다.
꼽사리
09/06/30 05:51
수정 아이콘
PariS.님// 오 그거라면 말되네요. 조만간 초반 6초동안 아무 컨트롤을 하지 않을경우 건호가 이길 수 있는게 아닐까요??-_-;; < 에 맞는 것을
보실수가있을겁니다.
The Greatest Hits
09/06/30 09:16
수정 아이콘
오호 예상외로 쉽게 답이 있었네요...
09/06/30 11:22
수정 아이콘
잘 보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정말 흥미진진한 내용이 전개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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