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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5/17 23:31:46 |
Name |
i_terran |
Subject |
[소설] 불멸의 게이머 08화 - 확실한 GG 타이밍 |
[소설] 불멸의 게이머 8
8. 확실한 GG 타이밍
건호는 지금까지 패러독스의 대결을 다시 정리해 보았다.
패러독스와의 승부 요점 정리
1. 패러독스 보다 약한 경우, 당연히 패배.
2. 패러독스 보다 강력해지면, <교환> 통해 패배
3. 무승부 유도 시, 시간제한에 걸려 패배.
4. 현재까지 발견된 <교환>의 발동 조건 없음.
건호는 별의별 잡생각이 들었다.
패러독스의 발동조건이 유닛수의 2배수 이상의 차이라든지 특정 건물을 공격하면 발동할 수 있다든지
아니면 이쪽이 승리를 확신하는 경우 교환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생성된다든지......
갑자기 수십 수백 가지도 넘는 조건들을 상상했다.
그러나 그런 발동 조건이 있다한들 그것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이제 한판 남았는데, 내 스킬의 조건을 정확히 찾는다는 건 무리야.”
라는 이유 때문이다. 패러독스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맞다.
이미 1판을 상대에게 내주고 스킬의 존재를 확인했고
2판에선 시간제한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을 뿐.
이제부터는 목숨을 걸고 하나하나 추리하고 조사하는 수밖에 없다.
아마 운이 매우 좋아서 어떤 조건을 확인을 하는 순간 패배하고 목숨을 빼앗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숨겨진 조건이 있다는 것 또한 패러독스의 심리전일 가능성도 있었다.
건호의 고민은 끊이질 않았다.
그때 패러독스가 또다시 조언을 해왔다.
“차라리 유언장 문구를 고민하렴. 네 친구들처럼”
고개를 돌려보니
정말 마르두크와 아나이스는 메모장에 유언장 비슷한 것을 작성하고 있었다.
아나이스나 마르두크 둘 다 지나간 인생을 반추하는 모습이었다.
건호는 그나마 있던 투지까지 꺾이는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도 모르고 아나이스가 건호에게 자신의 유언장을 보여주었다.
“건호야. 이거 봐라 내가 봐도 감동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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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 by 아나이스
결국 나는 죽지만
그래도
시작하자마자 끝이 아니었던 것에
진심으로 감사해.
행복했어.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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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의 말대로 유언장 문구는 정말 고민이 필요했던 것이다.
건호는 한숨을 내쉬고 게임을 시작하려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잠시 고민하더니 건호는 아나이스를 돌아보고 한마디 건넸다.
“시작하자마자 끝은 아니었지?”
유언장을 다시 고치던 아나이스는 그런 건호를 돌아보았다.
건호는 은은하게 웃고 있었다.
순간 아나이스는 건호의 그런 미소가 정말 다정하고 푸근하다고 생각했다.
아나이스는 ‘아 죽음을 앞에 두고 완전히 포기하면 저렇게 되는 구나’ 싶었다.
“그 그렇지...”
하지만 아나이스는 뭔가 그럴듯한 대답을 해줄 순 없었다.
그러나 건호는 그 대답에 만족한 것인지 갑자기 차분한 얼굴이 되어 모니터를 응시했다.
“야. 귀찮다. 빨리빨리 하자”
패러독스는 지쳐 있었다.
오늘 이미 많은 게임을 했고 승리는 했으나 내용상으론 험한 꼴도 많이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을 들은 건호는 확신하는 얼굴로 변했다.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변했다.
“좋아”
아나이스만이 그런 건호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5...4...3...2...1
건호의 표정을 읽은 아나이스는 유언장을 작성을 일단 멈추었다.
게임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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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정상적으로 시작되었다. 로스트템플,
건호는 프로토스를 선택하여 6시, 패러독스 역시 프로토스를 선택.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건호가 상대 2시 진영을 발견하자 건호는 일단 감사했다.
정말 ‘시작하자마 끝이 아닌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거기서부터 승부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잇는 한 가지 가정을 세울 수 있었다.
<교환>에 대한 가설 1
자기 건물이나 유닛의 파괴는 .....
패러독스는 오늘 이미 많은 게임을 했다.
얼굴엔 귀찮은 기색이 이미 역력하다. 게임을 빨리 끝낼 수 있다면 그게 좋다.
그런데 그러지 않는다.
<교환>의 능력을 가진 자가 게임을 가장 간단하게 끝내는 법은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센터 건물을 부수고 <교환>을 시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 한다. 따지고 보면 첫째 판 마르두크와의 장기전에서도 패러독스는 그 방법을 취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 게임에서 패러독스는 갖은 굴욕을 받았는데도 말이다.
자신의 건물을 복구불가상태로 만들고 <교환>하면 끝인데 안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그건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환>에 대한 가설 1
자기 건물이나 유닛의 파괴는 불가
그러므로 패러독스는 <교환>을 목적으로 자신의 건물이나 유닛을 스스로 파괴할 수 없다.
건호는 그리고 또 다른 제한 조건을 추측하고 있었다.
이미 첫 번째 판을 통해서 어느 정도 드러난 제한 조건이 한 가지가 있었다.
그 조건을 재확인하기 위해서 건호는 초중반 일부러 패러독스에게 모든 정찰을 허용했다.
‘잘 봐라’
패러독스에게 자신의 상황을 모두 알리며 조심스럽게 앞서 나갔다.
앞마당 멀티도 먼저 한 것을 보여주고 테크트리도 로보틱스 템플러 스타게이트까지 올려준 것을 보여주었다.
공격유닛의 숫자만 비슷하게 맞추고 외에 멀티 자원 테크의 앞서감을 확실히 패러독스에게 인지시켜주었다.
패러독스가 <교환>을 하고 싶도록 유혹하기 위해서...
하지만 패러독스는 그런 상황을 보고도 절대로 <교환>하지 않았다.
‘신중하다.’
건호는 실상 패러독스와 자신의 실력차이를 감안해서
교환을 하더라도 역전을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 놓고 차이를 벌리고 있었다.
실은 그 차이는 매우 큰 것이었지만 건호와 패러독스가 서로 자리를 바꿔 앉는다면
악전고투 끝에 뒤집힐 수 있는 차이였던 것이다.
패러독스도 그걸 알았는지 오직 신중하게 <교환>을 아꼈다.
그리고 건호는 거기서 <교환>의 제2조건을 찾아냈다.
<교환>에 대한 가설 2
한 게임 내에서 교환은 ..........
왜 패러독스는 저렇게 신중할 수밖에 없는가?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전제가 나온다.
교환이 2번 이상가능하다면
그렇게 첫판이나 둘째 판처럼 확실하게 밀리는 타이밍에 <교환>을 시전하지 않는다.
상대와 일단 한번 교환을 시전하고 나서 상황이 혹시라도 좋지 못하면 다시 교환을 해버리는 수를 써도 된다.
그게 아니면 상대에게 계속되는 교환을 통해서 놀리듯이 절망감을 심어주는 것도 좋다.
그러나 패러독스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그건 역시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환>에 대한 가설 2
한 게임 내에서 교환은 한 번만 가능
교환에 대한 1가설과 2가설은 패러독스가 지지리도 게임을 못한다는 것에서 힘을 얻는다.
게임을 못하면 못할수록 게임은 스트레스다.
특히 농락당하는 것은 누구라도 참기 힘들다.
그런데 패러독스는 농락을 받으면서도 자신을 파괴하여 <교환>의 시점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지간히 불리한 상태에서도 함부로 <교환>을 시전하지도 않는다.
오직 확실한 GG 타이밍을 기다려서 <교환>을 시전했다.
그래서 현재까지 확인된 패러독스의 스킬에 관한 정리는 다음과 같다.
<교환>에 대한 가설
1. 자기 건물이나 유닛의 파괴는 불가
2. 한 게임 내에서 교환은 한 번만 가능
건호는 추리를 통해서 많은 것을 알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으로는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승리의 조건이 필요했다. 대체 무엇으로 확실한 GG타이밍을 만들고 그것을 뒤집을 수 있단 말인가?
건호는 캐리어와 리버, 그리고 템플러를 준비했다.
그리고 패러독스의 모든 정찰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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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보펑’
정찰을 나가던 옵저버가 또 터졌다. 계속해서 정찰이 커트당하고 있었다.
패러독스는 귀찮았다. 오늘 이미 9명의 희생자를 처리했다. 그리고 지금이 12번째 게임이었다.
오늘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 무던히도 노력했고 할당량은 이미 초과했다.
먹고살기 힘들다. 그런데 이 마지막 녀석도 은근히 시간을 끌고 있다.
패러독스에게 앞마당 멀티도 주고 미네랄 멀티도 주었다.
그런데 저 녀석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 못 본지 시간이 좀 되었다.
‘그냥 바꿀까?’
사실 패러독스는 <교환>은 단 1번이지만 해도 상관없었다.
다음 판에서 이기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러독스는 진심으로 1게임이라도 더 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패러독스는 그저 기다릴 뿐이다.
상대가 뭔가 교환의 발동조건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착각하고 달려들길 바라고 있었다.
‘퍼퍼펑’
이번엔 옵저버가 터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미네랄 멀티 쪽에서 자신의 프로브가 터지는 소리였다.
상대의 리버가 공격을 해왔다. 몇 마리 드라군을 보냈다. 다 터졌다.
리버가 생각보다 많은가 보다.
살펴보니 리버가 무려 10기가 넘었다.
‘오호’
리버뿐 아니라 캐리어도 멀리서 날아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캐리어 숫자를 세 보았다. 한기... 두기... 세기...네기.... 다섯기... 여섯기.... 그 이상... 상당히 많다.
패러독스는 드디어 상대가 총공세를 펼치러 오는 것을 깨달았다.
‘드디어 끝나는구나.’
패러독스는 감격했다. 캐리어 다수와 리버 다수.
상대가 그 압도적인 화력으로 미네랄 멀티 넥서스와 앞마당 넥서스를 순식간에 파괴시키는 것을 보고
얼른 교환을 시전했다.
이번엔 마지막 게임만큼은 상대의 유닛과 건물을 좀 많이 파괴하는 재미를 느끼고 싶었다.
그는 기다리고 인내하는 게임에 너무 지쳐 있었다.
패러독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ㅥㅱㅸㅴㅬ!! ㆄ 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 ㅬㅸㅴㅬ!! ㆄ ㅩㅪ!! ㅬ 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 ㅬㅸㅴㅬ!! ㆄ ㅩㅪ!! ㅬㅬ!! ㆄ 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ㅴㅬ!! ㆄ 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 ㅬㅸㅴㅬ!! ㆄ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 ㅬㅸㅴㅬ"
역시 주문을 외우고 그 자리에 한 바퀴 돌았다.
패러독스, 건호의 리버 한 부대 캐리어 6기 이상 확인
게임시간 18분42초
스킬 <교환> 시전
<교환>을 시전한 패러독스는 언제나 그랬듯이 주력 병력을 찾았다.
그리 어렵지 않게 자신의 주력병력이 된 다수의 캐리어와 다수의 리버를 찾았다.
그런데 그 상황부터는 이전까지의 패러독스의 경험과 조금 달랐다.
“뭐야?”
패러독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분명히 확실한 GG타이밍이 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전세는 그가 생각하는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는 상대에게 제대로 속은 것이었다.
‘할루시네이션!’
우선 그가 캐리어라고 생각했던 것의 대부분은 가짜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진짜 캐리어는 단 한 대. 캐리어는 시각적인 효과를 노린 허상이 분명했다.
그러나 자신이 미네랄 멀티와 앞마당 멀티를 진짜 힘으로 밀어버린 순수 화력인 리버의 존재는 가짜가 아니었다.
그러나
‘스캐럽이 없어’
한부대가 된 리버는 모두 진짜였지만 중요한 공격수단인 스캐럽이 모두 바닥난 상태였다.
하지만 패러독스는 긴장하지 않고 단축키R를 눌러 스캐럽을 재생산하려고 했다.
그러나 한부대가 넘는 리버의 스캐럽이 한번 재생산 되자
그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미네랄이 없어’
미네랄이 16밖에 남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많은 병력을 운영했던 진영에서 겨우 스캐럽 한번 눌렀다고 돈이 없다니.
패러독스는 서둘러 각본진과 멀티의 프로브 숫자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프... 프로브가 없어’
아니다 전 4군데 멀티에 흩어져 있는 프로브는 무려 11마리밖에 안되었다.
‘젠장 속았다!’
패러독스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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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외우기 위해서 패러독스가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건호가 한일은
할루시네이션을 만들었던 템플러의 스톰 자폭이었다. 각 멀티의 프로브와 함께 말이다.
주문 시전을 하는 동안 그것이 가능했다.
건호는 기본 유닛을 미리 다 파괴해두고 러시하며 할루시네이션 캐리어와 리버 스캐럽 숫자를 조절하며 주문 타이밍을 기다렸고.
멋지게 성공했다.
괜찮았다. 겉으로 보기에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대부대가 올라가고 있었으니.
갑자기 순식간에 확실한 GG타이밍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건호는 교환타이밍을 생각해서 스캐럽 숫자를 철저하게 조절하고 있었고 가장 중요한 <교환>의 주문이 시작되자마자
모든 프로브를 몰살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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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는 단1기의 캐리어로 상대 본진을 모두 파괴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상대는 한 마리 드라군으로 깡통리버를 정리하고 몇 마리 질럿으로는 자신의 각 멀티의 프로브만 타격하고 있었다.
더 이상 돈이 모이지 않았다.
그런데 상대가 얼마나 얍삽하게 컨트롤하는지 캐리어로 드라군 1마리 잡기도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그 드라군 숫자가 하나 둘 늘어났다.
상대는 릴레이라도 미네랄을 채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아...’
패러독스는 돈을 모으고 모아서 2번째 캐리어를 생산하는데 성공했지만
본진에 5마리의 드라군이 난입하는 순간 게임을 포기해야 했다.
Paradox left the game
'화르르‘
건호 쪽의 초록색 불꽃이 하나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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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 대단해 건호야!!! 대단해 이렇게 이기다니!!”
아나이스는 흥분해서 소리 질렀다. 아나이스와 마르두는 다시 입을 벌린 모습이 되었지만
이번엔 그 의미가 전혀 달랐다. 이번엔 희망의 발견이었다.
GG타이밍이라고 여겨지는 상황을 상대에게 속여서 보여주는 것에 성공한 것이었다.
프로토스의 캐리어와 리버는 공격유닛이긴 하지만 독특하다.
자원이 있어야 화력을 가지는 스타크래프트 내의 유닛이다. 그중에서도 리버는 더 독특하다.
캐리어의 인터셉터는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리버의 스캐럽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프로토스의 특수스킬인 할루시네이션은 기만 전략에 사용할 수 있다.
불리한 상황에서 할루시네이션 캐리어를 보여주고 GG를 받아내는 사례는 공방도 가끔 있는 일이다.
패러독스는 그보다 더 하수였고 그것이 제대로 먹혀든 것이었다.
물론 비슷한 패턴의 경기에서 지루함을 느꼈던 패러독스가 방심했던 것도 원인이었다.
마르두크도 눈빛이 다시 돌아왔다. 건호 일행의 분위기는 순간 좋아졌다.
하지만 그들의 상기된 모습과는 달리 건호는 약간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아직 제대로 이긴 게 아니었다. 다음에 다시 1패를 한다면 여전히 나락으로 떨어진다.
“......”
건호가 상대진영을 살펴보니 패러독스도 부하 중 한명과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부하 중 한명이 뭔가를 패러독스에게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패러독스는 고개를 조금씩 끄덕이고 있었다.
아마도 그 부하는 스타크래프트를 조금 아는 녀석 같았다. 건호가 그 모습을 근심스럽게 지켜보자.
마르두크가 다시 메모장을 들어서 건호에게 한마디 건넸다.
<그 방법 다시 쓸 순 없을 것 같은데...>
건호도 메모로 응수했다.
<알고 있어>
깡통리버와 할루시네이션으로 상대를 한번은 속여 넘겼지만
다시 속인다는 것은 어림없다.
할루시네이션은 모든 마법에 닿는 순간 사라진다.
특히 범위마법에 취약하다.
프로토스의 경우 싸이오닉 스톰에 스쳐도 모두 연기처럼 사라지고 테란의 경우엔 이엠피를 날리면 사라진다.
그러므로 지금 패러독스가 그의 부하에게 조언을 듣고 있다면 바로 이런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건호는 마르두크에게 메모를 하나 건넸다.
<내가 게임을 하는 동안 이거 하나만 해줘>
마르두크는 건호의 요청을 잘 숙지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번 게임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보였다.
어쨌든 건호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속임수보다 힘으로 누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시 패러독스는 경기석에 앉았다.
“이젠 속임수는 안 통한다. 절대로 섣불리 교환하지 않는다.”
패러독스는 그렇게 선언했고 이번에도 여전히 프로토스를 선택했다.
그는 프로토스 외의 종족은 할 줄 모르는 모양이다. 건호도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번엔 테란을 선택했다.
5...4...3...2...1..
게임 카운트가 끝나고 두 번째 판이 시작되었다.
아나이스는 이제는 작성을 보류했던 유언장을 아예 찢어버리고 건호를 바라보았다.
건호의 눈은 승리를 향한 투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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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건호 12시 테란. 패러독스 6시 프로토스,
패러독스는 완전히 정신이 돌아왔다. 게임에 대한 지겨움과 지루함은 모두 사라졌다.
이런 경우 패배는 새로운 기폭제가 되는 것이다. 상대도 프로토스를 선택하지 않았으니 얄팍한 속이기가 아니다.
그러니 정신을 차리고 경기에 임해야 했다. 어쩌면 오늘 여러 게임을 했지만 이것이 진정한 게임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패러독스의 그런 올바른 마음가짐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게임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었다.
“퍼펑”
드라군이 폭사했다. 건호는 초반부터 마인과 소수탱크를 통해서 프로토스를 완전히 틀어막았다.
그리고 건호는 최대한 빠르게 확장하고 발전했다. 라이프의 한계인 붉은 불꽃의 크기는 아직 크게 줄어든 것 같지 않지만
최대한 빨리 이기는 것이 다음을 위해서 유리했다.
건호는 트리플 커맨드를 성공하고 타지역 앞마당에도 멀티를 성공했다.
철저하게 패러독스의 정찰을 막아내고 곧바로 싸이언스 퍼실리티 테크까지 올렸다. 그리고 건호는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이길 수 있다.’
건호는 그리고 자신이 이전경기에서 몰래 실험을 했었고
그것으로 인해서 이번경기에서 충분히 걸어볼 만한 것을 발견했다.
건호는 상대의 유닛을 산발적으로 줄여나가면서 사이언스 퍼실리티가 완성되자 커버트옵스를 에드온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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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는 여전히 답답했다. 프로토스만으로 플레이해하는
자신의 입장도 답답했지만 상대가 뭘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기에 답답했다. 상대는 지겹도록 꼼꼼하게 옵저버를 잡아냈다.
게다가 이번엔 상대가 자비를 베풀지 않은 덕분에 본진에 틀어박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일꾼 견제를 자주 받아서 발전 속도도 엄청나게 느린 상태였다. 상대가 얼마나 발전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패러독스의 집중력이 슬슬 떨어지려고 할 때였다.
nuclear launch detected
정신이 번쩍 났다. 패러독스는 핵 메시지를 들었다.
그러나 쉽사리 고스트의 위치를 찾지 못했다. 옵저버를 급하게 띄워봤지만 레이쓰의 일점사에 격추되었다. 그리고
콰콰콰쾅!!!
패러독스가 고이고이 모아두었던 병력은 절반이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패러독스는 아직 <교환>을 사용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전 판에서 미리 <교환>을 사용했다가 패배했던 기억을 잊지 않았다.
nuclear launch detected
두 번째 핵 메시지였다.
이번에도 패러독스는 우왕좌왕하면서 타겟을 찾으려 했지만 타겟을 잘 찾을 수 없었다.
콰콰콰쾅!!!
이번엔 잔여 유닛과 건물 소수에 타격을 입었다.
아무래도 본진에 갇혀 있다 보니 일어난 일이었다. 옵저버터리가 날아갔다.
패러독스는 건물도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패러독스는 아직도 교환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nuclear launch detected
콰콰콰쾅!!!
세 번째 핵이 조준되고 떨어졌다. 건물 숫자가 매우 줄어들었고 유닛은 거의 사라졌다.
남은 건물의 대부분의 건물은 불타고 있었다. 아직도 패러독스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그리고
nuclear launch detected
nuclear launch detected
nuclear launch detected
nuclear launch detected
nuclear launch detected
다섯발의 핵이 한꺼번에 조준되었다. 이번엔 본진 안에 붉은 점 5개가 확실히 보였다.
거기에 EMP쇼크웨이브를 날리는 싸이언스 베슬. 패러독스는 주저 없이 일어섰다.
이것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GG타이밍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가 생각하는 승리의 순간이었다.
‘꼬마야 죽어봐라’
라면서 승리를 확신했다.
"ㅥㅱㅸㅴㅬ!! ㆄ 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 ㅬㅸㅴㅬ!! ㆄ ㅩㅪ!! ㅬ 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 ㅬㅸㅴㅬ!! ㆄ ㅩㅪ!! ㅬㅬ!! ㆄ 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ㅴㅬ!! ㆄ 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 ㅬㅸㅴㅬ!! ㆄㅩㅪ!! ㅬㅰㅫㆄㆄ!!ㅬ!! ㆄ ㅩㅪ!! ㅬㅸㅴㅬ"
역시 최대한 주문을 빨리 외우고 그 자리에 한 바퀴 돌았다.
패러독스 본진에 핵 5개의 핵 조준 감지
게임시간 16분12초
스킬 <교환> 시전
패러독스는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살펴보았다. 테란의 본진이 보였다.
다행이다.
무사히 별탈없이 교환이 성공했다. 이제 상대는 잠시 후 엘리미네이션 될 것이고 승리는 패러독스 자신의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테란 패러독스는 자신의 본진에 모여 있는 수많은 SCV와 건물을 발견했고
그 위로 천천히 떨어지는 2발의 핵을 보았다.
‘핵?’
쿠쿠쿠궁
게임시간 16분 15초
테란 본진에 2개의 핵투하, 테란 SCV와 주요 건물 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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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의 주문이 시작되자. 건호는 프로토스 본진에 조준했던 핵을 취소했다.
그리고 자신의 본진에 새로이 핵을 2개 조준했다. 미리 중요한 건물과 모든 SCV를 모아놓고 말이다.
결국 패러독스가 주문과 특유의 동작을 마치고 <교환>을 시전하고 자리에 앉자.
건호의 본진이 된 프로토스 진영엔 아무런 일도 없었고
패러독스의 진영이 된 테란의 본진엔 핵 2개가 투하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 된 것이었다.
“아아아아아악!!”
패러독스는 절규했다. 페허만 남은 본진에서 첫SCV를 생산하며 그는 새로 출발해야 했다.
타스타팅에 지어놓은 많은 핵생산용 커맨드 센터는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관전하던 아나이스와 마르두크는 건호의 전략에 감탄했다.
‘이거구나’
패러독스의 스킬인 <교환>의 문제는 바로 그 느린 주문 시전 속도에 있었다.
패러독스의 <교환>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자리에 일어서서 주문을 외우고 자리에서 한 바퀴 도는 시간까지 모두 합치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동안 전황을 반대로 만들 강력한 공격력을 이용해서 공격의 방향을 재설정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핵은 안성맞춤이었다. 일단 조준된 핵은 약간의 딜레이를 가진 후에 폭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호는 이미 전판에서 실험해 둔 것이 있었다.
패러독스가 자신의 건물이나 유닛을 자신의 손으로 부수지는 못하지만 <교환>시점 이전의 상대 플레이어가
명령해놓은 공격명령 혹은 마법 시전은 그대로 진행된다는 것.
건호는 제3멀티 템플러와 프로브의 자폭을 패러독스의 주문이 거의 끝나는 시점에서 실행했고 <교환>이후 성공한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패러독스에게 핵으로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면서 교환을 유도한다.
패러독스가 정말 미쳐서 교환을 안 하면 건호가 그냥 승리하는 것이고.
교환을 시도하면 핵을 모두 취소하고 자신의 본진에 추가로 핵을 조준한다.
이것은 속임수가 아닌 절대적인 필승의 전략이었다.
물론 이 작전에는 약간의 변수도 있었다.
한 가지는 패러독스가 핵을 준비하기 이전 시점에 무작정 교환을 실행하는 것.
전판에서 GG 타이밍까지 안기다렸다가 낭패를 본 패러독스가 그럴 확률은 적지만 정말 그런다면 시즈탱크로 자신의 일꾼을 미네랄에 겹쳐놓고 강제어택하는 것이었다.
이후에 핵이 준비되었다면, 돌발적인 상황에서 상대가 <교환>을 실행한다해도
적당히 시간을 맞춰서 자신의 본진에 핵을 조준하면 끝이었다.
건호가 상대의 본진에 핵을 5발을 조준한 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을 빨리 끝내기 위한 수단이었다.
Paradox left the game
패러독스에겐 절망이 될 수 있는 1패가 추가되었다.
세트 스코어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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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 대단해 건호야!!! 대단해 이렇게 이기다니!!”
앞에서 그대로 갖다 붙이기 한 듯한 아나이스의 감탄사가 또다시 들려왔다.
마르두크도 완전히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곳이 인과율에 구속을 받지 않는다는 말도 상당부분은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건호 팀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아직 중요한 최후의 승부가 남아 있었지만,
분위기는 이미 이겨서 집에 가는 분위기였다.
그 흥분에 겨워 아나이스의 새로운 감탄사도 추가되었다.
“저 녀석 별거 아니네. 이대로 우리 건호가 계속 이길 수 있어!”
갑자기 마르두크와 건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똑같은 전략을 건호가 써도 저 녀석은 막을 수 없어. 확실히 실력차이가 나거든!”
건호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아나이스는 패러독스가 룰에 대해서 설명할 때 자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오호 맞아! 그 꼬마는 더 이상 게임을 못하는군!”
패러독스의 얼굴이 갑자기 밝아졌다.
맞다.
건호는 이미 2번의 출전기회를 모두 활용한 것이었다.
아나이스는 갑자기 의아한 얼굴을 했다가 다시 악다구니를 올렸다.
“무슨 소리야?! 나 피곤하거든? 이 저질 패션 피어싱아!?”
건호 팀의 에이스결정전의 주자는 상태가 확실히 좋지 못했고
자신의 소임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마르두크는 안색을 굳히며 자리에 앉아서 접어 두었던 유언장 작성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건호의 머릿속도 갑자기 복잡해졌다.
과연 아나이스는 어떤 방식으로 패러독스를 누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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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예고
건호가 사용한 전략은 필승의 전략이다.
어디까지나 실력적으로 압도적인 사람이 사용할 경우에만
그러나 다음 출전자는 아나이스다.
자 과연...
*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5-2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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