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2/12/08 11:50:46
Name Hammuzzi
Subject [일상글] 나홀로 결혼기념일 보낸이야기
유게에서 결혼기념일 관련 유머를 보다 문뜩 예전에 있었던 일이 기억나서, 무려 한 5년전 이야기지만, 나누어보고자 글을 씁니다.


0.
남편 후배가 제주도로 놀러오라고 했다며(숙박, 라이드 보장) 남편이 가고싶다고 하길래 보낸적이 있었습니다.
남편도 없는 저녁에 뒹굴거리며 미드 정주행이나 하고있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그래서 받아 잘 놀고 있나 물어보니 후배를 대뜸 바꿔주더라고요.
그래서 후배분께 '남편 초대해줘서 고맙다, 잘 놀고갈수 있게 해달라. 숙박대신 밥 맛있는것 사주라 했으니 사양말고 맛난거 먹어라' 그런 말을 했는데 후배분은 뭐라뭐라 횡설수설 하더니 대뜸 천혜향을 보내겠습니다. 하고 외쳤습니다.
저는 ??? 했지만 고맙다 했습니다.
그리고 진짜로 남편이 집에오고 하루이틀 지나서 천혜향 한박스가 왔습니다.
남편에게 무슨일 있었는지 물어보자 간단히 설명해주더군요.



1.
(대충 제주살이에 대한 이야기, 솔로라서 외롭다, 그전해 다같이 펜션가서 고기구워먹던 이야기,  나중에 또 다같이 놀러가자 등등 이야기 중)
후: 그러고보니 형도 벌써 결혼한지 꽤 되었죠?
남: 응. 오늘이 5년차네.
후: 와 벌써 5년차에요? 언제 결혼했었죠? 이맘쯤이었죠?
남: 응. 오늘
후: 네?
.....
후: 오늘이 결혼기념일 5주년라고요?
남: 응.회사에서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중 택 1은 연차 1회 줘서 오늘 공짜 연차쓰고 왔지.
후: ..... 와이프분께서는 뭐라했는데요?
남: 와이프가 가라고 했는데?
후: ...네?
남: 네가 놀러오라고 해서 주말에 제주도 가고싶다고 했더니
    와이프가 '우리 이번주 주말?' '이응이응'
                 '금요일에 결혼기념일이긴 한데 어짜피 그날 아무것도 안할거지? ^^' 하길래 '이응이응' 했더니
    그럼 아예 공짜연차쓰고 금토일 제주도 다녀오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왔는데?

후: ...... 으아아아아! 당장 전화걸어요!



2.
남편이 제주도를 간다고 하길래 그냥 생각없이 헬렐레 생각없이 다녀오지 말고,
꼭 숙박과 라이드를 해주겠다고 한 후배한테 최소한 매일 밥은 사주라고 통장에 20만원을 더 넣어줬습니다.
그리고 말했죠.

나: 제주도 가면 괜히 감귤초콜렛 그런거 사오지말고, 오메기떡 사와.
남: ??
나: 그 OO시장 있자나, 우리 저번에 갔는데 닭튀김 맛있던데.
남: 이응이응
나: 거기 또 갈거지? 맛있어했으니까.
남: 이응이응
나: 그 시장에 가면 오메기 떡을 파는데 거기서 3만원어치정도 사와요. 그리고 거기 정육점에 흑돼지고기.. 아 됬다. 보나마나 엉뚱한거 사오겠지. 흑돼지고기.. 는 됬고 오메기 떡, 알았지? 기억했어?
남: 닭튀김먹은 OO 시장에서 오메기떡, 3만원어치.
나: 오케이. 잘 다녀와.

그리고 남편이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3일간 오메기떡 (좋아함)만 기다렸던 저는 후다닥 가셔 반짝거리는 눈으로 봤습니다.

나: 오메기 떡은?
남: ??
나: 오메기 떡 그 시장 안갔어?
남: 갔지
나: ??
남: 오메기떡 파는 그 시장서 닭튀김 3만원어치 사서 맛있게 먹었어.
나: ....
남: ??
나: 선물은?
남: 아! 여기 감귤 초콜렛.

.....

......

(알파고 한숨짤)
.... 아 정보값입력이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한숨)
참고로 흑돼지도 맛있게 사먹고 왔다고 합니다.
뭐, 맛있었다면 됩니다만...


...........
그래서 저는 그 다음부터는 남편 혼자 제주도로 안보냈다고 합니다.
이제는 집에 꼬맹이가 있으니 혼자 여행 보내는 것도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지만요.

혼자 여행가고 싶네요. ㅠㅠ 저 혼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07-16 09:55)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2/12/08 11:55
수정 아이콘
닭튀김 오메기떡 3만원을 같이 넣으니 크크
22/12/08 11:55
수정 아이콘
남편 후배 분께서 식은땀 많이 흘리셨겠는데요
SAS Tony Parker
22/12/08 11:58
수정 아이콘
한숨만 쉬셨다구요??
남편이 전생에 판옥선 타신듯..
닉네임을바꾸다
22/12/08 12:02
수정 아이콘
남편이 잘생겼다고하더군요...
SAS Tony Parker
22/12/08 12:27
수정 아이콘
갑자기 기분이 다운되네요...

이게 나라냐!!!!!!!
Grateful Days~
22/12/08 13:56
수정 아이콘
끄덕끄덕.. 내가 저랬음 귀신이 되어 댓글 달고 있을듯.
No.99 AaronJudge
22/12/08 14:32
수정 아이콘
아!!!!!
개연성 충족!!
李昇玗
22/12/08 14:47
수정 아이콘
헐..
세상을보고올게
22/12/09 13:14
수정 아이콘
곰돌이 닮은 공돌이라고 들은것 같은데
Blooming
22/12/08 11:58
수정 아이콘
떡은 금방 상하니 멀리서 사오는건 위험해서 안 사오신게 아닐.. 아닙니다..
22/12/08 11:59
수정 아이콘
이 남편... 프로세스가... 대단하다!!
Hammuzzi
22/12/08 12:17
수정 아이콘
커멘드 입력할때 주의해야했는데.... 보나마나 코딩이 꼬였습니다. 더 쉽게 넣었어야 했어요...
Grateful Days~
22/12/08 14:24
수정 아이콘
흑돼지고기 입력 취소가 버그의 원인일듯.
22/12/08 12:00
수정 아이콘
인풋은 정확했던 것 같은데요...크크크 재미있게 사시는 것 같아 부럽네요 잘 읽었습니다!
생겼어요
22/12/08 12:00
수정 아이콘
제목만 보고도 아찔한데 글 내용이 더 아찔 크크 행복하시다니 된겁니다! 재밌는글 잘 보고 갑니다.
22/12/08 12:03
수정 아이콘
아니 글만 읽어도 제가 흠칫흠칫하는데 남편분은 왜........ 그래도 아내분께서 잘 이해해주셨으니 다행입니다 크크크
Hammuzzi
22/12/08 12:16
수정 아이콘
뭐 자주 이래서 특별하진 않습니다. 속터질땐 있는데 나름 귀엽자나요 흐흐
SAS Tony Parker
22/12/08 12:28
수정 아이콘
잘생겨서 귀여운겁니다(진지)
보틀넥
22/12/08 12:23
수정 아이콘
왠지 두분의 대화가 부모님이 연상되는... 크크크 왜 아빠는 맨날 사달라는거말고 자기가 사주고 싶은거만!! 재밌게 읽었어요!!
은때까치
22/12/08 12:38
수정 아이콘
엇 input은 정확했는데 뭔가 컴파일 오류가 있었나 보네요 크크크... 저라면 오메기떡 사왔을겁니다!
22/12/08 13:23
수정 아이콘
?????????????????¿¿¿¿¿¿¿¿¿¿¿¿¿¿¿¿¿¿
22/12/08 13:31
수정 아이콘
뭔가 입력문은 전부 들어가있는것 같은데, 어째서 순서가 꼬인건지 알수가 없네요... 크크크크....
이쥴레이
22/12/08 13:33
수정 아이콘
천사시네요....
Grateful Days~
22/12/08 13:42
수정 아이콘
아니 올레시장이 무슨 비밀이라고 동그라미로가리신겁니꽈아..
한달살이
22/12/08 14:17
수정 아이콘
흐흐..
전 어제가 결혼기념일 이었어요. 20주년.
그 전부터 20주년엔 뭐를 하자고 얘기를 좀 하다가 너무 경기가 안좋아서.. 그냥 간단히 저녁만 먹었어요.
20주년은 이대로 넘어가고.. 다른해, 다른날 특별히 보내자고..
세월이 참 빠르네요.. 그 시간만큼 같이 견디고 있어주는 마눌님이 있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근데, 결혼은 저희가 했는데, 왜 아이가 맛있어 하는걸 먹는 걸까요? 크크
Grateful Days~
22/12/08 14:25
수정 아이콘
제 생일에 아들이 지가 초끄고 케이크 다먹는데요 뭘... 훌쩍..
No.99 AaronJudge
22/12/08 14:33
수정 아이콘
그게..부모님..흑흑
Hammuzzi
22/12/08 16:49
수정 아이콘
크크 축하드립니다. 20주년이라니!
저도 그때쯤에는 아이가 맛있어하는걸 먹을것 같네요. 좀 이후 여유생기실때 특별한 이벤트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침착맨
22/12/08 14:23
수정 아이콘
와 말로만 듣던 천사가 여기에 존재하셨네 크크크
작은대바구니만두
22/12/08 14:29
수정 아이콘
잘생기면 죽을 죄를 지어도 와이프가 용서해준다... 메모.. 아니 외모...
No.99 AaronJudge
22/12/08 14:32
수정 아이콘
……..
그 혹시 생불이신가요…?

결혼의 기역자도 모르는 저도 흠칫흠칫하게 되네오

그래도 행복하시다면 ok랍니다(대충따봉짤)
Valorant
22/12/08 15:32
수정 아이콘
오메기떡 바이럴이네요 크크
재밌게 읽었습니다.
지니팅커벨여행
22/12/08 15:47
수정 아이콘
오메기떡 파는 시장에서 닭튀김 3만원어치라니...
그래도 그 닭튀김 안 사 온 게 어딥니까??
aDayInTheLife
22/12/08 15:56
수정 아이콘
대류… 얼굴이 최고시다…
22/12/08 16:03
수정 아이콘
죽기 전에 이런 날이 올까...... 없을 것 같아
대단하십니다 가짜 대인배들이 판치는 세상 속에 진짜 대인배
아이셔 
22/12/08 17:37
수정 아이콘
작성자분은 평안하신데 왜 읽는 제 속이 터지는 거죠? 흐흐 육아가 몇 배의 고난이도긴 하지만 잘 헤쳐나가실 듯합니다.
육아 코딩 글도 종종 써주세요~
아연아빠
22/12/08 21:52
수정 아이콘
천사세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656 워킹맘의 주저리 주저리... [17] 로즈마리13093 23/01/28 13093
3655 육아가 보람차셨나요? [299] sm5cap13668 23/01/28 13668
3654 라오스 호스텔 알바 해보기 [26] reefer madness14851 23/01/12 14851
3653 나에게도 큰 꿈은 있었다네 – MS의 ARM 윈도우 개발 잔혹사 [20] NSpire CX II13813 23/01/03 13813
3652 첫 회사를 퇴사한 지 5년이 지났다. [20] 시라노 번스타인14198 23/01/04 14198
3651 더 퍼스트 슬램덩크 조금 아쉽게 본 감상 (슬램덩크, H2, 러프 스포유) [31] Daniel Plainview13341 23/01/08 13341
3650 지속불가능한 우리나라 의료비 재원 - 지금부터 시작이다. [145] 여왕의심복13589 23/01/04 13589
3649 Always Learning: 박사과정 5학기 차를 마무리하며 [56] Bread.R.Cake15206 22/12/30 15206
3648 개같은 남편 [63] 마스터충달16229 22/12/24 16229
3647 Ditto 사태. [45] stereo15574 22/12/24 15574
3646 여성향 장르물에서 재벌과 왕족이 늘상 등장하는 이유 [73] Gottfried15418 22/12/23 15418
3645 교육에 대한 개인적인 철학 몇 개 [23] 토루14400 22/12/23 14400
3644 (pic)2022년 한해를 되짚는 2022 Best Of The Year(BOTY) A to Z 입니다 [42] 요하네14357 22/12/21 14357
3643 설득력 있는 글쓰기를 위해 [30] 오후2시14435 22/12/21 14435
3642 요양원 이야기2 - “즐기자! 발버둥을 치더라도!” [4] 김승구14221 22/12/15 14221
3641 빠른속도로 변화되어가고 있는 일본의 이민정책 [33] 흠흠흠14635 22/12/14 14635
3640 [풀스포] 사펑: 엣지러너, 친절한 2부짜리 비극 [46] Farce14390 22/12/13 14390
3639 팔굽혀펴기 30개 한달 후기 [43] 잠잘까15956 22/12/13 15956
3638 하루하루가 참 무서운 밤인걸 [20] 원미동사람들12559 22/12/12 12559
3637 사랑했던 너에게 [6] 걷자집앞이야12010 22/12/09 12010
3636 게으른 완벽주의자에서 벗어나기 [14] 나는모른다13152 22/12/08 13152
3635 [일상글] 나홀로 결혼기념일 보낸이야기 [37] Hammuzzi12087 22/12/08 12087
3634 이무진의 신호등을 오케스트라로 만들어 봤습니다. [23] 포졸작곡가13844 22/12/08 1384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