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L 관전일기 - G-Voice 2004 온게임넷 1st 챌린지리그 5주차(2004년 5월 18일)
조병호!! 누가 그를 곰이라 했는가?
프리매치부터 프로토스의 강세가 어느 정도 예상되었지만, 오늘 조병호 선수가 보여준 플레이만을 놓고 보았을 때, 암울한 저그는 적어도 챌린지리그 MERCURY에서는 두 번 죽었다. 2주차 때 7파일런 → 8게이트로 장진수 선수를 무참히 무너뜨린 안기효 선수에 이어, 오늘 조병호 선수는 KTF의 기대받는 신예 김민구 선수를 경기가 종료되기 전부터 각종 게시판을 달구고 있는 예상치 못했던 기발한 전략으로 챌린지리그 첫 출전에서의 탈락이라는 쓴 잔을 안겨준 것이다. 그의 서커스단 같은(엄재경 해설위원 표현..^^) 전략은 조용호 선수의 패배로 인해 큰 아쉬움에 빠진 팬들을 잠시일 수도 있는 망각의 상태로 빠져들게 만들기까지 한 둔한 이미지의 곰 플레이가 아닌 여우같은 플레이라 말하고 싶다.
1경기 <MERCURY> : 권정호(P5) vs 김동진(T2)
지난주 송병석 선수를 상대로 조정현 선수가 정상적으로 전략을 펼치지 못하고 패배한 아쉬움을 김동진 선수가 대신하려던 것이었을까? 김동진 선수가 오늘 보여준 전략은 소위 건담 러쉬였다.
입구를 막지 않고 시작한 김동진 선수!! 실제 배럭은 12시 방향으로 날릴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일 정도로 본진 좌측 상단부에 위치시켰다. 이후 상대의 위치가 상단부가 아닌 5시임을 확인한 후, 그는 배럭을 날리지 않고, 마린을 하나, 둘 늘려가며 생산하더니 4 마린까지 생산하고, 머신샵을 하나 단 채 2팩토리에서 벌쳐와 탱크를 추가한 후 SCV를 동원하여 소위 건담 러쉬를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권정호 선수는 평범한 1게이트 사업 드라군, 옵저버 테크를 타는 상황!! 초반 모든 면에서 김동진 선수의 승리는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만 보였다.
초반 상대 진영의 앞마당 다리 건너편에서 탱크로 조여주고, 벌쳐, 마린으로 이를 호위하던 김동진 선수!! 벌쳐로 적절히 상대 진영을 흔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초반의 승기에 취해 방만해졌을까?
자신을 조이던 탱크에게 떨구려던 셔틀 질럿 플레이를 포기하고, 권정호 선수는 과감히 상대 진영으로 2 질럿 드랍을 시도한다. 하지만, 3팩에서 생산되고 있는 벌쳐에 의해 바로 회군한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김동진 선수의 패배를 안겨주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예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또한 첫번째 2질럿 드랍을 무난히 막아냄과 동시에 김동진 선수의 4 벌쳐가 상대 진영에 난입했고, 프로브를 잡아주며, 상대의 로보틱스 서포트베이가 상대에게 알려진 상황까지도 여전히 김동진 선수의 패배에 대한 예상은 여전히 힘들었다.
하지만, 이후 펼쳐진 화면에서 보여준 리버의 스캐럽 대박은 일순간에 상황을 반전시키고야 말았다. 9 SCV를 잡고, 상대를 뒤흔들어버린 리버 드랍!! 앞에서 드랍했던 2 질럿도 함께 드랍하며 엄재경 해설위원 말씀따라 김동진 선수를 패닉 상태로 몰고 가버렸다.
어려울 수도 있었겠지만, 그 상황에서 김동진 선수의 커맨드 센터를 띄워 가까운 곳도 아니고 2시에서 중앙 6시까지 이사를 간 플레이는 결과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자신을 패배로 가는 지름길로 인도하는 격이 되어버렸다. 앞선 2질럿, 1리버 드랍으로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고, 권정호 선수는 상대 공격 유닛을 힘겹게 다 제거해주고, 그나마 남은 다수의 SCV 러쉬마저 무너뜨리고, 겨우 멀리 이사와 안착한 중앙 6시를 타겟으로 공격하여 SCV를 전멸시키면서 결국 gg를 받아냈다.
한빛의 유니폼을 입고 나온 권정호 선수가 프로리그에서 팀플로 각광받고 있는 박영민 선수에 이어 한빛의 또다른 프로토스 대표 주자로 발전해 가는 것에 대해 여전히 프로리그 상승세인 한빛에 보다 힘을 실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2경기 <Nostalgia> : 차재욱(T1) vs 조용호(Z11)
강민틴이라 불리는 Neo Guillotine에서 강민 선수의 무패, 무적 신화를 무너뜨린 차재욱 선수가 이번엔 많은 팬들로부터 부활의 기대를 받고 있는 조용호 선수를 무너뜨렸다. 팬들은 OSL에서의 조.진.락 부활을 꿈꾸고 있지만, 결국 그러한 기대는 당분간 홍진호 선수에게만 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는 그의 MSL!! 하지만 MSL에서의 그에 대한 전망은 적어도 아직은 그다지 밝지 않다. 얼마전 발표된 Altair~★님의 프로게이머 천적관계에서도 잘 드러났듯이 홍진호 선수와의 상대 전적이 3승 8패로 열세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번 말도 안되는 가스 버그까지 당했던 조용호 선수!! 여전히 많은 팬들은 그의 화려한 부활을 꿈꾼다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 필자도 그러한 기대를 갖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의 뼈아픈 챌린지리그 탈락 소식을 안겨준 경기를 다시 그릴 엄두를 못내는 바 경기 내용은 생략한다.
상대적으로 바이오닉 플레이에 아직도 크게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는 차재욱 선수! 또한 상대적으로 단순간에 커버린 같은 팀의 한동욱 선수와의 입지에 대한 비교를 거부하는 자리로 우뚝설 수 있도록 더욱 성장할 수 있기를 당부한다.
3경기 <Nostalgia> : 장진수(Z1) vs 성학승(Z7)
두 선수 中 누가 떨어져도 아쉬운 경기.. 그러나 그 누군가는 결국 탈락의 아픔을 맛봐야 했고, 결과적으로 그건 성학승 선수의 몫이 되버렸다.
이번 챌린지리그 본선에 3명이 출전했던 헥사트론 드림팀이지만, 이미 조정현 선수와 김동진 선수, 2명의 테란 게이머 탈락한 상황, 게다가 자신의 쌍둥이 형은 적어도 당분간 게임대회에서는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상황.. 어쩌면 이러한 좋지 않은 상황은 장진수 선수를 응원하게끔 만들어주는 상황으로 이어졌는지도 모르겠다.
경기 시작 직후 계속해서 김창선 해설위원이 장진수 선수가 무언가 준비를 해왔다고 하더라는 멘트를 강조했다. 처음 앞마당 멀티를 가져갈 때까지만 해도 '준비했다더니 특별한 것도 없고, 오히려 초반 위험한 상황만 초래했구만!!'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장진수 선수는 노련했다. 레어 타이밍이 크게 뒤쳐진 자신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다수의 저글링을 동원하여 상대 진영을 압박하는 플레이가 빛을 발했다고 본다. 상대 진영인 7시의 앞마당에서 저글링으로 농성을 펼치자 본진 트윈 해처리에 빠른 레어 테크를 탄 성학승 선수는 그에 걸맞는 빠른 스파이어 테크를 타지 못하고 계속해서 저글링 생산에만 치중하게 된 것이다. 결국 이것은 장진수 선수에게 스파이어 테크를 타고, 상대 무탈 및 스커지의 공격에 대한 기본적인 방어가 가능한 시간을 가져다 주었다. 일단 무탈이 농성을 펼치던 저글링을 몰아내면서 역러쉬를 감행하자 장진수 선수는 꾸준히 저글링 & 무탈을 생산해주며 이를 무난히 막아낸다.
이때부터 모든 상황은 장진수 선수 쪽으로 급격히 기울게 되었다. 적절히 상대를 견제해 주었는데, 결정적인 2가지 상황이 장진수 선수가 승리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 첫번째는 앞마당 미네랄 멀티보다 먼저 6시 멀티를 가져가려던 성학승 선수를 많은 수도 아니고 단 한마리의 저글링만으로 취소시키는 쾌거를 이룬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11시에서 Vespene Geyser의 우측 구석에 몰래 멀티를 성공하여 꾸준히 2 가스 체제를 유지하였고, 이것이 경기가 끝날때까지 성학승 선수에게 발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두 번째 멀티가 바로 자신이 주장한 오늘의 준비된 전략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2 가스 체제의 장진수 선수는 당연히 무탈 수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되었지만, 그러면서도 상대에게 자신의 우위 상황을 짐작케 하지 않는 좋은 경기 운영으로 결국 승리하며 최종 진출전에 올라가게 되었고, 성학승 선수는 뼈아픈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듀얼 토너먼트의 사나이로 불리던 성학승 선수가 다시금 OSL에 올라가는 모습을 그려보며, 장진수 선수의 승리를 축하한다.
4경기 <MERCURY> : 조병호(P2) vs 김민구(Z8)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누가 조병호 선수를 둔한 이미지의 곰이라 불렀던가? 적어도 그가 보여준 오늘의 플레이는 여우마저 넘어선 플레이였고, 예상치 못했던 그의 기발한 전략에 많은 시청자들은 앞선 조용호 선수의 패배에 대한 아픔마저 잠시나마 잊게 되었다.
러쉬 거리가 멀었기에 초반 하드코어의 압박에 대한 부담이 없었던 것일까? 김민구 선수는 과감히 두번째 해처리를 앞마당 미네랄 멀티 지역에 펼치려 했다. 초반 조병호 선수는 자신의 본진 우측 제일 상단에 빠르게 포지를 소환했다. '포지 더블 넥서스를 시도하려는 것일까?' '빠른 공업 질럿을 활용하려는 것일까?' 해설진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보이는 미니맵에선 양방향으로 프로브가 정찰을 가고 있는 모습만이 잡힐 뿐이었다. 그러면서 5시쪽으로 먼저 정찰을 시작했던 프로브가 8시 상대 진영을 확인했고, 재빨리 두번째 정찰 프로브도 8시에 도착했다.
이때부터 어쩌면 엽기발랄(?)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오늘의 히어로 조병호 선수의 기발한 전략은 시작된다. 상대의 빠른 멀티 시도를 확인한 상태에서 조병호 선수는 과거 한동욱 선수가 최수범 선수를 상대로 배럭을 이용해서 앞마당과 본진을 분리시키며 승리를 가져갔던 모습처럼 파일런 소환 이후 바로 게이트나 캐논이 아닌 포지를 이용해서 상대의 앞마당과 본진을 완전히 분리시키고, 본진의 바깥쪽에 캐논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설마 저기를 통과하지 못할까 싶은 생각을 미처 하기도 전에 앞마당 해처리가 완성되기 직전에 미리 보내진 3 드론에 의해 이러한 의구심은 자연스럽게 해갈되었다. 캐논은 계속해서 늘어만 갔고, 상대 본진과 밖에서 조병호 선수의 프로브는 꾸준히 캐논 소환과 테크 확인을 해 주었고, 결정적인 것은 앞마당에 펼치려던 해처리를 취소하고, 11시 스타팅 포지션으로 이동하여 멀티를 시도하던 것을 없어진 드론의 향방을 끝까지 추적하여 확인한 후 다수 프로브만을 동원하여 파괴시킨 조병호 선수의 꼼꼼한 플레이가 돋보였다는 점이다.
이후부터 경기는 시종일관 조병호 선수가 가져갔다. 앞마당 미네랄 멀티도 가져갔고, 게이트웨이를 추가하며, 앞마당 멀티와 본진에는 캐논을 아낌없이 소환하며 혹시 모를 상대 게릴라에도 충실히 대비하였다.
엄재경 해설위원의 멘트를 활용하자면, 서커스단에서 재주를 넘는 곰같은 플레이, 어느 분께서 말씀하신 서커스단 수준을 넘어선 기예단 수준의 플레이, 또한 해설진에서 나온 멘트 따라 전략가로서도 크게 인정받고 있는 강민 선수가 시도했어도 엄청난 파장(긍정적 의미죠..^^)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전략....
이러한 초반 깜짝 전략에 김민구 선수의 대처는 이러했다. 먼저 본진 안에 들어와 있는 프로브에 의해 소환되는 캐논에 대한 방어를 위해 충분한 사거리를 염두한 성큰과 드론, 저글링 등을 이용했고, 더이상 본진 안쪽에는 캐논에 의한 피해를 허용치 않았다. 그러면서 노레어 히드라 테크로 막아져 있는 자신의 입구를 뚫으려 시도하지 않고, 오히려 레어 테크를 타서 오버로드의 수송 기능 업그레이드를 통해 난관을 타계하려 한다. 레어가 완성된 후에도 잠시 지체한 후에야 히드라리스크덴을 올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밀리는 병력수 등을 감안했을 때 자신의 입구를 뚫어버리면, 상대 공격 병력에 의해 그냥 자신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도 보인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이후 본진 하단부에 있는 멀티 지역에 드론과 히드라를 내려 놓았고, 히드라는 이후 내려진 곳에서 럴커로 변태하며, 게릴라를 준비한다. 그러면서 내려놓은 드론을 이용해서 멀티를 가져가려 했는데, 곳곳을 꼼꼼히 체크하던 프로브에 의해 이 드론은 발각되었고, 결국 최종적으로 멀티는 중앙 6시 지역에 가져가게 된다. 오버로드 스피드 업그레이드까지 완료된 후에는 럴커 드랍으로 상대 앞마당과 본진에 게릴라전을 펼쳐주지만, 이미 소환되어 있는 캐논과 옵저버를 동반한 상대 병력에게 큰 피해를 주지 못하고 비교적 쉽게 막히고 만다. 여기까지가 김민구 선수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저항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오늘의 히어로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감히 자신하는 조병호 선수!!
초반 깜짝 전략에만 만족치 않고, 꾸준히 상대의 의도에 따라 적절히 견제 및 대응을 해주고, 상대의 몰래 멀티 시도를 꼼꼼히 체크하며 무산시키고, 그러면서 자원에서도 우위를 보이며, 병력 생산과 함께 멀티도 추가해주고, 테크 상에서도 리버까지 준비하는 등 모든 면에서 오늘 보여준 조병호 선수의 플레이는 완벽했다고 본다.
표현력과 상황 묘사 능력 부족으로 글로써 더욱 완벽하게 상황을 그려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오히려 오늘의 4경기는 그 느낌이 시들어지기 전에 직접 TV나 VOD 등을 통해 꼭 보아을 때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저절로 우러나오는 감탄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KBK 대회에서 홍진호 선수를 상대로 승리를 이끌며 KTF에 깜짝(?) 탑승했던 김민구 선수. 역시 같은 대회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주었던 임요환 선수를 극복해 내지 못했고, 어쩌면 지명도에선 다소 떨어질 수 있는 조병호 선수였지만, 적어도 온게임넷에선 대저그전 80%의 승률을 보이고 있던 조병호 선수에게 패배한 것이었던만큼 결코 쉬운 대진은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계속하여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선수로 성장해 가길 바란다.
반면 조병호 선수는 준비된 자가 보여주는 플레이가 얼마나 막강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멋진 경기를 팬들에게 선사함으로써 팬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심어준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 듬직한 곰 토스를 응원하는 팬들을 더욱 신명나게 해 주길 바란다.
덧1. 위 글은 sylent님의 형식을 빌어왔음을 밝힙니다. sylent님!! 몸 건강히 군생활 잘 하시고 돌아오시길 바라고, 앞으로도 sylent님의 바램대로 e-Sports의 성장하는 상황들이 만들어져가길 바랍니다.
덧2. sylent님처럼 잘 써보려 했지만, 이게 결코 만만치가 않네요. 그동안 sylent님께서 쓰신 글들이 정말 대단한 글이었다는 것을 생각은 해왔지만, 직접 몸으로 느끼니 더욱 sylent님이 존경스럽습니다.
덧3.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노력을 가상히 여기셔서 많은 태클보다는 sylent님께서 올리시던 글의 수준에 육박할 수 있는 글들을 꾸준히 볼 수 있기를 바래주시고, 그러한 바램을 현실로 옮겨주시는데 더욱 주력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소심해서..많이 태클 거시면....--;;...그저..좋게..잘...봐주세요...^^)
덧4. 나도현 선수의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덧5. 첫 챌린지리그의 지방 투어가 성공적으로 치뤄지길 바랍니다.
-Crazy Vi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