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12/22 22:27:08
Name 닉넴바꾸기좋은날
Subject [일반]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면 족한것인가?
0.
지금은 존재하지만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아 존재하지 않고
어제는 이미 지나가 존재하지 않고
오늘, 그리고 바로 지금만이 우리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1.
그러니 우리의 삶은 '지금'에 속박되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 어떤 인생도 먼저 내일을 겪을 수 없으며,
그 어떤 인생도 어제로 뒤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외에는 우리가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2.
하지만 우리는 내일을, 더 나아가 아직 오지 않은 오늘마저도 계획합니다.
인생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인 데 말입니다.
제가 타자치고 있다 온점을 누르는 순간 세상이 멸망할 가능성도 명백히 존재하는데 말입니다.

3.
우리는 연속성이라는 잣대를 매우매우 열심히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인생이란 시간에 대한 함수는 연속적이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 개인이 곧바로 인지할 수 없는 '뜬금없는'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한다는 사실은 무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속함수조차 되지 않는 것들은 뒤에 일어날 일들을 이해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따라서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정보는 지금뿐입니다.

4.
그렇다면 또 하나의 문제가 생깁니다.
과거에서 생각을 이어온 나는 과거의 나인 것인가, 아니면 과거의 나와는 다른 존재인가.
인생을 하나의 함수로 보자면 또 명쾌한 답이 나올까요?
잠깐, 그렇다면 의식을 잃었으면 함수는 어떻게 변해야 하나요? 존재를 인식할 수 없으면 인생의 함수는 존재하지 않나요?
오히려 더 어렵게 되는 것 같습니다.

5.
돌아와서, 존재하지도 않는 내일을 예상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연속성의 잣대는 그게 딱히 좋은 것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역사도 그렇게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이 다르게 이야기하니, 모르죠)
역사라는 것 역시도 흘러가서 없는 것이니 내일과는 무관할 겁니다.

6.
결론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이라도 행복할려고 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2/12/22 22:51
수정 아이콘
뭐...현실에선 플랑크 시간 미만으로는 측정하지 못하니 연속이 아닐지도?
닉넴바꾸기좋은날
22/12/23 09:32
수정 아이콘
애초부터 이산함수였군요
무한도전의삶
22/12/22 22:56
수정 아이콘
(수정됨) 행복이란 문제는 생각할 수록 어렵습니다.

행복은 돈이 아니다. 라고 퉁치기에는 부와 행복이 정비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거대한 부를 쥐고도 자기 목숨을 헤치거나 돈만 있는 비참한 사람도 있으니 돈이 절대적 팩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우정과 사랑이 중요한가? 분명 중요합니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는 하나같이 깊고 만족스러운 인간 관계를 행복의 최대 원인 중 하나로 꼽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이 적응하지 못하는 스트레스 중 하나로 '인간관계'를 꼽습니다. 핏이 맞지 않는 인간관계는 우리의 인지력을 어마어마하게 잡아먹는 괴물이라고 하지요.

그러면, 자기가 어떤 사람이고, 어디를 향해 나아가는가 하는 '스토리'가 중요한가? 물론 중요하지만 지나친 자기개념화는 사람의 사고를 경직되게 만들고, 매 순간 자신이 믿는 자신을 증명해내야 하는 궁지로 사람을 몰아갑니다. 수용전념치료 같은 심리치료에서는 자기가 생각하는 자아, 경험하는 자아, 이 모든 것을 관찰하는 맥락으로서의 자아로 나누어 자아를 분석합니다. 거칠게 얘기하면, 나는 어떤 사람이다. 라는 집착을 내려놓아야 행복에 가까워진다고 말하죠.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깊이 몰입한다면 행복할까요? 이것도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인 자기 효능감은 실제로 좋은 실력을 가졌을 때 생기는데 좋은 실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시간도 잊고 몰입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피드백, 의식적인 연습, 정확한 단계 설정과 코치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결국 돌고 돌아 행복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돼? 라고 묻는다면 글쎄, 적당히 만족하면서 살아야지... 라는 답변을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세츠나
22/12/23 10:15
수정 아이콘
부와 행복이 정비례한다는 연구 결과의 레퍼런스가 궁금하네요. 한계효용 때문에 정비례하는 그래프는 절대 안나올 것 같아서요.
제 편견일 수도 있습니다만 행복이 무한히 증가할 수 없기 때문에 정비례 안하는게 맞을 것 같음...너무 이과적으로 생각하는건가
무한도전의삶
22/12/23 10:46
수정 아이콘
정확히는 세츠나 님 말이 맞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특정 수입 (6000만원) 이 넘어가면 물질은 행복을 늘리지 않는다는 게 통설이었는데 종단실험을 해보니 생각보다 주욱 우상향이더라... 가 연구 결론이었습니다. 기회 되면 연구 링크해보겠습니당.
세츠나
22/12/23 10:53
수정 아이콘
제가 너무 자구대로만 생각한 것 같은데 기존 통설보다는 우상향으로 길게 뻗는다는 뜻인가보네요
무한도전의삶
22/12/23 10:56
수정 아이콘
넵 맞습니다. 제가 오해되게끔 썼네요 다시 보니 흐흐.
22/12/22 23:35
수정 아이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올바른 평가가 가능할수록 오늘뿐만이 아니라 내일 일주일 더나아가 연단위로도 계획이 가능하겠죠
그리고 이런 계획들은 근거가 뒷받침되기때문에 허무맹랑한 계획들과 달리 실현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예측할 수 없는 변수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 변수들이 무조건 지구멸망과 같은 극단적인 것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극단적인 수들은 희박하다고 볼 수 있구요, 되려 준비된 자에게는 기회가 되는 변수들이 더 많이 찾아 왔다고 봅니다. 그래서 근거있는 예측과 그걸 실행하는 행동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현재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건 이견이 없지만 그 행복이 미래를 팔아서 산 행복이라면 그 선택이 좋아보이지 않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어떤것에 의해서든간에 잠자기 전 그 날 하루가 의미 있는 하루였고 그것 때문에 내일이 기다려지는 연속성이 느껴질 때 기분좋게 잠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후2시
22/12/22 23:54
수정 아이콘
동의 합니다. 7년전 저한테 들려주고 싶은 글이네요.
NSpire CX II
22/12/23 05:58
수정 아이콘
아 이거 맞습니다

내일은 무슨 재밌는 일이 펼쳐질까 두근두근하는 그 마음 정말 좋죠
닉넴바꾸기좋은날
22/12/23 09:30
수정 아이콘
저는 내일 나올 에픽 무료게임을 기대하면서 잡니다.
22/12/23 13:03
수정 아이콘
마지막 문단에 공감이 많이 가네요.
태양의맛썬칩
22/12/23 01:42
수정 아이콘
데이비드 흄이 생각나네요
Grateful Days~
22/12/23 08:48
수정 아이콘
행복이 뭘까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22/12/23 09:20
수정 아이콘
저는 '닥치치 않는 미래를 상상해서 걱정하는' 것이 엘리트의 저주라 생각합니다. 한국은 95%가 엘리트인 곳이라...
닉넴바꾸기좋은날
22/12/23 09:33
수정 아이콘
오히려 반대 아닐까요?
닥칠만한 미래를 예견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22/12/23 09:37
수정 아이콘
다수는 전자가 문제인거 같고요. 여전히 후자의 사고뭉치인 사람은 있긴한데 소수이나 잘보이는거 같기도 합니다.
wish buRn
22/12/23 09:36
수정 아이콘
이혼한지 3년차되가네요.
이젠 40대중반으로 달려가는데.. 또 하는 일은 잘되서 올해 1.9억 저축합니다.
이렇게사는게 맞는건가.. 싶습니다
닉넴바꾸기좋은날
22/12/23 09:42
수정 아이콘
으음... 어떤 말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즐거움 가득하게 보내십쇼 주말이잖아요 크크
세츠나
22/12/23 10:27
수정 아이콘
이건 제 나름의 철학까지는 아니고 사고방식 같은거지만,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현재의 행복에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게임을 순간순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 종료까지의 목표를 세우고 하나하나를 이뤄가는 것도 승리의 중요한 요소이죠.
보다 단순하고 극단적인 경우로, 슈팅게임에서 잔기를 많이 남기거나 폭탄을 안쓰는 낭비적인 목표를 부차적인 즐거움으로 삼기도 합니다.
오늘 죽을지 모르니 먹고 마시자 사고방식이 메인인 저 같은 사람은 오히려 이런 생각이 미래를 대비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미래가 와서 그 때 대비한 것을 누리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고, 미래를 대비하는 행위를 현재에 얻는 업적작처럼 보는거죠.
레드빠돌이
22/12/23 12:18
수정 아이콘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현재가 진정으로 행복할까요?
현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미래도 행복할꺼라는 믿음도 필요하죠
22/12/23 13:02
수정 아이콘
고민이 필요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햇님안녕
22/12/23 13:43
수정 아이콘
현재가 행복하긴 한데
마냥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안주하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더 나아질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Quantum21
22/12/23 13:54
수정 아이콘
행복의 정의를 무엇으로 해야하는가가 문제이지만 거기에 미래에 대한 요소를 아예 배제하기는 어려운것 같습니다. 극단적으로 보자면 순간의 행복은 마약으로도 가능하겠죠.
뭔가 두리뭉실하지만 미래에 대한 고민은 아예 안하는것도 과하게 하는것도 문제라서 그저 적당히 조금 적다 싶게 하는게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 길인것 같습니다.
닉넴바꾸기좋은날
22/12/23 14:01
수정 아이콘
얼마를 예측하는게 좋을까요?
하루? 한달? 일년? 사실은 이점은 저도 모릅니다.
삶의 연속성이란게 어느때까지 합리적으러 판단가능한지...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7502 [정치] 영국 보수당 의장: 간호사 파업은 푸틴을 돕고있다. [10] 기찻길13453 22/12/23 13453 0
97501 [정치] 여야 내년 예산안 합의, 23일 처리... 대통령실 반응은? [28] Davi4ever12854 22/12/23 12854 0
97500 [일반]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면 족한것인가? [25] 닉넴바꾸기좋은날9999 22/12/22 9999 2
97499 [정치] '확률형 아이템' 규제 게임법 개정안이 법안소위에서 계류되었습니다. [132] 하종화13981 22/12/22 13981 0
97498 [정치] 민주당 신현영 의원의 닥터카 탑승 관련 문제가 계속 터져나오네요 [290] 미뉴잇23504 22/12/22 23504 0
97497 [일반] [넋두리] 심각한 슬럼프가 왔습니다. [57] 카즈하13889 22/12/22 13889 31
97496 [정치] "이 사람 보수 맞나" 패널 누구길래…방송사에 공정성 따진 與 [115] 카린18214 22/12/22 18214 0
97495 [일반] 뉴진스 Ditto 후기 [15] 소시15371 22/12/22 15371 7
97494 [일반] 요즘 본 영화(스포) [1] 그때가언제라도8216 22/12/22 8216 4
97493 [일반] 2022년 시청한 애니메이션 감상 (feat. 요즘 이게 유행이라면서요) [29] 이그나티우스14951 22/12/21 14951 11
97492 [일반] 설득력 있는 글쓰기를 위해 (2) [2] 마스터충달8208 22/12/21 8208 20
97491 [일반] 배려왕 [13] jerrys8319 22/12/21 8319 10
97490 [정치] 당정 "건설 현장 외국인력 고용 제한 전면 해제 추진 [104] 기찻길17081 22/12/21 17081 0
97489 [일반] 틀리기 쉬운 맞춤법 [59] 꿀이꿀10086 22/12/21 10086 8
97488 [일반] (pic)2022년 한해를 되짚는 2022 Best Of The Year(BOTY) A to Z 입니다 [42] 요하네9722 22/12/21 9722 49
97487 [일반] 중국식 통계로 완성하는 방역 [36] 맥스훼인14617 22/12/21 14617 3
97486 [정치] 인권위 "남성 직원만 야간 숙직, 차별 아냐" [288] 닉넴길이제한8자23748 22/12/21 23748 0
97485 [일반] 설득력 있는 글쓰기를 위해 [30] 오후2시11490 22/12/21 11490 21
97484 [일반] 아바타2 - 놀랍지도, 설레이지도 않아(약스포) [50] v.Serum10668 22/12/21 10668 6
97483 [일반] <서부 전선 이상 없다> - 오랫동안 기억될 불쾌감. [7] aDayInTheLife10344 22/12/20 10344 4
97481 [일반] [웹소설] 혁명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추천 [21] 삼화야젠지야12037 22/12/20 12037 6
97480 [일반] 빌라왕의 피해자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수 있다 [37] lux17037 22/12/20 17037 40
97479 [일반] 보험전화를 현명히 거절하는 법 [83] 만수르14712 22/12/20 14712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