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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4/09 17:17:18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2696103432
Subject [일반] 하루키 에세이 -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독후감

무라카미 하루키는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입니다. 뭐 비슷비슷한 이야기와, 비슷비슷한 전개에 대해 불만을 품은 적은 있지만, 그래도, 그의 개인적인 성향과 그의 취향이 내 성향과 비슷하다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 듭니다.

성향과 미스터리함이 적절히 뒤섞인 소설과 달리, 에세이는 전혀 다른 감각을 자주 보여주는 편입니다. 그러니까, 만약 하루키의 소설이 본인의 취향에 안맞는다고 해도, 에세이를 한 번 읽으면 '이 사람이 그 사람이야?'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에세이는 뭐랄까, 한 아저씨가 재미난 얘기를 들려주는 느낌이 잔뜩 듭니다.

이번 에세이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는 하루키의 취향 소개서에 가깝습니다. 모은 클래식 LP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철저하게 개인적 감상에 집중한 이야기니까요. 이 모든 LP들을 모으기도, 듣기도 어려운 우리나라에서는 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쯤에서 약간 딴 이야기로 새자면, 저는 하루키의 취향을 구경하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저는 철저하게 MP3-스트리밍의 전환기에 학창시절을 보냈고, 여기 언급된 클래식보단 팝-락-혹은 힙합, 끽해야 재즈 정도가 제가 커버하는 범위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당장 이 글을 쓰면서 듣는 음악들도 그렇구요. 스트리밍, MP3는 분명 획기적인 전환이지만, 어떤 음악의 '해석'보다는 '재현'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잡음과 편곡이 들어간 '라이브 음원'보다 완벽하게 세팅되고, 완벽하게 연주하는 '스튜디오 음원'을 더 선호하는 것도 어쩌면 책에 '적극적으로' 들어가기보단, 음, 그렇구만, 하는 식으로 읽게 되는 원인이 아닐까 싶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냥 저냥 재밌게 읽었습니다. 동네 아는 아저씨의 집에 초대받아서 서랍장에 가득 꽂아놓은 LP판을 보면서 '이거는 어떻고, 저거는 어떻고....'하는 이야기를 듣는 느낌으로요. 이건 제가 하루키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또 하루키의 에세이가 재미있기도 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하루키 식 클래식 취향을 언젠가 한번은 따라 듣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덧. 책의 구성이 LP판 3-4장 정도+1장 분량의 감상의 반복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저는 막상 이 책을 집어들고 보면서 분량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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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달린뱀
22/04/09 18:14
수정 아이콘
하루키가 진짜 에세이 맛집이죠. 소설이 뭔가 나른하고 붕뜨는 느낌이라면 에세이는 유쾌하고 맛깔나는데 담백해서 좋은 느낌.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재즈나 LP 얘기는 '또 시작이군...' 하면서 별 관심이 없고 기행문이나 음식 묘사는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먼 북소리는 지금도 생각나면 간간이 읽어요. 반젤리스 아재랑 타베르나에서 우조나 마시고싶네요.
aDayInTheLife
22/04/09 18:21
수정 아이콘
에세이 맛집 인정합니다. 크크
개인적으로 클알못에다 [해석]보단 [재현]을 좋아하는편이라 극상이긴 하지만 에세이 글이 워낙 흥미롭게 쓰여져서 읽었습니다. 흐흐
삼화야젠지야
22/04/09 20:46
수정 아이콘
하루키 에세이 하니까 기억나는게 거의 없는데 꼭 굴튀김 예찬 하나만큼은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겨울마다 굴튀김 파는 곳 없나 중식집을 뒤적거려요.
aDayInTheLife
22/04/09 20:59
수정 아이콘
굴 별로 안좋아하는데 그건 궁금해지더라구요. 크크
김홍기
22/04/09 20:54
수정 아이콘
위스키 얘기해주는 에세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나네요
aDayInTheLife
22/04/09 20:59
수정 아이콘
하루키 에세이는 늘 재밌죠. 크크
아무무
22/04/11 11:11
수정 아이콘
요새 누가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줘서 노르웨이의 숲부터 읽고 있는데, 혹시 하루키 좋아하시는 여러분 이 작가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고견을 조금 들어보고 싶습니다. 물론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가니, 좋지 않은 평가도 환영입니다.

저도 완독하면, 여기 댓글에 제 평을 남겨 볼게요.
aDayInTheLife
22/04/11 11:31
수정 아이콘
저는 개인적으로 하루키가 드러내는 취향에 관심을 가지는 편입니다. 하루키가 좋아하는 것들과 제가 좋아하는게 일치하는 편이라…

하루키 소설을 이야기하자면 (여성의) 상실과 그로 인해 남겨진 남성의 이야기가 기본 뼈대고 나쁘게 말하면 거의 그런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그 무언가 상실한걸 찾기 위해 찾아가는 이야기고 그 과정에서 상실 대신 무언가를 찾아오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이 부분에서 판타지스러운 배경도 많이 등장하구요. 그 점에서 노르웨이의 숲이 가장 현실적이긴 합니다. 크크 여기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 않을까 싶어요.

하루키의 에세이는 결이 다릅니다. 무게는 내려놓고 어깨의 힘도 빼고, 훨씬 가볍고 매력적이죠. 개인적으로 둘 다 시도해 보신다면 하루키의 잡문집 번역본이 있습니다. 요걸로 에세이 입문해보시는 거도 나쁘지 않아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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