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7/03 00:02:29
Name 판을흔들어라
Subject [일반] [14] 나의 인터넷 본진

수많은 인터넷 세상을 돌아다니지만 나에게 본진은 PGR이다.

본진이지 고향이 아니다. 고향이라고 하면 어렸을 적 큰집에 놀러가서 배꼽 잡아가며 본 개죽이 개벽이가 나온 디씨일 수도 있고,

그 후에 집에 컴퓨터가 생기고 나 혼자 돌아다니다가 정착했었던 웃대일수도 있기에 엄밀하게 PGR은 고향은 아니다.

그렇지만 현재 인터넷을 하면 엠팍도 가고 루리웹도 가고 펨코도 가고 가끔 더쿠도 가고 오유나 웃대는 잘 안가고

뽐뿌는 필요할 때 검색하러 가고 하는 등  여기저기 메뚜기 마냥 뛰어다니는데 어느 샌가 왜인지 PGR은 나의 본진이 되었다.



PGR에 온 계기는 역시 스타크래프트였다. 굿바이 1.07패치 대회를 끝으로 온게임넷은 우리집 케이블 채널에서 사라졌었다.

자연스럽게 스타에 대해 관심이 없어지다가 고등학교에 들어와 친구들의 영향을 받아서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러곤 스갤에 발을 들였다.

그러나 디씨의 수도를 자처하던 스갤은 정말 지독히도 복잡하고 시끄럽고 정신없는 곳이었다. 커뮤니티에 '검열제'가 있었으니 말 다했다.

그 시절 자연히 PGR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다른 커뮤니티에 쳐들어 가는 것(?)엔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파이트포럼에 자주 가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난 어떻게 PGR로 오게 된 것일까?



예나 지금이나 반응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관심종자는 아니다. 어떤 A라는 사건에 대해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보는 걸 좋아한다.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면서 이 전에 본 것이라도 클릭을 해서 다양한 댓글 반응들을 본다. 나도 내가 왜이러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리고 당연히 나를 감탄하게 하고 놀라게 하고 재밌게 했던 대로 나도 사람들에게 그렇게 영향을 주고 싶었고 게시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무지막지한 화력을 자랑하던 스갤은 내 글을 10초도 안되서 2페이지로 밀어버렸다.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한 채로

임요한이 군입대하며 남긴 글이 마치 유비가 남긴 글과 비슷한거 같아서 글을 쓴 기억이 나지만 역시나 묻혀버렸다.

그런데 PGR은 글쓰기 버튼의 무거움으로 인해서 한 번 글이 올라가면 한참을 1페이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가???

이 얼마나 매력적인 곳이란 말인가



그렇다고해서 금방 가입을 하지는 않았다. 닥눈삼을 지킨 것도 아니고 그냥 왜인지 실제 가입과 글을 쓰는데는 기간의 차이가 있었다.

엠팍 가입도 눈팅을 1년 넘게 했었고, 현재 작년부터 보기 시작한 펨코도 언제 가입을 할지 모른다. 거기 글을 퍼오면서 말이다.

글을 읽고 댓글을 읽으면서 '저게 사실이 아닌데 이게 사실인데'라는 답답함과 왠지 모를 억울함 게이지가 차게 되니 가입을 하고 글을 썼다.

중간에 가입을 해놓고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시기도 있었지만 어찌되었든 15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PGR에서 활동을 했다.

내가 쓴 글들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부르고 많은 댓글을 받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1페이지에 오래 노출되는 것에 만족했다.

그 전에는 글 쓰자마자 금방 2페이지로 밀려났는데 적어도 노출이 될 기회는 주어진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점이 바로 내가 PGR을 본진으로 느끼는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


그렇게 PGR에 있었다.

다른 곳에서 재미난 게시글을 보면 '이거 PGR에 올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왠지 모르게 더 그렇다.

아는 형이 알려주고 디씨 최유정 갤러리 가기는 했지만 내 아이돌 덕질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PGR이었다.

16년 엠팍에 가입하기 전에 야구이야기를 쓸 수 있던 곳도 역시 PGR이었다.

피드백과 대댓글 문화에 영향을 받아 되도록이면 객관적으로 생각하게 만든 것도 PGR이었고,

피드백과 대댓글을 굳이 안 달아도 될 만한 글 쓰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 계기도 PGR이었다.

부끄러운 개똥철학이나 시, 사진을 가장 올릴만한 곳도 PGR이었다.

웃기도 하고 눈쌀 찌푸리기도 하고 비웃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찡하기도 하고 이러나 저러나 PGR이었다.

그랬다.

PGR21이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피잘모모
21/07/03 00:08
수정 아이콘
여름이었다.
라프텔
21/07/03 00:15
수정 아이콘
그때 갑자기 닌자가 나타났다.
위너스리그
21/07/03 00:44
수정 아이콘
본진이 바뀐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2375 [일반] [더빙] 예전에 했던 콘스탄틴 더빙 다시 해왔어요! [2] 유머게시판11375 21/07/03 11375 3
92374 [일반] [14]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지알이니까 [1] 손금불산입9274 21/07/03 9274 18
92373 [일반] <인 더 하이츠> - 무난하디 무난한. [6] aDayInTheLife9844 21/07/03 9844 0
92372 [일반] [14] 나의 인터넷 본진 [3] 판을흔들어라10363 21/07/03 10363 3
92371 [일반] 다음 금융위기는 어떻게 올까요? [73] Thenn17996 21/07/02 17996 5
92058 [일반] PGR21 만 20돌 기념 14차 글쓰기 이벤트 공지 드립니다!(주제:PGR21) 7월 3일까지! [30] clover21399 21/05/27 21399 7
92370 [일반] 이런저런 이야기. [2] 공기청정기8931 21/07/02 8931 10
92369 [일반] [14] 솔로의 아이콘이었다가 PGR 덕분에 쌍둥이 아빠 된 썰 [76] jjohny=쿠마15186 21/07/02 15186 68
92368 [정치] 전혀 다른 두 공정함 : 조별과제의 공정함과 형제의 공정함 [34] 아루에14564 21/07/02 14564 0
92367 [일반] [14] ppt21.com [10] 오지키13277 21/07/02 13277 18
92366 [일반] 서울 성인 3명 중 1명, 지난 1년간 '이것' 안(못)했다. [90] 나주꿀19130 21/07/02 19130 8
92365 [일반] 대학 입시에 대한 단상 [7] Respublica9898 21/07/02 9898 3
92364 [일반] [14] 타인의 삶 [6] 거짓말쟁이10737 21/07/02 10737 10
92363 [일반] 영화 1600편을 보고 난 후, 추천하는 숨겨진 수작들 [126] 최적화18451 21/07/02 18451 40
92361 [일반] 한라산 국립공원 (국립공원 스탬프 투어 4) [44] 영혼의공원12501 21/07/02 12501 15
92360 [일반] [14] PGR21이 내 인생을 바꿔주었던 일 2가지 [14] 해바라기10828 21/07/02 10828 29
92358 [정치] 야권 대선주자들이 배워야하는 역사속 인물 [116] aurelius23731 21/07/01 23731 0
92357 [일반] 앞으로의 코로나 상황에 대한 의문 [101] 헝그르르18233 21/07/01 18233 8
92356 [일반] 문화대혁명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 (2) [11] 삭제됨14527 21/07/01 14527 21
92355 [일반] [14] 같이 나이 들어가는 이가 피지알에서 사는 법 [7] 길갈12654 21/07/01 12654 15
92353 [일반] 내 어린 시절, '먼나라 이웃나라' 와의 추억 [114] 피잘모모14084 21/07/01 14084 10
92351 [정치] 2000년대생의 정치 성향을 자료로 분석해보기 [13] 데브레첸12396 21/07/01 12396 0
92350 수정잠금 댓글잠금 [일반] 왜 구미는 중국 공산당을 이해하는데 압도적인 실패를 해왔나 (마틴 자크) [167] 아난21317 21/07/01 2131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