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6/25 16:31:37
Name 제리드
Subject [일반] [14] PGR과 함께 사는 세상 (수정됨)

PGR21이 벌써 20주년을 맞이했네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2002년도에 프로게이머 랭킹 정보를 찾아보다가 가입한 PGR이었는데 정말 시간이 빨리 간 것 같습니다.

저에게 PGR은 참 신기한 커뮤니티였습니다.

그 당시 저는 다음 카페(소위 '드랍동' 등 개인 팬카페 위주)로 활동하던 스타크래프트 팬이었고, 스타크래프트 관련 자료를 찾다가 랭킹 점수 등 정리가 잘된 자료를 보고 PGR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평균 연령대가 높은(!) 것과 정제된 분위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제게 가장 큰 인상을 주었던 것은 PGR21의 공지사항이었습니다.

[10대들은 스타때문에 쓰는 총시간을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중략)10대의 시간가치는 20대의 10배쯤 되리라 생각합니다.]

로 시작하는, 큰 형님의 따끔한 충고와도 같았던 공지사항이 아직도 뇌리에 깊게 남아있습니다.

우습지만 당시 공부와 진학 등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저에게 큰 울림을 주는 말이었습니다.

우리 사이트에 되도록 적게 오라는 게임사이트 공지사항이라니, 얼마나 인상적입니까.

[pgr21에는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안왔으면 좋겠습니다.법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 안주면서 스타 같이 좋아 할수있는분이면 좋겠습니다.]

라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그 당시 PGR은 인터넷 커뮤니티 같지 않게 따뜻하고 인간적인 분위기가 나는 곳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도 다른 일반적인 커뮤니티에 비해 선비같다고 불리는 PGR이지만요.

(저는 이 '선비같은' 분위기가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고 PGR만의 특색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음 규제는 풀렸으면 좋겠지만요)

대학교 때 자서전 격의 셀프 문집을 만드는 과제가 있었는데, '내 인생에 영향을 준 글'이라는 주제로 PGR21의 그 공지사항을 스크랩해서 수록했던 기억이 납니다.

게임사이트 공지사항이 인생의 도움말이라니, 교수님도 의아하셨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20년동안 PGR을 눈팅해오고 있습니다.

글을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제가 아는 소소한 유머들을 유머게시판에서 공유하기도 했고, 인생의 고민들을 질문 게시판에서 물어보기도 했으며,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의견과 취미생활들을 자유게시판에서 나누기도 했었습니다.

저에게 PGR은 "세상읽기"의 통로였습니다.

다른 커뮤니티를 특별히 하지 않기에,인터넷에서 터지는 이슈들과 유머글들을 가장 먼저 보는 곳이 PGR이었습니다.

지금도 하루를 마무리 할 때 유게와 스연게를 훑어보며 오늘 세상에 이런일이 있었구나를 알아가고 있죠.

또 게시판의 양질의 좋은 글들을 써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많은 감명 깊은 글들을 PGR에서 읽었습니다.  일일히 다 열거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할 정도일 것 같습니다.

제가 다 기억하지는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PGR도 지금까지 많은 우여곡절과 분란이 있었다고는 알고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 모습의 PGR도 좋고 많은 정보를 얻고, 또 나누고 있습니다.

또 제가 하는 유일한 인터넷 커뮤니티이자 가장 친숙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PGR이 문닫는 일 없이 계속 꾸준히 이어졌으면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인 엄재경 선생님께서 마지막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고 저는 이말을 참 좋아합니다.

"친구란 뭐냐? 같이 노는 사람들이 친구다. 그게 친구가 하는 일이다."

PGRer 친구 여러분들과 같이 놀 수 있어서 즐거웠고, 앞으로도 같이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피잘모모
21/06/25 16:32
수정 아이콘
서로 재미있게 놀아요! 흐흐
배제라
21/06/25 16:37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크크
21/06/25 16:44
수정 아이콘
뭐한 20-30년 지나고 그때도 피지알이 살아 있으면 누구누구 회원님 부고도 뜨고 문상도 가고 그러겠죠.
제리드
21/06/25 17:15
수정 아이콘
어...엇 그런일이;
내맘대로만듦
21/06/25 17:08
수정 아이콘
저는 피지알이 월급루팡하기 좋아서 참 좋네요..
텍스트만 쫘르륵 떠있으면 뭔가 일하는것같고 크크
인터페이스도 간결하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2260 [일반] 몽구스 무리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했다 (번역) [14] 아난13092 21/06/26 13092 10
92259 [일반] 일본이 백신접종에 궤도에 도달한거 같습니다 [104] 여기21150 21/06/26 21150 12
92258 [일반] 우울증2 (되새김질) [10] purpleonline13297 21/06/26 13297 15
92257 [일반] 퇴직일에 지하철 출입문 사람끼는 사고 막은 이야기 [10] greatest-one14218 21/06/25 14218 21
92256 [정치] [도서] 우남 이승만의 유산은 무엇인가? [319] aurelius19332 21/06/25 19332 0
92255 [정치] 검찰 중간간부 인사 단행...'권력사건 수사팀장' 모두 교체 [70] 미뉴잇16155 21/06/25 16155 0
92254 [일반] 정시 수시에 대한 나름의 생각 [86] 이는엠씨투12247 21/06/25 12247 12
92253 [일반] 알뜰폰 요금제 추천드립니다. [17] 코지코지13342 21/06/25 13342 5
92252 [정치] 최초의 10대 대변인을 노리는 김민규 학생 말솜씨 한번 보시죠 [75] 나주꿀21469 21/06/25 21469 0
92251 [정치] (정치유머) 민주당에서 그렇게 외치는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알겠습니다. (Feat 박성민) [78] 가슴아픈사연17010 21/06/25 17010 0
92250 [일반] [14] PGR과 함께 사는 세상 [5] 제리드12314 21/06/25 12314 9
92249 [정치] 추미애 "내가 대선 출마 선언하니 윤석열 지지율 떨어져" [34] TAEYEON13033 21/06/25 13033 0
92248 [일반] [14] 오늘도 나는 하루 더 늙었다 [4] 글곰10275 21/06/25 10275 17
92247 [일반] 남성 혐오 사건에 대한 언론의 태도 [96] 맥스훼인18644 21/06/25 18644 42
92246 [정치] 민주당 경선 일정 그대로 가기로 합의, 이낙연은 반발, (+정세균은 수용) [61] 나주꿀15910 21/06/25 15910 0
92245 [정치] 아이돌-前CEO-탈북자까지… 국민의힘 ‘대변인 오디션’ 흥행 [65] 청자켓17787 21/06/25 17787 0
92244 [일반] 반값 로또 청약 원베일리 커트라인이 나왔습니다. [47] Leeka14950 21/06/25 14950 1
92243 [정치] [도서] 한겨레 기자가 출간한 한일신냉전 [59] aurelius17427 21/06/25 17427 0
92242 [일반] 사망사고후 부모님이 용서를 해주는 경우 [50] will15989 21/06/25 15989 2
92241 [정치] [외교]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 [115] aurelius16166 21/06/25 16166 0
92240 [일반] [외교] 프랑스 의회, “인도태평양 전략 청문회” [6] aurelius11882 21/06/25 11882 9
92239 [일반] [외교] 수준 높은 프랑스의 외교잡지 [22] aurelius17918 21/06/25 17918 23
92238 [일반] 출수는 두 번 할 필요가 없나니. 팔극권 이서문 이야기 [14] 라쇼17886 21/06/25 17886 1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