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캡틴 마블은 개봉 이전부터 어느새 영화를 뛰어넘은 영화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뭐 어떤 의미로든 뛰어넘긴 넘었죠. 아니, 무엇이 그리 떠들썩한가! 이 잔칫집은 아주 전세계에 소문이 나 있구나!
싶은 마음에 오늘 개봉하자마자 동반으로 근태 위반 및 신의성실의 원칙 위배를 일정부분 저지르고 보고 왔습니다.(해당 혐의는 다음 글에 논의할 예정이며 제가 논의하기 전까지 이러쿵저러쿵은 인정 안 합니다)
아직 보지 않은 분이 절대다수라 생각되기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싶은 부분은 전부 피했습니다.
또한 이 영화를 볼지 말지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아보여, 가급적 궁금증의 대상이 될 법한 부분들을 다뤘습니다. 평론글이라기보다는 부분부분을 찝어보는 글입니다.
캡틴마블 성장기로서의 서사
이 영화는 거의 모든 히어로 솔로무비들의 첫 편이 그렇듯이, 성장 서사물입니다. 다만 힘을 가지게 되고, 그 크기를 길러내는 종류의 성장 서사가 아닙니다.
캡틴 마블은 이미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단지 그 힘의 통제와 활용에 장애가 있을 뿐입니다. 즉 '힘은 있으나 혼란에 빠져있어서 시행착오를 겪는 히어로'의 전형입니다. 살짝 비튼 것처럼 보여도, 사실 그냥 힘의 성장을 다룬 이야기만큼이나 흔한 설정입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개괄은, "캡틴 마블은 지구인이었는데 기억을 잃고 우주전사가 된다. 오잉? 근데 출장 온 지구에 나의 흔적이? 내 잃어버린 기억을 찾겠어!" 입니다.
전반적인 서사의 수준은 딱 [어느 히어로의 솔로무비 첫 편]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캐릭터들
이 부분은 간단하게 언급할 수 있는데, 캐롤 (캡틴 마블)과 닉 퓨리 이외의 캐릭터들에게서는 그다지 매력을 찾지 못했습니다.
캐릭터들의 관계도 상당히 간단하고 도식적인 편입니다.
다만 캐롤과 닉 퓨리 만큼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만큼의 값어치를 시종일관 해냅니다.
사실 다른 캐릭터보다도 해당 작품에 등장하는 스크럴 종족 자체가 흥미로운데, 다소 정치적 메타포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액션은 확실히 아쉽다
개인적으로 액션은 2가지 부분에서 아쉬웠습니다.
첫째는 후반부의 히어로 대각성 이전까지 히어로 무비 특유의 '정신없는 질주 액션'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액션 자체가 좀 느리고, 정적이고, 살짝 덜 화려하며, 조금 느슨합니다.
보통의 히어로 무비의 경우 초반부에 관객들을 확 잡아끌기 위한 액션을 배치하고, 후반부에 영화의 핵심이 되는 액션을 배치하며, 그 사이사이에 일정주기로 집중력 환기용 액션을 배치해서 그 빈 시간이 길어지지 않게끔 안배합니다.
근데 이 영화의 경우 중간중간에 "음... 이쯤이면..." 싶은데 비어버리는 타이밍이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후반부의 안광을 얻게 되는;; 장면의 액션은 확실히 볼 만합니다.
둘째는 캡틴 마블이 매우 킹왕짱 아주 그냥 매우 몹시 쎄다는 점입니다.
캡틴 마블은 원래부터도 최강의 히어로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었고, 어느정도 예견되었던 점이긴 한데, 그렇게 봐도 셉니다.
특히 격투게임의 장풍에 해당하는 캡틴마블의 기술들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분명히 액션씬의 필수라 할만한 건 제공이 되는데,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하는 '쫄깃함'이 훼손된 느낌입니다.

브리 라슨
영화 자체만큼이나 말이 많이 나오는 주연 여우, 브리 라슨입니다.
이 영화에서, 브리 라슨은 그다지 예쁘게 나오지는 않습니다.
같은 카메라마사지 버젼이라도 아쿠아맨의 엠버 허드 (당시 저는 다른 사이트에 아쿠아맨 리뷰를 썼다가 이건 엠버 허드 헌정글 아니냐는 말을 들었죠) 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이 배우는 스탠 리부터 시작해서 외모 논란, 사상적(?) 논란 등을 모두 몰고 다녔는데, 그런 거 다 차포 떼고, 이 영화에서의 연기는 괜찮습니다.
특히 캡틴 마블이 아쿠아맨의 엠버허드처럼 조력자&썸녀 포지션이 아니고, 주연 히어로라는 점, 그리고 특유의 킹왕짱 이미지를 생각해봤을 때 최적의 캐스팅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다만 나중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스탠리 관련해서 컷이 있는데... 거기서는 배우의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보며 저도 만감이 교차하긴 하더군요.
스크린의 크기
저 같은 경우엔 아맥으로 관람했습니다. 사실 이런 류의 영화들이 다들 그렇듯이, 스크린빨은 탈 수밖에 없습니다.
불편한 영화인가?
이 점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을 많이 봤는데, 딱 원더우먼 정도의 느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오히려 초반부부터 다소 적나라한 구도를 보여준 원더우먼에 비해 이 영화는 후반부의 회상 장면 정도 전까지는 그 쪽 방면으로는 의도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후반부에는 암시가 아닌 확실한 메세지가 등장하고,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남성인 저와 여성인 복슬이 둘 다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사실 해당 장면이 아예 맥락 없는 장면은 아니고, 미국사의 한 사건과 관련된 장면인데 제법 흥미롭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글을 하나 따로 파 보겠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이 영화 내용 자체에 특정한 맥락이 누구나 알 수 있는 방법으로 포함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표현방식은 예상했던 것보다 자연스럽고, 이런 문제에 예민한 회원분들이라면 모르겠지만 크게 거슬리지 않는 수준이라 느꼈습니다.
90s 감성에 관해
사실 저는 이런 저런 논란보다도 더 신경쓰였던 게 미국 쪽 시사회 직후부터 나왔던 90년대 감성에 관한 이야기들이였습니다.
왜냐면 제가 공감하지 못할 것 같고, 냄새가 짙다면 공감하지 못하는 나는 영화의 일부분은 느끼지도 못하게 되는 것 아닌가? 걱정했거든요.
근데 막상 보니, 90s 감성은 걍 이런 저런 유머 소재 + 지나가는 것쯤으로만 나옵니다. 가령 들어 지금은 망한 걸로 더 유명해진 블록버스터 비디오점이 등장하는 식입니다.
다른 세대여도 딱 연상할 수 있는 그 90s의 이미지이고,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해도 영화 감상을 저해할 수준은 전혀 아닙니다.
참고로 미국 90s 감성이라 한국의 그것하고는 또 다를 겁니다. 아마도.
다만, 시사회에서 나왔던 평처럼 딱히 칭찬하고 싶은 감성도 아니었습니다. 역시 공감의 수준이 달라서 그런가 봅니다.
뚜둥 뚜둥, 그리고 모두가 가장 궁금해했던 그것!

어벤져스 : 엔드게임과의 연결고리
예 있습니다. 애초에 캡틴 마블이 딱 저 영화를 둘러싼 서사에 삽입하려고 지금 시점에 투입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있습니다.
근데, 정말로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보려면 반드시 봐야하느냐? 에는 No입니다.
그러나 어벤져스:엔드게임을 풀 포텐셜로 보고 싶은데 도움이 되겠느냐? 에는 Yes입니다.
영화가 끝났을 때와 크레딧이 다 올라갔을 때 각각 영상들이 있는데, 하나는 아주 직접적으로 어벤져스:엔드게임과 연결되고 다른 하나는 관련은 있지만 그냥 유튜브 고양이 영상에 가깝습니다.
영화의 내용 자체를 타노스와의 전초전이라고 파악하는건 무리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캡틴 마블이 타노스와의 대립에 있어서 아주 무거운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암시됩니다.

블랙 위도우 솔로무비 보고 싶어! 블랙 위도우!
야 이 마블놈들아 빨리 만들어라.
형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