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글곰입니다.
지난번에 한문 번역을 했으니 이번에는 영어 번역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지난글 : 한중왕표 및 주석
https://cdn.pgr21.com/?b=8&n=76447)
영어.....라기보다는 라틴어에 뿌리를 둔 알파벳 계통의 서양 언어를 보면 장엄복수형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황제나 왕 등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자신을 지칭할 때 'I'가 아닌 'We'로 지칭하는 형태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때 We는 '우리'라고 해석하면 안 됩니다. 대체로 짐(朕)이나 고(孤)로 번역하죠.
짐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황제가 스스로를 칭하는 낱말이고, 고는 왕이 자신을 일컫는 말입니다. 여러분도 사극에서 짐이라는 표현은 자주 접해보셨을 겁니다. 반면 고는 비교적 접할 기회가 적었을 테지요. 하지만 조선시대에 왕이 자신을 짐이라고 칭했을 리는 없습니다. 조선은 중국의 사대질서에 편입된 제후국이었기에 조선왕은 황제가 아니니까요. 고 혹은 과인을 사용했겠지요. 삼국지에서 유비나 손권 등 제후들이 자신을 고라고 지칭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다시 서양으로 돌아가자면, 장엄복수형은 지금도 가끔씩 쓰입니다.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는 3인칭으로 스스로를 칭하는 방법도 있죠. 이는 로마의 카이사르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카이사르는 갈리아 정복을 다룬 저서
[갈리아 전기]를 집필했는데, 이건 사실 자서전에 가까운 물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내가 공격했다'라고 쓰는 대신 항상 '카이사르는 공격했다'라는 식으로 3인칭 서술법을 채택했죠. 이후 카이사르의 칭호를 이어받은 로마의 황제들이 이 관습을 따라하면서 3인칭이 자신을 높이는 방식으로 거듭났다고 합니다.
그러니 예컨대 'We said, we were hungry'라는 문장이 있다고 해 봅시다. 이 말을 황제가 했을 경우 '우리는 우리가 배고프다고 말했다'라고 번역하면 당연히 안 됩니다. '짐은 배고프다' 정도로 번역해야 하고, 좀 더 고풍스럽게 한다면 '짐은 허기지도다' 정도가 적절할 겁니다.
자. 그럼 이제 번역 하나를 해 보겠습니다. 과거에 미하엘 주세페라는 황제가 있었습니다. 어진 군주로 평가받았던 그는 어느 날 굶주림으로 죽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목도하고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통치하던 국가, 또 그 경계를 넘어 다른 국가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아이들이 굶주리는 일은 없도록 하라는 칙령을 반포하지요. 그 문장이 자못 아름다운 면이 있어 한 번 번역해 볼까 합니다.
특히 장엄복수격 'We'의 쓰임새에 유의하며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행히도 분량이 길지 않아 예전에 한중왕표 번역보다는 훨씬 손쉬웠네요. 번역에는 네이버 영어사전의 도움을 받았으며 의역이 다수 섞여 있습니다. 특히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로 인해 문장의 앞뒤 순서를 변경한 경우가 있습니다. 번역에 오류가 있다면 모두 제 책임입니다.
There comes a time when we heed a certain call, when the world must come together as one.
There are people dying and it's time to lend a hand to life. The greatest gift of all.
가로되 짐이 하늘로부터 이 부름을 들었노라. 말하노니 뭇 국가들이 하나로 뭉쳐질 때로다.
백성들이 죽어 가건만 도울 이 없음에, 오직 모두의 손길만이 유일한 선물이로다.
We can't go on pretending day by day. That someone, somewhere will soon make a change.
We are all a part of God's great big family and the truth, you know, love is all we need.
짐은 차마 가련한 자들을 매일같이 지나치며 다른 이들의 도움이 이르기만을 고대할 수는 없도다.
거룩한 주 앞에서 짐은 곧 백성과 가족일지니, 그대들은 짐에게 오로지 사랑이 필요함을 알지어다.
We are the world, we are the children. We are the ones who make a brighter day, so let's start giving.
There's a choice we're making, we're saving our own lives. It's true we'll make a better day just you and me.
말하노니 짐은 곧 세계일지며 또한 곧 연약한 어린아이로다. 하여 짐은 더 밝은 나날을 위해 베풂을 시작하도다.
짐이 만백성을 구원할 때가 바로 지금임을 너희는 알지어다. 진실로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구축함이 짐의 책무로다.
Send them your heart so they'll know that someone cares.
And their lives will be stronger and free,
As God has shown us by turning stones to bread.
So we all must lend a helping hand.
백성들을 돌보아 그들이 너희가 있음을 깨닫게 할지라.
백성의 삶이 강하고도 자유로워지게 할지라.
주께서 돌을 빵으로 만드는 기적을 보여주셨음을 알지니,
그것이 짐이 백성에게 손을 내미는 까닭이로다.
We are the world, we are the children. We are the ones who make a brighter day, so let's start giving.
There's a choice we're making, we're saving our own lives. It's true we'll make a better day just you and me.
말하노니 짐은 곧 세계일지며 또한 곧 연약한 어린아이로다. 하여 짐은 더 밝은 나날을 위해 베풂을 시작하도다.
짐이 만백성을 구원할 때가 바로 지금임을 너희는 알지어다. 진실로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구축함이 짐의 책무로다.
- 황제, 자크의 아들 미하엘 주세페(Michael Joseph Jackson, 1958~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