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2/07 00:01:35
Name 염력 천만
Subject [일반] 말의 죽음
오늘 영화촬영중에 말이 죽었습니다.
어느 영화인지 무슨일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함을 양해해주세요
사고는 아무도 예상치못한채 발생하기에 사고인듯 합니다.
말은 그렇게 제 눈앞에서 비틀거리더니 쓰러져 죽어갔습니다.
허망하다. 정말 그 말밖에 나오지 않네요.

사실 촬영중 말이 목숨을 잃는 경우는 꽤나 자주 있다고 합니다만
500kg 가까이되는 육중한 생명체가 겨울 차가운 바닥에 누워 죽어가는 모습은 처음 보는것이어서 충격이었고
슬프거나 가슴이 아프다는 표현보다는 왜 이런일이. 왜 저 짐승이 이렇게 죽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 의문으로 가슴이 답답했고 허망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집에 있는 자녀들을 보는데
다른것보다 생명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만약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거나 하면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만약 내 자녀나 가족이 목숨을 잃는다면 그건 내가 감당할수 있는 허망함일까 생각했습니다.

생명이라는건 중요하다고 알고는 있지만
이다지도 돌이킬수 없는 것이었나 하여 더욱 그게 중요한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인간을 위해 평생 연기하다 자기가 죽을곳이 여기인지도 미처 모른채 죽어가야했던
그 생명에 대해 미안하고 사과하고 싶습니다.

그 말은 키우시던 분들이 정이 많이든 말이어서 화장을 한다고 합니다.
죽음에 대한 의식은 죽은 생명을 위해서보다 산 자들을 위로하기 위함인듯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죽은 말에 대해
좋은곳에서 쉬라고 명복을 빕니다. 그런 자기위로와 위안마저 미안합니다.

잠이 쉽게 오지 않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자제해주세요
18/02/07 00:10
수정 아이콘
힘든 하루를 보내셨네요.
염력 천만
18/02/07 00:22
수정 아이콘
한줄인데도 위안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18/02/07 00:14
수정 아이콘
엊그제가 학창시절 같은데 어느새 많은 시간이 지났고, 이제는 부고가 낯설지가 않게 들려옵니다. 처음의 그 충격 허망함 그런 감정들이 갈수록 희미하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나이와 함께 죽음을 인정해 가는 것 같습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도 혹은 나의 죽음도 어느순간 오더라도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애써 외면하지만 가끔씩 생각을 스쳐갑니다. 날이 많이 춥네요. 유독 추운 날에 어르신들이 많이들 돌아가셔서 댓글 달면서도 묘한 감정이 듭니다.
아점화한틱
18/02/07 00:16
수정 아이콘
괴로우시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평안을 되찾고 주무실 수 있기를...
홍승식
18/02/07 00:34
수정 아이콘
장례식은 산자를 위한 축제라는 이청준의 소설이 생각나는 글이네요.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堀未央奈
18/02/07 00:36
수정 아이콘
아이고 고생하셨습니다.
배두나
18/02/07 00:43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영상으로 그 말을 보게 된다면 참 그리울 것 같네요.
산체스맨시티와라
18/02/07 09:21
수정 아이콘
애도를 표합니다

그런데 저는 제목만 보고 언어의 종말 이런 내용이 본문에 있을줄 알았다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5756 [일반] [뉴스 모음]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 지침 확인 외 [24] The xian10317 18/02/08 10317 29
75755 [일반] PGR을 보며 자란 아이가.. [21] Jr.S19457174 18/02/07 7174 20
75754 [일반] 만년필 소개 - 국내 업체 시장 상황 - [31] 담배상품권12359 18/02/07 12359 17
75753 [일반] 정부가 다이소와 이케아에 대한 규제에 착수했습니다. [112] 삭제됨17491 18/02/07 17491 3
75752 [일반] 정형식판사님 정체가 무엇일까요. [115] HORY15213 18/02/07 15213 18
75751 [일반] 대충대충 쓰는 오키나와 여행기 (1) [25] 글곰8227 18/02/07 8227 12
75750 [일반] 아이팟 나노 1세대가 7세대로 변하는 매직 [39] 무가당12608 18/02/07 12608 1
75749 [일반] ios 11.3 베터리 관리 기능 안내 [17] Leeka8353 18/02/07 8353 1
75748 [일반] 국민의당·바른정당 '미래당' 당명 사용 못한다..선관위 유권해석 [132] 히야시16240 18/02/07 16240 5
75746 [일반] 폼롤러와 마사지볼 이야기 [52] ED11866 18/02/07 11866 8
75745 [일반] 미국 암호화폐 청문회 후기 [164] 소주의탄생17473 18/02/07 17473 9
75744 [일반] 동아일보의 한 기사를 읽고. [3] 담배상품권6196 18/02/07 6196 5
75743 [일반] 내가 하고 싶은일, 내가 할 수 있는일, 나를 원하는일 [7] 써니는순규순규해6676 18/02/07 6676 17
75742 [일반] 말의 죽음 [8] 염력 천만6230 18/02/07 6230 17
75741 [일반]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테이크아웃 원두커피 카페인 함량 [96] 아유15212 18/02/06 15212 7
75740 [일반] 리틀 빅히어로 1992 감상문 스포있음 [10] 솔빈5060 18/02/06 5060 2
75738 [일반] 뭐 재밌는거 없나요 [37] 삭제됨7484 18/02/06 7484 4
75739 [일반] [공동 번역] 모두가 대학을 가지는 않는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일지도 모른다. [58] TheLasid9246 18/02/06 9246 21
75737 [일반] 충남 인권조례가 결국 폐지되었네요. [25] MirrorShield8947 18/02/06 8947 3
75736 [일반] 미래당의 등장이 한 정당의 현실적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24] Misaki Mei12107 18/02/06 12107 0
75735 [일반] 작가 도전기 02. - 나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12] Typhoon8031 18/02/06 8031 11
75734 [일반] 청와대 동아일보에 정정보도 요청 [41] 순수한사랑10600 18/02/06 10600 14
75733 [일반] 좋은 직장이란 무엇일까요 [35] wilen10529 18/02/06 1052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