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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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dn.pgr21.com/pb/pb.php?id=freedom&no=71998"아 저기, 이번주 토요일날 인사동 안 갈래?"
"인사동? 그게 어디지?"
"응...?"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습니다. 진짜 몰라...?
"인사동, 종로, 광화문 옆..."
"아아...!! 가 본 적 있다! 토요일...음...스케줄 봐야할 것 같아! 이따 알려줄게! 안녕!!"
그렇게 그녀는 지하철을 향해 총총총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뒤늦게 들은 얘기지만 그녀는 어릴 때 미국에서 산 것을 제외하면
평생을 강남에서 살아왔고, 멀리 다닌 기억이 많이 없어서 서울 지리에 크게 훤하지는 않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한 저는 어찌할 바를 몰랐고, 집까지 1시간 가량 걸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집에 도착하니 그녀의 카톡이 와있었습니다.
"오빠~~집 잘 들어갔어? 난 집 도착!"
"응응 집까지 걸어오느라 휴대폰을 이제 봤어 크크"
"헉! 왜 버스 안 타고 걸어갔어?"
"그냥~날씨도 좋고 좀 걷고 싶어서"
"정장 입고 불편했겠다ㅜㅜ"
"오빠 스케줄 보니까 이번주 토요일 될 것 같아!! 교수님하고 약속이 있었는데 그게 언제인지 헷갈렸어
이메일 보니까 일요일이네! 토요일날 인사동 몇시에 만나?"
와우...토요일날 우린 만나게 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광화문, 종로 이쪽을 좋아합니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저에게 고즈넉한 정취와 여러 볼거리를 제공하고,
맛집도 많아서 대학교때부터 자주 찾았습니다. 데이트 코스도 서울에서 빠삭하다고 할 수 있는 곳이지요 하하...
인사동을 얘기한 건 그러한 자신감의 발로이자, 그녀를 제 여자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입니다.
"토요일날 2시에 만나면 어떨까?^^"
잘 가던 시계도 가지 않는 느낌을 받으며 목요일 금요일을 따분하게 보낸 후 마침내 토요일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만남은 회사가 끝나고 만나서 정장이었고, 인사동 만남은 사복으로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이어서 신경이 쓰였습니다.
좋아하는 셔츠에 면바지를 차려입고 향수도 뿌렸습니다. 머리도 정갈하게 스프레이로 정리하고 콧털도 깔끔하게 밀었지요.
인사동을 가면 제가 늘 가는 코스가 있습니다. 대학때부터니까 10년 째 한결같네요 크크
먼저 떡갈비를 먹고, 유자스무디를 먹은 후 창덕궁으로 가거나 청계천으로 갑니다. 단순하지만 나름의 필살기랄까요 후후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갔고 그 너머로 멀리 그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곱게 빗은 단발머리, 하얀 얼굴, 예쁜 티셔츠, 그리고 하얀 짧은 반바지. 제 마음에 쏙 드는 옷차림이었습니다.
활짝 웃는 제가 좋아하는 웃음을 얼굴에 가득 담으며 그녀가 다가왔고 제 마음은 쿵쾅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빠 미안 조금 늦었네 헤헤"
"밥 산다고? 에이 뭘 그렇게까지 크크"
"아 뭐야 크크 알았어 살게 산다고!"
식당으로 향하기 전, 전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습니다. 두 번 만난 사이에 이래도 되나 싶지만, 한 번 잡기 시작한 손을
다시 안 잡으면 마치 우리 관계가 멀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녀는 살짝 머뭇거리는 듯했지만, 잡힌 손을 빼진 않았습니다.
점심으로 떡갈비를 먹고 제가 애정하는 찻집에 가서 유자스무디와 구운인절미를 먹었습니다.
그녀도 제가 정한 코스를 마음에 들어했고(이렇게 무패행진을 이어갑니다 후훗),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찻집을 나와서 청계천을 가려다가, 잡은 그녀의 손을 이끌어 쌈지길로 올라갔습니다.
많이들 아시겠지만 쌈지길 위에 올라가면 벽에, 난간에 글귀를 적을 수 있는 작고 동그란 메시지판을 묶어놓을수가 있습니다.
전 예쁜 색깔 한 개를 사서 그녀와 같이 글귀를 적었습니다.
'우리의 첫 인사동 데이트를 기념하며'
"오빠 우리 데이트야? 크크"
"그럼 손 잡고 종로 왔으면 데이트지 논산훈련소 온거겠니"
"아 뭐야 크크"
난간에 묶으며 서로 이름 없는지 찾지 말자며 쓸데없는 농담을 하고(사실 실제 있을거라서 발견할까봐 마음 졸인건 함정...덜덜)
쌈지길을 내려와서 청계천으로 향했습니다.
청계천 양 옆 길은 다들 아시다시피 폭이 상당히 좁습니다. 손 잡고 걷는 것만으로는 둘이 걷기에 비좁은 공간이죠.
정.말.진.심.절.대. 노린 것은 아니지만 걷다가 좁아서 그냥 한 손으론 그녀의 손을,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습니다.
그녀의 작은 떨림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같은 공간을 네 번인가 다섯 번 정도 돌고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밤이 되었습니다.
원래 한 번만 돌려고 했었는데,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걷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제가 몇 번이고 다시 왔던 길을 뒤돌아 가는 바람에 그렇게 돌게 된 것이죠. 그녀도 싫지만은 않아 했다고 생각한다면, 제 착각일까요.
꽤 오래 걸어서 목이 말라 꽤나 고급져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함께 시원한 에이드를 마신 후, 우린 헤어지기 위해 지하철로 향했습니다.
"오빠 오늘 덕분에 너무 즐거웠어 크크 오빠 근데 선수 아냐? 스킨십이 너무 자연스러워~"
"그른가..헤헤"
"나 그럼 갈게!! 나 집 가는 동안 통화해주면 안돼?"
"크크 이어폰 미리 끼어 지금. 눈에서 사라지는 순간 바로 전화 걸테니"
"응 알겠어!! 크크"
"잠깐만!"
전 돌아서가려는 그녀를 불러세웠고, 그녀를 안았습니다.
종로3가역 앞에서 같이 그렇게 10초 정도, 안고 서있다가 말 없이 그녀는 돌아서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내려갔습니다.
시야에서 사라져 갈 때쯤 돌아서서 손을 흔들어보였고, 손 안에는 이어폰이 흔들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녀가 집 가는 30분 동안 전 통화를 해주었고, 우린 동시에 집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집에 들어가서도 자기 전까지 카톡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녀와 저는, 비록 만남은 온라인으로 가볍게 만난 사이였지만, 잘 되어가고 있는걸까요?
-6편에 계속-
p.s. : 원래 5편에 끝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많네요...ㅜ 다음 편이 마지막일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