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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07 21:20
비평 그만 쓰신다고 봤던거 같은데
비평은 그만 쓰시고 비평 쓰는 방법을 쓰시는군요... 애기 손 놓고 일가야하는데 차마 못놓는 엄마가 생각납니다...
17/03/07 22:26
이렇게 정리를 해놔야... 지난 시간이 휘발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쓰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고요. ^^;
가게 정리하면서 영업 기밀 공개하고 가는 거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입문편이 끝인 글이기도 해서... 흐흐 제가 심화편을 쓸 레벨도 아닌 것 같고, 그에 어울리는 추천 서적도 별로 없는지라;;;
17/03/07 21:42
중딩때 정은임의 영화음악, 고딩때 키노, 정성일 평론가에 열광했던 30대입니다.
지금이야 팍팍한 삶에 옅어졌지만 20대까지는 꽤나 열정적이었던 같습니다. 4. 쉽게쓰자는 앞에 '무조건'보다는 '경우에 따라'가 맞는거 같습니다. 가령 최동훈의 영화에는 짤평이 어울리지만,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영화에는 짧고 간결함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내내 부유하는 텍스트를 짧게 쓸 방법이 없다고 봅니다. 현학적인게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지만, 때론 필요하다고 봅니다. X부심이라고 질타를 해도, 살아보니 때론 진지할때도 때론 가벼울때도 있듯이 다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도 올려주시는 짤평은 잘 보고 있습니다.
17/03/07 21:53
너무나 공감합니다. 리뷰와 거의 구분없는 짧은 비평, 인상비평은 너무나 많죠. 그 정도는 다들 쓸 수 있을 정도로 지적 문화적 수준이 상향평준화되기도 했구요. 정성일에서 이동진까지 주목이 옮겨간 최근의 이십여 년은 한국 사회가 얼마나 팍팍해졌는지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네요. 현학적이라는 비판은 쉽지만, 그 비판은 반지성주의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카드뉴스로는 만들 수 없는 깊고 넓은 영화비평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고 절실합니다. 어떤 측면에서 지적 풍요는 지적 허영에서 시작됩니다.
17/03/07 22:40
지적 풍요는 알찬 내용에서 오는 거지 지적 허영에서 오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어렵게 쓸 수 밖에 없는 내용을 지적 허영이라 부르진 않습니다. 빈곤한 내용을 허세로 감추는 글을 지적 허영이라 하죠.
17/03/07 23:08
오해가 있네요. 저는 저자의 지적 허영이 아닌 독자의 지적 허영을 의도한 것입니다. 저자의 지적 허영은 독인 반면 독자의 지적 허영은 약이 될 수 있거든요. 허영심에 키노를 뒤적이던 씨네필 키드는 나이들어서도 전문적 비평을 독해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충달 님 말씀의 요지는 알겠습니다. 그냥 제가 요새 있어도 없어도 무방한 캐주얼 비평들에 지친 것 같네요.
17/03/07 23:11
그런 좋은 자세에 굳이 허영이란 단어를 붙일 필요는 없겠죠. 그건 긍정적 의미루다가 지적 호기심이라고 합시다. 혹은 뇌섹 본능이라거나. 크크.
17/03/07 22:24
"무조건"이라기보다는 "될 수 있다면"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내용 자체가 어려우면 아무리 쉽게써도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되도록, 가능한 수준 안에서 쉽게 쓰는 거면 족합니다. 예를 들면
"미적 판단에도 도덕적 성향이 있다면 이는 선험적 경험에 의존한다." "올바른 것을 좋아하고, 나쁜 것을 싫어하는 인간의 성향은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것으로 봐야한다." 이처럼 내용 자체가 철학적이고 어렵더라도 좀 더 쉽게 쓰려는 노력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러니 "될 수 있다면" 쉽게 쓰는 게 좋겠죠. 그런 면에서 최악은 별 내용도 없으면서 문장만 베베 꼬아 어렵게 보이게 만드는 글입니다. (이런 글 은근히 많습니다.)
17/03/07 22:15
이런 비평을 위해서 읽어볼 책이 있다면 추천해주실수 있을까요? 비평을 써보고싶은건 아닌데 그런 시각을 다듬는건 영화를 즐기기 위해서도 필요할 것 같아서요!
17/03/07 22:5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비단 리뷰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방법에도 적용할 수 있는 팁들이 많네요. 제목을 보니 시리즈인것 같은데 후속글이 기대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영화 리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디워 이후입니다. 어느날 한 리뷰에 낚여 아리랑 엔딩을 본 이후로, 앞으로 영화를 보기전에는 반드시 영화의 리뷰를 여러 개 찾아보고 가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죠. 그 이후로는 영화를 보기 전에 호평리뷰도 악평리뷰도 모두 살펴보고 갑니다. 아직 내공이 부족해 여전히 표값을 후회하게 만드는 관람이 수두룩하긴 하지만, 그만큼 제게 영화관람전 리뷰확인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져만 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충달님이 올리시는 리뷰는, 본문에도 설명하신 부분이지만 구체적인 포인트 묘사와 읽기 편한 문체 덕분에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보고 싶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고(단 영화가 호평일 경우에만), 보고난 뒤에도 리뷰를 되새김질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언젠가 음악리뷰를 하고자 하는 소망이 있는데, 비록 영역이 다르긴 하지만 충달님의 리뷰는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17/03/07 23:04
일단 시리즈는 아닙니다 ㅜㅜ 제 레벨이 입문인지라 입문편을 쓴 것이죠 크크 만약 심화편을 쓴다면
1. 영화의 역사 (영화 사조의 흐름) 2. 각 비평 이론 정리 .... 뭐 이런 글이 나와야 하는데 솔직히 넘버 하나당 책 한 권 분량인지라;;; 저도 잘 모르는 게 많기도 하고요. 입문까지가 제 깜냥이죠. 크크.
17/03/07 23:31
비록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그럼에도 짤평은 재미있게 봤습니다.) 기본적인 내용들은 제 소설 리뷰에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17/03/08 00:22
잘 읽었습니다.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어떤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감독, 배우, 제목, 트레일러, 후속작인지 등으로 어느정도 촉이 오거나 선입견이 생길 수 밖에 없을텐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이걸 어떻게 객관적 논리로 풀어가는지)
17/03/08 01:01
저는 선입견이 없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를 위한 방법이 존재한다기 보다는 그냥 제 성격에 기인하는 면이 크네요. 몇 번 언급하긴 했는데, 저는 엔간한 영화는 다 재밌게 봐요;;;; 진짜 심각하게 망가진 작품이 아닌 이상 볼 때 재밌고, 감독의 의도도 수긍이 가고, 연출 의도도 잘 맞아 보이고;;; <더 킹> 정도의 영화도 재밌게 봅니다. 그런데 이 영화 혹평하는 분들이 많았죠. 이렇게 영화에 대한 애정이랄까, 평가가 후하다 보니깐 선입견에 별로 휘둘리지 않아요. 선입견에 안 휘둘리고 다 잼나게 본달까요;;;;;;
17/03/08 02:38
그렇군요...;;
저는 그런 것에 영향을 엄청 받아서 말씀하신 더 킹도 '아 정우성 나오네, 2시간동안 호구형 잘 생긴 얼굴 감상이나 하겠네' 하고 봤더니만 꽤나 재밌더라고요. 그냥 전 비평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ㅠ
17/03/08 08:49
예전에는 PGR에도 몇 개 올렸지만, 요새는 그냥 블로그에다가 혼자 쓰고 있는 중인데요. 확실히 비평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글이 더 진중해지는 거 같아요.
저는 비평이란 말의 무게감에 눌려 그냥 감상문이라고 생각하며 쓰고 있습니다 '-' 그게 편해요 ㅜㅜ
17/03/08 16:42
웹툰 '부X영화'를 보고 난 후, 작품성이 있는 영화에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아카데미 수상작같은..?)
(학교 수업으로 '영화의 세계'라는 교양수업도 들었지만, 듣는 내내 욕만하다가 적당히 성적받고 말았던 기억도 있네요..) 영화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장면의 구도는 어떻고, 클리셰와 복선 등등.. 영화에 관련된 조금의 지식을 얻고 나니, 영화를 영화로 보기가 힘들어졌네요. 특히 감동적인 영화나 무서운 영화를 볼 때 더 심각해져요. 뭐랄까 .. ' 이 장면은 감독의 노림수야...!'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해야할까요.. 물론 친구들과 같이 영화를 보고나서, 약간의 정리를 해주며 뿌듯함을 느끼는 것도 있지만, 집에서 혼자 맥주 한 캔 먹으며 영화보는 재미가 많이 줄었네요..
17/03/08 18:26
그냥 부기영화라고 다 적으셔도 됩니다;; 피지알 댓글이 공중파도 아니고;;;;
근데 부기영화에서 영화 지식을 얻으셨다고요? 흠... 인터레스팅... 부기영화는 깊이있는 평론을 찰진 드립으로 표현하는 웹툰인지라 영화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작품 같아 보이진 않았거든요;; (대개 드립 잼이 좋으면 지식을 얻기 힘들고, 지식을 얻기 좋으면 노잼인 게 인지상정인지라...) 영화보는 눈이 생기셨다면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글로 풀어 사람들과 나누시길 바랍니다. 두 가지 면에서 좋습니다. 우선 글은 쌓입니다. 생각은 휘발되지만 글은 쌓여서 영화 보는 눈과 글 쓰는 능력을 키워줄 겁니다. 그리고 이걸 꼭 사람들과 나누셔야 합니다. 자신의 수준을 알려주는 지표로 커뮤니티만 한 게 없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까려고 보고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세요. 못난 작품은 비슷비슷하지만, 잘 만듣 작품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찾아 영화를 칭찬하다 보면 별 3개 짜리 영화에서도 나름의 미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17/03/09 10:05
부기영화를 통해 작품성있는 영화들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지식을 얻기 보다는, 여태 트랜스포머와 해리포터 밖에 모르던 사람이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되는 작품에 관심 갖게 되는 계기가 된 고마운 웹툰입니다. 해리포터와 버드맨이 다른 느낌을 주는 영화인건 분명하니까요. 센세이션이었습니다. 이후 역대 작품상 수상작을 찾아본다던지... 영화에 관련된 책을 읽는다던지... 미미하나 영화에 관련된 지식을 차츰 쌓아가고 있습니다.
무튼.. 영화를 까려고 본다기 보다는, 어떤 씬을 씬으로써 느끼지 못하고, 마냥 즐기기만 하진 않게 되었다는 거에요. 영화 다 보고 분석하고 해석해도 되는건데, 눈에 밟히게 되면서 영화보는게 살짝은 피곤해졌네요. 생각을 안하려 해도 보이면 신경쓰이는거.. 랄까요..
17/03/09 10:23
그쵸;; 역시;; 부기영화는 즐기기 좋은 컨텐츠지 공부가 되는 컨텐츠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즉, 개꿀잼이란 소리)
음... 저도 굳이 따지자면 분석하면서 본다고 봐야 맞을 텐데요... 음...... <스타 트렉 비욘드>를 예로 들어볼게요. 중반부까지 보면서 "아... 이거 좀 엉성한데..."라고 느꼈습니다. 여기서 "아 영화 짱나네. 몰입 확 떨어지네."하고 멈추면 영화 즐기기 힘들어지죠. 근데 저는 성격 때문인지 역으로 가더라고요. "뭔가 한 방은 있겠지. 스토리는 일단 신경 끄고, 관객을 사로잡을 한 방만 나와라 제발..."하고 기대했습니다. <스타 트렉 비욘드>는 그 한 방을 채워주는 시퀀스가 있었죠. 그게 없던 영화는 <인디펜던스 데이 리서쩌리...>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비서사적 요소가 강하다고 생각해보세요. 연극을 필름에 담았다기보단, 비디오 아트에 가깝다고 생각해보세요. 여타 픽션보다 리얼리티의 한계가 훨씬 높다는 점도 고려해보고요. 그럼 영화에서 개연성을 최우선으로 잡는 게 썩 좋은 자세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개연성을 내려 놓으면 아무리 졸작이라도 끝까지 집중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왜냐면 맥락과 어긋나더라도 한 방을 보여주는 장면을 기대하게 되거든요. 그 한 방의 쾌감에 다른 매체와 구별되는 영화만의 매력이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17/06/03 16:06
참 좋은데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어떻게 해서든 설명하기 위해 죽을때까지 노력하고 연구한다...라고 개인적으론 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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