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7/12 14:02:35
Name Secundo
Subject [일반] 너에게 바치는 글.
1986년 너와 처음만난 그날
하얗고 보드랍던 두손
투명할 만큼 빛이나던 눈망울

갑작스레 다가온 네가 두렵기도 했고
우리의 앞으로가 걱정도 되었었지.


따뜻한 봄이었어
너를 안고 꽃길을 거닐었고,

무더운 여름날
큰나무 그늘 마저 감사했어.

나뭇잎이 바스러지는 가을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더 많아졌고,

서로의 체온이 더 따뜻했던 건
겨울이 있어서였나봐.


더 아름다운 꽃길을 함께하지 못해 미안해.
더 시원한 그늘 아래 시간을 보내지 못해 미안해.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지 못해 미안해.
더 따뜻한 품으로 안아주지 못해 미안해.

갑작스런 우리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미안해.
너에게 아직 다 해주지 못한것들이 많아서 미안해.


너와 함께했던 별빛과 바람, 경치와 추억
내 마음속에 새기고 오늘도 하루를 보낸다.


매일같이 떠나보내려 했지만
오늘도 너를 떠올린다.





2016년
나에겐 아직 6살인
아들에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밀물썰물
16/07/12 14:07
수정 아이콘
저는 30년만에 어떤 사람과 헤어졌나 했는데, 그것이 아니군요.
아이를 가슴에 두고 가시는 군요.
뭐라고 위로를 드려야 할지.
16/07/12 14:54
수정 아이콘
아마도 Secundo님 본인 이야기는 아니실듯 해요....
이전 글 봤던 기억으론 그리 나이 많으셨던 분은 아니셨던걸로 알아서...
밀물썰물
16/07/13 05:27
수정 아이콘
저도 참 바보네요.
글 쓴 사람이 몇살인지 생각도 않고.

요즘 고전 소설 이것저것 읽다 보니 시간/세월 관념이 전혀 없어진 모양입니다.
16/07/12 15:01
수정 아이콘
가족분중에 이런 사연이 있는분께서 시를 써달라 하셔서
끄적여 보았습니다

오해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밀물썰물
16/07/13 05:26
수정 아이콘
잘쓰셨네요. 본인 이야기와 관계없이 맘에 와닿았습니다. 제가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VinnyDaddy
16/07/12 14:11
수정 아이콘
두 아이의 아빠로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해줘도 더 못 해준 것을 후회하겠지만,
그래도 더 많은 시간 더 많은 것을 해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움 그 뒤
16/07/12 14:56
수정 아이콘
지금 늦둥이 셋째가 여섯살인데 이 아이를 떠나보낸다면 저는 제 정신으로 못 살거 같아요.
다리기
16/07/12 15:06
수정 아이콘
저는 결혼도 안했는데 오랜만에 눈물이 나네요. 마지막 연이 진짜...
Anastasia
16/07/12 15:36
수정 아이콘
암으로 죽었던 제 친척형이 86년생이었습니다.
갑자기 우울해지네요...
그 형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게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16/07/12 17:56
수정 아이콘
86년생이었으면 동갑이네요..
오래 되었지만 고인이 된 동갑내기의 명복을 빕니다..
동중산
16/07/12 21:36
수정 아이콘
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 분께서 잘 견뎌내시길...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6314 [일반] KT의 김상현 징계 형평성에 대해... [86] 에버그린11363 16/07/13 11363 6
66313 [일반] 이제야 쓰는 2월의 유럽여행 이야기 -1- [12] Patrick Jane6013 16/07/13 6013 3
66312 [일반] 제가 본 대구공항에 대한 이야기 [42] 호풍자11463 16/07/13 11463 16
66310 [일반] 장기하와얼굴들 '좋다말았네' 뮤직비디오 리뷰 [9] 누구겠소4792 16/07/12 4792 2
66309 [일반] 젊은층 72% 클린턴 신뢰하지 않는다 80% 트럼프 신뢰하지 않는다 [38] 삭제됨7886 16/07/12 7886 0
66308 [일반] [KBO] 기아담당 나유리기자의 아프리카 방송요약 [59] QM310959 16/07/11 10959 0
66307 [일반] 동상이몽 트와이스덕후 국대야구유망주 스탯 [13] 묘이함미나7891 16/07/12 7891 1
66306 [일반] 국제재판소: "중,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근거 없다” [26] blackroc11750 16/07/12 11750 1
66305 [일반] kt위즈 김상현, 음란행위로 입건 [124] 자전거도둑19468 16/07/12 19468 0
66304 [일반] 아무 기준 없고 공통점 없는 연예기사 몇개 [39] pioren8089 16/07/12 8089 1
66303 [일반] 멍청한 사람은 본인이 멍청하다는 걸 모른다 [76] Anastasia 19428 16/07/12 19428 28
66302 [일반] 교육부가 망언 및 인종차별 발언을 한 정책기획관에 대해 파면 요구 결정을 했습니다. [81] The xian11220 16/07/12 11220 1
66301 [일반] 경북 칠곡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129] 에버그린11640 16/07/12 11640 0
66300 [일반] 너에게 바치는 글. [11] Secundo4131 16/07/12 4131 13
66299 [일반] 광고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1) [32] 설탕가루인형6412 16/07/12 6412 6
66298 [일반] 김종인 "미국이 없었으면 오늘날 대한민국 없었을 것" [141] 군디츠마라13979 16/07/12 13979 11
66297 [일반] 임창정으로 가죠. [60] 비익조11156 16/07/12 11156 5
66296 [일반] 대구공항에 대한 이야기 [29] 하심군7843 16/07/12 7843 0
66295 [일반] 말 나온 김에 가져온, 디 스테파노의 경기를 담은 영상입니다. [31] 갈색이야기7686 16/07/12 7686 2
66294 [일반] [NBA] 팀 던컨 공식 은퇴 선언 [55] 법규10238 16/07/11 10238 7
66293 [일반] 본좌론과 펠마급 논쟁, 메시와 호날두에 대한 이런저런 잡담 [263] 으르르컹컹13414 16/07/11 13414 2
66292 [일반] 독일 인스턴트 식품 나눔후기~ [10] 류크7791 16/07/11 7791 5
66291 [일반] 박태환 국가대표 자격 인정.. 리우올림픽 출전한다 [100] 일각여삼추10935 16/07/11 10935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