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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7/02 21:44:03
Name 학자
Subject [일반] [잡담] 정신과 의사 비판 : 어느 환자가 만난 몇몇 의사만을 중심으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할 말도 많이 생긴 편이다.

나는 조현병 환자다. 옛 이름은 정신분열증이다. 어릴 적부터 불우하게 자랐다. 너무 가난했고 많이 굶었다. 자연스레 우울함이 왔고 곧이어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으며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결국 스스로 치료를 선택했고 지금은 많이 안정된 상태이다.

병원에 가는 일은 환자 입장에선 여러모로 난감하다.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워낙 안 좋은데다가 보험 등의 구체적인 불이익이 아직 남은 상태이다. 그래도, 이를테면 조현병의 경우 자신도 자신이지만 주변도 꽤 괴로움을 겪어야 하기에 도움을 받아서라도 치료를 시작하기를 권한다.

그, 러, 나.

막상 병원에 가보면 의사들의 사무적 태도에 짜증이 날 때가 많다. 주변에서 병원 가겠다고 하면 나는 아주 폐인이 아닌 이상 권유하지는 않는데, 가면 그만큼 상처받을 것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그들은 공감에 굉장히 인색하다.

나는 아파 죽을 것 같은 상처이지만 그들에겐 그저 수많은 사실 중 하나다. 비극적인 사람은 충분히 많고 그들은 늘 이런 사람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고통에 무디다.

‘상담 기법이 그렇지가 않아요, 지켜야 하는 원칙도 있어요’ 운운할까봐 하는 이야기인데, 환자가 자신의 고통에 무미건조한 의사의 모습을 보고 상처받지 않을 확률이 얼마나 되며, 환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상담 기법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아는 사람은 성범죄의 피해자인데 그냥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했다고 한다.

어쩌다 눈물이라도 떨군다 해보자. 나는 눈물콧물 범벅인데 휴지가 없다. 두리번두리번 거려도 휴지를 건네지도 않고 차트나 쳐다보고 있다. “많이 힘드시지요, 잘 될 겁니다” 같은 멘트를 들을 정도면 로또를 사길 바란다. 당첨될 것이다. 절대 영업용 멘트도 날리지 않는다.

나는 더워(추워) 죽겠고 눈으로 보면 알 수 있을 정도인데 에어컨(히터) 끄는 개념 충만한 행동은 또 무엇인가?

죽고 싶다고 해도 그저 위기감 제로에 데면데면. 죽고 싶다는 사람은 죽겠다는 말 안한다고? 정신과 의사가 잘 알 것이다.

그러다 환자 죽으면 정신과 의사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다른 과와는 다르게 정신과 환자는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즉 그 의지만 꺾으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누구보다 보람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의사가 정신과 의사이지만 그 길을 선택하진 않는다. 비판할 사람은 없다. 사법 처리를 받는 것도 아니다. 냉정히 말해 그들도 사람이다.

특히 그들은 가난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태어나 공부를 해 의대에 입학하고 의대를 다닐 때가지 드는 돈을 생각해보면 된다. 하다못해 빚을 졌다고 하자. 빚도 갚을 능력이 없으면 누가 빌려주지도 않는다. 세상에 끼니 걱정해야 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 사람들은 알면서도 모른다. 지금도 대학병원 가려 해도 사설 구급차 탈 돈조차 없다든지 해서 아예 병원을 가지도 않는 경우가 흔해빠졌다.

나는 의료보험에 혜택이 하나 걸려 있었다. 의사들은 이걸 불편해 했다. 의료보험 체계는 모르지만 이로 인해 의사가 볼 불이익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심지어 어느 의사는 심드렁하게 이런 말도 꺼냈다. “손해는 안 보게 해드릴게요.” 그들에겐 가난이 참 가볍다. 몇 번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았을 땐 그러려니 했는데, 저 말을 듣고 진료실을 나오며 나는 관계 부처에 전화해서 혜택을 끊었다. 그저 나도 보통 환자로 취급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존심의 문제라면 할 말은 없다. 나는 굶어 죽을 위기를 여러 번 넘긴 사람인데 “굶어봐야 정신차리지” 같은 말을 싫어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해는 안 보게 해주겠다고 통 크게 배려하는 의사에겐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정신과 의사인 너님부터 약을 처먹든지 해서라도 정신 차리라고. 의사들 파업하듯이 환자들 1차 병원 거부하면 너님부터 굶어죽는다고.

정신병의 상당 부분은 어린 시절에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은 경제적인 부분과 그리 별개가 아니다. 가난하고 어려우면 아이에게도 안정된 환경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은 생물이니 변수야 매우 많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란 건 그런 것이므로. 막장 부모형제도 그리 드문 세상이 아니다. 학교는 망한지 오래 됐다. 성인 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

내가 봤을 때 정신과 의사는 누구보다 감수성이 풍부해야 되는 것 같다.

환자 하나하나의 고통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아야 가능한 것이다.

내 주변엔 너무 힘이 들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병원에 갔다가 의사 때문에 자살하고 싶다고 펑펑 울어버린 케이스도 제법 있다. 이 친구들을 이렇게 만든 의사는 의사일까, 또 다른 가해자일까?

그들은 또 ‘우리가 서로 다르지만 저는 환자 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요’ 같은 주장도 하는데 그것도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문장 자체부터 앞뒤가 안 맞는다. 다른데 어떻게 이해를 하나?

물론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해할 수 있을 확률을 높이려면 진지한 마음으로 잘 경청해야 한다. 나는 정신과에 갔던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데, 의사들이 과연 얼마나 진지하게 듣고 있나?

내가 유독 의사를 잘못 만나거나, 의사에게 마음이 닫혀 있거나, 성격이 꼬여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의사들은 대체적으로 이렇게 생각들을 하는 것 같은데 이것도 재밌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국’인 의사는 단 두 명이었는데 내가 더럽게 운이 없는 케이스일 뿐인가? 아니, 의사가 맘에 안 들고 의사 말 안 듣고 싶은 환자라면 왜 병원에 예약하고 시간 맞춰 찾아가서 돈까지 내는지? 환자가 변태인가? 나도 정신병이 있지만 약만 먹을 뿐 주변에 좋은 사람이고 일하는 곳에서 평도 괜찮으며 어려워봤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을 도울 줄도 안다. ‘저희는 열려 있는데 환자 분이 마음을 안 여시지요’ 드립에선 그저 뒷목만 열심히 잡을 뿐이다. 적어도 나는 그런 환자 아니다. 그리고 냉정히 말해 환자가 없으면 의사도 없는 건데, 자신들이 괴롭혔거나 잘못했으면 과감히 욕 드실 각오도 해야 하지 않나.

전국에 조현병 환자가 50만 명으로 추정된다는데 진료 환자는 10만 명뿐이다. 이 40만 명의 환자들이 그저 보험 가입 못할까봐, 약의 부작용이 두려워서 등등으로 병원을 안 가고 있을까?

나는 이 40만 명 중에 상당수는 병원에 한 번쯤 내원했거나 상담 센터정도는 가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해본다.

위에도 적었지만 조현병의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정신의 암’이라고 불릴 정도니까. 그나마 암은 수술이라도 할 수 있고, 확실히 입증이 되고, 드러나 있는 질환이니 손가락질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신병은 어떤가? 의지 약한 사람, 미친 사람 취급이나 안 받으면 다행이다.

왜 40만 명이 꾸준한 치료를 받지 않을까?

정말 미안한 이야기인데, 나는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밀어낸 것도 이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5분이든 30분이든 시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의사가 내게 얼마나 반응을 해주는가? 내 삶의 무게를, 한 순간만이라도 좋으니, 얼마나 덜어주는가? 하다못해 그러려는 의지는 있는가? 등이 중요할 뿐이다. ‘첫 눈에 반한다’는 말도 있다. 그 10초도 안 되는 순간에 누군가는 배우자도 선택해버린다. 5분이면 아마 강산이 변할지도 모른다. 나 또한 언급한 두 분의 선생님께 10분 내외의 상담에서 큰 위로를 받은 경험이 있다.

그들이 치료를 두려워하는 건 자기 고통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무던한 반응이 괴롭고 싫은 것이다. ‘너 정도는 다들 힘들어’ 따위의 말에 이미 가슴에 비수 박힐 만큼 박힌 사람들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의사들에게 불편함을 느끼는 건 내 고통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며 세상 사람들의 무관심에 지쳐있고 공감이 너무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과연 이걸 모를까? 아는 것과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별개라는 말이 떠오른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다른 의사들은 죽을 때까지 공부를 하면 된다. 대부분이 지식 노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들은 감정 노동이다. 죽을 때까지 자신의 감성과 마음을 지켜야 하는, 즉 ‘인격 수양’을 해야 하니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요즘 성적 좋다는 의대생들이 정신과에 대거 몰린다는 말이 걱정되는 게, 인격이라는 건 지식만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인성을 측정할 방법이 현재로선 뚜렷하지 않으니 별 수 없는 노릇이지만 짧은 삶의 경험으로는 지식과 인격이 비례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고, 오히려 주변 어려운 이들과 작은 것들에 눈길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이 훨씬 따뜻한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남이사 어떻게 되든 말든 책만 파고 있는 애들보단 아닌 애들이 더 따뜻할 확률이 높다.

지금 이 의대 열풍이 ‘훌륭한 의사가 되고 싶어요’라는 말로는 다 설명이 안 되는 건 분명하다. ‘의료 수가가 어쩌고’ 해도 결국 의사는 많이 벌고 굶기 어렵다. 진심으로 사회에 봉사해보겠다는(물론 풀만 씹어먹고 살라는 얘기가 아니다) 의사는 점점 더 사라질 것이다. 의대에 뜨거운 마음으로 입학해도 그 마음을 지키기란 누구에게도 쉽지 않으니까. 하지만 사람의 몸과 정신에 상처를 주고도 고개 뻣뻣이 들고 살 수 있을 사람이라면 의대는 좀 안 왔으면 좋겠다. 특히 정신과는 선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정신과 의사가 어디 있겠어요' 라고 주장할 예비 정신과 의사는 정신과 선택하지 말길 바란다. 내 눈앞에 살인마가 없다고 세상에 살인마가 없는가? 너님이 그렇게 될 확률 엄청 높아요.

난 그럼에도 정신과 의사를 응원하고 싶다. 앞에서 실컷 까놓고 무슨 소리냐고? 내가 요즘도 정신과에 꾸준히 다니며 치료를 받는 건 지금의 의사가 맘에 안 들어도 아직까진 정신과 의사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며 그 진정성을 믿고 싶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와의 관계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고, 만났던 선생님들 중에 인생을 걸고 존경하고 싶은 분이 있고, 내가 나의 인생을 긍정하고 사랑하기에 정신과 의사는 멋진 파트너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디, 단 한 명이면 될 그 의사가 내 눈앞에 나타나길 빌며.

p.s.

내가 반한 두 선생님은 환자가 자살했을 때 식음을 전폐하고 괴로워했던 분들이다. 그 환자들 이야기만 나오면 한참 전의 일임에도 눈물을 글썽이던 분들이다. 당연히 인성과 실력은 말할 것도 없었고 정신과 의사들 중에선 상위 0.1%의 소득을 갖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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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르프세주
16/07/02 21:54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한국에 임상심리사가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기도 하겠네요.
하심군
16/07/02 21:58
수정 아이콘
저도 신경정신과를 잠깐 상담받으면서 느낀 거지만 좀 사무적으로 대하는 것 같더라고요. 요즘 일에 집중이 안되고 해서 한 번 가봤는데 일주일 신경안정제 드시고 와보시라는 말이 돌아왔죠. 오히려 환자가 자기 스스로 뭘 어떻게 못한다고 생각하니 약물적 치료를 중점으로 하고 상담같은 건 보조로 하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환자가 한사람도 아니고 수십수백명이니 한 사람 한 사람 감정이입해가며 상담하는 것도 말마따나 사람이니 한계가 있는거고요. 여튼 저도 제가 원하는 치료가 아니라(사실 신경안정제라고 해서 먹어봤더니 잠이 쏟아져서 일하는 입장에선 먹기도 힘들고) 본격적인 치료는 못받아봤습니다만 우리나라에도 카운슬러라는 직업이 좀 보편화되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지나가는회원1
16/07/02 22:10
수정 아이콘
분야는 조금 다르지만, 상담심리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들의 이런 부분에 대해서 분개하는 부분도 이해가 가고, 그런 경향에 대해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분통을 터뜨리면서 분노한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즉, 님과 같은 심정입니다.

하지만 조현병 걸린 내담자나 그 지인들을 만나게 되면서, 정신과 의사의 심드렁함을 일정부분 이해할 수 있을것도 같습니다.
특히, 조현병은 어떤 상담자도 다른 내담자의 1.5배 이상의 심력을 쏟아붓는 경향이 제 주변에서는 보이더라고요.
저 역시도 제가 아는 정신 질환 중 두 번째로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카운슬링처럼 그 사람에게 심력을 쏟는게 직업이 아니기에, (만약에 이 글이 카운슬러의 이야기였다면 저는 강하게 분노했을겁니다.)
다양한 환자들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사람들에게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일정부분 하곤 합니다.
매일 많은 사람들을 의무적으로 만나는 사람에게 심력을 쏟는건 너무 힘들겠다 ㅠ.ㅠ 라는 생각쯤 됩니다.

조현병이 안정되어가는 사례를 종종 봤습니다. 상담자가 능숙하지 않았고, 약물 처방이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음에도요.
물론 초기였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보는 건, 님은 지금은 어느정도 위기를 넘어가시고,
스스로 힘을 찾아가는 단계에서 지지자를 필요로 하는 단계로 보이는데,
이럴 때가 상담을 이용하기가 가장 좋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다만, 자신의 정신상태를 너무 믿지는 마시고요. (이건 님 뿐만이 아니라 모든 정신질환에 해당됩니다.)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는 한 사람'이 되어주는게 아예 직업의 목표인 상담사들이, 이럴때는 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P.S - 조현병은 반드시 약물치료가 동반되어야 한다는건 잘 아실거 같습니다.

그리고, 글을 다시 읽으면서 느낀건데, 참 힘든 삶을 살아오셨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위에 분 댓글처럼 카운슬러라는 직업이 보편화되었으면 합니다. (2) 아직 갈 길이 멀고, 너무 비싸고, 너무 무거운 문턱이지만요.
16/07/02 22:10
수정 아이콘
제목만 보고 일반화의 오류라고 댓글달기 위해 들어왔다가, 내용 읽고 조용히 추천눌렀습니다.
Sith Lorder
16/07/02 22:12
수정 아이콘
의사도 의사 나름입니다. 얘들 때문이 제가 사는 지역 소아과 의사들 거의 만나봤지만, 의사라고 할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객이 알아서 그런 의사들 피해야 하겠지요. 그러면 병원 문은 자연스레 닫을것이고. 능력없는 의사, 불친절한 의사, 막말하는 의사, 장삿속에 과하게 처방하는 의사, 말을 너무 더듬어 제대로 설명이 안되는 의사, 환자의 가장 안좋은 경우에 대해 막말 던져서 환자 가족들에게 극에 다달은 절망감을 안겨주는 의사....크크크. 그들이 의사인가요? 쓰레기지....그래도 다 그런건 아닙니다. 정말 좋은 의사도 많습니다. 그런 의사를 만나는 것도 복입니다. 환자가 잘 찾아 다녀야지요. 똥 같은 의사는 피하는게 답입니다.
16/07/02 22:48
수정 아이콘
고생이 많으셨네요. 쾌차하시길 빕니다.
16/07/02 23:13
수정 아이콘
제가 만난 분은 상당히 괜찮은 분이었나 보네요.
파란하늘
16/07/02 23:21
수정 아이콘
조현병이 있는 가족과 살고 있는데 정말 힘이 듭니다.
누구누구가 자기를 미행한다, 대기업이 날 죽이려 한다 등등 이런 소리를 할 때마다 맞장구를 쳐줄 수도 없고 제발 이상한 소리 좀 그만하라고 했더니 이제는 혈육관계인 저까지 의심하며(친척들을 의심한지는 오래) 폭력행사까지 했어요.
글쓴 분은 병에 대해 자각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도 있으시니 정말 다행입니다.
응원할게요. 조현병이라는 세 글자만 보면 남일 같지가 않아 덧글이 길어졌네요.
마스쿼레이드
16/07/02 23:26
수정 아이콘
좋은 의사도 많긴 많더라구요
연필깎이
16/07/02 23:5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16/07/03 00:25
수정 아이콘
저도 힘든 일 많이 겪었고 돈없어서 굶어보기도 했는데 죽어도 다른사람한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하지않습니다.
특히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정신과 의사한테 가서 해결해달라고 요구하는 행동 자체가 이런 감정적인 문제들을 만든다고 보고요
괴롭고 오래걸려도 해결할 수 있는 정보를 모아서 스스로 해결하는 것만이 저에겐 진리입니다.
절름발이이리
16/07/03 00:31
수정 아이콘
정신증이나 신경증은 '병'입니다. 힘든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에, 전문가에게 치료받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 하는건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16/07/03 00:38
수정 아이콘
전문가에게 치료받는 것도 상대에 따라서 위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병에 걸렸다면 위험은 피할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절름발이이리
16/07/03 00:40
수정 아이콘
물론 의사를 찾아가도 나름의 위험함은 있겠지만, 셀프 처치가 현저하게 위험이 더 높지요.
16/07/03 00:41
수정 아이콘
찾아가지 않는다는게 아니라.. 아무리 의사라도 상대방 말에 무조건 따르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잇을 정도로 정보를 모은다는 뜻입니다.
셀프처치만 한다는게 아니고 의사나 어떤 전문가 내 문제를 해결해줄꺼라고 애초부터 별 기대를 안한다는 뜻입니다.
habsburg
16/07/03 01:06
수정 아이콘
그런 생각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곤 님은 의학적정보를 판단할 능력이 대단히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 포함해서 의사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의학적 판단능력이 부족하구요
16/07/03 01:41
수정 아이콘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고 단정짓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리콜한방
16/07/03 18:22
수정 아이콘
'스스로 해결하는 것만이 저에겐 진리입니다'
자신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그것을 '진리'로 만들어버린 결정은 내려놓으셨으면 좋겠네요. 곤님을 위해서요. 그래서 저 많은 분들이 독단적 판단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것이고요.
16/07/03 22:50
수정 아이콘
전 상당한 기간 이렇게 살아왔는데 만족스럽습니다
저는 이렇다는 것일 뿐이므로 내려놓을 생각은 없네요
그냥 제 생각일 뿐이지만 스스로의 판단보다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는게 더 위험하다고 봅니다
기쁨평안
16/07/03 00:33
수정 아이콘
님은 육체에 병이 들어서 체온이 40도가 넘어 펄펄 끓으며 심한 복통에 방바닥을 구를 정도가 되어도 의사에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하지 않나보죠?
16/07/03 00:36
수정 아이콘
절 도와줄수 있으면 도와달라고 하지만 해결해달라고 하지 않아요 물론 도움을 받았다면 꼭 은혜를 갚습니다
해결해달라고 상대에게 메달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소독용 에탄올
16/07/03 01:26
수정 아이콘
야산에서 농사지으셔서 자급자족하시는게 아니라면,
다른사람에게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지 않는일은 현대사회에선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덧글을 다실 수 있는 것으로 보아 당장 전기부족 문제를 한전에 의지해서 해결하고 계실텐데요.
또한 정보통신 매체의 문제를 '제조사'와 '유통망'에 의지해서 해결하고 계실것이고요.

정신질환이 생긴 사람이 정신과 의사에게 가서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는 행동은 정신과의사라는 해당분야의 전문가에게 의료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동입니다.
이는 한전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행동이나, 식자재를 유통업자에게서 구입하는 행동과 차이가 없습니다.
고도로 분화되고 분업화된 사회에서 다른사람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재화'를 얻어내는 행위니까요.
서비스 구매 과정에서 해당 영역의 전문가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불만을 표하는 것 또한 현대사회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정보처리능력, 시간 등 다양한 자원들의 한계로 인해 어떤 정보를 어떻게 모아도 '개인'차원에서 현재의 삶을 스스로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16/07/03 01:43
수정 아이콘
한전에선 달라는데로 전기를 주는데 해달라는데로 문제해결을 못해주는 케이스가 있으니까요
결국 정신과 의사에 대한 제 불신이 나와버린 것 같네요
못볼꼴을 많이 봐서 그런가봅니다.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겠습니다.
눈바람
16/07/03 11:5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한 가지 의문점이 있는데요, 만나본 선생님 중 가장 지지가되었던 선생님 두 분께 꾸준히 진료받지 못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심리적인 문제를 치료해나가는 분야다 보니 여러 선생님을 만나는 것보다 환자의 문제를 깊이 알고있는 선생님과 장기적인 관계를 갖는 게 나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아마도 현실적인 여건문제 때문이라 짐작은 합니다만.
-안군-
16/07/03 14:46
수정 아이콘
좋은 분이 계셨다면 그분들께 꾸준히 진료를 받으실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요...
저는 소개받은 분께 우울증과 공황증 치료를 받았고, 너무 좋았거든요. 문제는... 이분이 이젠 소문이 나셨는지 내진환자가 너무 많아져서 뵙기가 힘들어졌어요 ㅠㅠ
16/07/03 15:45
수정 아이콘
인성 부분에는 반성이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제가 봐도 쓰레기들이나 공감 못해주는 의사들이 많죠.
그거랑 별개로 수가 문제를 아예 무시해버리시는 것 또한 곤란합니다. 정신과 선생님들 말씀 들어보면 새로 개발된 약 중에 효과 좋은 약 많은데 보험 적용이 너무 빡빡해서 쓰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쓰는 족족 삭감이라 개인병원에서는 망하기 딱 좋고 입원실 갖춘 병원에서도 갓 전문의 취득한 의사들이 대학병원에서 수련받은대로 쓰면 입원기간 짧아진다고 원장이 싫어하던지 심하면 사표 써야한다고....
물론 의료 어느 부분이던지 이런 문제가 있겠지만 의사 중에서도 장사치들이나 이미 돈 다 벌어놓은 기득권층과 달리 젊은 의사들은 (금수저가 아닌 이상) 빚도 많이 지고 예전만큼의 소득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서도 이런 점(수익과 치료효과 사이에 어떻게 타협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려는 시도가 있다 정도는 알아주셨으면 해요. 치료 잘 받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추천하려고가입
16/07/03 19:16
수정 아이콘
이래서 원격진료를 도입해야 크크...
입원기간 짧아진다는 생각자체는 정말 충격적이네요.
자본주의에서는 모든게 돈이라지만, 실로 모든게 돈으로 따져지고 있네요.
16/07/03 19:23
수정 아이콘
현행 수가 체계에선 배운대로 진료하는 대신 망하든지, 다른 곳에서 땜빵하든지 (대형병원들이 이런 식이죠) 아님 장사치가 되든지 셋 중 하나가 됩니다
`그 중간`은 없느냐...고 물어보신다면 이 글 쓰신 분이 만난 0.1%의 좋은 정신과 의사 비율만큼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카푸치노
16/07/04 11:49
수정 아이콘
원격 진료 도입하면 치료가 더 소극적으로 변할수도 있어요.
대다수의 고가약물들이 삭감당하지 않으려면 관련 검사를 해서 결과를 같이 청구해야하는데
원격이면 검사가 하기 힘들어지니 약 처방도 같이 못하는거겠죠..(....)
리콜한방
16/07/03 18:27
수정 아이콘
조현병은 잘 모르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상담도 받았던 사람으로서 정신적 문제가 생긴것 같다 싶으면 바로 전문의와 얘기하는 것은 옳다고 봐요. 끙끙혼자 앓는 것 보다 훨씬요. 가벼운 증세였기에 약물 치료는 받지 않았으나 의사가 판단한 해결책의 말들이 꿀 같이 제게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학자님께는 심심한 위로를 건네며 진심어린 응원을 보냅니다.
flawless
16/07/03 23:40
수정 아이콘
저도 머... 의사양반들에 대해 할말은 많지만... 학자님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거 같습니다.

빠른 쾌유를 빕니다.
카푸치노
16/07/04 14:01
수정 아이콘
위에 분 댓글처럼 임상심리사/카운슬러라는 직업이 보편화되었으면 합니다. (3)

의사에게 진료를/ 심리상담 및 지지는 이쪽 전문가가 하는게 맞는게 아닐까 싶어요.

이상한 의사가 있는건 인정합니다. 저도 어디가서 본인부터 심리상담 좀 받아봐야 할거같은 분도 봤으니까요(...)

그리고 이건 수가문제랑 좀 관련이 있는거같은데(..)
국가에서 일부 정신과 환자는 의료보험이 정액제라는 수가로 (뭘 얼마를 치료하든 하루치 얼마로 정해짐) 묶어버렸어요.
이 금액이 위에서 말하는 보통의 건강보험 환자 평균에 못 미치는 금액이 되다보니 병원입장에선 일반 환자 치료하듯이 정액제 환자 치료하면 손해보게 되어버린거죠.

그러다보니 대놓고 차별하는 병원도 생기게 된거죠..

(병원이 잘 했다는건 아닙니다. 그럴리가요-_-;;
단, 개인개인의 양심에 호소하는거보단 정책을 바꾸는 쪽이 더 맞는게 아닌가 싶을 뿐입니다.)
잉크부스
16/07/04 22:32
수정 아이콘
지인이 조울증이 갑자기 심하게 와서 병원좀 다녀본 바로는
일반인은 정신과라하면 뭔가 정신적 상담과 그를 통한 치유/안정 을 기대합니다.
뭔가 영화에서 본 그런 상담의학을 기대하죠 그리고 약은 보조적인 치료제라 생각합니다..

다만 현실은 너무 다른바.. 신경정신과가 꿈이었다 지금은 가슴성형전문의로 있는 제 친구에게 불어봤더니..
우리나라에선 정신과를 그냥 약을 통한 치료를 중심으로 한다고 하더군요..

의사의 대응 수준은 군대에서 군의관에게 약받아 먹을때의 딱 그 수준이었습니다.
무슨 감기약 처방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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