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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1/28 23:13:57
Name 트롤러
Subject [일반] 레버넌트와 빅쇼트를 봤습니다. (약 스포일러)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 문화의 날이라는 걸 아세요? 저는 어제 알았습니다.

문화의 날에는 많은 문화 관련 행사들이 무료거나 할인되는데 영화 역시 이 할인대상에 포함됩니다.
아카데미 하기 전까지 작품상 후보들이나 볼까 싶어 배 긁으며 cgv 매표를 확인하다가
거진 절반 가격에 영화 관람이 가능한 것을 보고 두 편을 연속으로 보기로 결정했습죠.


1. 레버넌트


작년 버드맨으로 아카데미를 휩쓴, 휩쓸었나요? 작품상을 탔던 건 기억나는데 다른 건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아무튼 작품상을 거머쥔 이냐리투 감독의 영화입니다.

이미 보실 분은 다 보셨겠지요. 곰과 싸워서 이긴 것으로 유명해진 휴 글래스라는 실존인물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첫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게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으로 오히려 국내에서 더 흥행한 작품입니다.

사실 작년에 아무리 버드맨이 아카데미를 휩쓸었다지만, (쓰는 도중에 확인했습니다만 휩쓴 거 맞습니다)
아카데미야 어차피 남의 집 시상식이고 누가 신경이나 쓰겠습니까?

버드맨보다 더 직관적이면서 매니아층을 엇비슷하게 공유하는 위플래시 역시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고
보다 대중적으로는 킹스맨이 그 보름 전에 개봉했기 때문에 버드맨을 본 사람은 많지 않아요. 20만 겨우 넘었나요.
버드맨을 보고 대단한 영화라고 충격받은 저조차도 재관은 킹스맨을 봤습니다, 재밌는 영화죠.

레버넌트가 전작 버드맨보다 한국 흥행에 성공했다고 해서 그게 꼭 레버넌트가 더 재밌는 작품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상당히 묵직한 작품이고, 겨울에 보기에 다소 춥고 매서운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오지게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디 오스카를 받아야 해' 하고 린다도 아닌 제가 간절히 기도하게 됩니다. 이 소감이 이 영화의 반을 설명합니다.
그냥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굉장히 고생합니다. 심지어 이 고생과 고통과 트라우마는
쓸모없을 정도로 리얼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추체험하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디카프리오의 연기를 보면서 레오가 정말 고생한다를 느낀다면 톰 하디는 톰 하디로서 영화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톰 하디의 연기가 대단하다는 걸 느끼는 건 올라오는 스탭롤을 보면서 피츠제럴드가 톰 하디였구나를 깨닫는 순간입니다.
물론 글래스보다 피츠제럴드가 훨씬 재미있는 캐릭터죠. 그걸 감안하더라도 톰 하디의 연기는 훌륭합니다.


2. 빅쇼트


빅쇼트는 레버넌트 못지 않게, 아니, 사실은 더 화려한 캐스팅을 필두로 하는 팩션 영화입니다.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레드 피트가 주연입니다만 주연이 크게 의미있는 영화는 아니에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해 다루고 있는 영화이고, 영화의 주연들은 제 4의 벽을 대수롭잖게 뚫고 다닙니다.

저는 인사이드잡은 보지 않았기에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영화, 마진콜과 비교해보자면
마진콜이 월스트리트 내부자들 중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소수가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판을 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빅 쇼트의 경우 시스템의 붕괴를 이용해서 돈을 벌고자 하는 외부자들의 시선에서 영화를 조망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보입니다.

영화 자체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종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기에) 매우 친절한 편입니다.

편집은 고의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으며, 관객이 보는 시점은 공매도에 한탕을 건 주인공들이므로
주인공들이 '마땅히' 폭락할 CDO를 바탕으로 거액의 돈을 벌 것을 기대하며 보게 됩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영화의 해피엔딩과 달리 주인공들의 성공은 800만명의 실직자들과 600만명의 홈리스,
그리고 남유럽의 파산과 세계금융위기를 담보로 삼은 성공이라는 점에서 한없는 블랙코미디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배역을 꼽자면 라이언 고슬링이 맡은 자레드 베넷으로,
자레드 베넷은 월스트릿의 내부자인 동시에 빅쇼트를 통해 큰 이득을 본 외부자이기도 합니다.
네 팀의 인물 가운데 가장 능청스럽게 제 4의 문을 여는 캐릭터이며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비윤리적인
월스트릿의 모습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자레드와 같은 인물이 결국 끝의 끝까지 살아남아 큰 돈을 벌어들인 모습을 감상하며 엔딩을 지켜보다보면
브래드 피트가 맡은 벤 리커트가 주장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환멸이 얼마나 무기력하며
이 영화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리얼리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지요.


p.s.

다시 찾아보다가 느낀 건데 마진콜에서 피터 설리반으로 나오는 재커리 퀸토와
빅쇼트에서 포터 콜린스 역으로 나오는 해미쉬 링클레이터 상당히 닮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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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天君
16/01/28 23:35
수정 아이콘
빅쇼트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이 아닙니다. 다큐멘터리인 척을 해야하는데 그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빅쇼트는 내부자의 시선에서 조망된 이야기가 아닐까요. 금융업계 내부의 사람들, 그리고 나레이터가 무엇보다도 "은행"이라는 월가의 몰락을 일으킨 시스템에 속해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첨언하자면, 영화상에서는 자레드가 (베넷이라는 라스트 네임과 헷갈리신듯) 대박을 친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받은 보너스 역시도 은행이 벌어들인 액수에 비하면 택도 없는 보상이었다고 하더군요.
월가가 난리가 나서 그냥 입다물고 있었다고 합니다.
트롤러
16/01/28 23:54
수정 아이콘
1. 말씀하신대로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틀린 표현이네요. 다큐픽션이나 팩션에 가까울듯 합니다.
2. 빅쇼트가 내부자의 시선에서 조망된 이야기라고 여기기에 금융업계라는 표현은 다소 경계가 넓다고 느껴집니다. 라이언 고슬링의 경우는 확실히 내부자의 역할을 겸업합니다만, 스티브 카렐이 반쯤 빠지고 나머지 두 팀은 외부자에 가깝죠. 비교대상인 마진콜에 비하면 확실히 그렇고요.
3. 오타 수정했습니다 ㅜ_ㅜ
王天君
16/01/29 00:13
수정 아이콘
1. 금융업계를 바탕으로, 금융업자들이 판을 만드는 이야기니 내부자라고 봐야겠지요. 이야기의 구조 또한 그러합니다. 월가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여기서 이런 일이 일어났답니다!" 하고 월가의 내부인이 설명을 하는 거죠. 내부인이 외부인에게 금융업계의 규칙이나 그게 깨져있는 비윤리적인 상황을 계속 떠벌리는 겁니다. 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내부인이라고 봐야 합니다. 외부인이 조망하는 이야기라면, 금융업계의 "외부"에서 인물들이 무언가를 파고들어가야겠죠. 그런데 주인공들은 전부다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떤 세계와 사건에서 이들은 전부다 뭔가를 주도하고, 한 세계의 흐름에 휘말려있으니 내부인으로 봐야합니다.

2. 마이클 베리와 벤 역시 외부인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흐름을 눈치채고, CDS를 이용한 빅숏 전략을 맨 처음 고안해낸 게 마이클이죠. 벤은 그나마 이들보다 외부에 머물러있긴 하지만 그 역시도 그 베팅에 계속 참여하고 있습니다. 빅쇼트의 흐름을 나름대로 만들어가는거죠. 벤은 조력자일 뿐, 벤이 돕는 제이미와 찰리가 실질적인 주인공에 가까운데 이들 역시 명백한 내부인들입니다. 이들은 벤을 통해 금융업계의 "내부"로 들어간 뒤 큰 판에 참여해 계속해서 CDS를 통해 쪼이다가 대박을 터트리니까요.
Rorschach
16/01/29 00:17
수정 아이콘
내/외부야 그냥 경계를 어디에 잡냐의 문제죠. 금융권을 경계로 잡으면 마이클과 벤 역시 금융권 내부의 인물들이지만 아주 좁게 은행 그 자체를 경계로 잡으면 마이클과 벤은 외부자인거죠 뭐. 애초에 트롤러님도 이런 의미에서 외부자라고 쓰셨을테고.
王天君
16/01/29 00:35
수정 아이콘
아뇨. 그러면 이야기의 의미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빅쇼트가 드라마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어떤 세계 안에서, 어떤 흐름에 거슬러 올라가는 내부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나 역시도 그런 세계에 있었지만, 나는 다른 이들과 달랐다, 라는 전제에서 이야기가 출발하기 때문에 반전이 통쾌해지고 역설이 생길 수 있는 겁니다. 이들을 외부자로 놓으면 이런 의미가 완전히 증발합니다. 그냥 뭔가를 발견하고, 거기에 올라타서 한 몫 건진, 그냥 운좋고 머리 잘 돌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거죠. 이 영화를 후자로 이해하는 건 감독이나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게 됩니다. 의미있는 작품을 굳이 의미없게 읽을 필요가 없다는 거죠.

빅쇼트가 그리는 건 개개인의 한탕이 아닙니다. 이들의 한탕을 통해서, 금융계 전체를 이야기하고 더 나아가서는 인간 전체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거대한 세계 속에 명백히 속해있는 이들을 뚜렷하지 않은 기준으로 "외부인"이라 이해하는 건 오히려 모순에 가깝습니다. 단순히 포지션만으로 따져서 자레드는 내부인이고 나머지 셋은 외부인이다? 그렇게 치면 자레드도 외부인에 불과합니다. 영화는 "내부인"으로서의 자레드를 거의 묘사하지 않아요. "회사에서 미친 놈 취급만 당했다" 라면서 대사로 간단히 처리될 뿐, 빅쇼트 포지션을 유지하는 공모자로서의 모습만 계속 나오니까요.

이 영화에서 "은행"을 그 경계로 잡을 이유가 없습니다. 영화에서 그리는 게 은행 VS 비은행 의 영역 다툼이 아니니까요. 마크 바움이 마이애미로 갔을 때 이들은 부동산 중개업자도 만나고, 대출업자도 만납니다. 그리고 이들이 모두 타락했거나 멍청이들이라는 걸 확인하죠. 제이미와 찰리는 월 스트리트의 경제지 기자를 찾아가지만 그한테도 까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들 모두가 한통속이거나 어리석다는 걸 깨달아요. 마이클은 투자자에게 쪼이고, 회사 오너에게 쪼입니다. 이렇게 영화가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경계를 굳이 은행과 은행 아닌 곳으로 나눌 필요가 없어요.
Rorschach
16/01/29 01:03
수정 아이콘
본문을 다시 보니 [마진콜이 월스트리트 내부자들 중] 이라고 되어있네요. 저기에서의 '월스트리트'를 제가 인식못했었습니다. 왜이렇게 단호하신가 싶었는데 이제 이해가 되네요.

일단 마이클과 벤, 혹은 다른 인물들이 월스트리트 외부의 인물들이라는 의미는 아니고요, 아마 트롤러님께서도 사실은 그렇의미로 말씀하신건 아닐겁니다.
아래 댓글을 보니 <마진콜>을 안보셨다고 하셨는데 그 영화는 리만 사태가 터지던 당시 하나의 투자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하룻밤사이의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트롤러님께서 마진콜과 빅쇼트를 비교하며 내/외부라는 표현을 쓰셨을거예요. 저도 마진콜을 봤었기 때문에 내부자/외부자들이라는 개념을 별로 이상하지 않게 받아들였고요.
王天君
16/01/29 01:29
수정 아이콘
그래도 여전히 내/외부의 경계선은 모호합니다.
말씀하신대로라면, <마진콜>의 전체 세계는 하나의 회사입니다. 그 회사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그 회사라는 세계에 속한 사람들이 뭔가를 벌일테니 이들은 내부자로 구분할 수 있겠죠. 마찬가지로, <빅쇼트>의 전체 세계는 미국 월가 전체입니다. 주인공들은 어떻게든 <월가>, 즉 미국의 금융 흐름의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구요. 두 영화 모두 하나의 세계관을 제시하고, 그 세계관 안에 있는 사람들의 활약상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상대적으로 내부다 외부다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한 구분이라고 할 수 없죠. 만약 <빅쇼트>의 인물들이 자레드를 제외하고 외부인들이라면, 이들이 속하지 못한 어떤 "내부"가 별도로 존재할텐데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들이 외부에 머물러있다는 묘사도 없어요. 마이클이 그나마 어떤 고립된 세계를 그리고는 있지만 그건 이 사람의 개인적 성격이고, 그 역시도 은행, 투자자, 오너와 접촉하면서 그 세계의 일부로서 존재합니다. 마크는 중개인이나 무슨 협회의 의장과도 계속 말다툼을 벌이죠. 제이미와 찰리도 자금이 부족하지만 벤의 도움으로 거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CSD 흐름에 뛰어들죠. 전 <빅쇼트>에서 내부와 외부가 어떻게 구분되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Rorschach
16/01/29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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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렇게 모호하고 잘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는건지 솔직히 이해가 안되네요.
지금 제가 느끼는걸 대층 비유해보면, 학교에서 A란 친구가 어디있냐고 물었을 때 그 A가 운동장에 있어서 "(건물) 바깥에 있어" 라고 말했더니 "운동장이 건물 바깥에 있긴 하지만 엄연히 학교 내부의 시설이니 바깥에 있다고 말하면 안되지." 라고 답변한 것을 들은 느낌입니다. 뭐 모르겠다고 하시니 더이상 설명해봤자 뭔가 간극이 좁혀질 것 샅지도 않네요. 좁힐 필요성도 딱히 없고...
王天君
16/01/29 10:01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이 영화는 은행 안의 사람 VS 은행 밖의 사람 의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데 영화가 이런 식의 구도를 취하고 있지도 않았다는 거죠. 그렇다면 내부자가 나오고, 내부의 모습이 뭔가 그려져야 할텐데 영화 속에서 내부자라고 나오는 자레드 역시도 "내부자"로서 뭔가를 하는 모습은 거의 나오질 않습니다. 내부와 외부가 나눠지지 않는다는 거에요.

말씀하신 사례에서도 벌써 대화의 초점이 어긋나잖아요. 만약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이 같은 학교 학생이라면, 일반적으로 "바깥"이라는 말은 학교라는 공간 전체가 기준이 된 겁니다. 그런데 운동장에 있으면서 "바깥"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합의된 개념을 사용한 게 아니니 제대로 된 답을 한 게 아닙니다.

A: 너 지금 어디야?
B: 바깥에 있어
A: 학교 아직 안끝났는데?
B: 아, 학교 바깥이 아니라 건물 밖. 운동장에 있다는 이야기야.

어떤 세계를 기준으로 잡느냐에 따라 내/외부가 달라지고 거기에서 이해하는 게 달라지죠. 학교 내에서 이야기를 할 때 일반적으로는 "학교의 어딘가에 있다" 라는 전제를 두고 대화를 하지 않습니까. 설명을 들은 후 A는 B를 "조금 있다 만날 수 있는 사람" 이나 "규칙을 어기지는 않은 사람" 혹은 "특별한 일이 생겨서 학교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는 상태의 사람" 이라고 인식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물며 이것은 어떤 "공간"을 공유하냐의 문제입니다. 단순히 공간을 기준으로 놓고 이야기해도 서로에게 있는 현재와 미래의 인식이 달라지는데, 그것을 소속된 사회로 놓고 보면 인물들 간의 거리와 이들의 행동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죠. 그렇다면, <빅쇼트>에서 전제하고 있는 "건물"이란 무엇일까요? 월 스트리트 전체가 아니라 어떤 기준점을 두고 자레드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이 바깥에 있으니까 외부인이라고 했을텐데요. (내부인과 외부인이라는 개념도 생각해 볼 수 있죠. 이건 공간의 개념이 아니라 사회적 소속의 문제입니다)

<빅쇼트>의 드라마가 의미있는 건, 주인공들이 모두 월가에 소속된 "내부자"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이야기하게 되는데, 이들은 월가에 소속되어 있고, 내부자로서 다른 내부자들이 깨닫지 못하는 흐름을 발견하고 이를 어떻게 해보려고 하지만 씨알도 안먹힙니다. 그리고 자신들도 결국 탐욕에 탑승해서 돈을 벌죠. (자레드를 제외하면) 어떤 문제를 깨닫고, 그 문제를 고쳐보려고도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내부인들과는 본질적으로 같은 "욕망덩어리" 존재가 되는 겁니다.

영화 자체가 월 스트리트라는 거대한 배를 놔두고 그 배가 어떻게 침몰하게 되었는지 조타실, 1등석, 선내도박장, 갑판 이렇게 있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야기하는데 이 사람들은 "항해실" 내부에 있던 게 아니니 외부자들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그건 좀 이상한 정의죠. 만약 그렇게 정의가 내려지려면 이들은 들어갈 수 있다 / 들어갈 수 없다, 속해있다 / 속해있지 않다 등의 기본적인 분류로 이들이 속해있지 않고 들어갈 수도 없는 안쪽의 무언가가 나와야 하는데 <빅쇼트>에서는 그런 게 나오지 않습니다. 영화가 애초에 항해실 하나에 초점을 맞춘 채 이야기를 진행한다면 모를까...

저도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Rorschach
16/01/29 10:58
수정 아이콘
굳이 다시 댓글을 쓰는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만 끝까지
"니가 틀린거다" 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한 번 더 쓰게 되네요.
교실안에서 친구 두명이 대화하다가 다른 친구 어딨냐고 물었을 때 운동장에 있어도 "밖에 있어"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틀렸다고 하시면 뭐 언어에 대해 이해하는 개념 자체가 다르니 더이상 대화의 필요가 없을테고...

댓글들을 쭉 보니 내부와 외부에 대해서 너무 큰 의미를 두려고 하시는데 전 애초에 그냥 어떤 임의의 경계를 두고 내외부라고 말을 하고 있는겁니다.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굳이 큰 틀의 사건안에 들어갈 수 있냐 없냐로 나누어야 할 문제도 아니고요. 어느 시점부터는 트롤러님의 의견과 상관없이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고 있긴 한데, 빅쇼트라는 영화 하나만 놓고 볼 때는 딱히 그들이 외부에 있다고 표현 할 일도, 내외부를 나눌 필요도 없어요. 굳이 내외부라는게 유의미하게 어떤 느낌이냐고 빅쇼트 영화만 가지고 이야기하자면, 마지막 부분에 젊은 두 투자자가 사람들이 나오고 있는 건물 안드로 들어가잖아요. 그 나오는 사람들을 내부의 사람들이라고 했을 때 그 두 젊은이는 외부의 사람이 되는거죠.

마지막 부분에 배를 예시로 드셨는데, 만약 어떤 큰 배의 침몰이라는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는데 먼저 만들어진 영화는 정말 침몰 과정에서 "항해실" 내부에서 내부의 선장 및 항해사들만의 이야기를 보여줬고 (마진콜) 나중에 만들어진 영화는 배가 출발해서 침몰 할 때 까지의 이야기를 배에 타고있던 승객들, 요리사들 등등 "항해실" 외부에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줬다고 (빅 쇼트) 한다면 두 번째 만들어진 영화는 침몰하는 배에서 항해실 밖에 있던 승객들의 이야기를 그리고있다고 말해도 무방하죠. 바로 윗 댓글의 마지막에서 말씀하신 것 처럼 <마진콜>이 항해실 하나에 초점을 맞춘 채 진행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거든요.

시간되시면 마진콜을 한 번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王天君
16/01/29 11:58
수정 아이콘
지금 저희는 보다 정확한 감상과 이해를 논하고 있지 않습니까. 모든 의견이 상대적으로 동등한 가치를 지닐 수는 없는 법이죠.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반문한다면, 근거를 들어 설명하면 될 일입니다.

교실에서의 친구 대화도 그렇습니다. 대화하는 두 친구가 서로 "바깥"의 기준이 달라요. 그럼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정확이 오가지 않습니다. 운동장에 있는 친구를 한 쪽은 건물을 기준으로 "밖"이라고 했는데, 다른 한 친구는 학교 부지 전체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하고자 하는 말과 듣고자 하는 말에 혼동이 생긴다는 거죠. 이것을 영화와 관객의 대화로 설정해봅시다. 영화는 이러이러한 기준으로 이것은 내부자들의 이야기다 라고 말하는데, 관객이 이것은 외부자들의 이야기다, 라고 자신의 임의의 기준으로 이해를 한다면 이는 개별적 감상 이상의 설득력을 가지진 못하죠. 저는 그런 부분에 대해 "이상하지 않느냐?"라고 반문하는 겁니다. 저는 감독의 의도가 항상 정답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 감독의 의도가 이러하다 - 라고 "해석"하는 게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는 거에요.

맞아요. 이 영화는 전체 세계를 그리고 있는 거니 굳이 내외부를 나눌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굳이 나눠야 한다면 "내부자"의 이야기로 구별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트롤러님이 제시한 기준들을 계속 복붙하는 거구요. 이러이러한 기준으로 <마진콜>이 내부자들의 이야기라면, 똑같은 의미나 구도를 지닌 <빅쇼트>역시 내부자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 않느냐 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 시점을 분석하는 건 의미가 없는 게 아니에요.

이야기의 전체 구조를 봅시다. 원작이 된 책은 인터뷰어, 즉 화자가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 원작을 인터뷰의 대상 중 한명이, 그것도 네 팀 중 금융권 제도의 가장 안 쪽에 있는 제라드에게 서술을 맡기는 형식으로 각색했습니다. 굳이 왜 그랬을까요? 영화가 주인공 중 한명을 방백하도록 설정해야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전통적인 극으로 카메라가 이들의 사건을 보여주거나, 개념을 설명할 때만 자막이나 성우의 목소리를 도입해서 이야기 외부에서 또 다른 화자를 등장시켰으면 되는 일이에요. 그런데도 영화는 자레드를 화자로 설정하고 이 사람의 목소리를 따라서 이야기가 흘러가도록 하고 있다는 말이죠. 영화화된 이야기는 원작과 반대의 형태를 띄고 있다는 겁니다. 원작은 외부의 서술자가 사건의 주도자, 혹은 내부자들에게 캐묻는 형식을 하고 있는데 영화는 사건의 주도자가 직접 서술까지 겸하면서 떠벌리고 있다는 말이죠. 이야기의 출발점이 완전히 뒤집혀 있는 겁니다. 외부자가 내부자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전달하는 원작의 과정, ~는 ~였고 ~했다고 한다, 라는 서술이 전달할 수 없는 무언가를 영화는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죠. 그러니까 "내부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제이미와 찰리가 도산한 회사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들어 "이 영화는 외부인들의 영화로 읽을 수 있다" 라고 하셨죠? 마지막 장면에서 마이클 베리는 여태 틀어박혀있던 회사 방 안에서 바깥으로 나갑니다. 자막으로는 이 사람이 금융업계에서 손을 떼고 물에만 소액의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하죠. 어떤 인물의 특정 장면을 가지고 전체의 시점이 이렇다 - 라고 정의할 수는 없어요. 이 영화는 이런 시점을 가지고 있다 - 라고 내외부를 나누려면 이야기 전체의 시점이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를 향하는지에 대한 근거들이 있어야하죠. 그래서 제가 자레드 베넷의 캐릭터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자레드를 빼놓고 나머지 세 팀은 외부인이다, 라고 트롤러님은 해석했는데 정작 내부자라는 자레드 베넷의 "내부인"으로서의 활동은 전혀 나오지 않아요. 은행에 소속되어 있고, 그 때문에 내부인이라는 포지션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면 그 내부의 모습, 마이클, 마크, 제이미와 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모습이 관객들에게 보여져야 하잖아요. 이것은 내부고, 내부에서는 이렇게 돌아가는데, 외부인들인 주인공들은 이것을 어찌할 수 없다, 라고 그 경계를 명확히 보여줘야 합니다.

마지막 예시를 다시 한번 설명드리죠. <마진콜>과 <빅쇼트>를 내/외부의 이야기로 비교를 하려면, 그것은 둘다 "항해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때 가능한 비교에요. "항해실"에 초점을 맞추고 "항해실" 안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내부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배"에 초점을 맞추고 "배" 안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 역시 내부자들의 이야기에요. 이것은 단순한 규모의 차이지, 시점의 문제가 아니란 겁니다. 애초에 트롤러님도 문장을 "배" 에 초점을 두고 쓰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배"에 초점을 둔 다면 둘다 내부자들의 이야기인거잖아? 라고 말하는 거죠. 인물들의 이야기가 어떤 공간에 한정되어 있고, 그 한정된 공간 외의 "또 다른 공간" 이 존재하는지, 이야기가 어디에서 어디로 향하는지를 근거로 저는 계속 반문하고 있습니다. <마진콜>을 설명하면서 항해실 하나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시는데, 하나에 초점을 맞췄냐, 여러개에 초점을 맞췄냐가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기준은 아니지 않습니까. 애초부터 <빅쇼트>는 "항해실"하나에 초점을 맞춘 영화도 아닌데 어떻게 이 둘이 비교가 되고 서로 다른 기준점을 가진 상태로 내부/ 외부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제가 계속 질문하는 겁니다. "항해실"을 기준으로 <빅쇼트>가 외부자의 이야기라면, <빅쇼트>의 항해실은 어디냐고요.

영화는 학교 전체의 이야기를 운동장도 보여주고, 교무실도 보여주고, 교실도 보여주고 하는 식으로 하고 있는데 정작 듣는 사람이 이건 운동장에서 학교를 바라보는 이야기구나, 라고 듣는다면 어딘가 어긋나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것도 교무실 안에서 "건물"을 전제로 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말과 비교를 해서요. 영화를 이해하는 데 임의의 기준을 세우는 거야 자유지만, 그건 정말 임의의 기준을 전제로 한 이해에 그치게 되겠죠.
Rorschach
16/01/29 12:45
수정 아이콘
받아들이지 못하실 뿐이지 일단 설명이야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고요. 외부자라는 표현 자체에 대해서 관점이 크게 다른 것 같은데 전 아래에서 두 번째 문단에서 말씀하신 "<마진콜>과 <빅쇼트>를 내/외부의 이야기로 비교를 하려면, 그것은 둘다 "항해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때 가능한 비교에요." 이 부분부터 일단 동의를 못하겠네요. 내부에 초점을 맞추고 외부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거고 외부에 초점을 맞추고 외부의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거죠.
그리고 제이미와 찰리 부분에서 제 이야기를 좀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계신 듯 한데 제가 저 둘의 이야기를 한 이유는 그냥 딱 그 정도 경계에서의 내/외부를 말하는 거라고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항해실 이야기를 한 번만 더 하면, '이건 배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항해실 바깥에 있던 사람들 이야기이구나' 와 '이건 배에 문제가 생긴 사건 바깥에 있던 사람들 이야기이구나'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항해실 바깥에 있던 사람들을 바깥에 있던 사람들이라고 말하는데 왜 그들이 사건 바깥에 있던 사람들이냐고 물으시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해 드릴 방법이 아예 없죠. 애초에 위에서 했던 이야기는 딱히 설명이라고 생각하시지도 않는 것 같고요.
王天君
16/01/29 13:54
수정 아이콘
다시 학교의 예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A는 학교 교실 내에 있습니다. B는 운동장에 있습니다. 누군가는 B를 밖에 있다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그 기준을 어디에 잡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분명한 것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누군가가 B의 위치를 안과 밖 둘 중 하나로 이야기한다는 겁니다.

<빅쇼트>란 영화가 B가 어디에 있다고 이야기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빅쇼트> 영화 자체가 기준점을 어디에 두고,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하는 겁니다. <마진콜>이 교실 내부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서 "내부자"의 이야기라고 봤다 칩시다. 그렇다면 <빅쇼트>가 (상대적으로) "외부자"의 이야기를 했다고 해야 한다면 동일한 기준점을 가지고 있거나,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비교대상만큼의 "정도"에서 측정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저는 계속 <빅쇼트>는 운동장에 있는 사람, 교실에 있는 사람, 학생식당에 있는 사람, 교무실에 있는 사람들이 "학교"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자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는 거에요.

기준점을 공간 A로 정한 영화는 사람들이 A안에서만 머무르고 사건이 A 안에서만 진행된다 - 내부자들의 이야기다
기준점을 공간 B로 정한 영화는 사람들이 B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사건이 B 안에서만 진행되지도 않는다 - 외부자들의 이야기다

<마진콜>이 어떤 주식회사 하나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빅쇼트>역시 초점을 하나에 맞췄다고 저는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 대상이 "월 스트리트" 라는 아주 거대한 제도일 뿐이죠. 차라리 미시적이냐 거시적이냐로 초점을 구분하면 모를까, 내부/외부의 이야기는 한 세계에서 이분되는 구역이 있고, 그 기준을 따라 인물들의 행동과 사건이 달라지며, 그 기준으로 인해 달라지는 뭔가가 있을 때 성립합니다. <그래비티>를 보세요. "생존"을 기준으로 내부와 외부가 나눠지는 게 명백하지 않습니까. <빅쇼트>는 무엇을 기준으로 하나의 세계를 둘로 나누고 사람들의 소속을 그에 따라 나눌 수 있냐는 거죠.

제이미와 찰리의 사례 역시 그냥 "임의적"인 경계잖아요. 그것은 영화 전체의 시선을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제가 반박한 겁니다. [그 나오는 사람들을 내부의 사람들이라고 했을 때 그 두 젊은이는 외부의 사람이 되는거죠. ] 여기에서 기준을 "도산한 회사" 로 두고 제이미와 찰리를 "외부인"으로 규정하고 계시죠? 그것은 그냥 부분이라는 이야기를 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자레드가 나레이터를 맡고 있는 이유를 원작의 각색과정으로 설명드린 거구요.

항해실을 예로 드는데, 전 계속 "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뭐하러 항해실을 기준으로 안과 밖을 나누냐" 라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렇게 나누면 그렇게 나눠지는데, 영화가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하는 거에요. 제가 주인공인 영화가 있을 때, 영화가 제 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면 저는 "방 안"에 있는 사람이 되겠죠. 그런데 누가 "침대"를 기준으로 주인공은 외부에 있다, 이 영화는 외부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 라고 한다면 그 해석은 타당성을 갖추게 될까요? 영화는 침대에 눕는 제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고 침대를 향한 제 욕망을 비추지도 않는데 말입니다.사람들이 항해실 바깥에 있는 건 사실이 맞아요. 그런데 그게 "영화는 항해실을 기준으로 안과 밖을 나누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는 전체 함의에 대한 근거가 되냐는 겁니다.

계속 저는 "그건 개인적 임의에 따른 구분에 불과하다" 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굳이 묻는다면 두 분 다 제대로 된 설명을 하고 계시는 것 같지도 않고.
王天君
16/01/29 14:10
수정 아이콘
[ 두 영화 모두 하나의 세계관을 제시하고, 그 세계관 안에 있는 사람들의 활약상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상대적으로 내부다 외부다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한 구분이라고 할 수 없죠.]
그리고 전 애초에 이 영화의 내외 구분이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트롤러
16/01/29 00:25
수정 아이콘
금융위기를 주제로 한 모든 영화를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 만약 피해 당사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있다면 그야말로 외부자의 시점에서 조망한 영화일 겁니다. 그러나 제가 비교하는 두 영화는 마진콜과 빅쇼트이고 두 영화는 유의미하게 시점이 다릅니다. 마진콜의 경우는 종이조각이 될 증권들을 속여서 팔아치우는 증권사 및 은행 당사자들의 비도덕성에 대한 영화이고, 빅쇼트는 이를 그 이전에 예측해서 공매도를 통해 한탕을 번 투자자들에 대한 이야기죠. 이러한 의미에서 내부와 외부를 나누었을 뿐 경제위기나 금융업계 그 자체의 내부와 외부를 분리한 건 아닙니다.
王天君
16/01/29 00:40
수정 아이콘
마진콜을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종이조각이 될 증권들을 속여서 팔아치우는 증권사 및 은행 당사자들의 비도덕성에 대한 영화] 라는 설명은 빅쇼트에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나요? 증권이 채권이라는 소재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시점의 이야기는 "무엇"에 초점을 맞추느냐가 아닙니다.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시점이 재현되는가죠.

내부와 외부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트롤러
16/01/29 01:02
수정 아이콘
두 영화 모두 금융위기라는 동일한 사건을 통해 금융계 전반의 비도덕성을 고발합니다. 결과가 나와있는 사실에 대한 영화이니 작품으로서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는 사실 상당 부분 겹칩니다(사실 별 차이가 없죠). 그러나 시점의 이야기로 따지자면 그야말로 의도와 상관 없이 기술적으로 나누어질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선 외부와 내부를 임의적으로 분리해낼 수 있습니다. 대수로울 게 있나요. 개인적 영화 해석에 따라 핀트를 어디로 두느냐를 따지자면 감독이 원하는 작품의 의도와는 별개로 스무 가지의 분리도 가능해요. 빅쇼트를 외부자들의 이야기로 읽으면 개개인의 한탕을 통해서 바라보는 인간 전체의 탐욕이라는 영화 전체의 소스를 읽을 수 없을까요? 제가 보기에 빅쇼트는 너무 친절한 영화이기 때문에 그럴 걱정은 없어보입니다. 마진콜과의 비교로 외부자와 내부자를 나눈 것은 같은 소재를 다룬 비슷한 영화의 형태적 차이점에 대한 지적에 불과합니다. '마진콜이 빅쇼트보다 배경적으로 협소하다'고 말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표현이라고 보고요.
王天君
16/01/29 01:21
수정 아이콘
1. [마진콜이 월스트리트 내부자들 중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소수가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판을 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빅 쇼트의 경우 시스템의 붕괴를 이용해서 돈을 벌고자 하는 외부자들의 시선에서 영화를 조망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보입니다.]


이 문장에는 어폐가 있지 않나요. 빅쇼트의 경우도 "월스트리트 내부자들 중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거을 눈치챈 소수가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판을 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입니다.

계속해서 차이가 없는 부분을 "차이가 있다" 라고 기술하고 이것을 "시점"의 차이라고 하니 제가 반문하는 거죠.

2. 내부와 외부를 어떻게 나누냐는 기준에 대한 답을 안주셨습니다.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경계가 있을 텐데, 그 선이 뭐냐는 거죠.
기술적으로도 빅쇼트는 철저하게 내부자의 시선으로 사건의 흐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계속 쫓아가고 있습니다.
외부자라면 그 사건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오로지 관찰의 역할을 수행하며, 어떤 세계에 속해있지 않은 사람을 뜻할텐데 빅쇼트에서 마이클, 마크, 제이미와 찰리 이 세 팀중 누가 이런 정의에 걸맞느냐는 것이죠. 혹은, 어떤 기준으로 이들이 이렇게 나뉘냐는 것이구요. 소속된 기관이 은행이냐 아니냐 라고 한다면 위의 답변처럼 그 기준 설정이 크게 의미가 없을 테구요
트롤러
16/01/29 01:43
수정 아이콘
1. 본문에서 '월스트리트 내부자'라고 작성한 이유는 빅쇼트 속의 경제지 기자가 '월가 사람들이랑 친해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 줄 아느냐' 라고 했을 때의 월가를 생각하고 작성했기 때문인데, 그 단어가 금융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단어라는 걸 지금 다시 인지해보자면 너무 임의적인 축약이었던 것 같네요.

2. 사건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관찰의 역할을 수행하며 스토리를 따라가는 형식으로만 외부자와 내부자를 나눈다면, (그 영화를 안 봤지만 장르상) 본격 다큐멘터리인 인사이드 잡만이 말씀하신 분리 구조에 맞을 겁니다. 제가 마진콜과 빅쇼트를 나눌 때 내외부를 나눈 것은 말씀하신 것처럼 단순히 소속 기관의 차이에 따른 분리입니다. 기준 설정이 의미가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이로 인해 같은 결과를 보여주는 과정의 모습은 상당히 달라지고 그게 두 영화의 차이를 만들죠.
王天君
16/01/29 10:12
수정 아이콘
지금 앞에서 하신 말씀과 다른 말씀을 하고 계시지 않나요.

[ 마진콜과의 비교로 외부자와 내부자를 나눈 것은 같은 소재를 다룬 비슷한 영화의 형태적 차이점에 대한 지적에 불과합니다. '마진콜이 빅쇼트보다 배경적으로 협소하다'고 말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표현이라고 보고요.]

라고 하셨습니다. 형태적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하셨죠.

[제가 마진콜과 빅쇼트를 나눌 때 내외부를 나눈 것은 말씀하신 것처럼 단순히 소속 기관의 차이에 따른 분리입니다. 기준 설정이 의미가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이로 인해 같은 결과를 보여주는 과정의 모습은 상당히 달라지고 그게 두 영화의 차이를 만들죠.]

그런데 이 댓글에서는 과정이 달라지고, 두 영화의 차이를 만든다고 하셨습니다.

A가 B에 비해 배경이 협소하다~ 라는 이야기와
A는 내부자의 시선을 띄고 있는 반면 B는 외부자의 시선을 띈다~ 라는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은행 VS 비은행 의 구도로 보면 이 영화가 그렇게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보여주는 의미가 없죠. 자레드 역시도 은행에 소속되어있지만 그 은행 내부자로서의 모습은 영화에 거의 나오지 않아요. 대사로 처리될 뿐이죠.

<빅쇼트>에 나오는 내부/외부의 구분을 명확하게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부는 무엇이고, 외부는 무엇이며, 이들을 다 내부자로 봤을 때는 이러이러하지만 내부와 외부로 나눴을 때는 이러이러한 차이점을 보인다 라고 말이죠.
트롤러
16/01/29 12:16
수정 아이콘
1. 마진콜이 증권사 내부 직원들이(주체) 이미 휴지더미가 된 증권을 투자자 및 고객에게(대상) 팔아치우기 위해 벌이는 이틀간의 사건을 다루는 방식으로 극을 진행한다면 빅쇼트는 증권사 및 은행 외부에서 투자하는 개인들(주체)이 부실한 시스템이 무너질 것에 투자하는 사건을 통해 극을 진행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극을 진행하든 결말은 동일하고(실제 사건이니까요) 작품의 의도도 겹치죠. 그렇다고 두 극을 보여주는 방식이 동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두 작품이 형식상 차이가 있고 / 과정의 차이가 영화의 차이를 만든다는 말은 충돌하는 문장이 아닙니다.

2. 저는 본문에서 두 문장을 비슷한 의미로 썼습니다. 물론 완전히 같진 않지만 마진콜이 내부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기 때문에 배경적으로 좁다고 이해할 수는 있겠죠. 또한 내부자/외부자의 구분이 꼭 대결구도를 나타내진 않습니다. 자레드가 은행 내부자인 모습이 영화에 나오지 않나요? 다른 개인 투자자들이 07년 초반까지 떨어지지 않는 CDO 가치를 보면서 조바심을 낼 때 자레드는 프리미엄을 올리면서 양쪽에서 이윤을 얻습니다. 이 때 자레드는 본문에서 제가 취한 내부자로서의 포지션을 갖죠. 마지막 문장은 계속 댓글로 설명했으나 왕천군님께서는 그런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얘기하시니 대화가 헛돌수밖에 없고요.
王天君
16/01/29 13:18
수정 아이콘
1. 이 설명도 지금 내부와 외부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주체와 객체를 나눈 단순한 내용의 해설이죠. 주체가 객체에게 이런 액션을 취하니까 이것은 내부자들의 시선이라고 하나요? 그것은 주체와 객체간의 문제가 아니라 카메라가 "어디"에서 "무엇"을 비추는지를 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마진콜>이 한 회사가 있다, 그 회사 "안에서" 어떤 인물들이 이러이러한 행동을 한다, 라는 해석 아래 "내부자"들의 이야기라면 <빅쇼트>는 무엇을 기준으로 어떤 인물들이 이러이러한 행동을 하는 게 "외부자"들의 이야기로 비춰지냐는 질문을 한 겁니다.

그래서 제가 계속 말하는 겁니다. 지금 초점을 은행, 증권사에 놓고 내부와 외부로 트롤러님은 가르고 있는데, <빅쇼트>는 그 초점을 은행, 증권사에 놓고 가르는 게 아니라는 거에요. 마크가 마이애미에 갔을 때 동네 부동산 중개인과 업자들을 고루 보여줍니다. CDS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을 보여주잖아요. 영화 속에서 이 네명이 월 스트리트에서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는건 "다가올 파국을 감지했다"는 차이점이지 이것이 내부자와 외부자의 구분은 아니지 않냐는 거죠. "소속된 사회의 구분"이 중요하다면 소속된 사람과 소속되지 않은 사람의 행동이나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야 하는데 <빅쇼트>는 그렇지 않습니다. 은행에 소속된 내부자 자레드 역시 마크 바움과 계속 행동을 같이 하고, 같은 태도를 보여주면서 미국 경제가 망할 것이고 예감하죠. 이것은 "내부인"으로서의 행동이나 소속감에 따른 결과가 아닙니다. 말씀하시는 장면은 자레드가 "내부인"이 된 게 아니에요.

뭔가 잘못 이해하신 것 같은데 자레드가 "뭔가를 해서" 내부인이 된 게 아닙니다. 은행에 소속되어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다른 인물들에 비해 내부인인거죠. 내부인과 외부인을 가르는 기준은 "사회적 소속"이에요. 그래서 제가 계속 말씀드리는 겁니다. 왜 이 영화는 마크 바움도 있고, 마이클 베리도 있고, 제이미와 찰리, 벤도 있는데 "자레드"를 나레이터로 설정하고 영화의 전체 줄거리를 끌어가도록 만들었냐고요. 왜 사회적 소속이 은행, 즉 월 스트리트의 가장 내부에 있는 사람을 전체 이야기의 화자로 설정하고 관객에게 들려주는 형식을 취할까요? 나레이터 빼버리고 그냥 보여주기 형식으로 가도 되는데 말이죠. 그게 어떤 효과가 있고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제가 계속 말하는 겁니다.

마크 바움의 입장에서만 이 영화를 본다면 부분적으로 이 영화는 외부자의 시선을 띄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내부를 "은행 및 증권사" 라는 기관으로 설정할 때만 가능한 해석이고 이것은 영화 전체의 시선을 대변하지 못하며 심지어 마크 바움 인물의 위치, 어디에 소속되어있느냐로서도 부정됩니다. 당장 마크 바움 부터가 모건스탠리 투자은행의 산하에 있는 프런트 포인트에 소속되어있잖아요. (그래서 모건스탠리 회사가 망할 때 마크 바움에게 문제들이 닥칩니다. 우리가 공매도해서 낸 수익을 왜 내 상위 회사의 손실을 메꿔야 하는가....하고요) 내부자가, 또 다른 내부자들을 보고 다니는 거에요.

2. 전혀 다른 문장을 동치시킬 수는 없어요. 완전히 같은 건 아니지만 비슷하다 - 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다른 문장입니다.

이 영화는 배경이 협소하다
이 영화는 내부자의 시선을 갖춘다

이 두 문장이 어떻게 비슷한 의미를 지닐 수 있나요. 혹은 인과관계가 될 수 있습니까. <내부자들>의 이야기를 보세요. 저는 이 영화가 원작이 가진 제목의 함의를 살리는데 실패했다고 보지만, 배경과 시선의 관계에만 국한시켜 이야기를 하자면 이 영화는 트롤러님의 어폐를 반박하는 사례입니다. 내부자들끼리 싸우지만 그것은 사실 대한민국 전체에 관한 이야기며 법조계와 재계, 언론계의 광범위한 세력간의 다툼이잖아요. 그리고 어지간한 내부자 / 외부자의 이야기는 그 둘간의 갈등이 있습니다.그렇지 않으면 어떤 캐릭터를 굳이 내부와 외부로 가를 필요가 없죠. 어디에 속한 자와 어디에 속하지 못한 자는 그 소속에 따라 부딪히고 거기에서 이야기가 출발하는 건데요.
16/01/2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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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는 진짜 고생하면서 찍었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기의 영역이든 촬영의 영역이든. 다만 개인적으로 그런 영상이 어떤 깨달음으로 치환되는 순간이 좀 아쉬웠습니다. 너무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그냥 차라리 뒷부분은 추상적으로 남겼으면 어땠을까.. 란 생각도 듭니다. 디카프리오는 고생했고, 톰하디는 인상적이더라고요.

빅쇼트는 블랙코미디이긴 한데 저는 오히려 내부인들의 공포감이라고 할만한게 느껴졌었습니다. 자레드야 큰 돈을 챙기지만 결국 영화에서 끝까지 중심을 잡는 캐릭터는 스티브 카렐의 마크 바움이었다고 생각하기도 하구요. 막상 잭팟을 터뜨렸지만 거대한 회사들이 엎어지는걸 보고 충공깽을 느끼는게 참 아이러니 했습니다. 썩어빠진 근본이지만 그렇게 거대한 틀이 무너질때는 개개인에겐 일종의 무력감을 느끼게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구요.
16/01/29 00:04
수정 아이콘
레버넌트를 보면서 저희 형은 '디카프리오한테 상 줘라...' 라고 혼잣말을 하더군요 크크

아 그리고 톰하디 역시 대단한 배우 인건 저도 동의합니다, 진짜 피츠제럴드로서 밖에 안 보이더군요
Rorschach
16/01/29 00:06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것 처럼 시종일관 밝은 톤으로 영화를 그리다가 후반부의 스티븐 카렐의 모습에서 사태의 심각성과 슬픈 진실을 확 느끼게 되죠.

스티븐 카렐과 크리스찬 베일의 대단함을 다시 한 번 느꼈어요. 브래드 피트와 라이언 고슬링 역시 마찬가지...
영화 자체도 참 좋았지만 배우들 보는 것 만으로도 가치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땅과자유
16/01/29 00:30
수정 아이콘
레버넌트는 연기하고 촬영한 사람들도 (당연히) 고생한 영화지만 보는 저도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냥 고통그리웠어요. 보는내내 ㅠㅜ
possible
16/01/29 00:36
수정 아이콘
레버넌트 방금 보고 왔는데....진짜 오스카 남우주연은 레오 줘야겠네요...
그리고 피츠제럴드가 톰하디인줄 영화 중반에 알았습니다. 분명히 톰하디가 나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초반부에 전혀 몰랐네요... 그 특유의 억양을 알아채고 아...제가 톰하디구나 알아챘습니다.
아트로포스
16/01/29 01:47
수정 아이콘
지금 이글보고 톰하디인걸 알았습니다.
16/01/29 09:16
수정 아이콘
레버넌트는 연기와 촬영으로 먹고 들어가는 영화죠.
내러티브는 많이 부실하다고 느꼈습니다
글자밥청춘
16/01/29 12:29
수정 아이콘
뭐, 사실 빅쇼트같은 영화들(빅쇼트는안봤지만)을 비롯한 자본주의 비판영화들은 영화보다 다큐가 더 재밌습니다. 영화보다 현실이 더 참담해서.
오미크론
16/01/29 15:39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스티브 카렐의 연기가 레오보다 좋았는데
스티브 카렐은 후보에도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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