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글은 앞서 작성된 딕시님의 글에 댓글로 달려 했으나 내용이 많아져 별도의 글로 올리게 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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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영을 분류하는데는 많은 방법론이 있겠습니다만 극우에서 중도에 이르는 스펙트럼상의 분류를 제외하고 다른 측면에서 제 나름대로 해보자면 현시점의 한국 보수 지지층은 크게 2부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20세기부터 존재하던 반공보수집단이며 이들은 산업화 세대에 주로 분포합니다. 201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정치지형이 보수우위이던 이유가 바로 이들의 존재와 결집력에 있었죠. 현재는 노령 집단인 관계로 그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고, 대략 20년 후면 소멸하거나 소규모 집단으로 잔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머지 한 부류는 21세기 들어 새롭게 출현한 세력으로, 적절한 명칭을 붙이기는 어렵지만 전 일단 이들을 한국형 대안우파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현재의 범진보진영과 그들의 주요 지지층인 민주화 세대에 대한 반감, 그리고 국제적 진영 중 소위 레드팀에 대한 적대적 인식을 제외하면 반공 보수와 크게 겹치는 성향이 없으며, 세대상으론 90년대생을 중심으로 그 전후 출생자들에 해당합니다.
이들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의 구도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진보세력은 지난 세기말까지 저항세력 혹은 도전세력의 위치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에 반해 보수세력은 언제나 집권세력이었죠. 여러분께서 오래전부터 들어오셨을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라는 표현은 이런 구도 속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즉 진보세력의 기원과 이력 자체가 보수적 집권세력에 반발하는 다양한 세력의 이합집산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87년 체제가 성립한 후 진보정권들이 집권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구도는 일부 반전됩니다. 진보적 집권세력에 대한 반발에서 출발한 세력이 나타나게 된 것이죠. 그렇기에 이들의 정치적 요구의 상당부분은 "이런 정책을 시행하라." 보다는 "진보정권이 만든 이 부서를 폐지하라, 저 정책을 중단하라."와 같이, 만드는 것보단 없애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들은 보수와 진봐의 대립구도 속에서 반공보수의 사상이나 철학을 일부수용하지만, 대개는 진보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사용할 뿐, 진심으로 계승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국제관계의 경우, 천안함 사태 등으로 인해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것은 맞긴하나, 이들의 주요 관심사는 북한보다는 중국쪽에 있습니다. 소위 레드팀에 대한 반감도 북한보다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 원인인 경우가 많죠. 이들의 입에서 "대한민국의 주적은 북한이다."라는 말이 나온다면, 그것은 단지 진보진영을 공격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말일 뿐, 본심은 중국이야말로 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정책같은 경우에도 능력주의를 신봉해 복지에 부정적이긴 하지만, 동시에 상법개정에 찬동하며 족벌경영을 지속하는 재벌집단을 부정적으로 보는 등 보다 서구화되고 자본주의친화적인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이들은 현재로서는 세력이 작은편이나 향후 보수진영 내에서 자연스럽게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라 예측되며, 다만 민주화세대가 퇴장하기 전까진 진보진영과 단독으로 맞상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또한 현재의 정치지형을 기반으로 한 예상이니 향후 본격적인 이민자 유입 등으로 인해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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