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11/26 13:27:49
Name a-ha
File #1 1.jpg (94.6 KB), Download : 102
Subject [일반] 우리가 실험실의 뇌가 아닌 것을 알 방법이 있을까? (수정됨)


여러분의 급우 니콜라스는 지금 여기 앉아서 한국어 억양을 가진 교수의 서양철학개론 강의를 듣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실상은 어젯밤 니콜라스가 깊이 잠들어 있을 때 지구를 지나가던 짖궃은 외계인 과학자들이 니콜라스의 침실에 들어가 그의 뇌를 살짝 꺼내 왔다. 그러고는 영양소가 그득한 액체를 담은 커다란 병에 그 뇌를 넣어 뇌가 생존하며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또 이 뇌에 여러 전극을 꽂아 그들의 슈퍼컴퓨터에 연결시켜 놓았는데, 슈퍼컴퓨터는 니콜라스의 뇌가 마치 그가 지금 이 강의실에 앉아 강의를 듣고 있도록 느끼는 방식으로 신호를 조작하며 뇌와 정보를 주고 받는다. 자, 이제 여러분들에게 질문한다. 니콜라스의 뇌는 자신이 이 강의실에 앉아 있지 않고 실제로는 큰 병속에 전극을 꽂은 채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
                        [미네소타주립대학 서양철학 강의 (홍창성 지음)]

요즘 읽고 있는 책에 위와 같은 내용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진짜 저런 상황이라면 니콜라스의 뇌가 본인이 처한 진짜 상태를 인식할 방법은 아무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존재한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과 나 자신 안에 있는 관념들 뿐"이라는 주장을 유아론이라고 한다던데 영화 "매트릭스"에서 다루었던 주제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다 그냥 우리의 마음 속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난 것일 뿐 실존하는 것은 나와 나의 관념뿐이라면 마음 밖 외부 세계의 존재를 의심의 여지 없이 확인할 방법은 없는 것 아닐까요?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다 뇌에서 벌어지고 있는 화학적 반응의 결과에 불과하다면 우리의 존재라는 게 좀 허무한 것 같기도 합니다. 영화 매트릭스 속에서는 모피어스가 빨간 약을 주면서 네오를 깨어나게 해서 외부 세계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게 했지만 현실에서의 빨간 약은 찾을 길이 없을 것 같습니다. (외계인님들...기왕이면 다음 주에 로또 1등 당첨되는 자극으로 부탁드립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 24/11/26 13:39
수정 아이콘
제가 살아오면서 "차라리 실험실의 뇌였으면 좋겠다. 이 순간이 시뮬레이션 게임의 한 장면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엄청나게 많이 했습니다. 그런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더군요. 시험날짜는 어김없이 다가오고, 인사평가는 항상 진행되었습니다.ㅠㅠ
+ 24/11/26 13:42
수정 아이콘
그거 다 게임 진행 에피소드라서 프로그래밍되어있어 바꿀수 없습니다(아님)
페스티
+ 24/11/26 13:49
수정 아이콘
유아론자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치는 의지입니다! 현실(시뮬레이션 게임의 한 장면)을 바꿀 수 있는 의지가 부족하신 것입니다 ㅠㅠ
모링가
+ 24/11/26 13:41
수정 아이콘
그래서 어떻게 살아도 자유라는 말이 성립하죠
다만 고통을 느낄 것인가 다양한 쾌락의 범주에서 더 좋은 기쁨을 갈구하며 살아갈 것인가
머스크는 시뮬레이션 우주를 믿는 사람이며, doge코인의 doge를 정부효율부로 만들어버린 사태를 볼 때, 정말로 그 믿음을 실천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겨울삼각형
+ 24/11/26 13:45
수정 아이콘
제 다양한 성적 취향을 만족시켜주는
망가, 야동들이 수두룩하게 새롭게 나오고 있는것과

게임을 좋아하지만 정작 주변엔 같이 게임할 사람한명없는 제 현실을 보니

통속의 뇌가 아닌게 확실합니다..
유리한
+ 24/11/26 13:48
수정 아이콘
그것이 통속의 뇌라는 증거일지도..?
+ 24/11/26 13:53
수정 아이콘
아... 그거 깨달음을 얻으면 되는데 쉽지 않음
파고들어라
+ 24/11/26 13:53
수정 아이콘
"내가 통속의 뇌라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온 우주가 사실은 내 머릿속에서 나온게 아닐까? 나의 죽음은 곧 우주의 죽음과 다를 것이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는데 이걸 인도에서 기원전에 이미 생각했더라고요. 범아일여 라는게 있다는걸 알고 놀랬던 적이 있습니다.
+ 24/11/26 13:55
수정 아이콘
이런류의 이야기를 좋아하기는 한데
제가 제작자라면 세상을 이렇게 디테일하게
세팅 할순 없을거 같아요.
한화우승조국통일
+ 24/11/26 14:11
수정 아이콘
어차피 외계 chatgpt가 만들지 않을까요
안군시대
+ 24/11/26 13:59
수정 아이콘
세상엔 소수의 인간들의 상상력 만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져서, 이게 실험실에서 다 만들어질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소위 심연이라 불리는 세계는 진짜..
+ 24/11/26 14:00
수정 아이콘
통속의 뇌라면 굳이 이렇게 재미없고 힘든 자극만 주는 외계인은 변태 아닌가...
레드빠돌이
+ 24/11/26 14:03
수정 아이콘
통속의 뇌라고 인지할 수 있는것 또한 프로그래밍이 된거겠죠.
결국 빨간약을 먹는 선택을 빨간약을 먹었다는 착각을 일으킬뿐 파란약을 먹은것과 다름이 없는것이죠

그래서 저는 세상은 나의 인지범위 바깥이 아니라 인지범위까지가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몸짓이 내가 꽃으로 불러주니 나에게로 와 꽃이 되었듯이 내가 바라보고 인식하는 그 시선이 바로 세상 그 자체가 되는거죠.
+ 24/11/26 14:05
수정 아이콘
초자연적인 존재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세계에서 신이 있냐 없냐를 얘기하는것과 딱히 다를게 없네요.
결국 우리세계에 영향이 있을때나 의미가 있지 있든없든 우리세계안에서는 똑같다면 그냥 사고놀이 이상의 의미는 없어서..
통속의뇌도 그래서 누군가는 언젠가 깨어나서 뇌만둥둥떠있는 자신을 인지한다고 믿을때나 의미가 있는거지 모두가 이렇게 살뿐이라고 하면 통속의뇌든 뭐든 상관없지요.
유료도로당
+ 24/11/26 14:05
수정 아이콘
저는 이 농담 좋아합니다.

우리가 통 속에 든 뇌가 아니라면? 실제로 지금 인생을 조지고 있는 중이라면?
+ 24/11/26 14:09
수정 아이콘
차라리 그냥 "통속의 뇌"라고 해줘...ㅠㅠ
깃털달린뱀
+ 24/11/26 14:09
수정 아이콘
어차피 의미란 스스로 부여하는 거라 생각하기에... 통속의 뇌든 아니든 별 차이 없겠지요. 특히 이걸 깨고 나올 수 없는 한.
회색사과
+ 24/11/26 14:10
수정 아이콘
통속의 뇌임을 인지할 방법이 없고, 인지한다해도 벗어날 방법이 없다면 통 안에서 행복하는 길을 찾아야죠 크크 
+ 24/11/26 14:18
수정 아이콘
빨간약을 먹으면 됩니다. (매트릭스)
+ 24/11/26 14:33
수정 아이콘
저게 가능할 과학기술력을 가진 존재들이라면 꼼짝없이 당해 줘야지요 뭐.
VictoryFood
+ 24/11/26 14:36
수정 아이콘
내가 통속의 뇌라니 참 덧없구나(무상)
통속의 뇌는 고통 뿐이다(고)
통속에서의 나라는 것은 없다(무아)
이제 다시는 통속의 뇌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해탈)
닉네임을바꾸다
+ 24/11/26 14:37
수정 아이콘
뭐 사실 뇌는 두개골이란 통속에 갇혀있고 그 안에서 인지한 신호를 가지고 세상을 구성하니까 그게 그거죠...크크
+ 24/11/26 14:50
수정 아이콘
뇌과학책을 읽어가며 보면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자아'라는 건 뇌 속에 갖힌 불청객에 불과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듭니다.
(내 몸에서 내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아주 작은 영역이기도 하고)
모든 결정도 행동도 뇌와 몸이 알아서 하고 있는 것이고, 나는 그냥 1인칭시점의 영화를 보듯이 그 결과만을 구경하고 있는 것 뿐인데 마치 내가 컨트롤러를 쥐고 뇌와 몸을 조종한다는 착각을 하는 게 나의 자아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날아라조슈아
+ 24/11/26 14:38
수정 아이콘
저도 종종 저런 생각 해봤는데 죽으면 내가 통속의 뇌인지 실존하는 인간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죽는 순간 의미가 없어지기에...크크
+ 24/11/26 14:45
수정 아이콘
일정 수준의 지능이 있어야 거울을 인식한다고하는데 반면에 인간은 이게 다 실험실이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는걸보면 크크
+ 24/11/26 14:46
수정 아이콘
그럼 나한테 동덕여대 사태나 만들어서 보여주는 신호조작자가 너무 악질인데요 크크크크
+ 24/11/26 14:54
수정 아이콘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파란약이냐 빨간약이냐)

미스터 앤더슨은 자기가 사는 곳이 현실이라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무언가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현실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하고 있죠.
네오도 자기가 사는 곳이 현실이라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마찬가지로 무언가가 만든 가상현실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하고 있죠.
둘 다 무한 겹의 매트릭스 따위의 상상은 하지 못합니다.

야훼신화에 등장하는 야훼는 자신이 무언가에 의해 만들진 게 아니라 스스로 존재한다고 믿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자신이 가상현실을 만든 개발자이기는 하지만,
그런 자신 또한 다른 가상현실 속의 존재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캐릭터죠.
이 캐릭터는 결국 인간 버전의 무신론자를 한 발 뒤로 미룬 무신론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작자를 만든 제작자를 만든 제작자를 만든...'이라는 무한퇴행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이런 무신론적인 구조를 취할 수 밖에 없으니
결국 야훼신화 같은 것도 무신론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장자는 좀 다른 태도를 취합니다.
"나비가 진짜고 장자가 가짜다" 라는 것도 아니고
"나비가 장자가 된 것인지 장자가 나비가 된 것인지 알 수 없다"라고 합니다.
노자는 '道可道非常道', 즉 '도를 도라 말한다면 그건 이미 도가 아니다'라고 했는데
이를 서양인들의 언어로 바꿔보자면 '절대진리나 신이 설사 있다 해도 우리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거나 말할 수 없다'는 정도의 말이 겠지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보기에는 '알 수 없다'라는 말 외에 도나 신이나 진리에 대해 어떤 설명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사기를 치는 것이겠습니다.


카렌 암스트롱의 '신의 역사'를 읽다 보면, 이 중 많은 부분은 "신에 대해서 말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말하고 싶당"이라는 욕구를 가진 사람들의 대환장 분투기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 24/11/26 15:08
수정 아이콘
거 기왕 통 속의 뇌인거 커스터마이징이나 잘해주지 왜 랜덤 돌려가지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76061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41809 10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63746 29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38119 3
102750 [일반] 우리가 실험실의 뇌가 아닌 것을 알 방법이 있을까? [28] a-ha2061 24/11/26 2061 0
102749 [일반] 기독교 작가 GOAT의 귀환. G. K. 체스터턴 탄생 150주년 기념판 [24] Taima2276 24/11/26 2276 2
102748 [일반] 지금까지 이용했던 항공사 소감-1 [51] 성야무인3246 24/11/26 3246 3
102747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53. 골 곡(谷)에서 파생된 한자들 [3] 계층방정904 24/11/26 904 1
102746 [일반] 울트라에서 프로맥스로..아이폰 10달 사용기 [8] Lord Be Goja2612 24/11/26 2612 13
102745 [일반] SNS, 메신저는 아무리 엄청나게 성공해도 오래 못 가는 듯 합니다. [46] 뭉땡쓰6076 24/11/26 6076 1
102744 [정치] 오세훈 시장 측, 명태균에게 21년 보궐선거 당시 3,300만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30] 린버크4965 24/11/25 4965 0
102743 [정치] '오세훈 스폰서' 강혜경에게 "명태균에 20억 주고 사건 덮자" [31] 물러나라Y4858 24/11/25 4858 0
102742 [일반] <위키드> - '대형' '뮤지컬' 영화가 할 수 있는 것.(약스포?) [19] aDayInTheLife1569 24/11/25 1569 1
102741 [정치] [속보] 이재명 위증교사 1심 무죄 [245] 물러나라Y17821 24/11/25 17821 0
102740 [일반] 『눈물을 마시는 새』 - 변화를 맞이하는 고결한 방법 [31] meson5372 24/11/24 5372 63
102739 [일반] <아케인 시즌 2> - 기대보단 아래, 걱정보단 위. (약스포) [13] aDayInTheLife4047 24/11/24 4047 2
102737 [일반] 린치핀 — GPT 세계에서 대체 가능한 톱니바퀴를 벗어나려면 [21] Kaestro6037 24/11/24 6037 10
102736 [일반] [팝송] 트래비스 새 앨범 "L.A. Times" [1] 김치찌개4119 24/11/24 4119 1
102735 [일반] 하프 마라톤 거리 뛰기 성공 [18] a-ha5903 24/11/23 5903 21
102734 [일반] 아케인 시즌2 리뷰 - 스포 다량 [37] Kaestro4616 24/11/23 4616 0
102733 [일반] DDP 야경을 뒤로 하고 프로미스나인 'DM' 커버 댄스를 촬영하였습니다. [22] 메존일각3947 24/11/23 3947 14
102732 [일반] 잘 알려진 UAP(구 UFO) 목격담 중 하나 [15] a-ha5205 24/11/23 5205 2
102731 [일반] 지하아이돌 공연을 즐겨보자 [12] 뭉땡쓰3961 24/11/23 3961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