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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2/04 00:19:57
Name 총알이 모자라.
Subject 아파 본 사람이 웃는다.

아주 밝은 성격으로 언제나 우리를 기분 좋게 해주던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농담도 잘

하고 다들 뒤로 빼는 힘들고 어려운 일도 씩씩하게 나서서 열심히 하는 친구였습니다. 그

녀석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는데 공부도 꽤 잘했습니다. 진로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

누던 중 교대를 갈 거라고 하더군요.  빨리 안정적인 직업을 얻고 싶어서라고 했습니다. 무

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어쩌다 그 녀석 집에 같이 가게 된 후 이유를 알게되었죠.

집으로 향하던 내내 녀석은 평소와는 다르게 말이 거의 없었습니다. 몸이 안 좋은가? 하

고 생각했지만  집에 다다르자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다 쓰러져 가는 판자집에서 할머니가 불편하신 몸으로 작은 마당에서 쌀을 씻고 계셨습니

다. 녀석의 할머님이셨죠. 녀석은 방에 들어가 재빨리 이것저것 챙기더니 대문 밖으로 나

갔습니다. 녀석과 잠시 말없이 걷다보니 녀석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어머니는 몇 년 전

에 집을 나가셨고, 할머니와 동생 셋이 단칸방에서 살고있었습니다. 아버지 이야기는 하

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녀석은 제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학교에 있으면 편하다고 힘들지만 열심히 해서 선생님이

되면 지금보단 나아질 거라고 믿기에 즐겁다고... 전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나와

같은 나이에 같은 학교를 다니는 친구가 그렇게 존경스러워 보인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녀석은 너무 고단한 자신의 환경을 이겨내는 법을 큰 가슴으로 이해하고 실천

하며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것에도 찡그리고 툭 터져버리는 여린 가슴으로는 이해

할 수 없는 넉넉하고 강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누구에게도 웃음으로 대하고 어떤 일

도 씩씩하게 처리했던 것이었습니다.

각자 다른 대학으로 진학하고 군대를 제대하고 몇 해가 지나 다른 친구를 통해 녀석의 소

식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되었고 결혼도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 환경속에서도 씩씩하게 웃던 친구 녀석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저도 그 친구의 미소

를 빨리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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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롱투유
04/12/04 00:20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술푼기대
04/12/04 00:27
수정 아이콘
무척 맘에 듭니다^^

자주 글 올려주세요^^
goEngLanD
04/12/04 00:27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
프메지션
04/12/04 00:29
수정 아이콘
원래 이렇게 좋은글 많이 올려주시는 분이에요~
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안전제일
04/12/04 00:3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지금은 아직 젊고 경험이 없어서 아프고 쓰리고 비틀거리지만
나중에 웃을수 있겠지요. 으하하하-
★가츠처럼★
04/12/04 03:17
수정 아이콘
무엇일까 자꾸만 무엇인가 잊어버릴때마다 총알이 모자라님은 그걸 일깨워주는거 같아요...
XellOsisM
04/12/04 05:12
수정 아이콘
나이는 매년 먹어도, 철은 들지 않은 저에게,
인생에 대한 조언같은 글들.. ^^
힘내야죠. 으쌰으쌰!!
구경만1년
04/12/04 08:42
수정 아이콘
제친구중에도 비슷한 환경에서 꿋꿋하고 밝게 사는 친구가 있습니다. 초등학교때 아버지를 여의고 가장중요한 시기였던 고3때 어머니를 여의고..
그녀석도 교대를 가서 지금은 초등학교 선생님으로서 훌륭한 선생님으로 애들을 잘 가르치고 있죠.. 가끔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친구가 어떻게 이렇게 밝고 힘차게 살아갈수 있는것일까?...
아직 결론은 못내렸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네요.
누구에게든지 자신의 일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은 또 누구든지 간에 어떠한 일이든 그일을 이겨낼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는것을.. 살아가면서 많은것들을 비교하면서 살게되죠.. 나는 이런환경인데 쟤는 저렇게 좋은환경에서 살아가는구나 나도 저런 환경이면 좋을텐데....
하지만 비교를 한다면 끝은 없는것 같습니다. 세상 그 누구라도 자신보다 부러운 환경에 있는 사람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고 자신보다 못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도 반드시 있기 마련이죠..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다들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어렵지만 힘차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저부터 ^^;;
Milky_way[K]
04/12/04 10:3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b..
04/12/06 02:47
수정 아이콘
어제 읽었지만 게으름의 극대로 오늘에서야 로긴한 상태로 꼬리다네요..^^*

잘읽었습니다....

최근들어 주위에 힘든 사람들이 생기네요.... 다들 힘내서 열심히 살았음 합니다..^^*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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