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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0/25 16:43:02
Name IRENE_ADLER.
Subject [LOL] SKT T1 경기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
이번 롤드컵 경기를 보면서 느껴지는 부분을 조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탑

최근 잇따른 패치가 있기 전만 해도 탑의 덕목은 단단함이었습니다. 팀에서 메인 탱커의 역할을 맡아왔으며 스펠로는 텔포를 들고 유사시 다른 라인에 넘어가 이니시와 탱킹을 담당했었지요. 그러나 패치로 인해 브루저 메타로 바뀌면서 탑의 역할이 다소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바뀐 걸까요?

과거의 탑솔들은 cs 우걱우걱 먹다가 누가 먼저 좋은 위치에 텔포를 써서 한타에서 이니시와 탱킹을 잘 하느냐가 중요했습니다. 마오카이가 그랬고, 나르가 그랬죠. 허나 지금의 SKT 운영은 조금 다른 게 탑라인에 cs를 몰아줘서, 혹은 정글러와 서포터의 시팅으로 상대 탑솔과 조금씩 차이를 벌려주고 그걸 토대로 상대 탑솔과 탑 라인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말하자면 너도 가지 말고 나도 가지 말자, 그런데 내가 너보다 세니까 누구 한 명 더 와야 할 껄? 같은 느낌으로 말이죠. 한편으로 궁의 중요성이 높은 챔프가 탑솔로 올 경우에도 라인전 단계에서 스킬을 소진시키는 양상을 보입니다. 상대가 다리우스면 지속적으로 딜교를 걸어서 궁과 점멸을 같이 빼면 한타에서 그나마 피오라가 조금 더 낫고 상대가 나르이고 분노가 거의 찼을 무렵 또 지속적으로 딜교를 걸어서 메가나르와 점멸을 같이 빼면 한타에서 역시 또 그나마 피오라가 조금 더 낫게 됩니다.

잘 큰 탑솔이 안 오면 분명 SKT가 불리해야 하는데 SKT는 그 불리한 시기를 자연스레 회피하면서 더 큰 이득을 취합니다. 1차 타워를 내주기도 하고 드래곤을 내주면서 그 과정에서 정글러나 서포터가 끊기기도 하지만 그 사이 탑의 타워를 밀고 cs를 밀어넣으면서 탑의 차이는 계속 벌어져서 어느 순간 일대일이 성립 안 되는 상황이 오면 자연스레 마린을 막기 위해 상대는 둘을 투입해야 하고 그 시점부터 상대방은 억제기 밖으로 나갈 수가 없게 되는 거죠. 시야는 다 먹혀서 바론은 구경도 못 하고.

마린이 생각보다 잘 안 끊기긴 하지만 한편으로 마린이 끊기는 것이 큰 피해로 환산되지는 않습니다. 마린은 선봉대장의 역할이고 협곡에 있어 큰 경계선을 긋는 역할을 합니다. 마린이 위치한 곳이 곧 전선이기 때문에 SKT 선수들은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린의 위치에서 교전이 벌어져 잡히면 다른 라인에 상대 선수가 부족함을 뜻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라인에서 더 큰 이득이 발생하고 전선은 더 상대방쪽으로 밀려들어가게 되죠. 이지선다로 보이지만 이걸 막으려면 애시당초 탑라인에 기초 투자를 해뒀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원딜

언제부터인가 원딜의 역할은 굉장히 축소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딜에게 cs를 몰아주는 것은 과거 원딜 캐리 시절 이후로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 그나마 두드러지게 원딜을 괄시(?)하는 팀이 다름 아닌 SKT입니다.

사실 원딜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왜냐하면 원딜은 공성과 수성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한타를 이겨도 원딜이 잡히면 웬만큼 대승하지 않는 이상 공성이 여의치않고 한타를 져도 원딜과 미드가 살아남으면 어쨌든 라인 클리어를 하면서 수성을 하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우리는 늘 한타에서 프리딜하는 원딜의 로망을 꿈꾸지만 그 한타가 끝난 뒤 원딜의 생존 유무가 굉장히 크다는 것이죠. 한타 페이즈 이전에 끊기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렇기 때문에 SKT는 원딜을 굉장히 온실 속의 화초 마냥 키웁니다. 텔포를 든 탑솔은 언제든 복귀가 가능하니까 저 멀리 내다놓고 요즘은 미드도 텔포를 곧잘 들기 때문에 탑솔의 반대쪽 라인으로 돈벌어오라고 시키고 원딜은 삼촌같은 정글러와 엄마같은 서포터의 시팅 아래 밀려오는 cs나 간간히 먹고 미드를 굳건히 지키는 역할을 합니다. 탑솔과 미드의 선전을 바탕으로 타워 철거와 오브젝트 확보에서 앞서면 cs는 조금 덜 먹었어도 어느 순간 상대 원딜보다 골드 획득량이 앞서기 시작하고 코어템을 비슷하게만 맞춰가면 한타에서의 활약상은 결국 비슷해집니다. 물론 이미 탑 미드 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우리 원딜도 꿀같은 킬과 어시를 먹으면서 점차 원딜간 격차를 벌리지만 야 좀 해볼까 하면 이미 게임이 끝나는 거죠. 이미 게임이 기운 거라서.

#미드

미드의 주된 덕목은 역시 라인 클리어입니다. 짧은 미드 라인 특성 상 어느 정도의 시야만 확보되면 라인푸쉬를 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고 그렇게 상대방이 1차타워와 경쟁하며 cs를 먹는 사이 상대 챔프와 타워의 HP를 갉아먹으면 정말 잘 하는 겁니다. 페이커의 라이즈는 제외합시다. 이 양반은 라인을 당기고 디나이를 하는 아웃라이어라 제외.

미드 1차 타워는 초반 성장 단계에서 말도 못하게 중요합니다. 초반 시야와 전선의 기준점이기 때문에 미드 1차 타워가 먼저 밀리면 전반적인 전선이 밀리게 되요. 그렇게 정글 시야가 먹히다 보면 양 날개의 1차 타워도 밀리고 드래곤도 밀리고 바론도 먹히고 게임도 터지고가 일련의 수순이죠. 그래서 미드의 초반 단계 역할은 미드 1차 타워를 지키는 겁니다. 수성, 수성, 수성.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 탑솔들이 스플릿을 하기 시작하면 미드의 움직임은 이지선다로 갈립니다. 텔포를 들었거나 암살자 챔프일 경우는 탑솔의 반대 라인으로 가서 이중 스플릿을 하고 아니면 미드에서 계속 수성 수성 수성. 개인적으로는 미드가 사이드 라인을 가는 게 더 좋다고 봅니다. 미드에 셋이 있으면 바론이든 드래곤이든 빠르게 뛸 수 있거든요. 미드 라인 푸쉬도 마찬가지고.

미드는 과거나 지금이나 cs 잘 먹고 라인 클리어 잘 하면 좋습니다. 수성에 있어 중요하기도 하고. 다만 사이드 라인으로 돌려 cs를 몰아주는 스타일이 미드 지박령 스타일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글, 서폿

이 쪽은 그냥 롤잘알 정잘알 서잘알인듯.. 라인에 서지 않는 대신 변수를 통제하고 변수를 만들어내는 역할이라 딱 하나의 스타일이다 라고 단정지어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마치며

최근 롤드컵에 등장하는 챔프들 중 피오라와 탐 켄치를 보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결점이 있는 챔프인데 잘 쓰거든요. 라인전이 허약한 탐 켄치를 스왑 운영으로 키워서 이후 중후반에 활약하게끔 하거나 한타에서 무기력하다는 평을 듣는 피오라를 탑 스플릿 운영으로 키워서 초중반 단계 한타는 회피하고 중후반 단계 들어 체급차이로 찍어누르는 걸 보면 앞으로 운영이라는 게 더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재발견되는 챔프가 더 많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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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25 17:24
수정 아이콘
롤잘알 정잘알 서잘알에서 빵터졌네요.
얼마전에 페이커가 씨에스 먹는법 설명할때 체력 낮은 미니언을 때리면 돈이 들어온다고 했던게 떠오름요
IRENE_ADLER.
15/10/25 18:30
수정 아이콘
요즘의 정글러는 변수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갱킹, 다이브, 오브젝트 스틸), , 서포터는 변수를 얼마나 잘 통제하느냐(아군 챔프를 잘 지키고 상대 챔프의 진입을 저지하고 시야를 확보)에 따라 클래스가 갈린다고 보는데 이건 어떤 스타일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냥 기본기의 문제고 그 기본기가 얼마나 탄탄하냐에 따라 급이 다른 거겠죠. 흐흐.
마이스타일
15/10/25 17:57
수정 아이콘
페이커가 라이즈 하는거 보면 정말 쌘거같은데
롤드컵에서 페이커 말고는 라이즈를 쓰는 미드가 없는게 의아하더군요

그리고 울프는 정말 물이 올랐습니다. 너무 잘해요

음.. 생각해보니 skt 6명이 다 물이 올라있군요
15/10/25 18:05
수정 아이콘
프로팀들 입장에서 페이커 라이즈를 분석 안 했을리는 없고.
결국 자기들 입장에서는 라이즈가 별로 안 좋다는 결론이 나온거라고 봐야죠.
다리우스 마냥 쉽고 좋으면 왜 안쓰겠어요.
그렇게 잘 다루는 페이커가 이상한거죠.
IRENE_ADLER.
15/10/25 18:32
수정 아이콘
단순하게 생각하면 상대 챔프가 미니언을 막 밀어넣고 라이즈가 타워와 cs 싸움을 해야 정상인데 현실은..
15/10/25 18:0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원딜에게 캐리 롤을 안 주는 건 한국에서는 꽤 예전부터 그리고 많은 팀이 채용해왔죠 (대표적으로 CJ) SKT도 3캐리 시스템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2.5캐리 시스템에 가깝죠 일단 소환사의 협곡에서 가장 빈틈 없고 알맞은 운영을 할려면 어쩔 수 없이 탑 미드 원딜 3명의 라이너 중에 한명은 쩜오(주목받기 좋은 캐리롤이 아닌 단단한 하체처럼 플레이 하는 것)가 되어야 해요 솔랭 1~2위를 먹을 정도로 손가락이 뛰어난 친구가 그런 쩜오롤을 맡는거 자체가 SKT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거죠 섬머 시즌 중에 페이커가 미드 마이를 했을 때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페이커가 독차지 했었지만 언제나 뱅이 묵묵히 받혀주니깐 페이커가 미드 마이 처럼 약간 모험성 짙어 보이는 픽도 가능한거죠
IRENE_ADLER.
15/10/25 18:36
수정 아이콘
원딜은 대포같은 느낌이라 아무리 잘 커도 앞선이 무너지면 후퇴밖에 할 게 없는데 그래서 원딜이 프리딜하기 위해서는 앞선이 탄탄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 느낌입니다. 저는 캐리 롤을 안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오히려 중요하기 때문에 더 아끼는 거라고 보거든요. 뱅한테 cs를 줘도 캐리는 하겠지만 탑이 상대와 비슷하게 크면 오히려 팀 단위 운영에서 변수가 더 많아지기 때문에, 그리고 어차피 상대 원딜이랑 비슷하게 먹으면 뱅이 더 잘할 거라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안전하게 플레이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5/10/25 18:5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시즌 3때만 해도 임팩트가 0.5 역할이고 페이커 피글렛이 캐리롤이였죠. 지금은 텔포 운영이 이전 보다 더 어마어마하게 발전했고 현재 메타도 브루저 챔프들이 괜찮은 상황이라 탑에 더 무게감이 쏠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포포탄
15/10/25 18:14
수정 아이콘
이런 분석에 따르면 분명 페갓이 자주 쓰는 라이즈는 현 메타에는 분명 어울리지는 않는 챔피언인데, 그걸 쓰고도 이기니까 상대팀 입장에서는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IRENE_ADLER.
15/10/25 18:41
수정 아이콘
ahq와의 경기가 시사하는 바가 있었죠.
1세트에서 라이즈를 밴했더니 점화 룰루가 온 맵 돌아다니면서 딜과 서폿 다 해서 지고, 2세트에서 룰루를 밴했더니 라이즈가 나와서 서문갓의 트페를 꽁꽁 묶어버렸던.. 어차피 페이커에게 밴은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15/10/25 18:20
수정 아이콘
약간 걱정과 기대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지금 마린선수의 챔프가 약간 한정되게 쓰고 있는데 이것이 전략일지 혹은 그냥 자신있는 픽을했는지
입니다. 결론은 결승에서 나겠죠
IRENE_ADLER.
15/10/25 18:45
수정 아이콘
조별예선 단계에서는 다리우스 밴이 몇 번 나왔는데 갈수록 탑솔에 대한 밴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챔프폭의 문제는 크게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레넥톤과 피오라 위주로 돌려쓰는 모습이 보이는데 특별히 카드를 숨긴다기보단 그냥 자신있는 챔프 고르는 것 같긴 합니다. 다만 챔프에 대한 호불호가 있는지 아니면 본인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인지 리븐이나 룰루를 아예 쓰지 않는 건 상대방의 생각할 거리를 조금 덜어주는 느낌이라 다소 아쉽기는 합니다.
15/10/25 18:51
수정 아이콘
저도 마린선수가 룰루나 리븐하는거 보고싶네요
위조자
15/10/25 18:47
수정 아이콘
쿠가 올라올 경우 피오라에 대한 대비책이 있어야할거 같긴한데 꼬치가 있으니 알아서 잘하겠거니 생각하고 마음 비우고 있어요 전 크크크
15/10/25 18:51
수정 아이콘
아마 피오라를 밴하지 않을까요?
위조자
15/10/25 18:58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론 스맵이 더 잘 다루는거 같긴한데 마린도 잘 다루기도 하고, 무작정 밴하기엔 다른 밴카드 하나를 내줘야하는 셈이니까..
뭐 알아서 잘 계산해서 하겠거니 생각중이에요 크크
Nasty breaking B
15/10/25 19:12
수정 아이콘
스멥의 피오라(워낙 8강전에서 특출났으니), 후니의 리븐 정도를 제외하면 어차피 쓰는 챔프는 그게 그거죠. 저런 챔프들에 대해서만 잘 준비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 특히 마린이 레넥을 쓰는 마당에 후니가 리븐을 막 고를 수도 없구요.
펠릭스
15/10/25 20:13
수정 아이콘
그냥 예전에 최연성, 마XX 보는 것 같습니다. 손가락적 피지컬로는 그렇게 압도한 다는 느낌은 없는데 운영이라는 측면에서는 뭔가 1~2년은 빠른 거 같아요. 그냥 패러다임이 다른 것 같습니다. 다른 팀과는.
15/10/25 20:18
수정 아이콘
정잘알이 아니라 협곡 그 자체이시니 협잘알이라고 해주시죠.(엄격)(진지)
SKT의 최대 강점은 전술적 움직임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니시를 걸든 아니면 운영을 하든 계산이 굉장히 빠르고 정확하게 돌아가요. 어제도 봇에 마린이 죽었어? 그럼 미드 억제기 밀어. 아니면 죽어라 스플릿 돌리고 숫자 너네 둘이나 저기 갔잖아 하면서 싸움거는거나...
원딜캐리가 없다는 것도 그런 전술적 움직임 때문인거 같기도 하고...
다만 좀 아쉬운건 마린 선수의 챔프폭입니다. 아예 수동적 챔프를 못하는건 아닌데(모르가나) 본인이 라인전 주도권이 없는걸 굉장히 싫어하는거 같아요. 쉔이나 룰루를 안다루는게 지금은 괜찮아도 나중엔 아쉽지 않을까 싶어요. 뭐.. 이래놓고 결승전 픽할 수도 있긴 한데.. 크크크
빠니쏭
15/10/25 21:17
수정 아이콘
챔프폭이 문제가 아니라 SKT의 전술이 그런 것 뿐이죠.
최종병기캐리어
15/10/25 20:29
수정 아이콘
브루져가 미쳐날뛰던 시즌2, 시즌3초의 르네상스라고나 할까요...

저당시 막눈/플레임이 이런 운영을 보여줬었죠. 1:1에서 극강의 포스를 보여주면서 '우직한 스플릿'을 하고 이를 통해 나머지 4명이 이득을 벌려가는 스타일.
쿠르르릉
15/10/25 21:13
수정 아이콘
마린 챔프폭 걱정하시는 분들한테 괜한 걱정이라고 하고 싶네요. 롤드컵 전에도 마린 주력픽 너프먹고 메타 바뀌어서 불안하다고 했는데 현실은 세체탑 포스입니다.
은빛새벽녘
15/10/26 10:28
수정 아이콘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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