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도코 이야기 1편 링크
*주의: 이 이야기들은 사실을 바탕으로 적었지만 제 기억력의 한계로 각색되었을 수도 있으며 추억보정을 받아 사실과는 다를 수도 있지만 거의 사실일 겁니다.
[ 4. MiG의 로코도코 ]
10. MiG 원룸 숙소의 Frost. 포모스 기자님들 오신다고 책상을 다 치워놓았다.
MiG에서 함께 지냈던 로코도코는 조금은 지나치게 솔직하고, 게이머로써 쿨해지고 싶지만 정작 자기가 잘 해낼 수 있을지 마음 한 켠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게이머였습니다.
저와의 첫 만남은 블레이즈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였는지, 어떤 자리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숙소 앞에 있는 조금 비싼 중국집에서 외식을 가질 때였습니다.
첫 인사에 94년생이라고 소개한 저는 92년이라는 로코도코에게 형이라고 부르고 존댓말을 붙이려고 했고 로코도코는 손사래를 치며 닭살 돋는다며 그냥 편하게 야라고 부르라고 합니다. 당시 같은 자리에 있었고 2011 부산 WCG에서부터 눈도장을 찍어왔던 헬리오스는 자기보다 형인 로코도코에게 이미 야 라고 부르며 편하게 말을 하는게 익숙한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말수가 적고 말솜씨가 좋지 못해 직설적으로 말을 꺼내는 식이고 헬리오스 역시 말을 솔직하게 하는 성격인데, 로코도코는 솔직한 성격이 마음에 든다며 블레이즈의 이 둘과 친해지게 됩니다.
로코도코는 나이가 둘이나 차이나는 동생들에게 같은 취급을 받으며 어울리려고 했지만, 문제는 자기보다 형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행동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두 살 형이었던 건웅 선수에게는 '건웅'이나 '문도', 네 살 형이었던 클템 선수에게는 '야 클템'이라고 부르며 '모두와 평등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삼십 대의 감독님에게도 야 강감독이라고 부를 기세였지만 감독님의 처절한 방어 끝에 결국 본인의 타이틀을 방어하는데 성공합니다.
MiG의 로코도코는 어렸고, 야망은 컸지만 책임감은 적었고, 아는건 많았지만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는, 정제되지 못한 무언가였습니다.
MiG는 항상 적자였고 예산은 언제나 쪼들렸기 때문에 끼니로 근처에 있는 분식집에서 가장 가격이 싼 음식들을 골라 먹어야했고, 주변에 그 분식을 대체할 마땅한 식당이 없었기 때문에 늘 같은 메뉴였습니다. 하지만 로코도코는 늘 음식이 마음에 안 든다며 사비로 다른 음식을 혼자 사먹었고, 수프를 먹고 싶어 편의점에서 즉석 수프를 샀는데 어떻게 만드는지 몰라 '취사병 출신' 클라우드템플러 선수에게 "야 클템, 수프좀 끓여줘." 라며 부탁하기도 합니다. (클템 선수는 결국 그 수프를 끓여줍니다..) 옷도 늘 대충대충 벗어놓아 앞과 뒤가 뒤집혀있었고, 컴퓨터 책상도 제때제때 청소하지 않아 잔소리를 듣지만 자기는 이게 편하다며 늘 그대로 두곤 했습니다.
하지만 프로게임에 대한 열정은 많아 수준 높은 메카닉의 플레이가 나오면 크게 반응하며 환호성을 지르고, 어떤 챔피언을 연습할지 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빠른별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강도 높은 연습에 만족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로코도코의 모습은 온게임넷의 쇼 프로그램 '나는 캐리다'에 두 번이나 출연하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났었죠. 그 중 뜬금없이 중학교 동창의 개인정보를 방송에 노출시키며 고백을 해서 여자분의 미니홈피가 폐쇄되는 등 해프닝을 빚기도 했습니다.
블레이즈가 당시 온라인 연습을 하긴 했었지만 집이 부산이었던 복한규 선수는 감독님 자리를 대신하여 앉아 숙소에서 연습하고 있었고 당시 숙소와 집이 가까웠던 저와 헬리오스는 자주 숙소에 찾아갔었고, 숙소에 찾아가서 시간을 때우다보면 결국 게이머인만큼 게임을 하러 갈 필요성을 느끼지만 숙소에 컴퓨터가 없는 관계로 근처의 피씨방으로 가서 연습을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늘 예산이 부족했던 MiG는 피씨방비도 지원해주기 힘들었는데, 로코도코는 자신의 인벤 대회 상금을 건네주며 블레이즈를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 5. 한여름의 스타테일 ]
11. 스타테일 시절의 포모스 인터뷰 사진.
- MiG 프로스트를 떠나오게 된 계기와 과정을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다
▶ 마인드 차이로 쌓인 게 많았다. 사실 지난 대회를 준비하면서 내가 성적에 미쳤었다. 나진이랑 할 때도 “이번 경기만은 꼭
이겨야 해”, 제닉스 스톰과 맞붙을 때도 “이번 경기도 꼭 이기자”고 밀어붙였다. MiG 블레이즈와 결승전을 앞두고도 “이 경기만
이기면 끝이다. 이겨야 된다”고 팀원들을 많이 압박했다. 성적을 내기 위해 팀원들에게 무조건 연습을 강요하니 불화 아닌 불화가
생겨서 팀을 나오게 됐다. 너무 성적에 집착한 나머지 큰 그림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 ‘로코매라’의 결별에 슬퍼한 팬들이 많다. 마지막으로 무슨 대화를 나눴나
▶ 결승전이 끝난 후 둘이 말 한마디 나누지 않은 채 내가 팀을 나왔다. 팀을 나가게 된 것이 갑작스럽기도 했지만 원래부터 매라와
대화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평소에도 둘 사이에 문제가 생겨서 얘기할 때 서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대화하는 시간이 굉장히
짧았다. 팀을 나오기 전에 뭔가 얘길 했다고 해도 속마음을 다 털어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말 없이 끝난 게 오히려 더
낫다고 생각한다. 스타테일로 팀을 옮긴 이후에도 매라와는 대화한 적이 없다.
처음에 내가 매라에게 LOL을 많이 가르쳐줬다. 지금 와서 잘 생각해보면 게임 내외적으로 나도 배운 게 많다. 여태까지는 매라와
적으로 만난 적이 매우 드물었다. 매라처럼 잘하는 서포터가 없기 때문에 적으로 만나면 대결하면서 나도 많이 성장할 것 같다.
MiG에서 있었던 일을 교훈 삼아 스타테일에서는 더 잘하고 싶다. 마파와 같이 잘 성장해서 누가 바텀 라인 최강인지 알려주겠다.
로코가 매라 덕분에 잘한 것이었는지, 로코 덕분에 매라가 빛났던 것이었는지 확실히 보여주고 싶다(웃음). 현재 실력만 놓고 보면
매라가 우세지만, 마파 역시 더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 원문 출처: 포모스 인터뷰 http://pann.news.nate.com/info/253694186 ]
이야기를 계속해서, 로코도코는 자신이 많은 영향을 끼쳤고, 한 때 '로코매라의 트리알리'라는 트렌드도 만들어냈던 정들었던 프로스트를 떠나 스타테일에 새로운 둥지를 틉니다. 인터뷰에서 스스로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고 밝히는 로코도코는 2012 서머 시즌에 스타테일 소속으로 출전하여 CJ ENTUS를 상대로 온게임넷 역대 3번째 펜타킬을 기록하며(1대: 나진 히로, 2대: CLG 더블리프트) 롤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한 번 더 새겨넣는데 성공합니다.
이후 로코도코는 자신의 라이벌중 하나로 평가받던 묵직한 스타일의 원거리 딜러 '스브스' 배지훈 선수와 이른바 '삭발빵'을 펼치게 됩니다. 롤챔스 같은 대진표에 배정받은 스타테일과 제닉스 스톰이었기 때문에 경기를 붙어 진 사람이 자신의 머리를 밀기로 한 내기였습니다.
12. 제닉스 스톰과의 경기에 이기고 스브스를 향해 머리를 자르라며 삭발 세레머니를 펼치는 로코도코.
결과는 로코도코가 있는 스타테일의 승리, 하지만 배지훈 선수는 머리를 자르지 않고 이 경기에 힘입어 8강 진출에 성공한 스타테일은 MiG의 2팀 체제를 본뜬 나진의 두 번째 팀, 나진 소드와 맞붙게 됩니다. 하지만 나진 소드는 예상 외의 저력을 보여주며 스타테일을 손쉽게 2:0으로 제압하고, 스타테일의 내부는 혼란 속에 빠지고 로코도코는 스타테일을 나오게 됩니다.
[ 6. 되돌아온 미국, 카운터 로직 게이밍 ]
스타테일을 나오고 두 달 정도의 휴식기를 갖춘 로코도코는, 아직 프로게이머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마인드와 잘 맞지 않았고 일 년이 되어가는 한국에서는 괜찮은 팀에서 새로운 원거리 딜러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때마침 미국의 CLG의 서포터 Chauster가 팀을 떠나게 되고, CLG와 연락이 닿은 로코도코는 CLG의 새로운 서포터가 되어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13. CLG 소속으로 경기장에 나온 로코도코
하지만 갑작스레 바꾼 포지션 탓이었는지, 또는 서포터와 적성이 맞지 않았던 것인지 서포터로써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펼친 로코도코는 불과 2개월만에 팀을 다시 나오게 되고, 긴 휴식기를 가지게 됩니다.
[ 7. 방랑벽 ]
14. 나진 화이트 쉴드 소속의 로코도코, 왼쪽부터 노페, 꼬릴라, 제파, 로코도코, 세이브, 촙, 꿍.
로코도코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고, 아직도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고 생각한 로코도코는 다시 한 번 프로게이머에 도전하게 됩니다.
솔랭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한 로코도코는 SKT 창단 소식을 듣고 원딜 테스트에 도전하게 됩니다.
여러 선수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피글렛, 코어장전, 헤르메스, 로코도코가 남게 되고, 결국 로코도코는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열심히 연습한 결과 나진 화이트 쉴드의 원딜로 들어가게 되고, 자신을 내쫓은 SKT와의 경기에서 '꽤 날카로운 경기력'을 보여주지만, 몇 번의 교전 실수로 SKT에게 패배하게 되고, 이 경기 이후로 주전 자리를 제파 선수에게 내주게 됩니다.
이후 오랜시간 나진에서 조용히 서브 멤버로 지내게 되는 로코도코는 어느정도 프로게이머의 의욕을 잃었는지, 자기 관리와 주변 사람들에 대해 평소보다 신경을 쓰며 지내게 됩니다.
15. Quantic 소속으로 LCS 진출전에 탈락하고 "Broken Dream, Crushed Heart."라며 올린 트위터. 한 때 미국 롤판에서 큰 유행이 됐다.
시간이 흘러흘러 어느새 옛날 MiG의 로코도코에서부터 1,2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윗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라며 공손하게 말하는게 익숙해지고 5,6명의 나와는 다른 사람들과 양보하며 지내는 것이 익숙해질 때쯤, 로코도코는 다시 미국으로 갈 기회를 잡게 됩니다. 마지막 SKT와의 경기 이후로 제파 선수가 꾸준하게 활약하기도 했고, 출전 기회를 잡기 어려워졌을 뿐더러 미국에서 한국인 5명으로 이루어진 드림팀을 구성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로코도코는 아메리칸 드림행 5인 열차를 꾸리게 됩니다.
한 때 다른 쪽에서는 건웅 선수가 CJ ENTUS의 원딜에서 은퇴하고, 다시 옛날의 원룸방으로 돌아와 '감독 장건웅'의 신분으로 새로운 MiG를 꾸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멤버들이 구설수에 오르고, 롤챔스에서도 뚜렷한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며 두 번째 MiG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을 무렵 로코도코와 함께 뭉치게 됩니다.
감독으로 MiG에 지내며 다시 한 번 선수로써의 욕심이 생긴 장건웅 선수는 탑으로, 정글에는 같은 MiG에 있었던 프라임 선수가, 미드에는 IM에서 탑으로 활약하던 애플이, 원딜에는 로코도코, 서포터로는 최근까지 CJ Blaze에서 활동하던 건자 선수가 들어가며 미국의 Quantic Gaming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탑니다.
그 와중에 건웅 선수는 팀과 의견 마찰로 팀을 나가게 되고, 건웅 선수의 탑은 미드를 맡던 애플 선수가 다시 탑으로 올라갔으며, 빈 미드는 SKT 1팀의 수노 선수가 미국으로 건너와 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너지와 연습 부족, 대회 전까지 30레벨을 달성하지 못해 룬과 마스터리가 부족한 상태로 게임을 치루는 등 다양한 해프닝을 겪은 끝에 LCS 진출에 실패하게 되고, 퀀틱 게이밍은 뿔뿔이 흩어집니다.
이후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삶에 대해 회의적인 글들을 남기며 극도로 우울감을 표출한 로코도코는 "Life suck"이라는 자신의 심정을 담은 비디오(현재는 삭제됨)와 "Broken Dream, Crushed Heart"라는 글을 남기며 외국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됩니다.
16. 로코도코의 트위터 글을 패러디한 사진들. 중간에 함정이 있는건 함정. 이 외에도 수많은 패러디들이 있다. 정말 수많이..
[ 8. 미운 오리 새끼 ]
퀀틱 이후로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갈 곳을 잃고 찾는 곳도 적어진 로코도코는 "Life Suck" 비디오처럼 극심한 우울감을 앓게 됩니다.
비디오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앞으로 절대로 프로게이머를 다시 하지 않을 것이고, 코치를 하면 잘 할것 같은데 자존심이 상해서 못할것 같고, 난 아마 공부나 할것 같고, 기분이 좋지 않아..
외국 커뮤니티에서 많은 응원을 받지만 로코도코는 몇 달의 긴 방황기를 겪습니다.
방황기 끝에 늘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았던 로코도코는 자신의 자존심을 꺾고 자신을 '로코도코'로 만들었던 게임계로 돌아와 코치를 시작하게 됩니다.
미국의 신생 팀 Cloud 9의 2군 팀인 Tempest(말 그대로 2군)의 코치를 맡게 된 로코도코는 거기서 한국에서 한때 회자가 되었던 니달리 장인 '비슈'와 현재 Winterfox(구 EG)의 원딜 Altec, 전 TSM의 서포터 Gleeb과 만나게 됩니다.
잠깐 코치를 맡던 로코도코는 좀 더 자신의 구단을 크고 프로페셔널하게 운영하고 싶었던 TSM의 구단주 레지날드와 인연이 닿아 자신이 시작했던 자리, 팀 솔로미드로 다시 돌아와 코치를 시작하게 되었고, 현재는 Head Coach로써 TSM의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TSM에서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은 로코도코는 이후 굉장히 밝아진 모습을 보여주며 상대팀과 경기 내기로 바가지머리 내기를 하기도 하는 등 유쾌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17. Dignitas와의 경기에 패배하고 LCS 현장에서 바가지 머리가 된 로코도코. 머리 정리에는 TSM 미드 Bjergsen 비역슨이 도와줬다.
2014 LCS Summer Split부터 TSM에 합류한 로코도코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던 팀 솔로미드를 우승으로 이끌고, 시즌 4 롤드컵에 미국의 1번 시드로 출전하여 8강이라는 '팀 솔로미드 역대 최대 성적'을 팀에게 돌려주게 됩니다.
현재 2015 스프링 스플릿에서는 5승 1패라는 성적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생일 기념으로 로코도코에 대한 글을 적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깜짝 놀랐네요. 현재 진행형인 코치 로코도코와 팀 솔로미드 많이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최대한 재미있게 적으려고 했는데 어떨지 잘 모르겠네요. 기회가 된다면 다른 지인들의 이야기도 적겠습니다. 물론 본인들의 사생활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 차마 싣지 못하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적은 이야기들이고, 있는 그대로 적으려 노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