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게시물은 레이팅 500~1000 구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 극심해 구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지하 혹은 심해를 무서워 하시는 분들은 백스페이스를...

시즌 2 종료 공지가 뜨기 전, 올 해 안으로 시즌 2를 종료한다는 소문만 무성하던 때 '나도 금장달꺼야!'라면서 부푼 마음에 랭크게임을 시작했습니다.
노멀게임과는 다르게 랭크게임은 정말 'Man vs Rank'라는 말 처럼, 엄청난 트롤링과 욕설, 미드라인을 획득하기 위한 가짜 버스기사들과 간혹 보이는 진짜 버스기사 등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그야말로 복잡한 생태계였습니다.

새벽시간에도 했음에도 닷지보단 '열심히 한 번 해봐요'라면서 버티면서 16전 배치고사를 1205점으로 마쳤습니다.
그 뒤 64전 준배치고사에서는 급격한 슬럼프와 멘탈 붕괴로 인해 900점까지 떨어지게 되었고, 시즌 2 랭크 인장 개편 후 이른바 '대트롤링 시대'(금장레이팅 구간이 더 심했겠지만, 심해레이팅에서도 랭크 점수가 초기화된다는 것을 믿고 기괴한 트롤링들이 성행하고 있습니다.)의 도래와 함께 9월 말에는 레이팅이 550점까지 폭락하고 말았습니다.

이와같은 레이팅의 폭락속에 500~600점대 레이팅에서는 정말 무슨 짓을 하더라도 다시는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왜 지는걸까', '이렇게 잘해도 왜 이기질 못할까', '이번엔 어떤 트롤링을 당할까' 등등... 우리가 유머로 보던 고래까와님, 전장의여우님 등 심해전문 방송은 적어도 멘탈만큼은 천상계를 넘어선 신선계라는 말이 있었지만, 실상은 금장 고레이팅 구간보다 더했습니다.

그러다 왜 레이팅이 계속 떨어지고, 이길 수 없는지,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 이유를 곰곰히 생각을 해봤습니다. 의외로 답은 명확하더군요.


1. 캐리가 가능한 포지션을 선택했는가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5:5 팀플레이를 기본으로 하는 게임입니다. 한 팀에 5명의 사람이 모여있고, 정석으로 불리는 EU스타일 포지션 아래에서 당연히 인기가 많은 포지션과 그렇지 않은 포지션이 혼재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드라이너는 못해서 안달이 나는 최고의 인기 포지션이고, 서포터는 AD캐리 포지션에게 구박받고, 정글러는 게임을 캐리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스노우볼링에 실패해버리면 전 라인에서 구박받는 그야말로 불가촉천민 대우를 받지요.

심해에서도 별반 다른 것은 없습니다. 4-5픽에도 불구하고
'미드미드미드미드미드미드'
'미드 안주면 트롤한다?'
'친구 대리랭임 미드주시면 하드캐리 가능'
'아 미드간다 했는데 2픽뭐임? 투미드 가자 --' 등 미드라인을 획득하기 위해서 엄청난 경쟁이 일어납니다.

저는 원래 다투는 걸 귀찮아하고, 픽 화면에서 팀원들이 시작부터 싸우는 걸 막으려고 1픽이 걸려도 서포터나 정글러를 픽하곤 했습니다. 왜 그러잖아요, 롤챔스 보면 선픽으로 원딜이나 서포터 혹은 정글러 픽하는 등 라이너들의 카운터를 방지하려는 픽이 나오는 게 일반적이까요.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냉혹했습니다. 정글러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시듯 '우리팀 정글러는 RPG만 함?', '아~ 적 정글러는 탑에 눌러 사는데' 등등...  그리고 패배, 패배, 패배. 심할 때는 Fow 전적검색 첫 페이지를 모두 패배로 장식한 적도 많습니다.

심해에서는 일반적으로 정글러와 서포터 포지션으로는 캐리가 '불가능'합니다. 자신이 실력이 있다면 전적 검색하라 하시고 미드라인이나 AD 캐리 하세요. 탑 라인은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습니다.


2. 챔피언 풀의 협소함

라이트 유저가 많은 심해에서는 정말 크게 작용하는 숨겨진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랭크게임 규칙상, 게임을 참가하기 위해서는 밴카드 6장과 아군 4장, 적군 5장을 제외하고 픽이 가능할 수 있도록 16개 이상의 챔피언 소유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배치고사를 치루는 유저들과 마찬가지로 챔피언 풀을 적당이 확보하지 않으면 드래프트픽 특성상 절대적으로 불리함을 안고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역시나 EU 스타일의 포지션 상, 자기가 하기 싫어도 할 수 밖에 없는 포지션으로 가야할 일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서 특정 라인의 챔피언 보유폭이 좁으면 카운터에 매우 취약하게 됩니다. 가령 정글 포지션을 싫어해서 보유한 챔프가 아무무, 피들스틱, 워익, 말파이트, 마스터 이 정도를 가지고 있는데 상대가 리 신, 쉬바나를 픽했다면? 으아아....

챔피언을 구매할 때 적어도 각 라인별로 각각의 카운터를 칠 수 있는 속성의 챔피언을 적어도 하나 이상은 구비하도록 합시다.
미드라인을 예로 든다면

AP 딜탱 : 라이즈, 스웨인 등
AP 파밍형 한타지향 챔프 : 애니비아, 카서스, 오리아나, 모르가나 등
AP 암살형 누커 : 다이애나, 카사딘, 이블린, 르블랑 등
AP 일반형 누커 : 애니, 럭스, 브랜드, 카시오페아, 럭스 등
AD 카운터(극단적인 카운터는 피합시다;;)  : 탈론, 판테온

각 속성별로 1~5티어 고르게 배분되어 있으니 한 챔프씩 구매하더라도 크게 부담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드래프트픽의 가장 큰 요소인 챔피언 스왑을 활용하기 위해서도 챔피언 풀을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블루팀 1픽으로 카서스를 선픽, '제가 하드캐리 함, 님들 걱정 노노해~'라고 당당하게 채팅을 치자마자 퍼플팀 1,2픽이 아리, 소라카를 픽한다면? 으아아아...
또한 일반적으로 OP라고 불리는 쉔 같은 챔프는 자신이 무조건 1픽이 될 것이라는 라이엇과의 모종의 계약이 없다면 꼭 구비하도록 합시다. 6장의 밴카드를 피한 OP 캐릭터가 상대로 넘어간다면 여간 귀찮은 일이 될 수 밖에 업싲요...

괜히 랭크게임을 노멀 200~300판 이전에 하지 말라는 건 이유가 있습니다. 돈 많이 벌고 합시다...


3. 룬 페이지의 부족

저 같은 경우에는 배치고사 시작 전 룬페이지를 5장 마련해서 각각 탑라인용 AD 페이지, 정글러용 공속 페이지, 미드라인 범용 페이지, 고정AD 원딜 페이지, 돈룬 서포터 페이지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플레이에서 뭔가 부실했던 팀원들의 정보를 열어보면 룬 페이지 2개만을 가지고 맞지 않는 포지션을 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2개의 페이지에서 가장 효율이 좋은 AD / AP 페이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러한 경우 정글러와 서포터, 즉 비선호 포지션으로 가면 더욱 큰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서포터의 경우, 고수페퍼처럼 극 AP 페이지를 들고가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자신이 돈룬이 아니라면 여간 답답한 게 아닙니다. 실수로 룬페이지 세팅 잘못 들고가신 분들이 서포터 포지션으로 가실 경우 여간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ㅠㅠ

원딜같은 경우도 심해 레이팅에서 CS 먹기에 특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왕룬까지 고정 AD는 필수입니다. 나진 프레이 선수처럼 8고뎀 1치명타룬 같이 플레이 컨셉이 뚜렷한 룬 세팅이 아니라면 말이죠.




지금은 어느 정도 멘탈도 수습하고 실력도 조금은 늘고 있는 것 같아서 연승도 하곤 합니다. 하지만 뼈저리게 느끼는 건, 한 번 심해로 떨어지면 수면위로 올라가기 너무나 힘들다는 것 입니다. 하드캐리를 하더라도 백도어에 당해서 진다던가... 다른 라인의 똥이 넘쳐 흐른다거나... 변수가 너무나도 많아요.

현재 레이팅은 850까지 회복을 했는데 언제쯤 다시 동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마치 이등병이 남은 군생활 일수 세는 것 마냥 깜깜하네요.
잔나 플레이를 정말 선호하는 입장에서 전쟁영웅 잔나 스킨 꼭 받고 싶었는데 ㅠㅠ 슬프네요...



* 참, 심해에서 하드캐리 하시려면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원딜보단 미드라이너 하세요. 두 번 하세요...

* 아침에 일어나서 비몽사몽간에 쓰다보니 두서가 없네요. 글에서 제가 이즈리얼로 건웅의 미스포춘 무빙을 한 것 같은 냄새가...

* 럭스 하세요, 두 번 하세요. 빠른별님 덕분에 이제 럭스 픽해도 욕 안먹습니다. 역시 빠른별님이 체고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