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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8/31 00:48:37
Name The xian
File #1 Inconvenient_Truth.jpg (66.4 KB), Download : 16
Subject e스포츠계의 분쟁을 먹는 자


조금의 다툼은 아직 남아 있지만 많은 분들이 승부를 즐기는 분위기로 다시 돌아와 기쁩니다. 그리고 어쩌면 제가 이제부터 써내려갈 글은 그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얘네들 문제 있는 것 알고 있는데 굳이 분위기 좋은 판국에 또 이야기해서 산통 깨는 거냐?' 라고 저에게 화 내실 수도 있겠네요. 그런 점에 대해 - 물론 사과로 모든 불편한 분위기가 미연에 방지되기는 어렵겠지만 - 미리 사과 드립니다.



블리자드의 중재로 마무리 된 이번 일을 돌아보면서 저를 가장 화나게 한 것은 e스포츠를 다루는 일부 언론들의 질 나쁜 태도였습니다. 이 좁은 판에서, 일부 언론들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사실을 덜 말하거나, 아니면 아예 날조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둔갑시키는 행동들을 과거부터 현재까지 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사실상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중계권 사태 때도, 위메이드를 묻어버릴 때도, 지적재산권 분쟁 때에도 분쟁 및 사건 당사자만큼이나 - 아니, 어쩌면 그들보다도 훨씬 더 - 숱한 잘못들이 있었지만 책임을 진 이들은 없습니다.

그들은 언론이니까요.

이번 일만 해도 가해자와 원인이 명백한 일이었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양비론을 도입해 논점을 흐리게 하고, 지금의 상황이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치킨 게임' 등의 말을 사용하며 우물에 독 뿌리기를 시도했습니다. 물론 언론에도 주관이 있고 자신들의 이익이 걸려 있는 부분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사실에 기반한 보도를 하는 것이 언론의 본령이지요. 그러나 그런 언론의 본령은 무시되기 일쑤입니다............ 뭐. 생각해 보니 이번 일이 일단락되기 전까지는 너도 나도 달려드는 바람에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생각하고, 일의 과정 중에 발생한 행동까지 이제 와서 또다시 거론하는 것은 좀 지나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일이 해결된 지금에 와서도 무언가 쓴 뿌리가 남아 있는 듯한 말들을 보게 되면, 그 때에는 이야기가 달라지겠지요.
제목만 봐도 기사의 출처는 짐작이 가실 듯 합니다.


[DeS] 협회-연맹 대립, 결국은 사업 때문
[DeS] 그래텍-연맹 모든 것을 얻었나
[DeS] 시험대에 오른 협회의 행정력



기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제(8월 30일) 저녁 즈음에 올라 온 기사들입니다. 그리고 이 기사들은 저에게 실소를 짓게 만들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앙금이고 보통 쓰는 말로 하자면 뒤끝 쩌는 기사들입니다. 결국 이렇게라도 정신승리법을 해야 직성이 풀리려나 보다는 생각이 들면서 평소에 안 보던 기사들을 찬찬히 읽어 봤는데 참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습니다. 실소를 넘어서서 보다가 눈물나게 웃기더군요.


첫번째 기사에서 주장하는 바는 제목에서 보듯 연맹과 곰TV가 사업적인 위기감(?) 때문에 GSL 불참에 유감을 표시했고 스타리그를 볼모(?)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GSL의 참여를 놓고 사업적인 부분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겠다고 한 것은 곰TV나 연맹이 아니라 오히려 KeSPA였다는 것에 있습니다. 동일 매체에서 취재한 KeSPA의 관계자 언급에는 "협의 내용 안에는 비단 일정 뿐만 아니라 해당 리그에 참가함으로써 서로가 얻어갈 혜택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e스포츠 시장을 확대시키고 스타2를 통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대의는 물론 그 안에서 각자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느냐까지도 규정되어야 한다"등의 말이 분명히 있지요. 다른 기사를 보면 해당 관계자의 말은 금전적 이득까지도 포함하고 있음을 뻔히 알 수 있건만, 이래 놓고 '단순히 스타2를 통한 e스포츠의 대통합이라는 순진함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는 황금의 논리' 운운하며 적반하장의 우를 범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일입니까.

두번째 기사로 넘어가면 더더욱 이런 자가당착이 심해집니다. 그래텍과 연맹이 매우 위험한 수를 썼다고 하면서, 이미 출전하기로 결정한 리그를 볼모로 삼는 방식이 e스포츠 업계의 무게감을 떨어뜨리고 좋지 않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역효과를 가져왔고, 나아가 e스포츠 업계 전반의 이미지가 실추되었다고 했습니다. 원인이 어떻든 결과로 나타난 행동, 그것도 그 행동 중의 일부분만을 놓고 말하는 태도도 참 곤란하지만, 과거 MSL 예선장에서의 집단 선수 퇴장과, 공인리그였던 곰TV 클래식이 고사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목소리들을 비교하면 이번의 스타리그 참여 유보라는 행동을 놓고 업계 전반 운운할 자격이 되는지도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러면서 원인과 책임 소재가 분명한 이번 사태를 단지 일부의 과정 혹은 결과만 놓고 치킨 게임이라고 기정사실화시키려는 시도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세번째 기사에서는 겉으로 볼 때 이번 일에서 분쟁을 야기한 KeSPA의 행정 능력을 비판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물론 행정 능력에 대한 비판도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겉모습이고 자세히 보면 KeSPA가 행정 능력이 없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번 일에서 곰TV와 연맹에게 명분이 뒤지고 결국 결과적으로 GSL과 연맹에 뜻에 굴복하는 모양새를 취한 '결과' 때문에 비판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협회는 단일한 의견을 전달하지 못하면서 선수들에게 GSL 불출전을 강제한다는 이미지로 팬들에게 비춰지면서 공분을 샀다.'라거나 '그래텍이 공인 대회 신청을 했느냐, GSL이 공인됐느냐라는 기준을 갖고 협회가 접근했다면 절차 적합성으로 인한 합리성이라도 얻을 수 있었지만'이라고 말하는 부분을 보면 분명히 드러나지요. 더불어 '만약 협회가 MLG와 공조해서 개최하는 리그를 열린 구조로 만들고 연맹, GSL까지 아우르는 거대 리그로 만들었다면 GSL에 나가지 않더라도 당위성을 얻었을 수도 있다.'라는 식의 언급을 보면 이 언론사는 KeSPA가 GSL에 출전하여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비전 선포식의 의의와 합의를 존중할 생각조차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실소했다지만 웃는 건 순간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한숨이 나왔습니다. 언론이 사실 전달에 힘쓰지 않고 어떤 집단에서 의도나 이익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실을 자꾸 덜 말하거나 논점을 흐리게 하면 할 수록 그 집단의 미래는 암울해집니다. 그런데 서로의 의도나 이익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실을 저 멀리로 치워놓는 언론 보도가 e스포츠라는 좁은 판에서조차 무슨 일만 있으면, 잊을 만 하면 발견됩니다. 분쟁 중이라도 그런 일은 공분을 살 일인데 분쟁이 일단락되고 난 뒤 - 비록 약간의 경쟁과 다툼은 있을 지 모르나 - 다시 모든 걸 풀고 서로 경기를 즐기고자 하는 분위기가 막 조성되는 이런 시점에서, 이렇게 더러운 뒤끝이나 작렬하면서 자신들이 e스포츠계의 분쟁을 먹고 산다는 것을 만 천하에 인증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쯤 되면 가히 e스포츠계의 '죽음을 먹는 자'라고 불러도 되겠습니다.


- The xian -


P.S. 어떤 분들은 제가 링크한 기사를 보고 분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빤히 보이는 기사에 누가 속느냐'라고 하면서 이런 트롤링이나 다름 없는 보도에 일일이 화내지 말고 신경 끄는 게 대책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처음에 KeSPA의 GSL 불참 선언 이후 '위아더월드'를 외쳤던 e스포츠 팬들이 사태의 일부분에 집중해 논점을 흐리게 하는 몇몇 보도가 나온 이후 어떤 목소리가 나왔고, 그로 인해 또 다시 어떤 다툼이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런 식으로 e스포츠계의 분쟁을 먹고 사는 자들의 행동에 대해 한때 분노하거나, 아니면 무관심으로만 응대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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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테시
12/08/31 00:59
수정 아이콘
물론 기사 자체의 본질은 허접하게 쓰였기 때문에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우리나라 언론사는 성향마다 한 사안에 대해 보는 면이 죄다 다릅니다.
누구에게는 조중동이 최악이 될 수 있으나, 누구에게는 한경오가 최악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질 자체는 제대로 잡고 있다고 봅니다.
논쟁 시기에도 분명히 그러했죠. 협회가 GSL을 고사시키려 하는게 분명하다.
아무리 GSL이 해외 VOD로 수익을 올리는 회사라 하더라도 엄연히 국내 대회이고
당연히 협회가 스타성 있는 자신의 선수를 이용해서 스타리그나 프로리그를 띄우고 MLG 같은 국제대회에도 손을 대기 시작하면
연맹과 GSL은 고사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건 앞으로 스타 2가 발전해나가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결국 이번건 처럼 블리자드의 중재가 중요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그랜드마스터
12/08/31 01:00
수정 아이콘
언론사별로 성향이라는게 있으니까요. 별 문제될 건 없다고 봅니다. 보기 싫은 기사/언론쪽은 안 보면 되는거구요.
저는 오히려 뉴스가 모두 동일한 정체성을 가지면 더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쪽이라서요.

1번째 기사는 아무리 봐도 곰TV와 연맹만을 가지고 하는 말이 아니라 협회 쪽 모두를 통틀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제대로 읽고 요약하신건지 모르겠습니다. 비전선포식이 순진무구한 대통합의 발로가 아니라 협회와 온게임넷의
새로운 먹거리 사업(스2)과 그에 따른 곰티비(및 연맹)측의 기존 사업 위협이 이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는 건데,
위의 본문에 적혀 있는 요약글은 상당히 편향된 방향으로 쓰신 것 같습니다만...

여튼 전반적으로 세 기사를 다 읽어보니까 일종의 자본주의 기업 논리로 이번 사태를 조명한 기사들이군요.
누구나 다 알고있는 잘잘못의 인과관계 등을 따져서 누가 옳고 그르냐의 방향으로 접근한 기사가 아닌데,
확실히 워낙 이미지가 안좋다보니 위와 같은 식으로 오해하면서 기사를 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드는군요.
여문사과
12/08/31 01:01
수정 아이콘
다시 생각나는 그곳의 기사..."이게 다 온겜 때문이다"...귀신같이 삭제됐었죠.
복제자
12/08/31 02:17
수정 아이콘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그곳이었군요. 설마 했지만 역시 금마들이었어요.

어떤 의미에선 참 한결같고 꾸준한 작자들이네요 크크. 누가봐도 케스파 잘못인 문제인데 그걸 저런식으로 포장해서 양비론으로 몰아가다니
12/08/31 05:19
수정 아이콘
저도 뒤끝작렬 기사보고 이게 뭐야 싶더군요. 남윤성씨..
뭐 뒤끝작렬 기사 자체만으로도 연맹 선수의 보이콧이 없었다면 끔찍했다 생각이 들더군요.
'그들은 애초에 GSL 참가는 고려사안에서 전혀 없었다'는게 이 기사와, 케스파의 저번 언플 대응(추후 리그에는 참가 결정! 그럼 뭐 원래는 참가 안할거였어?)
이런 것들로 유추해 볼때 드러났으니까요.
제가 저번에 하도 다행스러운 나머지 부드러운 글을 올렸습니다만...
역시 이들은 항상 까줘야 그나마 최악의 길을 선택안할 모양이니... 원래 하던대로 계속 까줘야 겠습니다.
초록나무그늘
12/08/31 09:00
수정 아이콘
디스이즈게임 기사나, 데일리 기사나 결국 어느 한쪽으로 편향된 기사이기 때문에 뭐 그러려니 합니다.

자기 입맛에 골라봐야죠 뭐...
12/08/31 10:02
수정 아이콘
저건 뭐...비읍시읍도 아니고...어휴
라라 안티포바
12/08/31 10:51
수정 아이콘
데일리 이스포츠를 그저 성향이 다름 정도로 치부할 수 있나요? 포모스면 모를까...
12/08/31 12:30
수정 아이콘
이 기사 나온 이후 논란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들을 봤을때 협회는 GSL보다는 MLG에 집중하려는 것 같습니다. 협회의 거대 프로젝트가 MLG로 확정된것 같습니다. 연맹 소속 게이머를 배제하고 케스파 소속 선수와 북미,유럽선수들과 경기를 펼치고 상위권 선수가 MLG에 출전하는 구조로 진행 된다고 하던데 방송은 온게임넷이 유력하겠지요.
이카루스
12/08/31 19:57
수정 아이콘
e스포츠의 분란을 조장하는 자 - 데일리 이스포츠 단편소설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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