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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7/11 00:16:00
Name 전준우
Subject 스타리그 4강 직관후기(부제:그대의 앞길에 더이상의 멘붕이 없기를..)
나고 자란곳이 부산이다보니, 꽤 오래전부터 스타를 봐 왔지만 큰경기 직관은 참 많이 없었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용케도 대학을 서울로 상경해 16강전 등 가벼운? 경기들은 자주 들렀지만,

8강이나 4강 이상의 큰 경기들은 생각해봐도 '물'이 메인아이템으로 쓰였던 박카스배 결승전과 '격납고 사태..'를 보여줬던 대한항공 때 말고는 없었다는 기억이 들더군요.

그래서, 결승 가기전에 혹시나 VIP티켓이라도 줄 까 싶어서..
스타 하나도 모르는 동생 데리고 출발했습니다.

뭐 현장에서 기다린 시간이 너무 길고 덥고 짜증도 나서 항의글을 길게 써 보려 했지만,,


- 덥고 짜증나고 어떠한 공지도 없이 붙어서 서세요! 했던 멘붕의 줄서기 현장.. 다음주에 가실분들은 참고하셔서 부채와 소일거리를 준비해 가시길.. 물론 안은 시원합니다^^;;

경기가 너무 재밌어서 그냥 넘어가려 합니다.
하지만, 문을 열고 수많은 사람들이 밀고 밀렸을떄는 정말 누구 하나 다치겠구나.. 싶었습니다. 앞으로는 줄이라도 잘 세우셔야..

--------------------------

경기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을 거라 생각하고,,
마지막 김명운 선수의 모습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허영무선수가 올라가야 상대방이 정명훈이든 이영호든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언제나 조금은 어려워보이는 선수를 응원하는 만큼, 그리고 저그유저인만큼, 김명운 선수를 응원했었습니다.

4경기의 불가사의한 패배..
그 이후 두 선수의 모습은 천지차이였지요.

김명운선수는 부스 안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다음 경기를 준비했고,
허영무선수는...
자신의 리플레이를 틀어주는 데 그것을 부스 안에서 고개를 돌려서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김명운의 비장함.
그러나 허영무의 여유..

5경기가 끝나고, 허영무를 연호하는 팬들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10시 이후의 용산 탈출은 하나의 엘리베이터에 의존하곤 합니다.
그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이게 웬걸.. 엘리베이터가 3층에서 20분 가량 올라오질 않고 멈췄습니다.

그래서 동생에게 오늘 경기의 포인트들을 짚어주려는 찰나, 왼쪽에서 누가 그러더군요

"야 비맞지말고 이리와서 서 있어"

그리고는 제 왼쪽에 파란 카라티를 입은 소년.. 아니 청년이 섰습니다.
안경을 끼고 검은 컨버스화를 입고.. 백팩을 맨 채로 우두커니.. 아니 땅만 바라보며..

김명운선수였습니다. 앞에는 팀장님? 으로 보이는듯한 분 그리고 그 옆에는 재균감독님까지..

정적이 흐르고. 앞의 한 팬분? 께서 말씀하시더군요

"김명운선수, 오늘 여태까지 본 경기중에 제일 잘하셨어요"

"아 네.."

웅성웅성.
이떄다 싶어 저도 거들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정적..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기까지의 이십분 가량. 어찌나 길던지요.

어쨌든 나보다 어린 친구인데.. 이러한 짐을 또 혼자 지겠구나..
그 주변은 조용하고 한숨만 흐르고.. 정적의 상태..

나는 이렇게 집에 가서 글쓰고 자면 되지만, 이 친구는 얼마나 오랜 시간을 힘들어할까..

팀 관계자분께서 기분을 풀어주려 "이제 스투에나 집중하자!" "듀얼 시드는 받나? 하하.," 라고 하셨지만.,

거기에 관계자분께서 "팬미팅?" 뭐 하시더니 팬클럽 관계자분과 통화하시는 거 같더라구요..
그러면서 수화기 너머로 "오늘 상태가 좀 안좋아서요.."라고 하시는데 마음이 참...

김명운선수는 위로와 침묵의 시간동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이십분간,,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 내려서 걸어가는 뒷모습까지,,
축 쳐져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돌아갔습니다.

-------------------------------------------------------------
그대에게 더 이상의 멘붕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앞으로 브루드워의 기회가 없다.. 네 캐리해설이 울었고, 용준좌는 슬퍼했으며, 엄옹은 애써 태연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앞에는 새로운 길이 있잖아요..

그대의 모습을 보며 이제는 김명운선수, 당신을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대, 축 쳐진 모습. 그대의 인생 앞에 이제는 없기를 기원합니다.

-------------------------------------------------------------
한명의 스덕으로써 점점 브루드워를 떠나보내며

승리한 허영무선수에게는 박수를,
패배한 김명운선수에게는 위로를 보내며

브루드워를 떠나보내기 싫은 이 우울한 밤.
잠들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
모두들 오늘 경기 보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주 좋은 경기 보고,

우리, 결승 직관에서 만납시다.
끝나고 같이 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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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11 00:18
수정 아이콘
김명운 선수도 정말 고생많았습니다..
허영무 선수의 결승진출로 맘이 들떠있다가도.. 축 처진 어깨로 돌아가는 김명운 선수를 생각하니.. 괜히 제 마음이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피피타
12/07/11 00:18
수정 아이콘
김명운 선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12/07/11 00:19
수정 아이콘
김명운 선수도 멋졌습니다.
첫 경기 깜짝 전략으로 인한 패배 때문에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곧바로 2, 3경기 잡아내고 허영무의 목에 비수를 들이대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비록 이번은 아니더라도 언제고 다시 최고의 자리에 도전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RegretsRoad
12/07/11 00:19
수정 아이콘
결승 가고싶긴한데 오프갈때마다 막장운영땜에 데여서 참; 망설여집니다 [m]
Abrasax_ :D
12/07/11 00:19
수정 아이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한 끗 차로 아쉽게 패배했지만, 오늘 보여준 경기들은 김명운 선수가 훌륭한 게이머라는 것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좋은 경기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Dreamlike
12/07/11 00:22
수정 아이콘
아... 마지막인데 얼마나 이기고 싶었을까요.
그래도 승부에선 패자는 어쩔수 없이 있기 마련입니다ㅠ
축 쳐져있는 모습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앞으로 더 높은곳으로 올라갈 발판이라고
생각하고 훌훌 털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고생하셨고 또 감사합니다. [m]
12/07/11 00:26
수정 아이콘
다음주에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해서 오프갈려고 하는데 걱정이 태산이네요.

언제가면 앉을 수 있을지..
12/07/11 00:27
수정 아이콘
좀 다른 이야기지만 이스포츠경기장 좀 더 컸으면 하네요.
빠독이
12/07/11 00:28
수정 아이콘
듀얼 시드는 받나? 하하.,
... ㅠㅠ
또다른나
12/07/11 00:29
수정 아이콘
오프가고싶은데 망설여지는군요.
다음주는 어제보다도 분명히 사람이 더 많이올텐데요;;
그냥 맥주사다놓고 혼자 보는방법도 한번 생각해봐야겠네요...

아 그리고 김명운선수도 수고하셨습니다.
걸스데이
12/07/11 00:36
수정 아이콘
아.. 4경기 앞마당 쓸렸을때 그걸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부 승자를 확신했고 당사자들도 그랬을터인데.... 있어선 안되지만
만약 초유의 사태로 그 때 게임이 중단되서 게임진행이 불가능해졌다하더라도 이후 판정에 그 누구도 이견이 없었을텐데
승부는 진짜 마지막까지 알 수 없다는걸 느꼈습니다 김명운 선수 고생했습니다
12/07/11 00:41
수정 아이콘
이윤열선수의 골수팬이지만 스1에서 더이상 이윤열선수를 볼 수 없게 된 이후로 가장 응원한 선수가 신상문, 김명운 선수입니다.
아직 제대로 실력을 펼치지 못한 시절부터(김준영선수가 은퇴하지 않았던 시절 프로리그에서 김준영 주니어스럽게 불리며 저저전을 잘한다는 식으로 포장되었던...) 김명운선수의 가능성이 눈에 보이는 듯했고 아직 어리고 그만큼 여리지만 그렇기에 순수한 듯한 김명운선수를 많이 응원했습니다.
오늘 보여준 모습, 분명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16강을 넘어 4강까지 올라와서 마지막 5경기까지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는 건 발전한 것이니까 배워갈 점은 배우고 아쉬운 점은 훌훌 털어내길 바랍니다.
계속 응원할게요, 김명운선수.
트릴비
12/07/11 00:52
수정 아이콘
후 명운군..
비록 졌지만 오늘 멋졌습니다. 아름다운 패배였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응원할거에요. 아직 끝난거 아니니까요.
명운군 개인리그 우승하는거 보려고 2003년 이후로 제대로 안봤던 스타를 2009년즈음부터 다시 제대로 봤어요.
아직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우승 기다리겠습니다.
공고리
12/07/11 01:00
수정 아이콘
김명운 선수 듀얼 시드자니까 듀얼 통과해서 차기 스타리그 진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타2에서는 퀸이 필수 유닛이니 퀸의 아들이라는 닉네임답게 스타2에서 꼭 필요한 선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2/07/11 01:02
수정 아이콘
4경기 전략은 예술이었어요.... 러커에그가 토스진영의 입구를 막을때는 상대가 어느선수였더라도 충분히 멘붕이 왔을텐데요....

정말 많이 준비했구나를 느꼈는데 ㅠㅠ 아쉽게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네요. 다음 스타리그때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꼭~
내려올
12/07/11 01:11
수정 아이콘
앗 제가 한 대사가 중간에 나오는군요. 크크크크
pgr에서 보게 될줄이야 깜짝 놀랐네요.

김명운 선수 오늘 정말 멋있었습니다.
다음에는 더 독해져서 멋있게 트로피를 들어올리길 바랄게요.
당신의 히드라가 브루드워 사상 최고로 강력했습니다.
절대 앚혀지지 않을 경기였어요.

오늘의 패배는 스2에서 복수합시다

김명운 화이팅!!!
먹보의하루
12/07/11 02:22
수정 아이콘
오늘 상가집 갔다가 늦게와서 5경기만 지켜보았는데 풀세트 접전까지 온걸 보니 상당히 경기가 재미있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응원하는 김명운 선수가 5경기에 허무하게 역전패 당하는 모습을 보며 좀 이해가 안됐는데 4경기를 VOD로 보니 4경기의 여파가 컸겠구나 싶더군요. 모든 스포츠가 세트마다 고비와 기회가 있고 그 고비와 기회를 어떻게 넘고 어떻게 살려가냐가 승패를 결정하지요. 저그유저로서 마지막 스타리그의 결승전에 저글링, 히드라, 뮤탈 이런 유닛을 보지 못하는게 아쉽긴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최선을 다했고, 더 독하게 더 열심히 더 방심하지 않고 노력했던 선수에게 승리가 돌아간건 분명하니 축하할 일입니다. 그리고 김명운 선수는 다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테고 또 어떤 방식으로든 승리하기 위해 땀흘릴테니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 다음주 테란 강자들의 싸움 기대합니다.
o에코o
12/07/11 03:04
수정 아이콘
5경기도.. 정말 김명운선수 괜찮았는데.. 정말 저는 엄재경해설님의 말이 와닿더라고요.
'4경기를 진다음부터 지고 들어간거라고.' 정말 평소였다면 4경기떄처럼 편협되지않은 시각... 드랍을 했을텐데 너무도 안타깝네요.
흑백수
12/07/11 03:31
수정 아이콘
쥬인배의 맨탈이 대인배의 2/3정도만 되었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플토 유저라 허영무 선수가 올라간 게 좋지만, 웅진이 앞마당이라 김명운 선수 패배에 마냥 좋지만은 않네요...
라이언JS
12/07/11 11:42
수정 아이콘
헉 인증사진에 제 뒷모습이 딱...크크
전 6시반쯤 도착했는데 겨우 앉는데는 성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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