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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6/06 15:39:53
Name 어강됴리
Subject 스타리그와 시한부의 5단계
14년의 긴 여정을 뒤로하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소식이 착착 들려오는 시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고 괴로워하고 또는 분노하고 일부는 기대하면서 여러감정들이 오고가는 가운데
팬들이 느끼는 감정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의 심리와 매우 닮아있다는것을 발견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퀴블러 로스(E. K bler Ross, 1968)의 죽음의 5단계>

① 부정(Denial)

임종에 가까운 대부분의 환자가 경험하는 첫 단계는 부정으로 환자들이 자신의 병이 치유될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될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부정은 환자의 언어나 행동에 의해 나타납니다. 즉 "아니야, 난 믿을 수 없어, 나에게는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 없어." 라는 표현을 흔히 하게 되고 환자는 진단을 잘못 내렸다는 생각과 좀더 나은 진단이 내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러 의사와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게 되며 환자는 검사 결과가 다른 사람의 것과 바뀌지 않았나 생각하기도 합니다. 부정의 단계에서 부정을 표현하는 환자의 말과 행동의 몇 가지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 공개적으로 "나는 그것을 믿지 않는다." 라고 말한다.
- 신체나 외모의 급작스러운 변화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 아직 죽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 어떤 병인지 알지만 자신은 꼭 회복될 것이라고 확언한다.


처음에 카더라 통신으로 리그의 마지막을 감지하는 신호가 곳곳에서 잡힐때, 아닐꺼야, 낭설, 내지는 뜬소문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반년 이상 개인리그가 열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태연한척 하려 애썼고, 왜 스타크래프트1이 살아있어야 하고 남아있어야 하는지 열심히 항변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 이스포츠의 근간은 스1이다. 스1을 계속 붙잡고 튼튼히 해야된다" -전 KTF감독 정수영
그리고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리그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이도 있었고요





② 분노(Anger)

환자는 "하필이면 내가"라고 말하면서 자기 자신에게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혹은 병원 직원에게 또는 신에게까지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현합니다. 이 분노의 단계는 가족들이나 직원들이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분노가 수시로 바뀌고 감정을 주위 환경에 전가시키기 때문입니다. 가족에게나 간호사에게 자주 불만을 터뜨리며 의사에게도 불만이 많습니다.

부정의 단계를 넘어서면 분노의 단계로 진입합니다. "왜 하필 왜.." KeSPA를 비난하기도 하고 스타2 리그와 비교를 통해 폄훼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된 원인에 대해서 격론을 벌이게 되고 (주로 KeSPA 개XX로 결론이 나기는 하지만요) 극도로 외부의 자극에 대해서 예민해집니다.
아마 PGR 게임 게시판이 가장 뜨거웠던때가 아니었나하고 생각합니다. 관련글은  올라오자마자 파이어 되서 리플 300개가 훌쩍 넘고 같은 주제로 글이 계속 올라옵니다. 관련글은 코멘트로 달기로 했지만 코멘트로 달기에도 넘쳐나오는 분노의 감정은 주체할수가 없이 솓아오릅니다..







③ 타협(Bargaining)

첫 단계에서는 슬픈 현실을 대면할 수가 없고, 둘째 단계에서는 사람들과 신에게 노골적으로 분노를 표현하고 나면, 환자는 타협을 시도합니다. 그래서 불가피한 사실을 어떻게든 연기하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루어 착실한 행동을 보이고 특별한 헌신을 하기로 맹세함으로써 그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의 소망은 생명을 연장하는 것, 며칠이라도 좋으니 통증이나 신체적 불편 없이 보냈으면 하는 것입니다. 타협은 대개가 절대자와 하는 타협들입니다. 그래서 그 언약은 비밀로 붙여지거나 다른 말속에 언뜻 비치거나 원목실에서 사사로이 말하거나 합니다. 자기 몸의 일부나 전체를 의학 발전을 위해 기증하겠다고 언약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절대자라는 표현이 있지만 그것보단 다시 한번 인기를 얻게 되기를 바라는 그 어떤 간절한 바램으로 바꾸면 될것 같습니다.
마지막 리그가 흥행해서 축소해서라도 계속 운영할수 없을까, 아직 보는 팬들이 있는데 어떻게든 리그를 열어줄수 있는것 아니냐
아주 작은 가능성이지만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④ 우울(Depression)

회복의 가망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의 병을 더 이상 부인하지 못하게 될 때, 증상이 더 뚜렷해지고 몸이 현저하게 쇠약해질 때, 환자는 더 이상 웃어넘기지 못하게 됩니다. 초연한 자세와 무감동, 분노와 격정은 머지않아 극도의 상실감으로 바뀌며 심한 우울증에 빠집니다. 이 단계에는 두 가지 종류의 우울증이 있는데, 그 하나는 반작용적인 우울증이라 부르며 이것은 과거나 현재의 손상과 관계됩니다. 환자는 부모 없이 남게 될 아이들에 관하여 또는 막중한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될 가족에 대한 걱정을 합니다. 또 다른 우울증은 그가 사랑했던 모든 사람과 물건, 그 자신과 그에게 중요했던 모든 것의 손실과 관련이 되었을 때 일어나는 예비적 우울증이며, 이 단계에서 환자는 아주 조용히 있기도 하고 울기도 합니다.


대 부분의 PGR 회원분들은 지금 이 시기에 도달해 있는것 같습니다. Last Champion 이라고 도장은 찍혔습니다. 젊은날의, 또는 어린날의 추억이 사라지는것 같아 우울합니다. 이미 대세는 기울어 있습니다. 분노를 하기에도 에너지가 바닥을 보입니다.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에 대한 걱정을 합니다. 앞으로 잘할수 있을까 새로운 리그에서는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⑤ 수용(Acceptance)

환자가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또한 앞서 기술한 과정을 거치면서 도움을 받았다면, 그는 자기 '운명'을 두고 분노하거나 우울해 하지 않는 다음 단계에 들어갑니다. 그는 이전에 자기 심중을 거쳐간 감정들을 털어놓을 여유가 생기는 것입니다. 산사람과 건강한 사람에 대한 질투와 분노를 이야기할 것이고 머지않아 자기는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정든 곳을 잃게 되리라고 한탄할 것이며 또 어떤 기대를 가지고 다가오는 미래를 바라볼 것입니다. 환자는 대개 극도로 지치고 쇠약해지며 감정의 공백기를 가집니다. 수용을 행복한 감정의 단계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고통이 지나가고 몸부림이 끝나면, "머나먼 여정을 떠나기 전에 취하는 마지막 휴식"의 시간이 오는 것입니다.

마지막 스타리그를 앞두고 마음정리를 끝낸분들도 여럿계실것으로 압니다. 감정의 공백기가 생깁니다.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고 담담한 심정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14년의 긴 여정 30여명의 우승자를 바라보며 그 마지막을 지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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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06 15:50
수정 아이콘
저같은 경우는 투니버스 때부터 10년 스타리그 봐왔지만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든 끝난다고 생각해 왔기에 부정-분노-타협은 건너뛰고 약한 우울->수용으로 갔네요.
성식이형
12/06/06 16:42
수정 아이콘
흠 이제 스타리그를 떠나는 사람은 죽음을 부정하는 어리석은 사람이군요??
죽음은 피할수 없는 결과이지만, 스타2로 관심을 옮기는것은 선택의 여부입니다.
덧붙여 저 5단계는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뭐 굳이 단계별로 가져다가 우긴다면 그러려니 할수도 있는 정도죠.
어떻게 사람의 행동, 마음을 단계별로 정할수 있단 말입니까.....
12/06/07 11:05
수정 아이콘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시는 거 같아요... 절대로 스타2로 옮겨야 된다거나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게 미련하다는 글은 아닌 것 같은데. 단계' 라고 글이 표현되어서 그런가요? 1단계가 나쁘다, 어리석다 이런 글이 전혀 아닌데 그렇게 받아들이시는거 같아요.

죽음 수용의 5단계는 사람의 마음을 단계별로 정할 수야 없는데 '보통 사람들이 이런식으로 느끼더라~' 라는 것이고 그게 생리 화학적 기전에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마다 받아들이는게 달라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런 단계를 거치고 있고 임상적으로 환자 상태를 파악하는데 유용하기에 아직까지도 쓰이고 있지요) 단계별로 안거치고 건너뛰는 사람도 있고 죽는 날까지 부정만 하는 사람도 있고 저걸로 설명할 수 없는 심리상태를 보이는 사람도 있겠지요?
12/06/06 17:36
수정 아이콘
온겜에서 스타1이 끝나도 아프리카있자나요... 보고싶을때는 철구좀보러가면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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