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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2/24 19:15:45
Name 포스
Subject 1년 전 오늘, 고작 스물 한살의 남자 이야기.
*반말 양해 바랍니다.






1년 전 오늘, 고작 스물 하나의 앳된 소년의 이야기.



그에게 결승은 낯선 무대가 아니었다. 개인리그만 해도 이미 다섯번째 결승.
하지만 그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단 한 계단 남은 신화의 완성을 목격할 설레임을 안고.


링 위에 올라선 그는 말했다. "너무 떨려서 다리가 후들후들 거릴 정도예요."
약간 상기됐지만, 현재 상황을 충분히 즐기는 그런 표정으로.
상대는 천재. 천재는 떨리는 목소리로 떨리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를 위해 타임머신으로 들어가기 전, 그는 말했다.
"윤열이 형이 스타리그에서 너무 오래해먹으신 거 같은데, 이젠 제가 먹겠습니다."
네가지 없다, 거만하다, 재수없다 등의 질타는 두렵지 않았다.
그는 말 한마디를 프로(pro)가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 둘 수 있는 '기세와 전략'의 한 수라고 여겼다.
그 자신의 마음이 선배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그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1경기 롱기누스2. 저그의 무덤이었고, 그랬기에 진작부터 동족 게이머들은 나가 떨어졌다.
혼자서 가시밭길을 걸어왔고, 아프게 찔리기도 했지만 끝에 달했다.
이기면서, 또 이기면서도 그는 늘 맵이 너무 어렵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이 무대에서 처음으로 저그를 향한 날카로운 창, 롱기누스2에서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혈전에 혈전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반하지 않는, 눈을 뗄 수 없는 멋진 한판이었다.
멋진 승부는, 결국 지휘봉을 놓지 않은 그의 승리로 돌아갔다.


2경기 네오알카노이드. 생각하지 못한 타이밍에 날카롭게 파고든 천재.
힘들었던 1경기의 승리에 비하면 너무나 쉽고도 뼈아픈 패배.
GG를 친 후, 그는 타임머신 밖으로 나왔다. 아무것도 해보지도 못하고 져버린 자신의 플레이에 화가 났다.
'흥분하면 안된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면 안되'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켰다. 그래, 이 느낌이야. 질 것 같지 않아.
그의 표정은 다시 1경기 전으로 돌아갔다.


3경기 리버스 템플. 롱기누스에서 해법을 찾은 마재윤이지만, 리버스 템플은 아직도 어려운 땅이었다.
하지만 자신감을 잃거나 주눅들지 않았다.
1주일 전, 12시-2시의 최악의 상황에서도 멋지게 승리한 경험이 있지 않던가.
상대방의 사소한 실수를 놓치지 않고 들어가 득점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밍을 잡은 천재는 그의 진영으로 진격했다.
천재의 공격이 시작되기 직전, 천재는 미니맵에 반짝이는 자신의 진영쪽으로 잠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천재의 병력은 '한방'의 힘을 잃은 상태.
그는 천재를 농락했다.
그것은 마치(March)의 시작. 더 빨리 끝낼 수도 있었지만 그는 기다렸다.
그리고 진격, 앞마당 마비. 뒤에서 날아오는 퀸과 인페스티드 커맨드센터.
극히 동요하는 천재의 표정, 그리고 다음 샷에 잡힌 그의 표정은 무표정, 냉혹함 그 자체였다.
다전제 승부에서의 그의 방식. 그는 3경기를 하면서 이미 4경기 승리를 위한 발판을 닦고 있었다.


4경기 히치하이커. 진출한 저글링이 난입하고, 뮤탈리스크가 휘젓고 다니는 그 순간, 승세는 기울었다.
천재의 병력은 궤멸되었고, 천재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고개를 떨궜다. GG.


항복을 받아낸 순간, 냉혈한은 다시 스물 하나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 떨려오는 작은 손으로 상기된 얼굴을 감쌌다.
자신의 승리를 기원했던 주변 사람들과 축하의 파이팅을 나누고,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려 승리의 기쁨을 표현했다.


"본좌, 에, 본좌, 본좌맞네, 아무도 부정할 수 없어요 이제! 마재윤! 저그의 거장, 저그의 구세주네요 구세주!"

"그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모자람이 없어요."

"에 제가 5000경기, 6000경기 이상을 중계해오면서 아무리 뛰어난 선수가 나와도
이 이상의 선수가 나올것이다라고 언제나 얘기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선수는 처음이예요.
앞으로 스타크래프트 역사가 아무리 오래간대도 이 이상의 선수가 나올까, 궁금할 정도로 와"

"정말 현존 최고의 선수가 탄생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의 예외는 없습니다. 각종 대회 다 휩쓸었고 이미 그 실력은 마재윤이 최고인거 다 압니다만,
단 하나 예외로 남았던 신한은행 스타리그까지 마재윤 선수가 점령하며 이제 예외없이, 이제 반대없이,
이제 누구의 딴지없이, 진정한 최강자는 마.재.윤입니다!"

비장함으로 타임머신에 들어갔던 그가, 캐스터와 해설자들에게서 최고의 찬사를 받으며 타임머신 밖으로 나왔다.


"마재윤! 마재윤! 마재윤! 마재윤! 마재윤! 마재윤!"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그를 향한 남녀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의 외침이 역도경기장을 달궜다.


사투리 섞인 인사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하는 인터뷰에도 다리가 떨리고 침이 마른다고 했다.
드라마의 완성으로 감격에 가득찬 그의 눈이 관객석을 향하고, 그가 말을 내뱉었다.
"잊고 있었는데 저도 로얄로더네요."


꽃가루가 날리고, 수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는 스타리그 트로피에 입을 맞추었다.
소년의 신화는 완성되었다. 그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그 절대자의 자리에 마지막 한 계단을 딛고, 그는 올라섰다.


이미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 그에게 캐스터가 팬들에게 약속을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스물 하나의 소년은 관객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향해, 현장을 방송으로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약속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채찍질 하면서 이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이젠 스물 둘이 된 남자에게.
I Believe in you I Believe in your mind
벌써 일년이 지났지만 일년 뒤에도 그 일년 뒤에도 널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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