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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12/23 01:36:41
Name Judas Pain
Subject 07'12'22 에버 07 OSL 결승 감상평
마치 과거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다.

지금이 2007년인가 아니면 2005년인가 아니 2003년인가?


특히 블루스톰 4경기가 그랬는데

김태형 해설이 근래 들어 여러모로 옛날의 근성을 되찾아서 포인트를 정확히 짚었다고 생각한다. 이점은 1,2,3,4 경기 모두 그랬고 특히 2경기의 무탈 스컬지 올인 타이밍을 짚어낸 게 빛났다. 그러고 보니 저때는 김태형 해설이 잘할 때였군하.


송병구는 커닥 타임이 끝나자 끝까지 질럿+드라군+템플러+아콘을 조합해가며 교전 컨트롤에 의존하는 정면충돌을 고집했다. 정말 순수한 의미에서 고전적인 프로토스 타입이고 송병구가 과거의 저그전을 그 정도면 잘 한다고 보이면서 적당히 50% 넘는 승률을 유지한 게 저 타입이다. 심리적으로 그리고 경기내적으로 궁지에 몰리자 본래의 스타일,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한 것이겠지.

이제동은 특별히 할 말은 없다. 1경기는 페르소나 더블넥이란 예상외의 상황이 나오자 말할 수도 없이 꼬인 경기였고 2 경기는 송병구가 밑그림 다 그린 상황에서 박성준이 보여주던 신컨에 의지한 엇박자 뮤컬지 찌르기로 끝. 3,4 경기는 자신의 이미지를 활용한 허세 이후 병력 움직임이 아주 좋았다.손가락이 부러지도록 연습했다는 말이 그대로 떠오를 만큼 연습량이 느껴졌으니까.


송병구는 냉정하게 말해서 저플전의 빌드말고는 과거의 프로토스에서 진보된 모습을 무엇하나 보여주지 못했다. 굳이 추가하자면 제3 제4 멀티타이밍 정도일까. 그럼에도 1경기를 잡고 또 2경기까지 잡으며 이제동에게 완승을 할 가능성을 보여준 건 송병구의 빌드-판짜기와 기본기가 너무 훌룡하기 때문이다. 허나 그게 한계. 결승에 올라온 저그를 잡으려면 중반이 넘어서도 저그를 휘두를 만한 머리와 전술이 있어야 한다. 그의 라이벌이 그러는 것처럼. 마재윤vs김택용의 8강과 비교하면 너무 부족한 경기력이었다.

가장 아쉬운 건 2경기의 패배 이후 계속해서 뮤탈을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점이다. 송병구가 저그전에서 07년 승률이 도약한 발판이 좋은 빌드에 바탕하고 있었기 때문에 밑그림 짜기에 실패한 송병구는 3,4경기에서 너무 무력했다. 송병구의 약점 특히 저그전에서의 약세는 항상 심리적인 부분이 크다. 그 외에도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마재윤,김준영 특히 김준영에게 패배할 때 그리고 박성준에게 승리할 때 느꼈던 것인데 송병구는 운영으로 가닥을 잡고 들이대지 않는 저그에겐 게릴라를 집어넣을 틈을 잘 만들지를 못하더라. 이게 수준급 운영을 보여주는 저그에겐 종합세트선물을 당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중반을 지나면 저그전에서 수를 던지며 저그의 심리를 읽고 더해서 창조적인 경기내용을 이끌지 못한다는 점이겠지만. (그런 점에서 05년도 박태민-마재윤 in 레퀴엠 연전 중 수비형 프로토스에 이어  최종후반까지 경우의 수를 철저히 배제시키며 모든 고급유닛을 조합해 극한의 컨으로 경기를 이끌었던 방식은 송병구의 저그전이 극에 달한 모습을 잘 보여줬던듯 하다.)




송병구가 프로토스의 정통성을 잇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데 그게 이런 결과로 나타난 건 좀 당혹스럽다. 전통적인 운영형의 고수 프로토스가 상성을 뛰어넘는 저그전을 보여주는 게 아직 무리일까..


그러고 보면 스코어가 3:1이다. 과거 결승에서 당대의 떠오르는 걸출한 저그에게 패배한 프로토스의 스코어가 늘 그랬다.(박성준,마재윤)  여러모로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에버 07결승이었고 그래서 김택용의 급격한 몰락이 더욱 안타까운지도 모르겠다.


이제동은 메카닉저그라 비아냥 받음에도 당대 최강급의 토스를 이기며 자신이 당대 저그를 이끌 재목임을 입증했다. 그에게 가해지는 혹평은 난 분명 불합리하다고 본다. 송병구의 저그전 클래스는 굳이 따지자면 현존 톱3에 들만 하다. 그런 친구를 이긴 저그다. 그의 미래는 레드카펫으로 쭉 갈려지게 되었고 남은 것은 적절한 관, 좋은 닉네임을 얻을 만큼 자신의 아우라를 드러내는 경기를 하며 실력을 키워나가는 일뿐이다. 허나 그 끝이 마재윤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이 될지 아닐지는 아직 모르겠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재윤과 같은 저그가 될지 모르겠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이제동은 그 튼실한 몸과 열정적인 마인드에도 불구하고 S급 저그의 감각은 아직 갖추지 못했고 천변만변하는 마재윤의 저플전과는 다른, 고정된 다전제 시나리오에 충실한 원패턴의 경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승했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거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 마재윤도 시작은 평범했다. 그의 재능도 팔할은 실전과 위기를 통해 얻어진 것이었니까.



이렇게 해서 거세었던 07년 프로토스의 진군은 끝이 났다. 개인리그+프로리그에서 혁명적인 시작과 기세 높은 중반 시즌의 성적에도 김택용은 박성균에게 송병구는 이제동에게 각각 테란과 저그의 신성들에게 일격을 맞으며 주저앉았다. 그렇다고 해서 암울해할 필요는 없다. 좋은 풀이 갖춰지고 진보가 있었기에 07년의 프로토스는 스타 방송시대 이후 그 어느 때 보다도 빛났던 것이다. 이 말은 08년도도 기대할만 하다는 말이다. 우리에겐 아직 김택용도 있고 송병구도 있으며 무엇보다 기대되는 프로토스의 신인들이 많다. 그 중의 하나가 너무 늦기 전에 프로토스의 끝을 보여주리라 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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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렁탱크
07/12/23 01:51
수정 아이콘
결승전을 앞두고 일주일전부터 손이 부러질 정도로 연습한 이제동과 자신은 원래 경기 3일전쯤에 항상 연습한다고 하며 여유를 부렸던 송병구// 아무리 재능과 실력도 노력앞에서는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분명 결승전 전에는 송병구가 이제동보다 한수위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동은 손이 부러질 정도의 노력으로 토스전실력을 이렇게나 끌어올렸지요
빨간당근
07/12/23 03:09
수정 아이콘
비수로 인해 저플전 보는 눈이 쓸때없이 너무 높아져서 일까요? 저는 결승전 내내 지루하고 재미없더군요.
Ma_Cherie
07/12/23 03:24
수정 아이콘
빨간당근님// 그러게요. 결승전이라 믿을수 없을정도로 박진감도 없고... 감동도 없더군요.

물론 결승전 준비하느라 고생한 두 선수에게는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The_CyberSrar
07/12/23 03:29
수정 아이콘
결승전치고는 박진감이 없었습니다..
너무도 무난히 너무도 무난히 저그가 이기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간것 같네요..
3,4경기에 한정해서 말입니다.
2경기는 이제동 선수의 신컨에 깜짝 놀랐을뿐..그뿐이었고 3,4경기는 너무도 뻔히 예상이 가는 결말이라....
07/12/23 04:00
수정 아이콘
결승 이전, 저그전 톱3 안에 송병구 선수가 들어간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독보적인 김택용 선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마도 나머지 1인일 박영민 선수의 저그전과도 많이 비교가 되는 경기력이 아닌가 생각듭니다.
패인님 말대로 2경기 때의 뮤탈이 3,4경기에 영향을 많이 준 것 같습니다. 마치 박영민 선수가 마재윤 선수에게 스타리그 8강전인가 패스트 뮤탈에 힘없이 쓰러진 이후 올 후반기까지 슬럼프에 빠진 것마냥....
송병구 선수, 빨리 털어내고 더 높은 곳까지 비상하시길!!
하수태란
07/12/23 04:59
수정 아이콘
이게 다 김택용 때문입니다. 다전의 김택용- 마재윤 경기 때문에 ( 대부분 플토가 이기는) 우리가 저-플 전을 보는 눈이 너무나 높아져버렸습니다. 가끔씩은 플토가 저그에게 상성상 우위에 있다고 착각하기도 하죠

일주일 열심히 했다지만. 어찌보면 평소 약하다던 플토전도 일주일- 평소 강도로 2주일 정도만 연습하면 되는게 저그의 대 플토전인가 봅니다. 송병구 선수는 김택용선수를 원망해야겠지요. 저도 오늘 보는 내내 아무런 감동도 없었습니다.
아 한가지. 2경기 뮤탈 컨트롤은 명품이었습니다만, 3,4 경기는 플토가 무난하게 지는 스토리
도저히 결승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무기력한 경기
김택용이 나오지 않는 저플전은. 그냥 마음을 비우고 보는게 좋을듯 합니다.

송병구선수. 이렇게 허무하게 밀릴거였으면 준결승에선 왜 이겼나요
엠씨용준이 성공한 대회였다고 아무리 띄우려고 헀지만
기억에 남는건 이제동선수의 뮤탈컨트롤 딱 한번뿐인 허무한 결승전이었을뿐입니다.

이제동 선수. 다른 OSL 우승자들처럼 자멸하지 말구고
김택용선수한테 밥이라도 사주면서 플토전을 연마하십시오

오늘의 승리는 값진것이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대가 김택용이었다면? ' 이라는 물음표를 달고 있거든요
인연과우연
07/12/23 06:34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위에 분들 말씀처럼, 정말 김택용 선수의 저그전이 떠올라 오늘은 솔직히 재미없게 봤습니다.
정말 과거의 프로토스를 다시 보는 느낌이랄까요.
역상성을 상성인 마냥 생각하게 만드는 김택용 선수의 플레이...
눈이 높아져 버린 것 같네요.
이제동 선수의 눈물이 그의 노력과 결과를 말해주기는 하지만, 김택용이였다면? 이 생각 밖에 안들더군요.

그러고보니 이상하게 연말 결승들은 치열하기 보다는 조금 허무하게 끝을 맺는 것 같습니다.
삼삼한Stay
07/12/23 09:23
수정 아이콘
아아.. 정말 글 잘쓰시네요. 제가 하고싶은 말을 멋드러지고 조리있게 잘 쓰신듯.. 부럽네요
그리고 스타에 관한 지식도 해박하시군요. 추천하고 싶은 글.
그리고 이제동선수는 현재 대플토전의 한계치를 최대로 끌어올린듯한 플레이였습니다.
대플토전 본좌인 마재윤선수의 플토전 공식을 전부 마스터한듯한,,오차없는 플레이였습니다. 2,3,4경기말이죠
파일롯토
07/12/23 10:12
수정 아이콘
두선수다 잘했어요. 짝짝짝
07/12/23 11:37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현 저그전 No.2는 윤용태선수라고 생각합니다만.. 김택용선수든 윤용태선수든 저그전이 정통파는 아니죠..

송병구선수에게 기대를 많이걸었었는데..이게 '정파'의 한계인걸까요..박정석선수 팬으로써 그저 한숨만..
07/12/23 15:11
수정 아이콘
우왕 글 잘쓰시네요..

칼럼에 넣어도 될듯한 글입니다. 공감 100%!
The_CyberSrar
07/12/23 20:39
수정 아이콘
송병구 선수가 정파라면 저플전에선 초절정을 넘어서지 못했나보네요...심득을 아직 깨우치지 못한 것 같아 보입니다.
목동저그
07/12/24 04:30
수정 아이콘
송병구 선수 커세어를 비롯해 유닛을 많이 흘리더군요;; 견제다운 견제 한 번 못해보고...
당연히 질 수 밖에 없었던 경기였습니다. 김택용 선수 생각만 나더군요.
sway with me
07/12/24 09:58
수정 아이콘
이번 결승에서 송병구 선수의 몸에 배어있는 저그전은 정통적인 질드템 힘싸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MSL 결승에서도 그랬지만, 1경기만 지면 바로 끝나버리게 될 핀치에 몰리면
약간 사고가 정지하고 몸에 배어있는대로 플레이하게 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몸에 배어있는대로 해도 워낙 잘하는 테란 전이나 프로토스 전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저그전에서는 몸에 배어있는대로의 플레이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소리감투
07/12/24 18:43
수정 아이콘
멋진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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