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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12/19 17:20:14
Name 설탕가루인형
Subject [단편]프로토스 공국(公國)이야기 2
푸른색으로 뒤덮힌 다소 좁은 듯한 실내.

실내의 중앙에는 두 명의 남자가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꿀꺽....


목젖이 넘어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것 같다.

아마도, 목젖에 닿을 듯이 가까워 온 묵직한 바스터드 소드의 칼날 때문이리라.


"제가 진 것 같습니다."


목젖 앞에 칼날을 둔 한 사내가 오른손을 내려놓는다.

그의 오른손에 들려있던 날카로운 샤벨이 청명한 소리를 내며 바닥과 충돌한다.

그와 동시에 떨어지는 투명한 액체.

땀일까? 눈물일까?


"그런것 같습니다, 공왕."

넓은 날을 가진 커다란 바스터드 소드를 그제서야 상대의 목 앞에서 치우는 사내.

무심하게 대답을 한다.

그렇지만 그의 손은 파르르 떨고 있었다.

남들은 들지도 못하는 바스터드 소드의 무게 때문은 아니다.

이제 그에게도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앞에 선 수려한 미공자를 바라보며 회상에 잠겼다.







올해 초.




"뭐! 비수가?"

스토크 공작은 기절할 듯 놀랐다.

법왕 날라가 세비어와의 결전을 앞두고 다소 무리한 진군을 계속하면서

후방을 부탁한 것은 바로 자신과 비수, 두 젊은 백작이 아니었던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그렇게 날라의 심복으로 여겨졌던 비수가

날라의 군대를 기습해 승리를 거두고, 세비어에게 대신 전쟁을 선포했다는 소식을

들은 스토크백작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백작,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장비 - 다소 특이한 이름이다 - 가 급하게 말했다/


"법왕 성하를 호위하고 녀석에게 반역자의 종말을 고해야 합니다!"

"왜?"

"예?"


스토크의 심드렁한 답변에 장비는 허둥대기 시작했다.

왜라니? 왜라니?

너무도 기대밖의 대답을 들은 장비가 혼란스러워 하는 동안 스토크는 오히려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건 기회다."

"기회라구요?""

"물론 나는 날라를 좋아한다. 법왕제 역시 좋아한다."

"그러면 어서 성하를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순간, 장비는 스토크의 눈빛에서 아찔할 정도로 강력한 스파크를 보았다.


"그렇지만 나는 나 자신을 가장 좋아해."

"....."

"비수가 이겨셔 공왕제로 돌아간다 해도 상관없어. 녀석은 늘 그걸 원했으니까.

그리고 녀석이 져도, 당분간 날라와 비수 둘 다 움직이지 못하겠지,

그 땐, 아니타메와 내가 프로토스 공국의 기둥이 된다. "


평소에 날라의 명을 받으면서도 결코 그 이상의 것은 하지 않으려던

스토크 백작, 자신이 모시는 그의 꿈은 이렇게 원대한 것이었던가.

장비는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비수는 놀라울 정도로 세비어에게 강력한 모습으로 승리했고,

프로토스는 다시 공국의 형태로,

즉 한명의 공왕과 세 명의 공작 - 현재는 비수 공왕과 날라, 스토크, 아니타메 공작 -

체제로 자리잡게 되었다.

비수는 저그연합과의 전투에서 괄목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스토크 자신은 테란제국에게 연전연승 했으며,

날라와 아니타메역시 비교적 좋은 모습을 보여, 프로토스는 역대 최고의 부흥기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하늘의 태양이 두 개일 수는 없는 법.

문제는 중립지역인 스테리게스 지역을 저그연합의 강자, 파괴신이 침법하면서 일어났다.

당연히 자신이 직접 나서려고 했던 비수의 앞에 한 남자가 길을 막아선 것이었다.

바로 스토크 공작이었다.


"아, 이렇게 마중나오실 필요까지는 없는데요."

비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공왕이라고는 해도 같은 공작인 신분에 자신을 응원하러 왔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마중이 아닙니다. 공왕. 길을 막으러 왔소."

스토크는 늘 그랬듯이 침착하고 또박또박하게 대답했다.

그럼에도 비수의 표정은 여전히 밝다.

"하하하.....농담은 이제 그만하시죠. 상대는 파괴신입니다. 길이 급하니 전 이만...."



타가닥, 타가닥

스토크 공작이 타고 있는 붉은 색 말이 땅을 짓밟으며 공왕의 길을 막는다.


"미안하오 공왕, 이번엔 내 차례인것 같소"  


비수의 고운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스토크의 말이 진심인 것 같다.


"제가 가겠다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스토크 공작님"

"제가 길을 막겠다고 했소, 공왕."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살기는 이미 같은 종족으로서 가질 수 있는 적개심 이상이 되어버렸다.


"휴우"


공왕이 한숨을 쉰다.


"우리 둘이 전쟁을 치뤄봤자 프로토스 공국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시죠?"

"물론이오, 공왕."

"그렇다면, 스테리게스로 가는 길목에 있는 블루스톰홀에서 단 둘이 승부합시다.

승자가 파괴신과 대결하는 것으로 하죠, 괜찮습니까?"


정말 대단한 담력이다!!

스토크는 생각했다. 분명, 아직까지 세력은 자신이 더 큼에도 불구하고 공왕은

프로토스를 위해 일대일 결투를 하려는 것이다.

'결과야 어찌됐던, 녀석의 배포는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다' 라고 생각하며

스토크는 입을 열었다.


"좋소"








회상을 멈춘 스토크는 손을 내밀어 쓰러진 공왕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저에게 뒤를 맞은 날라 공작의 심정이 이랬을까요?"

"알 수 없소. 그 양반 속은"


여전히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스토크를 보며 비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프로토스를 위해 해가 되는 꿈을 가졌다면

반드시 제거하고 싶을 정도로 강력하군요"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모조리 사용해 봤다.

하지만 스토크 공작의 묵직한 바스터드소드는 현란한 비수의 샤벨을 모조리 막아냈다.

만약 스토크 공작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좀처럼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잠시 적막이 흐른다.




"최고가 되는 것"


왠지 단순하면서도 멋진 스토크 공작의 발언에 공왕은 허탈하다.

그리고 생각한다.

'저렇게 순수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꾸준하게 실력이 증진되는 걸까?'

항상 프로토스의 미래만을 생각한 자신과는 사뭇 다른 강함을 가진 그의 넓은 등판을 바라보면서

그는 왠지 이번에는 쉬어도 될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블루스톰 홀을 먼저 걸어나오는 스토크를 보면서, 스토크 진영의 군사들과 비수의 군사들 사이에

환호와 야유가 교차한다.

그리고, 그 대상인 스토크 공작은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한다.



'내 꿈이 뭐였더라?'



스토크 공작이 탄 말과 그를 따르는 사기 높은 군사들의 발걸음은, 어느새

스테리게스 지역으로 진군하고 있었다.








P.S : 가만, 난 아직도 시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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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ame is J
07/12/19 17:28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안생겨요...(라고 달고 싶은건 이제 습관이 되어가나 봅니다.)


으하하하/..^^;; 시험공부 열심히 하세요~
스테비아
07/12/19 17:30
수정 아이콘
아니타메...세비어도 일부러 그렇게 쓰셨나보네요^^;;
연합한국
07/12/19 17:31
수정 아이콘
스테리게스(혀꼰 콩글리쉬)는 스타리그고 아니타메(모 운영자분 아이디 패러디?)는 애니타임인 오영종선수네요.
속편역시 멋지네요. -_-b 플심으로 대동단결!
누리군™
07/12/19 17:43
수정 아이콘
아. 세비어.. 일부러 그렇게 적으셨던 것이었나요.. ^^;

시험 잘 치세요. 힘내시길!! ^^
설탕가루인형
07/12/19 18:05
수정 아이콘
장비는 아무도 못알아보는 이런 상황 ㅠㅠ
OOO 선수 지못미....
07/12/19 18:19
수정 아이콘
장비... 허영무선수군요.
아이디가 Jangbi죠.
낮달지기
07/12/19 18:49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읽고 나니 비수가 스토크에게 한 마디 더 했을 거 같습니다.

후방은 내가 맡겠소.
테란제국의 꽤 잘 나가는 전략가가 나섰다고 하더군요.
뒤는 걱정하지 말고 파괴신에게 승리하고 돌아오시오.
그리고 다시 한번 자웅을 겨룹시다.
그때까지 나는 또 한번의 진화를 이룰테니.
건투를비오.
챨스님
07/12/19 20:26
수정 아이콘
낮달지기님// 한 마디 더 멋지네요 ^^ 그리고 저번에 스토크 공작 이야기도 써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진짜 써 주셨네요. 감사요 ^^
ArcanumToss
07/12/19 21:48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김택용 vs 신희승 3,4위전 경기는 OME군요.
5경기 옵드라인데도 벌처에 드라군 헌납하는 김택용 선수의 모습은 소위 말하는 막장급이었습니다.
어쨌든 준결승까지 올라온 선수를 이긴 것은 칭찬합니다만... 김택용 선수 갈 길이 먼 테란전으로 보였습니다.
토욜에 있을 송병구 vs 이제동 선수의 경기는 OME가 아니길...
송병구 선수는 만일 결승에서 이제동 선수에게 지면 '고비를 넘지 못하는 선수'라는 말을 들을 염려가 있고
이제동 선수 역시 만일 패배한다면 토막 본능이라는 말이 계속 따라다닐테고요.
재밌는 결승전이 되길...
부르토스
07/12/19 22:11
수정 아이콘
잼있다..ㅋㅋ글 잘쓰셨네요.. 낮달지기님의 말도 진짜 마음에 와닿구.ㅋㅋ
그런데 오늘 경기를 보니까 확실히 김택용의 비수가 많이 무뎌진것 같아요~
예전에는 정말 상대방의 약한 부분만 골라 찔러주는 닌자 같은 모습이었는데 요즘 경기들
보면 컨트롤도 그렇고 먼가 부족해 보이는..-_-;;그리고 오늘 무리하게 캐리어를 운용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자신의 지금까지의 테란전 스타일을 바꾸기 위한 노력의 반증이 아닐까 하는데요..
결과는 영 탐탁치 않네요..먼가 안어울리는 옷을 입은듯한..예전의 막강한 지상군 병력 운용이
아스트랄 하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며 재미있었던것 같은데 왠지 팬으로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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