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12/08 18:50:20
Name 포로리
Subject 다시 돌아올 그들을 믿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목수십니다.
목수가 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텐데.. 서울같은 곳에는 없고 경기도나 수도권에서 개인적으로 건설업을 하시는 분들을 말합니다. (서울 같은 곳에는 워낙 땅값도 비싸고 그만큼 큰 건물을 짓다 보니 건설회사가 들어가니 말이죠..)
그런데 요즘 아버지께서 다시 일을 하시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께선 작년 이맘때 대장암 진단을 받으셨고 그때가 마침 딱 중기로 넘어가는 초기여서 그때 암을 제거해 다행히 거동에 무리도 없고 건강히 지내시고 계신데.. 요즘들어서 이 추운 겨울에 다시금 일을 하시기 시작하십니다.
제 아버지께서는 일명 노가다 판에서 무려 30년 가량 일해오시면서 혼자서 설계도를 만드시고 그걸 지으시고 일꾼 몇 명이 필요한지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다 아십니다. 그래서 이 주변 건물중 거의 80%는 저희 아버지께서 지으셨고 이외 제가 사는 지역이 아닌 오산이나 안성 쪽에도 20채가 넘는 집을 지어오셨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내년이면 딱 60이 되십니다. 그만큼 고진 세월을 사셨던 분입니다. 한번은 엄지 손가락이 전기톱에 잘려나갈뻔도 해서 뼈가 반쯤 보이는 상황에 놓여도 보셨고 한번은 힘들게 모아오신 돈을 하루 아침에 불이나서 절망을 경험하셨고 한번은 오랫동안 고생했던 어머니와의 갈등때문에 심각하게 이혼에 대해 생각하셨고 한번은 그 많은 눈물을 참으며 삶을 살아온 가운데 마시지 않던 술을 입에 대시며 웃음짓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저는 그에 비하면 왕대접을 받고 살아왔습니다.
저는 살면서 죽을 고비를 넘겨본 적도 없고 아버지처럼 15살 부터 일자리를 찾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아무곳도 모르는 곳에 내버려진 적도 없고 아버지 처럼 그 많은 고뇌와 한번의 실수가 가족 전체의 생계를 위협할 만큼 위험한 일을 해본적도 없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오늘 일을 마치고 돌아오셨습니다. 아니 오늘 주어진 일을 끝마치고 오셨습니다.
아버지가 저녘을 드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요즘 목수들은 하나같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거 같아."
어머니께서 왜냐고 물으시길래 아버지께선
"원래 어느정도 목숫일을 하다보면 이럴땐 어떤것을 때어내고 저럴땐 어떤것을 내눌 필요가 있는데 오늘 불러온 목수 2명은 잘 알지도 못하고 붙였다 때었다 하니 내가 4개 붙일때 2명이서 2개도 못붙이고 있더라고"
저와 어머니가 미소를 짓자 아버지 께서 하시는 말씀이
"장비를 다 가춘 목수들은 하루에 15만원은 받고 장비가 적어도 힘있는 젊은 것들은 12만원이면 되는데.. 사실 생각해 보면 나를 쓰는게 더 남는 장사인데.. 건물짓는 사람이야 이분야에 전문이 아니니원 그냥 싸다고 하는 사람부터.. 힘 좋아보이는 사람부터 쓰는거지"
그리고 뒤이어서 하시는 말씀이
"오늘도 그래.. 나같으면 안 때어내고도 할 수 있는일을 여기 붙였다 저기 붙였다 하니 빨리 일끝네야되는 겨울에 그런 사람들 쓰면 봄이 되서 전부 다 다시 지어야 하는 수도 있지."
저는 돌아가 생각했습니다.
'젊어서 힘이 있더라도 나이든 장인을 따라올 순 없구나'

그때 저는 갑자기 아들로써 아버지께 뜻모를 존경심이 생겨났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자 아버지에 제자 이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제로벨은내ideal
06/12/08 19:00
수정 아이콘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06/12/08 19:23
수정 아이콘
아버님께서 너무나도 훌륭한 말씀도 하셨지만, 그것을 교훈으로 받아들이는 포로리님 멋지십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훈훈한 일화를 애써 적어주신 점도 아주 감사하구요, 포로리님의 아버님께서 추운겨울 행여 몸에 이상이 생기시지 않기를 빌겠습니다.
클린에이드
06/12/08 19:23
수정 아이콘
내용만 봤을 때는 그저 감동적입니다만, 제목과 연관지어 보면 진정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게 하는 글이네요.
마요네즈
06/12/08 21:04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이네요.. 아버님께 존경의 말씀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목에 유추해서 그들이 장인의 정신을 가지고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855 언덕러커와 옵저버 생존율을 위한 팁 [18] 포로리4261 06/12/08 4261 0
27854 토스 vs 테란에서...<박영민 선수 관련글> [44] jyl9kr5021 06/12/08 5021 0
27853 다시 돌아올 그들을 믿습니다. [4] 포로리4365 06/12/08 4365 0
27852 드디어 듀얼 마지막조 I조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190] 팬이야4550 06/12/08 4550 0
27851 엠겜 협회에 드디어 대응하는 건가요? [78] OPMAN5074 06/12/08 5074 0
27850 저그 게 섯거라! 저그의 3대 비기에 대한 파해법 쳅터1! [3] 종합백과4263 06/12/08 4263 0
27849 다크스웜 저글링 너무 사기네여 ㅠㅠ;;; [59] Random7879 06/12/08 7879 0
27847 곰TV MSL 12/7일자 경기 리뷰, [3] 代殺의意味3977 06/12/08 3977 0
27843 최연성이 돌아와야 재미있다. [38] 박대장5006 06/12/08 5006 0
27841 저그 압살이 예상되는 이번 시즌맵들에 대한 불만 [35] 통닭3858 06/12/08 3858 0
27840 맵이야기(2) 2인맵.(쇼다운) [5] 信主NISSI4100 06/12/08 4100 0
27839 복잡하게도 미친 세상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리뷰] [18] Lunatic Love4625 06/12/08 4625 0
27837 맵이아닌 진영수가 아닌 마재윤 스스로 헌납한 경기. [52] 카카루6349 06/12/08 6349 0
27836 저그 대 테란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 [17] 아유4019 06/12/08 4019 0
27835 배부른 저그와 배고픈 소크라테스 [10] happyend3823 06/12/08 3823 0
27834 [실화]제 친구 이야기 [5] 막강테란☆3637 06/12/08 3637 0
27833 롱기누스에서의 저테전...단상 [15] hi3881 06/12/08 3881 0
27832 맵이야기(1) 섬맵.(스페이스 오딧세이를 향해) [2] 信主NISSI4013 06/12/08 4013 0
27831 osl 신한은행2005~시즌2 msl 당골왕~프링글스2..... [24] 워3나해야지3838 06/12/08 3838 0
27830 e스트로의 험난한 개인리그 도전사 [20] 카뮤3734 06/12/08 3734 0
27829 매력없는 팀이 되어버린 T1 [54] 리마리오6050 06/12/08 6050 0
27827 신성등장! 테란진영 새 왕자의 탄생?! [11] 종합백과3991 06/12/08 3991 0
27824 친구와의 종족간 밸런스에 관한 짧은 이야기 [18] Northwind4109 06/12/08 410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