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11/25 22:35:46
Name pErsOnA_Couple
Subject Stone Roses - Stone Roses



--------------------------------------------------------------------------------
영국의 도시, 맨체스터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요즘 분위기라면 100이면 100,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스톤 로지스의 리뷰 시작을 축구와는 전혀 관계없는 매드 체스터에 대한 잡설로 하려 한다.

영국 북동쪽에 위치한 인구 40만의 도시 맨체스터. 산업혁명 이후 상공업의 중심도시였지만 결코 주류가 되지 못했고 현대에 들어서는 피폐해진 도시. 음악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옆 동네 리버풀에서는 설명이 필요 없는 밴드, 비틀즈(beatles)가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음악의 주류가 되었지만 맨체스터는 그 즈음에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맨체스터를 일으켜 세운 그룹은 맨체스터 출신이 아닌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였다. 그 이름 자체만으로 펑크의 시작이자 끝인 이 밴드는 맨체스터의 뮤지션들에게 많은 영감을 선사하였고, 펑크 사운드에 대한 고민의 결정체로 작금의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고전으로 평가받는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이 탄생하였으니까. 펑크 사운드와 댄스비트의 기괴한 만남을 시도했던 조이 디비전은 밴드의 상징적인 영혼이라 할 이언 커티스(Ian Curtis)의 자살로 밴드는 해체하였고 남은 멤버들은 뉴 오더(New Order)를 결성하여 조금 더 댄서블한 음악으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매드 체스터의 든든한 토양으로 자리잡고 있다.

조이 디비전과 뉴 오더가 매드 체스터의 한 축이라면 또 다른 축은 맨체스터 출신으로서 영국을 뒤흔든 최초의 밴드, 스미스(the Smith)에서 시작된 기타팝이라 할 것이다. 자니 마(Jonny Marr)의 깔끔한 기타 사운드와 모리시(Morrissey)의 감성적인 가사라는 쌍두마차를 지닌 스미스는 당대의 주류 음악에 대한 얼터너티브였으며, 저 두사람의 락과 팝에 대한 견해 차이는 묘한 긴장의 줄타기를 하며 두 장르 모두를 충족시키는 음악을 탄생시켰다.
(여담이지만, 모리시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문제는 공표할 듯 말듯 하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라는걸 보여준 최초의 뮤지션이었다. 데이빗 보위 이하 영국의 모든 글램락 뮤지션들은 모리시에게 부채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까지 재미없는 글을 성실하게 읽은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도대체 매드 체스터는 뭐냐고. 그러니까 매드 체스터는 저 밴드들을 통칭하는 단어이다. 맨체스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락과 팝, 두 장르의 교배를 시도하면서 당시 맨체스터에서 유행했던 24시간 영업 클럽에서 항상 틀어대었던 댄서블한 음악을 추구하였고, 팝의 중흥기였던 80년대와 그로 인한 락의 공백기를 한번에 메워버린 뮤지션들의 집합체. 이들의 음악에서 락을 빼버리면 80년대의 일렉트로니카라 일컬어지는 레이브가 나타나고, 팝을 빼버리면 브릿팝이 된다.

스톤 로지스(Stone Roses)의 셀프타이틀 앨범 리뷰의 시작으로 너무나 많이 돌아온 것 같다.
이 리뷰의 주인공인 스톤 로지스는 데뷔앨범인 본작 Stone Roses로 시쳇말로 단번에 매드 체스터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스톤 로지스는 위에서 언급한 조이 디비전과 뉴 오더의 사이키델릭함과 댄서블한 리듬감, 스미스의 깔끔한 기타팝을 한데 뭉뚱그려 너무나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내버렸다. 이 앨범의 가치는 당시 맨체스터의 놀기 좋아하는 클럽의 ‘날라리’들에게 춤추기 좋은 음악을 제공하였다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 90년대 가장 쿨한 밴드는 주류 락에 대한 영국식 얼터너티브였고, 브릿팝의 실질적인 효시였으며 모던락의 틀을 마련했다.

전통적이고 오소독스한 락은 강렬한 비트와 질주하는 리프, 강박적이기까지 한 팽팽하고 긴장된 보컬, 구태의연해진 기존질서에 대한 저항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맨체스터의 놀기 좋아하고 풀어질 대로 풀어진 젊은이들은 이런 게 싫었다. 강박적이고 강렬한 것보다는 흐느적거리고 편안하게 몸을 맡길 수 있는 리듬과 멜로디를 원했던 것. 스톤 로지스의 데뷔앨범의 대성공을 생각해보면 기존 락에 대한 염증이 비단 맨체스터에만 한정된 것은 아닌듯 싶다.

하나의 인격체를 대하는 느낌의 I wanna be adored, 사뿐한 뉴 웨이브 리듬을 시퀀스 없이 기타와 베이스로만 가공해낸 She bangs the drum, 가장 사랑 받는 스톤 로지스의 명곡 Elephant stone, 사이키델릭하면서도 아트락의 품격마저 느끼게 하는 Waterfall, 사이먼 앤 가펑클의 Scarborough fair를 패러디하여 엘리자베스 여왕을 조소한 가벼운 농담 Elizabeth my dear 등등 도데체가 어느 하나 빼놓을 트랙이 없다. 거기에 잭슨 폴락의 그림을 앨범 재킷으로 삼은 센스까지 탁월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앨범이 과거가 아닌 미래를 대변했다는 데에 있다. 플로어에서 춤출 수 있는 락, 부드러운 멜로디의 락을 구현하였다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의 브릿팝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였다는 점이 이 앨범의 가치를 말해주고 있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6/11/25 22:49
수정 아이콘
20살때 이 앨범 나의 사운드 트랙이였는데, 스미스와 펄프와 펄잼과 함께...
marchrabbit
06/11/26 00:26
수정 아이콘
이때까지 스톤로지스 싸이키델릭이려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_-a
lost myself
06/11/26 01:02
수정 아이콘
I wanna be adored. 인트로가 생생해요. 크흑ㅠㅠ GENE도 좋죠. 크흑 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879 [제안] 좋은 책 추천해 주세요 [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34] 비롱투유4043 06/12/09 4043 0
27877 시드자들의 조지명식 예상 [12] love JS4723 06/12/09 4723 0
27874 협회가 밝혀준 사실에 근거하여 풀어본 12월 랭킹 1,2위 입니다. [84] namo5474 06/12/09 5474 0
27873 김형칠선수와 제임스김 [9] 난이겨낼수있3658 06/12/09 3658 0
27872 신한 마스터즈 출전 [7] 信主NISSI5043 06/12/09 5043 0
27871 드디어 예상해보는 OSL 조지명식 [시드들의 지명예상] [12] 처음느낌3954 06/12/09 3954 0
27870 스타의 보는 즐거움을 더 크게 할수 있는 아이디어. [4] 캐터필러3865 06/12/09 3865 0
27869 그 동안 모두가 착각하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네요. [86] 천마5774 06/12/09 5774 0
27868 해설진들의 말말말! 뭐가 기억남으세요? [60] 포로리5073 06/12/09 5073 0
27867 월단위, 연단위 랭킹선정이 적당할까?(추가) [6] 信主NISSI4059 06/12/08 4059 0
27865 [KeSPA Release]KeSPA, 랭킹관련 게임단 사무국, 감독 회의 개최 [94] Altair~★4097 06/12/08 4097 0
27864 어떤분이 조만간 스타 소설을 하나 올리신다네요~ [6] 베프안나3657 06/12/08 3657 0
27862 나름대로 랭킹점수를 풀이해 보았습니다. [13] 랩퍼친구똥퍼4319 06/12/08 4319 0
27860 신규맵 히치하이커를 비판한다. [56] 라구요5186 06/12/08 5186 0
27859 집에서인터넷방송으로스타보시는분을위해... [10] USBports3977 06/12/08 3977 0
27858 최근 여타 커뮤니티 사이트의 반응들을 보면서... [55] 아유4272 06/12/08 4272 0
27856 불신의 협회 <파포 펌> [31] 천마3935 06/12/08 3935 0
27855 언덕러커와 옵저버 생존율을 위한 팁 [18] 포로리4255 06/12/08 4255 0
27854 토스 vs 테란에서...<박영민 선수 관련글> [44] jyl9kr5011 06/12/08 5011 0
27853 다시 돌아올 그들을 믿습니다. [4] 포로리4357 06/12/08 4357 0
27852 드디어 듀얼 마지막조 I조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190] 팬이야4544 06/12/08 4544 0
27851 엠겜 협회에 드디어 대응하는 건가요? [78] OPMAN5067 06/12/08 5067 0
27850 저그 게 섯거라! 저그의 3대 비기에 대한 파해법 쳅터1! [3] 종합백과4257 06/12/08 425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