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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7/27 01:51:21
Name 김인용
Subject 스포츠에서 신인이란...
이동국, 이천수, 최성국, 박주영...

모두 청소년 무대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선수들입니다. 1999년 우리는 이동국에게 아시아 선수로는 보기드물게 체격과 유연성을 겸비한 완성형 스트라이커의 모습에 열광했습니다.

2001년 이동국에게는 없는 스피드와 발재간을 바탕으로한 재치있는 플레이를 가진 이천수가 청소년계의 새로운 에이스가 되었습니다.

2003년 이동국, 이천수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센스와 드리블링을 주무기로한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주는 최성국에게선 한국 축구의 희망찬 미래를 기대했습니다.

2005년 박주영에겐 이동국, 이천수, 최성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 박자 빠른 정확한 슈팅을 무기로 장착한 믿을 수 없는 골 결정력에 국민들은 환호했습니다.

오르테가, 리켈메, 아이마르, 사비올라, 테베즈, 메시....

전부 '제2의 마라도나' 라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위 선수들의 공통점은 신장이 작거나(리켈메를 제외하고), 기술이 좋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스타일상으로 전혀 다른 선수들입니다. 단지, '제2의 마라도나'는 '새로운 영웅'에 대한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열망이지 위 선수중에서 정말로 마라도나와 흡사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스포츠 무대에서 신인이란, 기존의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플레이를 보여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야 새로운 스타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곧 팬층의 확대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단지 '제2의 누구누구' 가 되어서는 신인이라는 존재 이상으로 넘어가는 한계점을 넘기 힘들게 됩니다. 즉, 판이 커지기 힘들다는 겁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타계도 진지하게 고민해야될 시기가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강민이 등장했을때, 그의 '정석'으로 알려진 플레이까지 뒤흔드려는 시도와 그것이 결코 무모함이 아니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운영에 우리는 환호했습니다.

최연성은 물량도 물량이지만, 우리를 더욱 놀라게 했던것은 대놓고 멀티를 가져가는 그의 배짱과 그것을 상대방이 바라만 볼 수 밖에 없게만드는 엄청난 수비력과 치밀한 심리전, 그리고 물량이 갖춰졌을때 치고 올라가는 예리한 타이밍이었습니다.

박성준은 화력이란 측면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는 저그란 종족으로 테란과 프로토스를 때려잡아버리는 모습이 예술이었습니다.

박태민, 마재윤은 손쓸 수 없는 범위에서 늘어나는 멀티와 상대방이 뭘 하듯 꿰뚫어버리는 운영으로 테란, 프로토스 가릴것 없이 무너뜨렸습니다.

오영종, 박지호, 송병구는 박정석을 능가하는 시원한 물량에(특히 질럿중심!) 테란전에서의 아비터를 주활용유닛으로 바꿔놓음으로써 프-테전 역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저러한 플레이를 보는것에 전혀 놀랍지 않게되었습니다. 아마 우리는 '스타'의 '극'을 이미 보고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토스의 대 테란전에서 아비터 다수를 보는것도, 저그의 대 테란전에서 디파일러의 적극활용을 보는것도, 토스의 대 저그전에서 수비형 프로토스를 보는 것도 이제는 더이상 놀라운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최연성, 마재윤, 강민 식의 장기전을 바라보는 물흐르는 듯한 운영도 어느덧 대세가 되어버려 걸핏하면 장기전이 속출하게 되었습니다.

최연성! 물론 물량 잘 뽑습니다. 그러나 요즘신인들에게 물량은 테란이 기본이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테란이 토스를 물량으로 압도하는 일...최연성, 이윤열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마재윤! 물론 대 테란전 귀신입니다. 그러나 테란의 온갖 견제를 다 막아내며 장기전끝에 테란에게 승리하는 일...요즘 신인들의 테란잡는 비법중 하나가 되엇습니다.

박지호! 오영종! 물론 이들의 트리플 넥서스와 물량은 특별하지만, 어느덧 트리플을 바탕으로한 물량전은 대 테란전 정석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TP전에서의 원팩더블vs트리플의 물량전, TZ전의 더블커맨드vs12드론+3가스, PZ전의 더블넥vs부자저그의 경기상황을 너무 자주보게되었습니다.

새로운 맵? 맵이 등장한지 몇주 안지나서 모든 전략이 드러나게 되고 그에 대한 맞춤빌드가 속속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얼마안가 위와같은 경기 양상으로 회귀되지요. 이 때문에 백두대간같은 극단적인 맵이 나온 건지도 모릅니다.).
신인이란 이름으로, 뉴페이스란 이름으로 등장한 선수들...과연 저 위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선수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신인으로 출전해서 질 수 없다는 압박감이 오히려 정형화된 게임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요?

그렇기에 김태형 해설위원이 '기계적이다' 라고 푸념한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앞으로 신인이란 명함을 달고 등장한 선수들에게

이재훈처럼 몇안되는 물량에 요상하게 테란을 제압해버리는 모습을
박성준처럼 벌쳐, 마메를 때려잡는 저글링을
한동욱처럼 앞뒤 가리지 않는 마린 메딕을
박용욱처럼 집요한 프로브와 질럿을
김성제처럼 상대 scv를 전멸시키는 리버를
강   민처럼 꿈꾸는 셔틀을

볼 수 있을까요? 요즘 신인들의 기량...선배 선수들을 바짝 긴장시킬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은 말할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이제 스타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그러기에 특출난 신인의 탄생이 아쉬운 건지도 모릅니다.

ps) 요즘 등장하는 선수들...이제 멋들어진 별명조차 붙여주기 힘들게 되었죠(생김새나 이름으로 지은 별명이 아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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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臨天下
06/07/27 02:02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이제는 신인이라는 구분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막시민리프크
06/07/27 02:06
수정 아이콘
경기가..재미가 없어진듯합니다..하지만...점점..플레이에 틀이 바뀌고 있다고 느껴지는점..
06/07/27 02:29
수정 아이콘
저 같은 경우에는 신예 선수의 등장도 그리고 올드게이머 분들의 부활이나 좋은 활약도 모두 좋아하는 편이라...
신예 선수들 중에서도 특별한 색깔을 내는 선수들도 가끔 보이던데...~
계속 서로 공존하며 멋진 게임 많이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예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패기가 그리고 올드게이머 분들에게는 로망과
스타일리스트 적인 모습이...
Eye of Beholder
06/07/27 02:35
수정 아이콘
리플이란게 상향 평준화를 가져 오기도 했지만, 그만큼 스타의 수명 단축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스포츠의 스타는 아직도 더 갈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좀 더 빨아 먹을 수 있는 꿀단지를 깨놓고 퍼먹은거 같아요
06/07/27 10:14
수정 아이콘
요즘 신인은 개성이 없다. 다 똑같다 라는 평가는 수년 전에도 지금에도 똑같이 나오고 있는 것 같네요. (그럼에도 그 사이에 박지호, 오영종, 한동욱 같은 선수들이 등장했죠.) 스타크래프트의 끝이 있다고 하는 순간 언제나 선수들은 새로운 것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스타리그가 재미있죠. 혹자들이 말하는 데로 '다 똑같다. 재미없다' 가 대세였다면 이미 망해버렸겠죠.
사악한인간
06/07/27 13:51
수정 아이콘
그러나 K.DD님의 말과 이 경우는 다르다고 봅니다.
저그는 디바워러와 디파일러의 사용이 너무나도 빈번해졌고,
프로토스는 아비터 안쓰면 지고, 테란 또한 대 프로토스 전의 레이스의 사용이 빈번해졌습니다.
즉 더이상 사용할 유닛이 없다는 측면에서 그 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죠.
다만, 지금 기대 해 볼만한 것은, 기량의 발전이 아니라,
빌드의 상성으로 인한 예전의 전략을 활용하는 것..그정도 밖에 없는 것 같네요.
06/07/27 16:56
수정 아이콘
많은 분들이 자꾸 눈에 확띄는 혁신적인 한 선수만 보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전체적인 흐름을 눈여겨 보면 선수들이 대체적으로 점점 나아지고 잘 다듬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흐름에 발맞추어 나아가면서 대다수의 게이머들의 대세가 가다듬어지구요. 저는 이런 것도 기량의 발전이라고 봅니다. 그런 흐름이 고착화될때 거기에 대항하는 또 다시 다른 흐름이 나타나는 것이겠지요. 이 흐름에 동참하는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다들 그저 그래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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