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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6/06 16:29:40
Name kama
Subject [연재]Daydreamer - 8. 교점(交點)


  “역시 뭐든지 처음 시작할 때의 기반이 중요한 거야. 서둘러 봤자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스타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하니 아주 기초적인 것은 배우지 않아도 되겠지만 워3는 어디까지나 스타와 다른 게임이고 그 차이를 빨리 깨닫는 것이 좋을 거야.”

  “무턱대고 사람과 시합을 벌이는 것은 좋지 못한 시도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덤벼봤자 패배하고 흥미만 잃기 쉽거든. 처음에는 컴퓨터 하수와 게임을 하면서 어떤 유닛이 어떤 기능과 공격 타입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건물과 빌드에서 생산이 되는지를 먼저 차분히 머릿속에 익혀나가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난 생각해. 특히 영웅의 스킬이나 유닛의 능력 등을 익혀나가는 데는 사이트에서 눈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써보는 것이 훨씬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 될 거야.”

  “워3에는 4가지의 종족들이 있어. 휴먼, 오크, 언데드, 그리고 나이트 엘프. 스타크래프트의 3종족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각 종족마다 영웅과 유닛의 특징, 활용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자신이 어떤 종족을 주종으로 삼을까에 대한 확정이 없다면 물론이고, 한 종족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컴퓨터와 할 때는 모든 종족을 해봐야 해. RTS란 종족은 자기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같이 하는 게임이니 자신의 종족만을 이해해서는 안 되는 법이지.”

  “기본적인 빌드나 유닛 구성은 내가 알려주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많이 보는 것이 좋아. 워3같은 경우는 리플레이를 받아서 보는 편이 양도 많고 자원관리 같은 것도 볼 수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초보 단계에서는 방송VOD를 보는 편이 좋을 거야. 해설들의 말을 들으면서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나쁜지를 쉽게 캐치할 수 있으니까.”

  “어느 정도 유닛 활용에 대해서 알았다면 컴퓨터 중수를 상대로 연습을 해봐. 중수를 상대로 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어느 정도 생산력을 갖출 수 있게 되거든. 아무리 빌드를 외우고 조합을 갖춘다고 해도 뽑지를 못하면 소용없으니. 건물을 단축기로 지정해서 컨트롤과 생산을 동시에 하는 법을 손에 익혀두는 거야. 또 가능하다면 게임을 할 때마다 테마를 정하는 게 좋지. 빌드의 선택은 물론, 혹은 유닛 컨트롤에 치중한 게임이나 영웅을 중심으로 한 게임을 하는 식으로.”
  
  과거에 스타가 전국적으로 히트를 치던 시기에야 PC만 가져다 놓으면 장사가 된다는 공식이 존재했지만 현재는 그 수요가 줄어서 다양한 서비스와 질적인 고급화 등 차별화 된 방법을 사용하면서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인테리어를 바꾸고 컵라면의 가격을 내린다고 해도 결국 PC방은 PC방. 사용 목적과 방법은 공통된 하나의 공간이었다. 그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PC방이 한 개인에게 큰 차이점을 가지고 찾아온다면 그건 외부적인 요소 때문이 아니라 내부적인 요인 때문일 것이다.
  진희가 화진 고등학교 앞에 있는, 극히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 PC방에 들어갈 때마다 희미한 미소를 짓는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 장소는 그에게만은 정말로 특별한 장소였다. 물론 그의 인생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앞으로 살아갈 기간이 산 기간보다 길 것이 분명했고 그 사이에 이보다 더 기억에 남을 장소가 없을 거라는 보장은 없기에 일생일대의 공간이라 표현하기는 조금 난감하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임에는 분명했다. 그는 아직도 이 정문을 열 때마다 거기에 부딪쳐서 넘어지는 한 여학생을 보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굳이 따지자면 좋다기보다는 애매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런 장소를 다른 여성과 같이 앉아있는 기분은. 더욱이 그의 환상 속에 존재하는 여학생이나 지금 그의 옆에 앉아있는 여학생이나 사실 공식적으로(물론 비공식적으로도) 그와 별 사이가 아니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그 애매한 기분은 더욱 설명하기 난감한 감정이었다. 그렇기에 진희는 어떤 설명이나 반론을 제기하기 보다는 그냥 웃으면서 넘어갔다.

  “자자, 방학도 거의 끝나가는 데 빨리 다음 단계로 가자고.”

  지금 옆에 있는 여학생의 이름은 백민혜였다. 그보다 2년 후배인 화진 고등학교 1학년 생으로 어느 더운 여름날 갑자기 그에게 다가와 사랑한다고 만화에나 나올 법한 고백을......하지는 않고 워3를 가르쳐 달라는 부탁을 했던 여성이었다. 한동안 가연과 같이 생활을 했다고 해도 게임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여성에 내성이 심히 부족한 진희는 어리벙벙하여 그 부탁에 짧고 간결한 긍정의 표현을 하고야 말았고 결국 이렇게 같이 PC방으로 온 것이다.

  “이제 WEG 예선에 들어갔죠?”

  “아, 응.”

  “연습하기도 바쁜데 괜한 시간을 빼앗은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니야. 그리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도 아니고, 또 나도 도움이 되거든. 내가 어느 순간에 잊어버렸던 초보였을 시의 마음을 다시 찾게 되니까. 그런 의미에선 내가 감사하고 싶은 마음인데.”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방학 기간이기는 했지만 진희는 WEG 예선에 대비하느라, 민희는 학원에 다니느라 서로 워3 연습을 위해 자주 만나기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PC방 요금이라는 것이 많아 보이지는 않더라도 고등학생의 자금 수준으로는 오래 하기에 무리가 있는 법. 다행히 민혜의 컴퓨터에 워3가 깔려있고 집에서 게임을 하는 것에도 큰 문제도 없었기에 진희는 간단하게 만난 자리에서 약간의 시범과 함께 간단한 내용들을 전달해주면서 집에서 컴퓨터와 대전을 통해 조금씩 기반을 다지게 하는 방식으로 그녀에서 워3를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간 내기도 힘든데 오늘은 같이 팀플을 해보자. 컴퓨터를 상대로 기반을 닦았다고는 해도 사람은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플레이를 하는 법이고. 뭐, 컴퓨터 중수를 상대로 무난하게 이길 정도면 같이 레벨이 한자리인 사람들 상대로는 어느 정도 승산이 있지만 그래도 같이 할 사람이 있으면 같이 플레이 하는 편이 훨씬 좋거든. 사실 요즘엔 그런 저 레벨의 사람도 많지 않고......2:2는 1:1과 빌드와 영웅 활용에서 차이가 나니까 그건 하면서 천천히 알려 줄게.”

  “으음, 선배랑 같이 하면 제가 아무리 못해도 이길 것 같은데요.”

  민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싱끗 웃으며 재빨리 초대한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컴퓨터와의 혈전 끝에 결정한 자신의 주 종족을 선택했다.......이것 참 웃어야 할지. 진희는 랜덤을 선택한 자신의 즉석 아이디 밑에 있는 종족을 보고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그래도 피온의 어벙한 표정에 매력을 느끼며 칩짱의 카리스마가 맘에 든다는 쪽은 애콜라이트의 만세삼창과 시체 먹는 구울이 귀엽다는 모 여학생보다는 정상에 근접한 인물일려나.

  ‘옛날 생각이 나는군.'

  진희는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상대를 검색해주는 시간을 틈타서 잠시 고개를 비스듬히 올렸다. 다만 그 때는 지금과는 반대 상황. 지금처럼 실력 차이가 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 때는 그 모 여학생에게 배우는 입장이었다.  

  ‘그 때도 팀플을 했지. 당연히 이길 것이라는 예상으로 했었는데......그 상대가 K.D의 신의식과 로이 앤더슨이었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어.’

  사람은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기다린다. 그렇기에 이제는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추억하며 그리워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일도 아니었지만 그는 지금 한 여학생에게 워3를 가르치는 현재 자신의 모습과 한 여학생으로부터 새로운 길을 인도받았던 그 때의 자신을 비교하면서 살며시 웃었다. 사람의 인생이란 역시 재밌는 거다. 이런 말을 하기엔 인생의 깊이가 한참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안 잘 거야?]

  [잠시 만요. 불편하면 스탠드 끌까요?]

  [아니, 그 정도는 상관없어. 그렇게 예민한 성격은 아니니까. 나 신경 쓰지 말고 좋을 만큼 연습하고 자도록 해.]

  리허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불을 머리 위로 끌어올렸다. 계속해서 자기 방 안의 컴퓨터로 연습을 하던 조우렌은 잠시 그런 리허를 쳐다보다가 손을 내밀어서 스탠드의 불빛을 껐다. 리허는 다시 한 번 자신은 상관없으니 눈 나빠지기 전에 키라고 말하려 하다가 불필요한 충고라는 생각에 그대로 자세를 유지하였다. 다만 그 상태 그대로 잠에 빠져든 것은 아니었다.
  어른들이 쉽게 생각하기 쉬운 착각이 있다. 특히 상당한 돈과 권위가 있는 ‘어른’이 하기 쉬운 착각인데 언제나 자신의 판단이 옳으며 결국에는 자식이 이런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말을 따르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착각이라는 말이 붙었듯이 이런 생각은 항상 들어맞는 공식이 아니다. 가끔씩은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히려 청소년의 반항심에 불을 붙여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발생하고 만다.
  앞뒤 사정 잘라버리고 보면 지금 조우렌의 모습이 좋은 표본이 될 것이다. 전화로 연락 왔던 것처럼 며칠 전에 조우렌의 부모가 숙소를 방문했다. 그의 아버지는 천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핸드폰과 컴퓨터 부품 등 IT관련 상품들을 수출, 배포하는 수입 회사의 사장으로 그쪽 계열에서 상당히 유명한 인물로 애초 재계 쪽에 관심이 많았던 리허도 알고 있던 인물이었기에 살짝 놀랐다. 실제로 중국에서 컴퓨터를 접하고 워3라는 게임에 몰두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집안 자체가 어느 정도 부를 축적하고 있어야 하기에 조우렌이 자신처럼 어느 정도 사는 집의 아들이라고 막연히 추측은 하고 있었지만 이정도의 거물일 줄이야.
  하지만 그런 거물이라고 해도 대화 자체는 그의 추측 범위 내였다.

  [장난은 이제 그만둘 나이가 되지 않았느냐, 이제 집으로 돌아와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라.]

  [싫어요. 아버지가 보기엔 애들 장난일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아니라고요!]

  ......예전에 자주 보던 드라마와 헛갈리기는 했지만 어감은 다르더라도 내용적인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 대화가 부자 사이에 반복되었다. 그래도 이 숙소 내부가 차분했던 것은 이 직종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대화기 때문이리라. 사회적 지위도 있다 보니 몽둥이를 들고 와서 두들겨 패면서 질질 끌고 가려 하지 않은 것에 오히려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쳇, 어쨌건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거지.’

  예의치 않게 남의 가족사에 얽히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조우렌은 계속 숙소에 남아있고 오히려 예전보다 더 열심히 연습을 하기 시작했으니 어느 정도는 해피엔딩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원래 그는 계속해서 TV연속극을 보는 기분으로 부자간의 갈등을 바라보려 했다. 남에게 신경 쓰지 않기로 유명한 중국인이기도 하거니와, 어떤 일이 있어도 워3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 아닌 확신이 있었기에 그런 편한 마음으로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숙소에서나 그렇게 행동했지,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주로 조우렌과 가장 친하고 팀 내 영향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 나서서 구출(?)을 해야 한다는 매니저의 부탁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가족 식사라는 명분 아래에 마련된 저녁 식사에 끼어드는 불상사가 생긴 이후로는 그렇게 태연하게 방관할 수는 없었다. 부자라는 표현보다는 재벌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집안답게 찾아간 음식점은 천진에서 이름난 곳이었지만 그는 무거운 분위기에 휘둘려서 눈앞에 있는 오리고기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물론 가정교육을 잘 받은 사람답게 결국 남기지는 않았다) 차라리 말다툼이라도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거기에 껴서 옹호를 하던 그 틈을 타 살짝 물러나던 어떻게든 방도를 취하겠지만 침묵이 계속 유지되고 있어서 사소한 말 한마디라도 꺼내기 힘들었다.
  
  [젊었을 적 나와 같이 회사를 운영했던 한 친구가 회사를 떠났네.]
  
  결국 어떻게든 자리를 빠져나와 발코니 쪽에서 잠시 바람을 쐬면서 잠시 한 숨을 내쉬고 있을 때였다. 조우렌의 아버지, 조우윤(周雲)이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약간 어색한 자세로 거리를 두고 발코니에 기대는 행동이 리허를 쫓아 왔다고 하기 보다는 그처럼 머리를 식힐 생각으로 찾아온 느낌이었다. 하지만 연장자에 사회경험이 풍부한 대기업의 사장님이어서 일까, 그 어색함을 먼저 깨부순 것 역시 그였다.

  [......떠났다고요?]

  [그래. 단순히 그만 둔 것이라면 이 삭막한 환경에 지쳐서 떠났다고 생각하며 배웅이라도 해줬겠지만 그런 건 아니었어. 중요한 기밀들을 가지고 경쟁회사로 넘어가 버린 거지.]

  애써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던 리허는 그 말에 멍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중역이 주요 자료를 가지고 회사를 옮겼다는 회사의 기밀에 해당되는 이야기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다니. 그런 소문이 퍼지면 주가도 폭락하는 식의 불이익이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하지만 곧바로 리허는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 이것은 한 기업의 사장이 아닌 한 아이의 아버지로 아들의 친구에게 상담하는 것이다. 자신의 고충을 가족에게는 말할 수 없는 남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연륜은 있었기에 리허는 상대를 단지 친구의 아버지로만 생각하기로 하고 긴장했던 몸을 풀었다.

  [형 둘이 이미 기업을 이어가기 했기 때문에 그 애만큼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었네. 처음 집을 나갔을 때는 오히려 형제간의 분란이 생기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안도를 하기도 했고. 하지만 그 일이 있고 나니까 세상에 믿을 사람은 역시 가족뿐이라는 마음이 생기더군.]
  
  [뭐, 가족도 못 믿는 경우도 다분하죠.]

  [하하, 그래. 그건 그렇지. 그래도 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완전한 타인보다는 나을지 모르니까 말이야. 그리고 고슴도치 사랑일지는 모르지만 내 아들 녀석은 괜찮은 경영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뭐, 17밖에 안 되서 판단은 이르지만 적어도 바보는 아닌 것 같긴 합니다.]

  약간의 웃음. 리허는 그 순간을 활용해서 더 본질적인 논제로 파고 들어갔다.

  [하지만 민감한 사춘기의 나이다 보니 억지로 데려가는 행동은 그다지 좋지 못할 것 같은데요. 저 나이 때는 흔히 반항을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니까요.]  

  [잘 아는군.]

  [저야 그 시기가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가.]

  조우윤은 시선을 돌려서 발코니 밖을 바라보았다. 자신들의 요리점이 천진에서 손꼽히는 고급 음식점이라는 것을 알리기에는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솜씨 좋은 종업원들과 고대 중국의 온갖 문양을 새겨넣은 현란한 내부 장식, 그리고 TV에도 소개가 되고 공산당 간부들에게 식사를 접대했다고 명함에 새긴 요리장들이 만든 음식도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이 음식점에선 그 광경만으로도 충분한 증거가 되어줄 것이다. 공업 도시인 천진에서는 보기 드문 시원한 자연 경치.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잘 모르겠어.]

  [네?]

  [어째서 게임이라는 것에 그렇게 집착하는 건지.]

  [......]

  [솔직히 애들 장난이라고 생각했네. 프로니 뭐니 이름을 붙인다고 해봤자 게임은 게임일 뿐이고 젊은 사람들이 잠깐 동안 즐기는 정도라고 말이지. 그래서 렌도 내가 부르면 금방 포기할 것이라고 여겼고.]

  아아, 그렇군. 리허는 속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이 사람은 셋째 아들인 조우렌이 형들에게 치여 회사 일에 관여하지 못하리란 걸 깨닫고 이 일을 핑계로 뛰쳐나온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군. 그러니까 정식으로 후계자 교육을 시키면 금방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만.....그 때 조우윤은 시선을 다시 리허에게로 돌렸다.

  [내가 듣기에 자네는 난카이 대학에 다닌다고 하던데.]

  [뭐, 지금은 취업휴학 상태이지만요.]

  [이해가 되지 않는군. 어째서 자네 같은 인물이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거지? 훨씬 장래가 촉망되고 안정적인 길을 나갈 수 있는 자네가.]

그것은 그의 아버지를 비롯해서 다른 사람에게 여러 번 들었던 질문이었고 동시에 그 자신도 몇 번이고 되물었던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멋쩍은 듯 웃으면서 ‘자신도 이해가 안 간다.’ 라는 식으로 넘어갔었다. 하지만 리허는 잠시의 망설임 끝에 말을 삼켰다. 이왕에 약간 진지해진 것 그리 나쁘지 않겠다고 스스로 납득하면서,

  [전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워3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리허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단지 승부를 즐길 뿐이죠.]
  
  딸깍, 피이이잉. 어떤 기계가 정지하는 휘파람 소리가 살며시 들리면서 동시에 그의 회상도 끊어졌다. 그나마 방 안을 밝혀주던 스크린의 뿌연 푸른빛마저 사라지자 방 안은 완전히 어둠에 잠겼지만 그래도 발자국 소리와 이불 부스럭 거리는 소리는 그 어둠을 뚫어냈다. 이제야 연습을 끝낸 모양이군. 그는 다시 한 번 결과가 좋으면 모두 좋은 일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면서 잠의 연못에 몸을 내던졌다. 하지만 그 때, 잔 생각 하나가 그 것을 방해했다. 지금까지는 궁금하지도 않았고 궁금하게 여길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지만 이제 와선 뭔가 이빨에 끼인 음식물, 혹은 손톱 사이에 낀 가시처럼 귀찮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껄끄러운 생각이.

  ‘조우렌 녀석은 왜 게이머가 된 것일까.’




  1부 : Romance
1. Boy meet Girl
2. Boy meet Guy?
3. 남매
4. 데이트
5. 발을 내밀다
6. 예선 7일전
7. 끝과 시작
8. Log Bridge
9. 그리고

  2부 : Daydreamer
prologue
1. new challenger
2. 각자의 이유  
3. 한국으로
4. meet again
5. 한여름날 어느 복도
6. 東과 西
7. The Benissant




  PgR자게의 최소조회수 2,3위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Daydreamer가 다시 찾아왔습니다......ㅡㅡ;;;; 그래도 시간은 줄였군요. 내용이 받쳐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나마 한동안은 FF12의 습격과 같은 갑작스런 사건이 아니라면 그래도 이 정도 페이스는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그래도 느리지만) 다만 월드컵과 복학 준비의 여파가 얼마나 작용할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나저나 제목 짓기 정말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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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미
06/06/06 16:57
수정 아이콘
우와, 드디어 진희의 교습이 시작됐군요! (제게도 저리 자상하게 워3를 가르쳐 주실 분 없으십니까……;;)
이카르트
06/06/06 20:02
수정 아이콘
이런 글도 오랜만에 보는데, 문체는 굉장히 마음에 드네요(빙긋) 건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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