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11/18 03:15:11
Name 비롱투유
Subject 아직 하늘 있음.
━ 1

얼마전 학교에 노회찬 국회의원이 강연을 왔었어요.
별다른 기대없이 간 곳이라 따뜻한 공기와 푹신한 의자에서 내뿜는 수면가스에 그만 잠이 들고 말았죠..
끝나기 전쯤이야 눈을 떠서 염치없게도 마지막 질문 시간에 번쩍 손을 들고 질문을 했어요.

"현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으로 지금 가장 먼저 해야되는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글로 쓰니까 괜찮은 질문인거 같은데 그땐 뭘 그렇게 긴장했었는지 말도 더듬고 어리버리하게 질문하니까 다른 사람이 웃더군요.
그래도 뭐 상관없었어요.
듣고 싶은 대답을 들었으니까요.              

"시대와 상관없이 일단 하고 싶은 일을 해야죠"


그 뒤로도 5분 정도 길게 말했던거 같은데 그건 기억도 나지 않네요.
원하는 대답은 이것으로 충분했으니까요.















━ 2


하고 싶은 일.          
사실 요새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는데 쉽지가 않네요.
우선 책을 많이 읽으면서 조금은 더 현명한 사람.
착한 사람이 되려고 하는데 가끔씩 무의미 하다는 생각이 들고 말이죠.    

왜냐면 착하다는게 뭔지 현명하다는게 뭔지 모르겠으니까요.
차라리 똑똑한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훨씬 편했을텐데..
뭐 하고 싶은 일이 없으니 선배들 생일자리, 학교행사,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그리고 하염없는 빈둥거림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죠.















━ 3


술을 많이 먹으면 기분이 좋아요.
기분이 좋은데 이상하게 외로워지고 전화기에 손이가죠.
오래전에 끊었던 담배하나 빌려 밖으로 나가 전화를 하고 또 다시 의미없는 대화들.
처음부터 해서는 안될 전화였으니 어쩜 당연한거겠죠.
전화를 끊고나서의 씁슬함.
사람들이 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지 아세요?

왜냐면 인생은 술이나 담배보다 훨씬 쓰거든요.
건방진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저에겐 그렇답니다.    















━ 4


어제는 몇 년만에 여자한테 뺨을 맞았어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뺨을 맞은 것도 아니고 주먹으로 턱을 그것도 세번이나 맞았죠.
울면서 때리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죠.
정말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말이죠.      

헤어지자고 말하는 그녀에게 화가났어요.
왜인지 말도 안해주고.. 나에게 아무런 기회도 주지않고 그렇게 말하는게 싫었어요.
사랑하는걸 왜 몰라주는지 미웠죠.
대체 왜..        
꼭 말을 해야 아는 걸까요?
혼자서 좋아하면 그러니까 짝사랑을 하면 항상 상대방이 눈치채서 금방 탄로나지 않나요?
그런데 왜 둘이 사랑하고 있을땐 상대방의 사랑을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투하고 괴로워 하는걸까요?














━ 4

이런 기분도 꽤나 오랜만이군요.
..............  살고 싶지 않아요.
달라이라마는 자살충동조차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뭐 이렇게 말했던거 같아요.

"현실에서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

그런데 나에게 있어 자살충동은 조금 다른거 같아요.
허무함.
귀찮음.
사는 것이 의미없다랄까요.
현실이 고통스럽기 보다는 의미 없다는게 정답이겠죠.        
궁금하고 두렵죠.
죽음이라는게..                    이렇게 사는게 과연 무엇인지..          
죄 값을 받는거라 하지만,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아프고 울고 그러는건 참 싫어요.
그래서 그냥 죽는다면..
아니, 그냥 예전에 그렇게 죽어버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 5




아직 하늘 있음.                


내 몸의 모든 피로 휘갈기고 싶어요.
하늘이 있다고.. 난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
살아가는 이유로..
살아야하는 희망으로..
━━━━━━━━━━━━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건 바로 이것을 찾는 거였는지 모르겠네요.
살아가는 이유.. 살아가는 희망..
들려주실래요?




모두 잠든 새벽엔 혼자이거든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현금이 왕이다
05/11/18 03:17
수정 아이콘
잘 알고 있잖아요? ^^
renewall
05/11/18 03:25
수정 아이콘
모두 잠든 새벽이란 건 없습니다.
InTheDarkness
05/11/18 03:35
수정 아이콘
뭐 아직 20년도 제대로 못산 저지만...그걸 찾기 위해 오늘도...그리고 내일도 꿈을 꾸며 살아가는게 아닐까요?
05/11/18 05:20
수정 아이콘
마지막 부분은 위대한 캣츠비에서 나오는 대사랑 같군요. 저도 그 대사 아주 공감가던데. 아직 하늘있음. 너무나 희망적인 말.
05/11/18 07:58
수정 아이콘
제가 이 곳에 올린 첫 글에 저는 희망없이도 살 수 있다고 썼었죠
오히려 그것이 가장 희망적이라는 아이러니함이 있지만..
살면서 언제나 성공만 있는 것이 아니듯이 실패도 있고 그러다 보니 아주 사소한 행복도 감사하게 되는 겸허한 마음을 올해는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럴진대, 생활의 힘으로 견딘다면 도저히 각이 안나오는 희망없는 삶도 살아갈 수 있지 않겠나,, 뭐 이런 혼자 만의 다짐을 한게 한두번이 아니지요. 이런 저런 꼴보지 말고 그냥 죽잔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후배 녀석 한놈이 너무 허무하게 익사한게 2개월 전의 일이네요.. 그 녀석의 죽음이 너무 허무하고, 내 인생도 별거 없이 허무하다 느껴질 떄 술먹고 집 앞에 철길 앞에서 기러기 처럼 혼자 울고..그러면서도 결의를 다지죠. 죽지말고, 내일도 살자고. 어쨌건 살아가는데 필요한 희망이란 건 없어요. 그러니 오히려 더 희망적인거죠.^^
위스나셀
05/11/18 08:07
수정 아이콘
하고싶은거 하세요. 대학생입니다.
letter_Couple™
05/11/18 08:19
수정 아이콘
자신이 해야할일중에서 하고싶은것 하세요.
위스나셀
05/11/18 08:33
수정 아이콘
의무를 제외하고 하고싶은거 하세요.

다만 의무가 하고싶은것을 가로막는다면 과감히 의무를 버리십시요.
된장국사랑
05/11/18 09:07
수정 아이콘
모두 잠들어 버린 새벽이란 없습니다.
힘내시고 더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다음에는 비롱투유님의 활기찬 글을 기대합니다.
Nightmare_Devil
05/11/18 09:29
수정 아이콘
왜 벗어나려고만 하나요?
왜 무언가를 찾아야만하고 무언가에 얽매여야만 하나요?
대학생이잖아요.
가끔은 아무 생각말고 아무 고민말고 돈 좀 챙겨서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여행을 가보세요.
솔직히 자기 인생은 자신혼자 가는길입니다.
그 길에 다른사람의 길이 교차로처럼 거미줄처럼 얽혀있을 뿐이죠.
한번쯤은 자신만 돌아보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을 가지는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DreamOnTheHill
05/11/18 10:00
수정 아이콘
비롱투유님께서 하고 싶은 일을 할때가 가장 좋은게 아닐까하네요^^;
그리고 노회찬씨 강연이라..저도 그거 학교에서 들었었는데..
설마 비롱투유님과..저는 같은 학교?;
[...]
징크스
05/11/18 10:16
수정 아이콘
사람이 죽으면 누군가 슬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걸 위해서라도 죽으면 안돼죠.

여담입니다만 (사실 이게 진담일지도) 어떤 만화책인가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습니다.

'언젠가 살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라고 생각될때가 있을꺼야. 그때까지만 살아있자...
My name is J
05/11/18 10:22
수정 아이콘
사실 아무렇지도 않을 용기만 있다면 다 그만둬도 괜찮죠.
누군가의 시선, 기대, 욕망...그 선을 턱걸이라도 넘어서기 위해서- 아둥바둥...하는것도 사실 나쁘지만은 않고-

그리고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요.
말해도 못알아듣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게 귀찮아서 아는 사람들이랑만 살고있지만..그네들에게도 그런걸 기대하진 않아요.
그건.....욕심이죠.
KissTheRain
05/11/18 12:00
수정 아이콘
파울료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비롱투유 님의 그런 생각에 대해 답을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대부분은 고통스러움에서 벗어나고 싶다였지만 허무함떄문에 왜사는지 몰라서 그런 생각도 많이 해봤거든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라는 책은 왜 사는지 몰라서 죽고 싶다 이런생각이 들떄 좋은 길잡이가 되는 책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착하게 산다는것 그렇게 권하고 싶진 않습니다. 착하게 산다는게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떄문에 먼가가 계속 쌓이거든요, 저는 착하다는 소리 많이 듣는데 그게 그렇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은 요즘 안합니다. 세상 사는데는 착한것이 좋아보이진 않더군요.
남에게 피해주지 않을선에서 이기적인게 좋더라고요.
kiss the tears
05/11/18 12:48
수정 아이콘
그렇게 고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는거 같은데요...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지만...
05/11/18 17:13
수정 아이콘
인간은 참 복잡미묘한 생물입니다.

맘속에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고 품고 살다가
현실과의 골을 깨닫게 되었을 때
자기도 모르게 많이 허무에 빠져듭니다.
때문에 가치관의 혼돈을 느끼게 되는 것도 많구요.

어중간한 삶이 우울함으로 빠지기 좋은 늪입니다.

우리 주변에 정말 힘들게어렵게 사시는 분들도 많이 있죠.
그런데 그런 분들이 삶이 허무하다,귀찮다 그러는건 못보았어요.

지금 스스로 가치있다 느끼는 일을 하고있고,
또 앞으로도 그럴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면
음.. 허무나 귀찮음 그런 생각은 잘 안나는 것 같아요.


살아가는 이유,살아가는 희망이라..
분명하게 말해서 세상은 님이 없어도 그냥 잘 돌아갑니다.
님이 꼭 살아야할 필연적인 이유는 세상에 없단 말입니다.

애초 존재하지않는데서 찾으려고 하니 찾기 힘들고 안보이는겁니다.
피상적인 관념과 그래도 더럽혀지고 싶지는 않다는 막연한 마음,
그런 조건하에선 처음부터 답이 없는 문제입니다.

님이 정말 살고싶지않고 사는게 의미없고 허무하게 느껴진다면,
갖고 있는 통장의 돈, 아끼는 옷, 책, 컴퓨터 뭐 이런것들
다 주변사람들한테 줘버리세요.
어차피 사는것 자체가 별 가치가 없다면요.

그러긴 힘들겠죠?
아직 살고 싶은 맘이 있으니까요.

비롱투유님께서 희망을 갖고 싶다면
님의 삶, 시간 자체에 애착을 가지세요.

님의 사는 것에 진정한 가치를 부여할수있는 것은 님뿐입니다.

살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살 수 있는 것은 인간뿐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살아가는 모든걸 느끼고 겪고 그러면서 순간순간을 보내세요.
아픈것도, 싫은것도 그런 기분이 든다는게 신기하고 재미있지 않습니까?
좋고, 행복하고 그런거라면 말할것도 없구요.

지금은 그렇게라도 살아보시길 바래요.
님의 지금 다소 우울한 기분, 허무하다는 생각도
살아가다보면 언젠가는 꼭 바뀔거니까요.

또, 살면서 모든걸 걸어보고 싶다
그런것을 찾았다면 거기에 다 걸어보세요.

처음부터 답을 찾으려 말고
살아봐야, 사는 경험속에 그 힌트들이 나올겁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8525 컴퓨터 조립을 위한 조언과 정보 Ⅲ [16] FTossLove3854 05/11/18 3854 0
18524 컴퓨터 조립을 위한 조언과 정보 Ⅱ [14] FTossLove4034 05/11/18 4034 0
18523 차기OSL....주목할만한 점들 [18] 로베르트4082 05/11/18 4082 0
18522 컴퓨터 조립을 위한 조언과 정보 Ⅰ [13] FTossLove3810 05/11/18 3810 0
18521 WCG Today! 서지훈, 이재훈 선수 출전 [135] 종합백과5191 05/11/18 5191 0
18518 06 월드컵 때 한국이 브라질을 이길 방법이 전혀 없을까요? [46] 바카스4356 05/11/18 4356 0
18516 [질문]국적포기에 관해. [29] zenith3503 05/11/18 3503 0
18515 주저리 주저리 [5] 총알이 모자라.3777 05/11/18 3777 0
18514 아아!! 아쉽다 임요환!!!!!!!!!!! [53] 낭만토스6011 05/11/18 6011 0
18512 아직 하늘 있음. [16] 비롱투유4070 05/11/18 4070 0
18511 DC에서 일어난 인터넷 용어의 어원을 살펴보자. [36] 루루5684 05/11/18 5684 0
18510 안돼... 여기서 gg 치면 나의 스타리그가 끝나고 말아... [8] ggum3373478 05/11/18 3478 0
18509 추억의 아동영화 [31] 럭키잭6455 05/11/18 6455 0
18507 2대2 팀플을 잘하는 방법 (로템,헌터 ) [24] 쓰루치요5653 05/11/18 5653 0
18506 <왔다> (노신의 글 그 다섯번째) [4] 雜龍登天3869 05/11/18 3869 0
18504 [yoRR의 토막수필.#5]내 인생 오늘만 같아라. [7] 윤여광4001 05/11/17 4001 0
18501 박용욱 스럽게....... [22] 라구요5355 05/11/17 5355 0
18500 좋아하는 사람,사랑하는 사람 [13] 이쥴레이4855 05/11/17 4855 0
18497 PGR bbs [15] 데스3629 05/11/17 3629 0
18495 WCG 시작되었네요.. 그러나...(스포일러) [288] 초록별의 전설10228 05/11/17 10228 0
18494 '人山人海' [10] paramita3854 05/11/17 3854 0
18493 [영화이야기] 용서받지 못한 자 - 윤종빈감독 (스포일러는 없음) [23] hope2u3850 05/11/17 3850 0
18492 위기의 전자랜드.. [16] HerOMarinE[MCM]4261 05/11/17 4261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