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8/15 03:04:14
Name 시퐁
Subject 글에는 예의가 필요하다.
'개념좀 탑재하고 까실려면 까세요.'

'생각해보면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이해하실 겁니다. 그 부분을 생각해주시길, 그리고 나서 비판하시기 바랍니다.'

위 두 문장은 알고 보면 똑같은 의미입니다. 직설적이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권하는 것은 두번째 문장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일까요, 똑같은 말인데 하나는 안되고 하나는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여기 오시는 많은 분들이 당연히 그 답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표현하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글을 보다보면 가끔 너무 직설적으로 표현한 문장들이 많이 보입니다. 물론 의도적으로 그런 경우도 많이 있겠지만(저는 의도적으로 그러는 것이 더욱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모르게 쓰신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다시 한번, 이미 아실테지만, 그러기에 더욱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되는 이유를 풀어놓겠습니다. 아니라고 생각되시면 과감히 아니라고 코멘트 달아 주세요.

사람은 혼자 살지 않습니다. 물론 '어차피 혼자 사는 존재'라는 표현도 있습니다만, 그건 다른 문제죠. 무인도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사람은 다른 사람과 엮여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 와중에 전부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산다면 필연적으로 피해자는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갖가지 강제적이거나 강제적이지 않은 규범들이 생겼습니다. 그 중에 강제적이진 않지만 정말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예의'라는 것이죠.

이 예의의 종류에는 정말 많은 것이 있습니다. 갖가지 관계들이 생기면 반드시 따라가는 갖가지 예의들이 생겨납니다. 인터넷의 보급과 더불어 사이버 커뮤니티라는 것이 생겨나고 그에 따른 예의들도 창조되었습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하기가 어려웠던 내용들이 글로 표현되고 그 글에 대한 갖가지 감정들 또한 '코멘트'로 따라옵니다. 글은 읽어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강요되며 코멘트는 거기에 덧붙여 글을 쓰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강요됩니다.

왜 이런 예의가 중요한 것일까요, 첫번째 이유로는 순화되지 않은 표현은 '분노'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기분 나쁘기 때문이죠. 상대방이 자신을 비판한다면 당연히 기분이 나쁩니다. 그것이 옳건 그르건 감정상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요. 하지만 그 비판에 쓰이는 표현에 따라 그 분노의 강도가 확연히 다릅니다. 순화된 표현은 생각할 여지를 남기게 하지만 직설적인 표현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 비판을 듣는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해 보시면 쉽게 공감이 가실 것입니다.

그리고 예의가 중요한 두번째 이유는  '자기 자신을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익명성이 범람하는 사이버 공간에서 상대에 대한 예의를 잃어버리고 돌아오는 무례에 발끈한다면 어느새 그 세계에 휩쓸릴 대로 휩쓸려 아무 말이나 남발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아니, 자각하지 못할 만큼 빠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글을 쓸 때 예의를 지키십시오. 상대방이 무례로 답하더라도 자신은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고 감정의 악순환을 막는 방법입니다. 상대방의 글에 예의로 비판하십시오.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닙니다. 다른 생각이 있을 수도 있고 그것을 깨달음으로 생각의 폭이 넓어질 수 있는데도, 단 한번의 무례로 인해 여러분은 영원히 그 자리에서 머물러 있을 수 있습니다. 분노는 분노로 끝이 날뿐 자신에게 아무것도 돌려주지 못합니다. 거친 표현으로 일시적인 쾌감을 얻을 순 있어도 결과적으론 불쾌한 앙금만을 남기게 될 겁니다. 상대방이 기분 나쁜 것과 똑같은 이유로 자신의 감정도 상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상대방에게 단지 '욕'하고 싶으십니까? 그건 단지 '욕'으로 끝난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차라리 예의로 상대방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더욱 현명한 판단이며, 자신에게도 후회를 남지 않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예의를 지키는 것이 자기 자신을 지키는 법입니다.


...글이 생각대로 써지지 않네요. 하지만 요즘 pgr의 분위기를 보면서 한번쯤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런 글보다 미사여구를 남발하는 과도한 찬사를 쓰는 것이 더욱 기분이 좋습니다. 잘 된 글은 아니었지만 지난번 '조용호, 박정석'선수 경기 후기를 쓰고 나선 기분이 좋았습니다. 정말 그런 글만 쓰고 싶습니다.
.....건강하세요. 건강하면 내일을 기쁘게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무감동한 삶을 원하지 않으신다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My name is J
05/08/15 03:06
수정 아이콘
그럼요...좋은 경기 보고난후에 가슴 두근거리며 글쓰기 위해서 이곳에 오는 거죠..^_^
Nada-in PQ
05/08/15 03:09
수정 아이콘
그런 미사여구 동반의 글은 좋기는 합니다만....

상당히 어렵죠...OTL
05/08/15 03:10
수정 아이콘
저는 경기결과가 궁금해서 오는데 히힛

상대가 예의를 잘 안지키면 저도

예의에 어긋나게 행동해버리곤 하죠...후우

저의 잘못된 점이로군요..
Ms. Anscombe
05/08/15 03:49
수정 아이콘
늘 좋은 얘기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이 '공인된 규칙'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죠.

비판과 비난은 구분되었으면 하고, 감정적인 기분은 쪽지를 이용했으면 합니다. 타당성을 판단할 수 없는 공적인 감정 배출은 보고 싶지 않군요.

문체에 대해 트집을 잡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곳에서 지켜야 할 일종의 규칙이 있다는 점은 모두 알고 계셨으면 합니다.(알고 계시겠죠..--;;) 이곳이 온갖 종류의 글들을 다 수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공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아니니까요..^^
스트라포트경
05/08/15 08:40
수정 아이콘
죄송합니다...
아케미
05/08/15 08:58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저도 반성 많이 해야겠네요.
05/08/15 09:24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만...
안그런 사람도 많더군요.
PGR이 가식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전자를 선호하는 사람들이죠.
WizardMo진종
05/08/15 10:59
수정 아이콘
과연첫줄과 둘째글이 같은 뜻일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같은뜻이라면 읽는이들이 같은반응을 나타내야겠죠.
저의 댓글들이 날카로운데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글이 날카로운이유는 언젠가 한번 밝혔듯이 길게쓰는걸 싫어하고 내가 싫어하는걸 남에게 보여주기 싫기 때문에입니다;; 짧게 압축해서 쓸수록 날카로워지더군요 -_-;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585 예전부터 많이 생각하던건데..ㅡ.ㅡ [1] 피어4032 05/08/15 4032 0
15582 빛을 되찾은지 60주년. [19] 포르티4557 05/08/15 4557 0
15581 [CF] 비 맞는 걸 좋아하는 친구도 있더군요. [15] Naana4822 05/08/15 4822 0
15579 이제서야 본 영화... "친절한 금자씨" [14] 박지완4451 05/08/15 4451 0
15578 누가 잘못한 건가요? [44] 마르키아르4215 05/08/15 4215 0
15577 글에는 예의가 필요하다. [8] 시퐁4434 05/08/15 4434 0
15576 [삼성생명광고]나이든 여자로서 SEIJI 님 글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 [743] 냥냥이11146 05/08/15 11146 0
15575 [스포일러 포함] KT 클럽대항전 후기 [6] steady_go!4581 05/08/15 4581 0
15574 토익 시험 많이 보시지요? [16] 신의 왼손 Reach.3821 05/08/15 3821 0
15572 만족반실망반 북한전 [53] haryu5280 05/08/14 5280 0
15571 2001년 9월 6일 그녀를 만나다. [9] 追憶3992 05/08/14 3992 0
15569 [연재]hardcore-1.아마추어-(9)제 3경기[中] [2] 퉤퉤우엑우엑4694 05/08/14 4694 0
15568 삼성생명 "딸의 인생은 길다"라는 광고에 대해... [473] SEIJI12845 05/08/14 12845 0
15567 어제 1줄로 글 쓴 '공공의적'이란 분'만' 레벨 10으로 내려갔네요? [17] 말코비치4313 05/08/14 4313 0
15565 황선홍 선수 인터뷰..(펀글) [19] 임똘똘6578 05/08/14 6578 0
15564 영화음악... [15] fastball4420 05/08/14 4420 0
15562 현실은 이러한데 누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려 할까요?? [21] 삭제됨4542 05/08/14 4542 0
15561 pgr 최고!!!!!!! [10] SkyInTheSea4262 05/08/14 4262 0
15560 당연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 [52] 포르티4418 05/08/14 4418 0
15559 하나같이 소중한 프로토스 선수들 - 프로토스여 영원하리^^ [11] jjune4112 05/08/14 4112 0
15558 중국이 광복절에 우리나라 컴퓨터들을 테러시킨다고 하네요. [21] Picture-of4550 05/08/14 4550 0
15557 다나와에서 김동수씨에 관련된 내용이 올라왔습니다. [39] xaber7124 05/08/14 7124 0
15555 홍보부족...좀 너무합니다. [18] My name is J5717 05/08/14 571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