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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6/18 15:09:12
Name jjun01
Subject [잡담] 결승전에 대한 작은 꿈
랭킹 1위
학창 시절 1위를 해본 적이 없는 나에겐 너무나도 생소한 등수이다
그러나 직장을 다니다 보니 PT라는 걸 하게 되고 여러 업체 중 오직 1군데만
선정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으니 가끔가다 1위를 하기도 한다.
1위를 하기 위해 정말 많은 걸 포기 한다.
정시 퇴근, 가족과의 화목한 시간, 잠까지
1위를 하기 위해서 많은 걸 생각 해야 한다.
내가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전략, 주어진 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
새로운 아이템, 나만의 히든 카드

박성준 선수가 랭킹 1위를 달성 할 때 만 해도 인정 안 하는 분위기가 너무 싫었다.
하긴 오랫동안 우승권에 있던 저그 유저에 대한 예우이리라
하지만 이건 아니어도 너무 아니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솔직히 2004년 동안 개인전 우승자를 따져 보고 싶다
그리고 우승자 중 유독 다른 선수와 비교가 되는 선수가 되고 우승이 퇴색되고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팬들의 속상함과 원망을
경기로 풀어 버리는 박성준 선수만의 투지에 놀라고 말았다.
프로리그 5경기의 경이적인 경기는 그 유명한(?) 파이터 포럼의 악플 제로라는
일화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연습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실력은 결국 드러나게 되는 것이지요

투신이란 별명처럼 상대방을 황당하게 만드는 공격적인 플레이
테란크래프트란 말을 듣는 게임에서 저그란 종족으로 테란들을 차례 차례 이기면서
그의 팬들에게 희열을 느끼게 하는 전투들
궁금하면 물어 보아야지요 저그로 테란을 잡을 때 언제 가장 기분 좋으가란 물음에
“베슬 잡을때가 가장 기분 좋다”라고 합니다.

이제 박성준 선수는 서지훈 선수에 대한 빚을 갚아야 합니다.
평소 연습도 많이 도와주고 개인적인 친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선수의 인텨뷰를 보면 [서로 잘 알고 있기에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다]라고 합니다.
제 기억으론 서지훈 선수의 우승을 향하는 길에서 막아선 저그라고 생각됩니다.
박성준 선수는 우승으로 퍼펙트 테란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라는 명제를 실천해야 합니다.
서지훈 선수도 잘했지만 우승자에게 졌다는 다소 변명거리라도...

벌써 프로게임계의 세대교체에 대한 조심스러운 전망이 일고 있습니다.
이번 결승에 올라간 두 명의 게이머가 같은 나이더군요
더욱 더 재미있어지는 결승입니다.

몇 번의 결승전에 가 보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론 실망감이 더 많았습니다.
우왕좌왕 줄 세우는 STAFF, 검은색 아저씨 들, 팬 카페 운영진 들
재미도 없는 광고를 주구장창 틀어주는 화면, 들리는 지 마는 지 그냥 틀어 놓는 음악
오히려 어린 팬들과 그 오랜 시간 꾸준히 기다리는 팬들의 성숙한 문화에 놀랐습니다.
조금 인기 있다고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가수들
그들이 거기서 노래 부르는 게 화면에선 그림이 될 지도 모르지만

이번 결승엔 정말 한바탕 축제가 되는 것을 꿈꾸는 것은 무리 일까요?
저와 같은 직업을 가지 사람에게 기획서를 받지 않아도 팬들의 소리만 들어도 될 것을...

결승에 올라온 선수들의 16강부터 이루어지는 경기들의 하이라이트를 보여 주고
역대 우승자들의 명경기 하이라이트를 보여 주고
우습지도 않은 연예인 불러서 노래 듣는 것이 아니라 16강에 올라 온 전 선수들이
이번 리그를 시청 해 주시고 현장에 응원 나온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말을 전하고
전체가 함께 부르는 합창 (행사 전 싸인회는 써비스이고)
팬들의 투표에 의해 정말 이 선수들은 다시 한번 붙어야 한다! 또는 비록 조는 다르지만
이 선수들의 번외 경기를 보고 싶다!를 투표해서 이벤트 전(전문가 투표는 없음)
바둑도 다면기가 있듯이 참석한 프로 게이머와 현장에서 팀플전 등
각 팀마다 자신들의 팀을 응원해주세요라고 작은 기념품 나누어 주고
선수들 켜뮤니티에서 OO동에 가입 해달라고 회원 가입 강매(?)도 하고
다양한 식전 행사 들

되지도 않는 꿈을 꾸어 봅니다.
이번에도 역쉬 결승전 두 명의 선수들이 어떻게 등장하는 지에 대해서만 고민할 분들에게
결승 보는 사람들이 대학생하구 저처럼 나이 든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 주세요
그냥 제 아이들 손 잡고 결승전에 가서
“이거 봐라 이게 아빠가 좋아 하는 스타크래프트 경기 결승 전이다 저기 가 볼까?
저쪽에 저 사람이 OOO이야. 우리 아기도 저기 가서 싸인 받을래?
저쪽에서 풍선도 주네. 재미있지?”
결승이 축제가 되는 허황된 꿈을 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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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인
05/06/18 15:16
수정 아이콘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그리고 조만간 그렇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
산은 강을 넘지
05/06/18 15:18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입니다.
저도 jjun01 님의 꿈과 똑같은 희망을 가져봅니다.
스타리그 관계자 분들께서 꼭 보셨으면하는 글이네요.
Achillean
05/06/18 15:23
수정 아이콘
작년 광안리 때가 생각나네요..
그떈.. 그나마.. jjun01님께서 말씀하신 그 분위기와 조금이나마 비슷했었는데..
인세인
05/06/18 15:24
수정 아이콘
아 추가로 박성준 화이팅입니다 ^^
마음속의빛
05/06/18 15:55
수정 아이콘
박성준 선수 화이팅!!!
mw_ss_ri
05/06/18 16:49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이네요... 이렇게 되면 정말 e-sports 살아납니다.
나르크
05/06/19 16:10
수정 아이콘
저도 같은 꿈어 보겠습니다. ^^
멋진 아이디어와 함께 스타크래프트리그를 사랑해주시는게 듬뿍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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