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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3/17 01:23:03
Name legend
Subject 사랑은...

나는 외아들이다.그리고 아버지의 직업이 군인이라서 이리저리 많이

떠돌아 다녔다.그래서 친구도 별로 없게 되고 내성적인 편이었던 성격

은 완전히 굳어버렸다.그리고 여자란 생물에 대한 온갖 현상이 생겨났다.

쑥맥,또 다른 생명체,여자란 동물에 대한 환상 등...

어느덧 중학교를 거치고 고등학교를 들어서면서 2학년부터 남녀합반을

경험하게 되었다.물론 중학교때에도 남녀합반을 경험했었지만 이때는 내성

적인 성격과 소극적인 성격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었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들어서니 조금씩 변하긴 했다.같은 동성친구 하나 없던 내성,소극,

소심의 극치였던 내가 이젠 동성친구들하고도 좀 말이 된다.물론 요즘도

다른 사람이 접근하지 않는 한 반응을 안하지만...

이러하니...여자란 생물에 대해 알리가 없지 않은가.고3까지 오고서야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아직도 몇가지 환상들은 남아있다.이런것도 어서 깨야 되는데;;;

사실은 같이 어울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당당히 같이 말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하지만 아직도 어린 시절부터 만들어진 강철문은 굳게

닫혀있다.

우정을 모르니 당연히 사랑도 모른다.물론 각종 로맨스소설이나 판타지소설,게임

등을 하면서 알 수는 있었다.하지만 느끼지는 못한다.

여자들도 말을 걸어온다.나와 같은 20년을 보내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의 경계가 없다.하지만 난 그 경계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

말을 걸어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어떻게 말해야 기분나쁘지 않게,멀어지지 않을

까...이런 생각을 하니 말을 걸어오는 것에 대한 대답은 짧아진다.그럼 말을 걸어온

사람은 무관심하다고 느껴지겠지.관심없는듯...말하기 싫은듯...본심은 그게 아닌데...

이런 점에 있어 인터넷과 가상현실의 대화가 가능한게 생겨난건 정말 다행이다.

이것마저 없다면 난 완전히 사람과 단절되기에...

언젠가 굳게 닫혀 있는 이 강철문을 열고 나가야 할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그 때가 되었

을 때 정말 난 문을 열 수 있을까?

아마도 어려울것 같다.난 겁쟁이니까...

고맙다.내 문을 두들겨주는 사람들이...하지만 미안하다.난 문을 못 열어.내쪽엔 손잡이

가 달려있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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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홍
05/03/17 01:31
수정 아이콘
'여자들도 말을 걸어온다.' 저보다 낫습니다...
저는 '남자들도 될 수 있으면 최대한 피한다.'의 수준입니다.

저 역시 글의 요지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공감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문에 손잡이가 달린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그 문을 자신있게 열어제쳐 타인을 반갑게 맞이할수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요?

계속 생각해봅니다
Randy_Orton
05/03/17 01:32
수정 아이콘
참 공감이 많이 가네요....

후 참 내성적이면 이래 저래 힘든데

후후 저도 저만의 세계에서 나와야하는데
구경만1년
05/03/17 01:36
수정 아이콘
세상을 살면서 진정한 친구 딱 "한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 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누구나 자신의 문은 열기를 굉장히 꺼려한답니다. 만만하게 볼까봐 혹시 뒤통수를 맞을까봐 이런저런 이유들로요..
여자에 관한건.. 저도 이제 딱 서른을 찍었는데. 아직도 여자에 관한 환상은 있습니다. 아마 누구라도 그런 환상은 있을듯 한데.. 만약 이성간에 환상이 없다면 사랑의 감정도 생겨나지 않지 않을까요? 스스로 이성에게 환상을 못버렸다고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꿈꾸는마린
05/03/17 01:43
수정 아이콘
어린 시절에 제 모습 같네요.
참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이 고민했었습니다만..
제가 내린 결론을 말씀 드릴께요.

문의 손잡이는 자신이 만들면 됩니다.
그 손잡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용기'와 '진심'이라는
세상에서 제일 고결한 것들이 필요하지요

진심으로 대하시면 누구와도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시면 누구라도 마음으로 답해줄꺼에요

조금만 용기를 내 보세요
세상은 험한 곳이지만 아직은 정말 따뜻한 곳이라고 느끼게 되는 날
왜 조금 더 빨리 손잡이를 만들 생각을 못 했을까.. 라고
후회하실꺼에요.

좋은 밤 되세요 ^^
05/03/17 01:50
수정 아이콘
더 황당한 것은 그 문은 손잡이가 필요없는 자동문인데
다가갈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던가,
혹은 밀면 열리는 문이었다는...뭐 그런 것이죠.


언젠가 자신이 원하지 않을 때,
문이 부서져 상처받지 말고,
스스로 문을 여는 사람이 됩시다.

손잡이는 환상일 수 있습니다.
여자예비역
05/03/17 11:04
수정 아이콘
누구나 손잡이는 달려있어요.. 다만 잠금장치가 몇개냐에 따라 다른거 같습니다..
수많은 열쇠를 가지고 일일이 잠금을 풀어야 하는 사람도 있고, 한두개의 열쇠만 가지면 다 열수 있는 사람도 있고.. 그런거겠죠..
하나씩 마음의 자물쇠를 열어보세요.. 시간이 좀 걸리면 어떻습니까..?

--실제 감상 요약--
1.난 여자다..
2.게다가 매우 쾌활하다..
3.솔직히 잘 이해가 안된다..
안전제일
05/03/17 20:17
수정 아이콘
음...
빨리 여시기를 빕니다. 그거 오래되면..있는 손잡이도 고장나거든요.^^;;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가끔 문을 열어 줬는데도 문이 닫혀 있다며 땡깡피우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나도 모르는 문이 그사람들에겐 있나봐요.

더 솔직한 감상을 써 될까요?
그 문을 열지 않는게...왜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문은 모두에게 열려있되 또한 모두에게 닫혀 있기도 하거든요. 으하하하-
아케미
05/03/17 20:56
수정 아이콘
댓글들이 참 멋지네요. 어쩌면 문 같은 것은 애초부터 없었을지도 모르지요. 있지도 않은 환영을 스스로 만들어 놓고 괜히 겁먹어 다가가지 못하는지도… 한 발자국만 더 나가 보시면 어떨까요?
05/03/17 22:46
수정 아이콘
저 역시 소심쟁이로 이글에 많이 공감이 되는군요..
전 세상에서 가장 부러워하는것이 있습니다..
얼굴 잘생긴것도 아니고 노래잘부르는것도 아니고 춤을 잘추는것도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있으면 그사람에게 사람들이 자꾸 모여드는 그 재능이 부럽습니다.
어느누구든 몇마디의 대화로 바로 친구가 되고.. 몇일이 지나면 10년지기 친구처럼 대할수있는 그런재능...
인간관계가 원활하여.. 선후배 할것없이.. 친하고 밥을 사달라고 안해도 사주고싶어하는 그런사람..
이렇게 많은 재능이 아니더라도.. 문에 다가갈수있는 "용기"만이라도 갖고싶습니다..
Judas Pain
05/03/17 23:44
수정 아이콘
만약 자신이 '자신'이라는 존재를 자각할수 있고 또 그렇다고 헀을때

또 자기자신의 존재만이 이세상에서 유일하다시피 명확한 존재란것이란걸 가정할때

타자와의 완벽한 공감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특별히 명확한 이유없이 자신의 존재와 감정을 자각할 수있고 확신할 수 있다면

특별히 명확한 이유가 없이 타인의 존재와 감정을 공감할수 있는 재능이 있다고 해도 이상할건 없겠지요

그러나, 사람과의 소통은 이런 절대적인 관계일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세상이나 사람과의 소통이 반드시 공감의 형태를 띠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고

마찬가지로 공감에 이르는 길도, 직관적이라기 보다는 어떤 드라마틱한 기승전결을 가진 단계들을 밟아야 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 일례의 사회적인 교류의 기술들은 굳이 공감에 이르지 않더라도 사회적인 생존에 필요한 교류를 제공하는 방법들을 가르쳐 주지요


'세상은 말없이 차가운 사막으로 통하는 수많은 문'

문은 열려있습니다, 그러나 그 문 너머에 있는 것은 작은 오아시스 하나 달랑 남겨둔 수없이 긴 사막들 그리고 사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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