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3/06 18:59:06
Name
Subject 마재윤, 운영의 묘

흔히들 저그를 두고
"고수되기 가장 어려운 종족"
"운영이 까다로운 종족"
"익숙해지려면 정말 오래 해야 하는 종족"

그래서, 가장 신예가 나오기 힘든 종족. 이라고들 한다.

필자 또한 4년차에 접어드는 저그 유저이건만
아직도 그렇게들 강조하는 "라바 관리"하나 익숙하지 못하다.

저그는. 약하다.
잠시만 , 아주 잠시만 당신의 커서가 그들의 머리 위를 떠난다면.
저글링들과 드론은 이미 붉은 칠리소스바다를 그리고 있을 것이며
텍사스 소떼같던 울트라리스크들은 쇠똥구리 굴리던 공마냥 누런 테두리를 하고는
사정없이 온몸을 아군에게 비벼댈 것이다.
"형이 애정이 있어서 존내 비벼주는 거다"

거칠고, 흉포하며, 혐오스러운 종족, 저그.
하지만 섬세하고, 혼자서는 연약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발하는 열정으로 자신을 증거하는,
뜨겁고 붉은 열혈의 종족, 저그.

저그유저들이 말하는 이 오묘한 "운영"이라는 것은
바로 이 광폭한 에너지를 게임 내내 휘어잡고 자신의 방향대로 컨트롤하는
숙련된 기수의 자세일 것이다.
하지만 옐로우의 폭풍에서도, 줄라이의 질풍노도에서도
외람되지만 나는 저그의 극의를 보지 못했노라고 말하겠다.
걷잡을 수 없는 돌개바람으로 불어닥치는 저그의 광풍 안에서,
저그의 두 화신들은 가끔 자신마저 휩쓸려나가곤 했다.

나는 박태민에게서 그 가능성을 보았다.
꾹 다문 입술과 칼날같은 눈을 부릅뜨고
그는 야생마처럼 날뛰는 저그를 몰아 적진으로 달려나갔다.
몰아 붙이고, 한번 웅크려 모으고, 다시 사방에서 포위해 들어가는,
그리고 혼란에 빠진 적의 후방에서 기나긴 촉수를 뻗어대는
그는 미친듯이 울부짖는 저그의 힘을 한손에 틀어쥐고
한순간도 자신의 의지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MSL에서, 지난 팀리그에서, 나는 그의 제자를 보았다.
IPXZERG, 마재윤.
그에게서는 스승의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았다.
저런 어린 , 그리고 선한 눈빛의 소년이
과연 들끓는 저그의 용광로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의아스러웠지만, 그는 묵묵히 이겨나갔다.
메이저리그에서의 8강 진출, 드림팀 KTF상대로의 올킬.

박태민의 저그는, 언제나 주인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를 하얗게 드러내며
사납게 울부짖고는,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나갔다.
그들의 주인은 항상 정확한 명령을 내렸고, 그들의 머리 위를 떠나지 않았다.
GO.RUSH.

마재윤은 달랐다. 이 어린 소주인은 이 사나운 저그들을
나직하고 부드러운, 그러나 강직한 목소리로 어루만졌다.
강물처럼 유연하게, 아주 작은 틈이라도 조용히 스며들어가는,
마침내 해일처럼 거대하게 일어나도록,
놀랍게도, 그는 저그의 주인이자, 처음으로 저그의 친구가 되려 하는 듯했다.
그의 명령은
그의 스승처럼 강력한 GO RUSH의 명령이 아닌
전 종족이 참여하는 IPX네트워크처럼, 한치의 틈도 없는, 부드러운 물의 그물이었다.

나는 이 기묘한 사제지간을, 주목하고 있겠다.
아직도 그 끝을 보여주지 않은 야생마, 저그.
고삐를 틀어쥐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스승의 뒤를 따라
갈기를 쓰다듬으며 목을 끌어안아 이제 마악 올라탄 제자.
그들이 보여줄 저그의 또한번의 진화를. 기대하고 있겠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5/03/06 19:02
수정 아이콘
마재윤선수~ 언젠간 일낼줄 알았습니다ㅠ_ㅠ
MBC게임에서 루키 특별전 할때 나오지 않아서 `진짜 루키는 마재윤인데!!!` .. 라고 소리쳤던 기억이 새록새록^^;;
05/03/06 19:04
수정 아이콘
4경기만 잡아내면 정말 대박..;
帝釋天
05/03/06 19:05
수정 아이콘
아.. MBC게임이 안 나온니 아쉽네요.
운용의 묘라고 하죠.
05/03/06 19:10
수정 아이콘
켄조님 코멘트 스포일러성이 약간 -_-;;
05/03/06 19:13
수정 아이콘
우주 문자중계 정말 재밌네요 ^^ 저도 엠비씨게임이 안나와서 우주에서 보는데 실제 티비를 보는듯한(약간과장;)

이윤열 선수 잡아내는 분위기로 가는데... 지오의 나머지 선수들은 자신에게도 활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을 기뻐할까요, 머신의 상대로 나가야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할까요;;
05/03/06 19:13
수정 아이콘
오늘 마재윤 선수 플레이 진짜 좋았네요-
05/03/06 19:14
수정 아이콘
마재윤선수 엠겜에서 아깝게 김정민선수에게 지면서 떨어질때.. 참 안타까워했었는데..
팀리그에선 정말 강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죠..
KTF 올킬은 정말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어서 온게임넷도 올라오길 바라네요^^
초보랜덤
05/03/06 19:14
수정 아이콘
박태민 오오라 정말 파급효과가 대단하네요
그래도 이윤열은 이윤열이네요 한점 따라갑니다.
삼성칸)사랑해
05/03/06 19:15
수정 아이콘
pgr에 이런글만 있었으면 좋겠네요.......
마재윤선수 3킬했지만 이윤열선수한테는 졌네요.
하지만 너무너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큰무대에서 세번 승리했으니 자신감이 많이 생겼을거라고 생각합니다.
FoolAround
05/03/06 19:15
수정 아이콘
이윤열 역시 대단하네요..그래도 올킬은 힘들지않을까생각은하는데 이윤열선수 팬이니만큼-_-;; 믿어봅니다
05/03/06 19:30
수정 아이콘
이윤열 선수 벌쳐 컨트롤 정말 ... 덜덜덜....
souLflower
05/03/06 19:38
수정 아이콘
마재윤선수 최근에 아이디를 savior로 바꾼거 같던데...정말 저그의 구세주 지오팀의 구세주같은 역할 할꺼같습니다...
05/03/06 19:59
수정 아이콘
이겨버렸습니다..지오!!
이재훈선수의 마무리~ 너무 좋았네요^^
05/03/06 21:30
수정 아이콘
루나에서 2시를 내어주는 한번의 실수가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멋졌습니다 .. 저그는 어떤 분의 이야기처럼

실수를 한번도 하지 않으면 테란을 잡습니다 ..


그걸 단골왕배에서 운영의 마술사 박태민 선수가 보여 주셨죠 ..
05/03/07 02:56
수정 아이콘
마재윤선수의 운영은 정말 볼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네요.
발전가능성이 매우 높은 선수이기에 더더욱 기대를 가지게 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561 오늘은 정말이지 이상한 날이네요. [20] 벙커구석마린3164 05/03/06 3164 0
11560 은퇴는 가벼운 단어가 아니다!!! [17] 셋쇼마루사마3344 05/03/06 3344 0
11556 분위기 전환!!!!! GO팀 우승 축하드립니다!! [12] 사랑은아이를3765 05/03/06 3765 0
11554 Go 팀 축하합니다~ 이윤열 선수 수고하셨습니다~^^ [20] 요시오카세이3489 05/03/06 3489 0
11553 부럽습니다. [6] helize3149 05/03/06 3149 0
11551 루나?? 테란vs플토전 [22] FeelSoGood3873 05/03/06 3873 0
11550 팀리그 결승 그리고 응원글. [10] 데스3527 05/03/06 3527 0
11544 아빠곰 아기곰이 일내내요(GO팀 5회째 팀리그중 4번결승진출 3번우승 대기록) [25] 초보랜덤3564 05/03/06 3564 0
11543 6차 MSL 메이저리그 너무 기대되네요 [20] 초보랜덤3531 05/03/06 3531 0
11542 팀리그의 진정한 강자 GO~ [25] 박서야힘내라3592 05/03/06 3592 0
11540 가스 버그에 대해 [9] goEngLanD3910 05/03/06 3910 0
11539 마재윤, 운영의 묘 [15] 5017 05/03/06 5017 0
11538 김상우. 그의 순수함이 좋습니다. [스포일러 있음] [22] 하수태란4141 05/03/06 4141 0
11533 또하나 관중동원에 대한 진실... [110] 테란레볼루션7232 05/03/06 7232 0
11531 이윤열선수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21] Dizzy3965 05/03/06 3965 0
11530 루나의 추억 [36] Sulla-Felix6087 05/03/06 6087 0
11529 스타리그 신예들의진출... [15] 두발의개념4114 05/03/06 4114 0
11528 IOPS starleague 결승전!! 심리전, 그리고 정찰.. [5] 내일은태양4238 05/03/06 4238 0
11527 어떤 맵이 가장 좋은가 [57] playi4055 05/03/06 4055 0
11526 1경기 July는 안일했던것이 결코 아니다!!! [16] FLUXUS4368 05/03/06 4368 0
11525 결승 저그 유저에 대한 아쉬움 [9] 이규수3236 05/03/06 3236 0
11524 휴식기에 들어가며, 정리해봅니다. [10] minyuhee3957 05/03/06 3957 0
11523 종교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37] 정치학도3603 05/03/06 360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