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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3/03 03:21:22
Name 초보저그
Subject 역지사지
우선 다른 글에 댓글로 달아도 될 것을 알콜의 힘을 빌어 감정적으로 게시판에 올리게 되

는 것에 대해서 사과드립니다.

저에게 게임은 신성한 것입니다. 최소한 스타와 워3은 신성한 것입니다. 비웃는 사람이

있을 줄 알고 또 실제로 친구 중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저에게는 그렇습니

다. 나이, 성별, 학력, 재력, 외모 등 상관없이 실력만으로 승부가 나는 공정한 세계, 실제

사회가 특히 한국사회가 그렇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배틀넷

에 들어가고, 맵핵을 그리도 저주합니다. 그리고 이런 스타의 신성함은 나 말고도 많은 사

람에게 감화를 주어 스타의 사도를 만들어 내고 그들을 보면서 자신이 도달하지 못했던 높

은 경지를 보면서 감탄하고 경배합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스타를 믿기에, 또는 좋

아하기에 게임방송이 생기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생기고, 게임 구단이 생기고, 거액

의 연봉이 생깁니다.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사회적으로 합의된 가치인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타라는 것을 가치를 인정해 주었는가 증명

하는 증거가 되겠지요. 마치 천지창조처럼 태초에 스타가 있었고 그것에서부터 모든 것이

창조되어 나왔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저에게는 스타가 90, 워3이 10입니다. 워3도 오리 베타시절부터 방송

보고, 솔로도 열심히 하다가 개인적인 한계를 깨닿고 잘하는 휴먼 친구와 어랜해서 칼림도

어에서 200등 정도까지 올렸었습니다. 지금은 가끔 즐기기 위해서 래더만 하지만, PL과

WEG를 다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게 스타와 비교하면 1/10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pgr분들에게는 워3의 스타의 1/10도 안될 듯 합니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봅니다. 만약 임요환의 드랍쉽이 조금 더 빠르게 조작된 것이었

다면, 임요환의 마린이 조금 더 연사력이 높고 빠르고 체력이 많다면, 박성준의 저글링이

공격력이 더 높다면, 최연성의 SCV가 자원을 더 빨리 캐고, 생산시간도 적고, 체력이 높

고, 공격력이 세다면, 박용욱의 프로브가 공격력, 이동속도, 쉴드 회복 속도가 빠르다면,

박지호의 게이트에서 유닛 생산 시간이 짧다면, 강민의 포톤캐논은 아머가 더 높다면, 박

정석의 질럿이 더 빠르고 공격력이 세다면, 이 외에도 100가지는 예를 들 수 있는 것이 전

부 누군가에 의해서 조작되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때까지 받은 그 감동이 다 조작된

것이고, 내가 신성하다고 믿었던 것이 누군가에 의해서 더렵혀졌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할

까.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만약 스타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면 나는 그 사람을 가만히 두

지 않겠습니다. 단순한 팬인 내 심정이 이런데 프로게이머들은 어떻겠습니다. 자신의 인생

을 걸고, 학교까지 그만두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면서까지  좋아한다는 열정 하나만으

로 열심히 게임을 하던 게이머들, 내가 스타를 보는데 투자한 시간보다 10배의 시간을 게

임을 보여주기 위해 연습한 게이머들. 나는 그들의 분노가 잘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저는 나엘 유져라 이중헌 팬도 아니고 오히려 싫어하는 편이지만 그의 분노만큼은 충분

히 이해가 갑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e-sports의 발전이네, 감정적으로 처리했네, 온겜과

엠겜의 권력다툼이네, 판이 깨지면 안되네라며 합리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저에게는

스타와 워3의 신성함이 있고 그 다음에 e-sports가 있습니다. 프로게이머들도 게임이 좋

아서 시작하고, 그것이 너무 좋아서 프로게이머가 된 것이지 처음부터 돈을 벌기 위해서  

게임을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타든 워3든 판이 깨지는 한이 있어도 조작된

감동을 보는 것보다는 게임방송을 평생 못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이번 사태를 스타로 바꿔놓고, 또 워3 프로게이머 입장에서  생각해 보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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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ikeLush
05/03/03 03:42
수정 아이콘
제생각과 상당부분 유사하시군요.
안전제일
05/03/03 07:57
수정 아이콘
훼손되어서는 안될것이 이번에 훼손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참담하죠.
선수들이 제일 마음고생하겠지만....
05/03/03 09:07
수정 아이콘
가장 순수하다고 생각되었던것이 이미 변질되어있었다..
말락 야훼
05/03/03 09:46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05/03/03 10:41
수정 아이콘
"스타든 워3든 판이 깨지는 한이 있어도 조작된
감동을 보는 것보다는 게임방송을 평생 못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로 e-스포츠 뿐만이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 적용되는 것이겠지만
가장 중요한게 뭔가 저를 비롯한 팬들과 리그 관계자들이 깨달은게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중헌씨가 그래서 만천하에 폭로했고 장재영씨가 글에서 스스로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을 잊고있었다고 밝혔구요......
이런 일이 없었다면 좋았겠지만 엎질러진 물, 관계자들이 다음 리그까지
이번 일을 잊지 않았으면 하네요.

엠비씨게임 팀리그에서 있었던 삼성칸 몰수패 징계 사건으로
공정하지 못한 리그가 얼마나 시시하게 느껴지는가 크게 느꼈었습니다.
장재영씨 뿐만 아니라 엠겜 리그 제작진들도 반성했으면 합니다.
제도가 부실한 곳에서 한 사람이 어떤 식으로 일을 그르칠 수 있는지 보십시오. 믿고 있던 사람에게 뒷통수 맞았다....이런 생각으로 다음 리그를 준비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프라임리그 VI를 그래도 기대합니다.
종합백과
05/03/03 12:10
수정 아이콘
pgr 의 특성상, 조금더 보수적인 의견들이 대세를 이룰 수는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제가 의외로 생각하는 부분은,
xp등의 워3게시판에서 의외로 장재영씨에 대한 격한 반응이 적다는 것이었습니다. 허용되지 않을 권한을
남용했음에도, 개인이 아닌 워3판을 위해서였다는 것이 어느정도 인정 받고 있는 것일까요? 다만...

아주 중요한 부분을, 그들은 간과하고 있더군요.

우선, 장재영 씨가 사과글이 되어야 할 글에,

'잘못했습니다, 잘못했구요'

라고 적으면서, weg와 온게임넷 그리고 파포, 개인적으로 가장 불만인 부분인 폭로자인 이중헌 선수를 띄우기 위해서
그때 부터 조작을 시작했다는 등의 어른스럽지 못한 행태를 보였다는 것을 보아야 합니다.

장재영 씨의 글은 일견 이중헌 선수의 그것보다 잘 정리되고, 문제가 될만한 어휘도 없어 보이지만, 이중헌 선수의
폭로글 보다 그 목적성에 있어서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그동안에 하고자한 말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이번 문제의 본질은, 해서는 안될 일을 저지른 장재영씨에 대한 비난과 장재영 씨의 성의있는 사과여야 했다는 겁니다.
사과글이 해명글이 되도록 교묘한 말로 자신을 합리화 시키면서, 온겜과 엠겜의 싸움 구도로 몰고가려하는,
이중헌 전 선수의 표현을 필리자면 '양의 탈을 쓴 늑대' 의 모습이 글에 나타나기에 한마디 남겨 봅니다.
벨리어스
05/03/03 20:10
수정 아이콘
자신을 합리화 한걸로도 볼수도 있을수도 있고..그동안의 모든 고민을 응축해서 풀었다고도 볼수도 있을수도 있고..일단 사람들이 사과를 바라는 입장에서,그런 말들이 소용없다는 것을 장재영씨도 혹은 아셨을지도 모르지만,역시 프라임리그 관련 관계자였고,혹은 그동안 맺힌게 있었는지는 몰라도,이해가 가기도 하지만..조작에 관련해서 유감을 표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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